220화 회귀자의 투자재벌회고록 (220)
주말에 쉬다 말고 정호준에게 불려가 지시를 받은 선물 매입팀은 정호준의 지시대로, 유령회사를 만들어 자금 6월 8일부터 풋포지션을 잡고 선물 매입을 시작했다. 처음 선물 투자 지시할 때 60억 달러라고 이야기했던 기초자금은 40억 달러나 몸집을 불렸다.
선물 매입팀은 100억 달러를 굴리게 되었다.
“일으킬 수 있는 레버리지는 전부 일으켜!”
정호준에게 한번 크게 덴 까닭에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는 정도가 이전보다 작았다. JHJ Capital 선물팀이 일으킨 레버리지의 평균은 3~4배에 그쳤다.
70.98, 71.27, 71.33, 71.35, 72.17, 72.22.
선물 매입팀이 선물을 사들이는 나날 동안에도 유가는 매일 상승했다. 상승하는 유가 탓에 정호준에게 질문을 던졌던 직원은 염려가 가득 담긴 걱정을 드러냈다.
“팀장님, 유가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레버리지까지 일으키면 손해가 몇 배가 될지 모릅니다!!”
레버리지를 일으킨 탓에 돈을 배로 잃고 있다. 역시 자신의 판단이 맞지 않았냐는 외침이었다.
“대표님 말씀 들었잖아? 책임은 당신께서 지신다고. 우리는 시키는 것만 제대로 하면 돼!”
돈을 잃어도 책임은 지시를 내린 정호준에게 있었다. 부하 직원에게 말은 그렇게 뱉었지만 정호준이 거둔 성공신화의 한 축인 지미 딕슨 팀장은 계속해서 토를 다는 직원과 달리 정호준이 돈을 잃을 것 같은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대표님이 실패하는 모습은 떠올려지지 않는다.’
지금껏 위험한 투자는 몇 번이고 있었고, 정호준은 그 투자들을 모두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최고의 투자자였다. 딕슨은 월가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버펫보다도 정호준이 더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6월 12일 금요일 종가 72.04달러.
레버리지를 일으키며 선물 매입을 이어 가고 100억 달러를 모두 쏟아부었을 무렵, 종가 기준 상승만을 기록하던 유가가 처음으로 하락한 상태로 장을 마쳤다.
6월 15일 종가 70.62달러.
6월 16일 종가 70.47달러.
주말에도 하락세를 이어 갔을 거란 걸 증명하듯 15일 장이 열리자마자 유가는 큰 폭으로 빠졌다. 선물을 사들이는 동안에도 계속 유가가 올라서 걱정이 가득했던 선물 매입팀의 얼굴에서 불안이 사라졌다.
6월 17일 종가 71.03달러.
6월 17일에 유가가 다시 반등하는 듯 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것도 잠시뿐.
6월 19일 종가 69.55달러.
마지막 저항의 반등이었다는 듯 6월 19일에 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고, 그 후에도 종가 기준 꾸준한 하락세를 이어 갔다.
* * *
지구 반대편에 존재하는 나비의 날개짓조차 태풍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데 정호준이 행동은 오죽하겠는가?
정호준이 직접 노리고 움직인 탓에 최대 피해자는 중국으로 정해져 있었지만, 그 외에도 나비효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이들은 수두룩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세계 최고의 투자자로 손꼽히는 에릭 버펫이었다.
[오리하 정부 빅3에 대한 구제방안 전면 재검토.]
[빅3 구제금융 명단 제외!]
월가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가진 버피셔 해서웨이는 2008년 1월 출범한 오리하 정부의 변화된 행보 탓에 큰 피해를 입게 되었다.
1회차 때 오리하 정부는 출범 직후 자동차 업계 빅3에 구제금융을 지원했다. 구제금융안이 발표되자마자 SM모터스의 주가는 상승했고, SM모터스에 50억 달러를 투자했던 에릭 버펫은 수익을 내며 포지션을 정리할 수 있었다.
1회차 때와 달리 정호준의 컨설팅을 받아들인 오리하 정부는 SM모터스와 벨라스키스를 구제금융 명단에서 제외함으로써 회사가 파산하도록 그냥 내버려 두었고, SM모터스는 파산보호 신청을 밟았다.
그리고 이 말인즉슨 SM모터스의 주식의 휴짓조각이 되었다는 말로 버피셔 해서웨이가 SM모터스에 투자했던 50억 달러 또한 허공으로 증발했다는 것이었다.
[철도주에 이어 SM모터스까지. 연이은 실패. 에릭 버펫의 시대는 여기까지인가?]
[소르소 다음은 버펫? 명성에 빛이 바래지는 전설들!]
BA, 골드만식스에 투자한 돈은 성공적으로 30% 이상의 수익을 기록했지만 언론들은 철도주와 SM모터스만을 다루며 버펫의 실패에 주목했다. 실제로 BA와 골드만식스에 투자해 벌어들인 수익보다 철도주와 SM모터스에 투자했다가 잃은 돈이 더 많기는 했다.
SM모터스 투자 실패는 정호준이 BNSF의 주식 10%를 사들인 후 대주주 및 회사 경영진과 미팅을 갖는 동안 버펫이 어떠한 조치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어 주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에릭 버펫의 버피셔 해서웨이는 상장회사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에릭 버펫과 버피셔 해서웨이는 한 몸처럼 여겨져 버펫이 해서웨이고 해서웨이가 버펫이라 생각하지만, 그러한 생각들은 사실 완전히 틀린 생각이었다. 에릭 버펫이 보유한 버피셔 해서웨이 지분은 겨우 16~20%에 불과했고, 의결권은 지분보다 좀 더 많은 30~35%를 쥐고 있는 정도였다.
지분의 반절을 소유한 것도 아니고, 의결권이 50%를 넘는 것도 아니면서 버펫이 버피셔 해서웨이의 자금을 자신의 뜻대로 굴릴 수 있었던 건 이사회에서 버펫의 투자에 별다른 태클을 걸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잖은가? 수익을 내서 주식의 가치를 높여 주는 사람이었으니, 주주를 대표하는 이사회는 성공 시나리오를 꾸준히 써 내려가고 있는 버펫의 투자를 방해할 이유가 없었다. 조금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투자도 종종 진행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손해가 있을지 몰라도 결국에는 투자 성공이란 결론을 가져와 주가를 높여 주었다.
버피셔 해서웨이의 대주주들은 기다림에 익숙해지게 되었지만 이번에는 이야기가 좀 달랐다. 2007년 5월부터 꾸준하게 돈을 투자해 지분 22%를 보유한 ‘BNSF’ 주식은 경제 침체와 함께 나락으로 향했고, SM모터스는 나락을 넘어 아예 망했다.
이사들은 버펫의 행보에 제동을 걸어 줄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을 모았고, 주주총회를 개최해 본인들의 의지를 드러냈다. 버펫이 비전을 공유하며 주주들을 달래는 데 힘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정호준은 BNSF 경영진들과 만남을 이어 가며 빅딜을 진행했고 2009년 7월 초. 빅딜이 성사되었다.
[JHJ Capital 400억 달러 BNSF 인수!]
4개월 일찍 움직인 덕분인지, 1회차 때 에릭 버펫이 인수에 사용한 금액보다 적은 돈을 투입하고도 BNSF 인수에 성공했다.
지분 10%를 사들인 금액까지 계산에 넣으면 또이또이긴 하지만 말이다.
* * *
72불을 돌파했던 유가는 6월 중순과 6월 말 동안 68~71불 사이를 오르내렸다.
70불 밑으로만 내려가도 돈을 번 셈이라 처음 불안해하던 것과 달리 선물 매입팀은 편한 마음로 유가를 주시했는데, 이변은 7월 초에 일어났다.
“팀장님. 유가가 이상합니다.”
“왜?!”
7월 1일 69.31달러로 마감했던 유가는 해가 밝고 시장이 열리자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68.76달러, 69.02달러, 68.65달러,
잠깐잠깐 유가가 오르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하락세를 이어 갔고, 장이 마감되었을 때 유가는 66.73달러까지 내려갔다.
7월 6일 종가 64.05불.
독립기념일 대체공휴일로 7월 3일을 쉰 미국은 장 개최를 안 했고, 주말까지 쉬고 온 7월 6일 월요일 유가는 하락장을 보였다.
“지금부터 유가를 주시한다. 대표님께서 60.5불이 깨지면 매도를 시작하라고 지시하셨어.”
지미 딕슨의 말을 들은 직원들은 유가를 확인하는 데 집중력을 높였다.
7월 7일 화요일에도 휴가 하락은 계속 이어져 종국에는 62.93불까지 떨어졌고, 선물 매입 팀의 집중도는 극에 달했다. 7월 8일부터 집중하는 것을 넘어 바빠지기 시작했다. 유가가 60.5불을 밑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60.5불 깨졌어!! 매각 시작해!!”
선물 매입팀은 각자 자신이 담당하는 유령회사가 쥔 선물들을 팔아 재끼기 시작했다.
-7월 9일 종가 60.41달러.
7월 9일 유가가 조금 반등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60.5달러 선을 돌파하진 못했고 선물 매도가 이어졌다.
-7월 10일 금요일 종가 59.89달러.
7월 10일에는 아예 60달러 선이 깨지며 십의 자리가 5로 바뀌었다.
주말이 지나고 7월 13일 월요일이 밝은 뒤에도 화요일까지 60달러 선을 회복하지 못했고, JHJ Capital 선물팀은 7월 14일까지 사들였던 유가 선물을 모두 털어냈다.
선물을 매입할 시기 평균 유가와 선물을 매도할 시기 평균 유가의 차는 약 10달러. JHJ Capital이 유가 선물 시장에 투자했던 100억 달러라는 거금은 480억 달러가 되어 돌아왔고, 세금 24억 7천만 달러를 제해 450억 5,300만 달러가 법인 계좌로 입금되었다.
7월 초 국제 원유현물시장 갑작스러운 하락에는 석유 제품 재고 증가, 미국 소비자 신뢰지수 악화 등을 이유로 경기 불안 심리가 고조되어 달러 강세를 유발했다는 것과 경기 회복 지연으로 석유 시장의 투기 자금 빠져나갔다는 것. OPEC에서 2009년 세계원유수요전망 보고서에 2013년까지 2008년 수준인 31백만B/d로 회복하지 못할 것을 전망했다는 점 등이 맞물려 작용한 결과였지만 이유는 언제나 사태가 벌어진 뒤에야 알려지게 되었다.
* * *
백악관은 정호준이 알려 준 오사마 반리덴의 행적을 CIA에 공유했고, CIA는 백악관에게 받은 정보를 토대로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확인 절차를 밟은 결과 정호준이 알려 준 지역을 수색하며, 거주하는 것은 확실한데 거주하는 이들의 얼굴을 볼 수 없는 안가를 발견하게 되었다.
CIA는 빨래를 포함한 집안일을 해 주는 이들을 통해 반리덴이 안가에 거주 중인 사실을 확인하고는 백악관에 보고를 올렸다.
“정말 반리덴을 찾았다라. 정 대표에게 또 빚을 지고 말았네.”
전쟁을 끝낼 수단을 확보하게 되었음에도 오리하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정호준은 주고받는 게 확실한 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오리하 정보는 CIA로부터 보고를 받자마자 군부 장성들을 긴급히 불러 모았고, 1개월 동안 작전 수립 및 연습을 진행한 뒤 작전이 진행되어 성공리에 끝이 났다.
[오리하 정부, 오사마 반리덴 사살 발표!]
[반리덴을 사살한 넵튠 스피어 작전!]
1회차 때처럼 작전명은 ‘넵튠 스피어’로 불렸지만 10개월 정도 이른 타이밍에 진행되었다. 팬타곤은 기자회견을 통해 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났음을 알렸고, 1회차 때와 마찬가지로 시체를 노출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기자회견은 백악관에서도 진행되었다.
“9·11 테러의 주범이자 전쟁의 원흉이었던 반리덴 사살 작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만큼 순차적으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를 진행할 생각입니다.”
릭 오리하는 자신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종전의 뜻을 이행하겠다는 것을 기자들 앞에서 분명하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