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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210화 (210/335)

210화 회귀자의 투자재벌회고록 (210)

2010년대는 정보통신기술과 영상기술의 발달로 개인 방송이 활성화된 시대다. 새로운 문물에 적응이 빠른 청소년과 청년 세대는 개인 방송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SNS와 개인 방송이 활성화된 2010년대는 유명세만으로도 돈이 되는 시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지, 어떤 화법이 좀 더 많은 집중과 관심을 끌어내는지 등을 연구하는 공부하는 세상이었다.

정호준은 개인 방송을 업으로 삼는 박기태를 절친으로 둔 남자다. 아무리 바빠도 최소한 달에 한 번은 만나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던 만큼, 어떻게 풀어나가는 게 더 효과적으로 와닿을지를 뻔히 꿰고 있었다.

“하지만 4대강을 전부 동시에 진행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네요.”

본래 밀어붙이다가 역전하는 게 일방적으로 패는 것보다 더 극적이란 것쯤은 연출을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공사를 한꺼번에 진행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여럿 존재합니다.”

정호준의 입에서 확인 사살을 가하자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띠던 촬영장의 분위기가 급격하게 다운되었다. TV를 시청하고 있는 대중들이 인자할 정도로.

“그렇게 판단하시는 이유가 뭔지 들어 볼 수 있을까요?”

정호준에게 질문을 던지는 이는 유지석이 아닌 사회자로 소개를 받아놓고 말 한마디 꺼내지 않은 남자였다.

속 좁은 김명호가 혹시나 보복을 가할 것을 염려해 준비한 배려였다.

“일단 첫 번째로 환경을 이유로 들 수 있겠네요. 여러분도 잘 아실 겁니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 행한 일이 언제나 좋은 결과만 불러오는 게 아니란 걸. 이번 정부가 밀어붙이는 ‘4대강 살리기’라는 사업이 정말 환경을 살릴지, 아니면 오히려 더 망가트리게 될지는, 뚜껑을 열어 결과를 봐야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더 좋아질 거라고 이야기하지만 어떤 변수가 작용하게 될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인간의 손을 탄 뒤로 자연이 어떻게 변할지는 신만이 아는 문제 아닐까?

“정부와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한 것처럼, 환경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면, 정부가 잘했다고 치켜세우며 돈 쓴 값을 한다고 생각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만약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면 그때는 돌이킬 수가 없게 됩니다. 건축한 보를 무너트려도 이미 한 번 망가진 환경은 곧바로 회복되지 않죠. 회복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 보를 건축한 돈도 돈이지만 저는 그 세월도 기회비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망가트리는 건 쉬어도 회복시키기는 어려운 게 환경이다. 한 번 망가진 환경을 회복시키려면 돈도 돈이지만 최소 수십 년의 세월을 쏟아부어야 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보를 건축하는 데 사용한 비용, 기껏 비싼 돈을 들여 만든 보를 파괴하는 데도 돈이 든다. 그리고 환경 회복을 위해 노력을 기하는 것도 다 돈이다.

정호준은 그런 현실을 가감 없이 모두 이야기했다.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건 투자자든 사업가든 가장 우선시하는 요소입니다. 4대강 보수 사업이 예상과 달리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면, 사업을 한꺼번에 진행해서 네 곳 모두에 악영향을 끼치기보단, 나눠서 진행하는 편이 피해가 덜하지 않겠습니까?”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그런지 정호준이 질문을 던졌음에도 촬영장의 그 누구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비용 문제 때문입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측정된 예산은 한화로 약 20조 원이죠. 김명호 대통령님이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환경과 비용, 효용 문제로 폐지되었던 한반도 대운하 계획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예산을 어떻게 측정했는지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도 않았고 김명호 정부가 처음 계획했던 대운하 공사 비용 17조를 넘긴 지 오래였다.

‘정말 해 먹는 데 도가 튼 양반이야.’

“그런데 말이죠. 이 20조에 포함되지 않은 고정비용이 존재합니다.”

정호준은 준비해 두었던 자료를 카메라에 보이도록 만들며 이야기를 이어 갔다.

“청계천 복원 사업. 김명호 대통령님이 서울시장이던 시절 행한 공사로, 성공했다는 평가가 더 많습니다. 저도 이런 평가에 동의하는 편이고요.”

청계천 복원 사업은 슬럼화가 진행되고 쇠퇴하기 시작하던 구도심을 청계천을 통해 주위 환경을 개선시키는 사업이었다. 다양한 업종의 입지 매력도를 상승시킴으로써 주변 지역의 토지 이용을 다양화시켰다.

“청계천은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 중 한 곳이 됐습니다.”

깔끔하게 정비를 마친 청계천은 서울 관광 코스에 떡하니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관광이나 경제 효과 이전에 청계천은 성공한 치수 사업으로도 손에 꼽히죠.”

청계천 정비 사업은 홍수 예방에도 탁월한 성능을 발휘했다. 종로구는 상습 침수 지역이었으나 청계천 복원 후 일대의 물이 청계천을 통해 방류되면서 600mm가 넘는 폭우에도 홍수가 일어나지 않게 만들었다.

정호준이 김명호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역임할 때 세운 업적을 치켜세워 주고 있음에도 보수 측 정치인들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이렇게 띄워 주다가 푹 찌르는 걸 이미 한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정호준의 반박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효과 뒤에는 비용이라는 덫이 존재합니다. 청계천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비용으로 매년 70억이 넘는 예산이 소요되는 걸 국민께서는 인지하고 계십니까?”

“청계천이 가져다주는 경제 효과를 생각하면 70억의 유지비가 큰 건 아닙니다.”

가만히 서서 맞고만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보수당 출신 의원들은 정호준의 흐름을 끊고자 반박을 가했지만, 그들의 저항은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예, 저도 의원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하지만 말이죠. 하지만 일개 하천조차 유지 및 관리비로 매년 70억이 소요되는데, 과연 강을 관리하는 데는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부어야 할까요?”

하천보다 강이 관리하기 더 어려울 거란 건 일곱 살 먹은 어린아이도 고개를 끄덕일만한 당연한 이치였다.

“정상적으로 관리를 한다는 가정하에 강 하나당 적어도 1,000억 원은 들 거라고 예상합니다. 그럼,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가 끝난 뒤부터는 국민의 혈세 4,000억이 매년 투입되는 상황이 벌어지겠네요.”

정호준은 말을 끊으며 잠깐 쉬고 물로 입을 적셨다.

“과연 매년 4천억을 투입할 만큼 4대강 정비 사업이 효용성이 있겠습니까? 4천억을 10년 모으면 4조입니다. 20년이 모이면 8조죠. 이 돈은 취약층에 대한 복지, 국민을 위한 복지, 기업 경쟁력을 지원해 주기 위한 지원금 등 다른 좋은 곳에 쓸 수 있는 비용입니다.”

“비용을 너무 과하게 측정한 것 아닙니까? 유지비가 그렇게나 든다는 것은 정호준 대표님의 억측일 뿐입니다!”

보수당 출신 정치인들이 다시금 정호준의 의견에 반박했지만.

“글쎄요, 정말 과할까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 같은데 말이죠. 10년 동안 묶어 평균비용을 산정할 때 1천억이 넘냐 안 넘냐를 놓고 금융상품을 만든다면, 전 1,000억 원 이상 소요될 거라는 쪽에 돈을 베팅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상품 한번 만들어서 베팅해 볼까요?”

정호준은 선물 베팅으로 막대한 돈을 번 남자였다. 거대한 성공을 이룩한 정호준이 상품을 만들고 자신의 돈을 걸고 베팅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은 정호준의 말에 신뢰성을 높여 주었다.

제 돈을 걸겠다는 것보다 더 설득력 있는 근거는 세상에 없었다.

“그런 이유로 저는 정부에게 4대강 전부를 보수하는 게 아닌, 경상도에 시범적으로 시행하시고 경위를 지켜본 뒤, 하나씩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님이 그대로 강행하신다면 국민께서 나서서 막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던 말을 멈추고 잠깐 정적을 이끈 후 정호준은 목소리에 힘을 주며 이야기했다.

“기억하십시오. 공사를 진행하는 비용과 공사 후 매년 사용될 유지비는 모두 여러분의 지갑에서 나가는 겁니다.”

* * *

지상파 3사 모두에 광고비를 지급하며 생방송 토크쇼를 홍보한 만큼 한국 대중의 이목은 생방송에 쏠렸다. 지상파 3사 모두 합쳐 실시간 시청률이 약 70%에 달했다.

“나와 원수진 게 있는 것도 아니면서 대체 왜 내 일을 방해하는 거야!! 당장 멈추라고 해!!”

처음 정호준이 자신과 정부 정책을 띄워 줄 때만 해도 미소를 지으며 방송을 보던 김명호는 분노를 표출하며 당장 방송을 중지할 것을 지시했지만.

“죄송합니다, 생방송이라 달리 방도를 취하기가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들려오는 답은 모두 안 된다는 말뿐이었다. 편집본이었다면 분량을 잘라내고 다른 것으로 채우겠지만, 생방송은 그게 불가능했다.

“시청률, 시청률은 얼마나 되나?!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지금 방송을 보고 있어?!”

“3사 모두 합쳐 65%를 넘었다고 합니다.”

“65%면, 국민이 다 봤다는 말이랑 다를 게 없잖아!!”

정호준은 지상파 3사 동시 촬영을 진행해 TV를 보는 시청자에게 선택지를 주지 않았다. 케이블을 신청한 이들은 다른 방송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이는 케이블을 신청한 이들 중에서도 아주 일부에 불과했다.

성공한 사람의 성공담은 사람들의 관심과 귀를 기울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65%의 시청률을 기록 중인 생방송을 차단할 방도가 없었다. 합당한 이유 없이 방송 송출을 강제로 차단하는 것은 정호준의 말이 맞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 김명호를 포함해 정부 관계자들은 발만 동동 구를 뿐 그 어떤 대책도 시행하지 못했다.

* * *

대한민국을 깎아내리기 바쁜 일본 우익은 물론이고, 한국인들조차 한국인에게 빠르게 끓어오르고 빠르게 식는 냄비근성이 있다고 인정한다.

이 말은 즉 중요한 논제여도 꾸준하게 관심을 집중할 수 없다는 말이지만, 반대로 한 번 화력을 집중할 때 모이는 관심도와 행동력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말이었다.

“정부는 4대강 보수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

진보당은 기회라는 듯 그들의 선이 닿는 언론사들을 활용해 정호준이 생방송으로 제시한 근거를 다듬으며 시위에 들어갔다. 2007년 미국에서 시작된 모기지론 디폴트의 영향으로 시작된 경제 위기 탓에 서서히 줄어들었던 광우병발 촛불이 다시금 밝혀졌다.

[4대강 사업 축소를 권하는 JHJ Capital의 정호준. 그의 주장은 과연 올바른 것인가?]

⌎정호준 대표의 말한 것처럼 한꺼번에 해서 좋을 게 없는데, 대체 정부는 왜 사업을 한꺼번에 진행하겠다는 거야?

⌎할 때 한꺼번에 해야 원가 절감 같은 것을 시행하지.

⌎원가를 절감했다고 보기엔 공사비가 적지 않은데?

⌎할 때 크게 해야 해 먹을 게 많은 건 당연한 거잖아.

정부가 어떻게든 관심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고자 노력했지만 65% 시청률을 보인 생방송의 여파는 강력했다. 온라인상에서도 정호준의 생방송에 관해서만 다루었다.

김명호 정부를 향한 공격은 같은 편인 여당에서도 시작되었다.

[박정혜, 김명호 정부의 4대강 사업에 우려 표시!]

정치에 영원한 적도 영원한 내 편도 없다는 말마따나, 여당에 속해 있지만 사이가 안 좋기로 유명한 다음 권좌의 주인인 박정혜가 김명호의 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며 김명호와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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