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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207화 (207/335)

207화 회귀자의 투자재벌회고록 (207)

7천만 주에 달하는 주식을 새롭게 발행하는 하이넥스의 유상증자일로부터 3주 전인 5월 8일 금요일, 미래와의 이야기마저 잘 마무리한 정호준은 은행 인수를 위해 마지막 스텝을 밟았다.

“론스O의 지분 51.02% 3조 6천억 원에 가격 협상 마무리됐습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다만 예상했던 것보다는 시간이 좀 더 걸렸네요. 덕분에 일정이 좀 빠듯해지겠어요.”

“죄송합니다.”

“아뇨. 혼잣말을 한 거지, 문책하고자 했던 말은 아니었습니다.”

대통령에게 미리 이야기를 해 뒀기에 정호준은 금융당국의 허가는 염려하지 않았다. 법적으로 문제 될 것도 없었고 말이다.

정호준이 염려하는 게 있다면 그건 론스O와의 협상이었다. 다만 이 또한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현재 론스O의 상황이 조금 급하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론스O의 투자포트폴리오는 주로 선진국 시장에 몰려 있지만, 종종 위기에 처한 개발도상국의 기업들이나 위기에 처한 기업에 투자하기도 한다.

‘리스크를 즐기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랄까?’

사실 리스크가 큰 투자는, 투자를 단행했다가 성공한 이들이 그 쾌감을 잊지 못하게 만들 정도로, 성공했을 때 큰 재미를 보게 해 주긴 한다. 리스크를 감수한 투자에 성공한 이들이 그 맛을 잊지 못해 ‘기껏 돈과 시간을 투자했는데 몇십% 먹고 말 바에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투자를 진행한다.’라고 생각하게끔 만들고 또 다른 위험한 투자에 발을 들일 정도로.

리스크가 적고 안전한데 수익률도 높은 투자처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게 리스크가 큰 투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얻게 될 과실이 달콤하다는 사실이잖은가?

‘그렇게 열에 여덟은 결국 망하지만.’

론스O는 그 둘에 해당하는 사모펀드였다. 성공의 횟수가 더 많아 수익이 손실보다 컸고, 종국에는 돈을 벌어서 그렇지, 론스O라고 언제나 성공만 하는 건 아니다.

그리고 이번 회차 정호준이 일으킨 나비효과 때문에 론스O는 본래 그들이 경험했던 실수보다 더 큰 실수를 저지르게 되었다.

준비된 자에게는 위기는 위기가 아닌 기회이지 않은가? 1회차 때도 이번 회차에도 론스O는 모기지론 디폴트를 기회로 여기고 미국 시장에 뛰어들었다.

정호준의 1회차 삶에서 론스O는 2007년 모기지론 디폴트로 미국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유로존에서 투자하던 것을 접곤 미국 투자에 집중했다. 론스O의 포트폴리오에는 메릴리치 주식 또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규모나 투자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론스O가 굴리는 자산 규모를 생각하면 최소 십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을 거다.

2회차의 론스O는 정호준 때문에 메릴리치가 크게 흔들림이 없을 것 같자 다른 대상을 찾았고, 론스O가 선택한 곳이 메릴리치라는 지뢰보다 더 최악인 핵폭탄급 지뢰였다는 게 문제였다.

‘밟아도 하필 리만을 밟냐.’

1회차 때 메릴리치와 베어스프링스 투자자들은 BA나 로건 체이스 뱅크와의 합병으로 그나마 일말의 자산을 건졌다. 한국투자공사처럼 긴 시간을 쥐고 있으면서 존버해서 결국 본전을 찾은 곳도 있다. 하지만 리만 브라더스는 투자자들에게는 그럴 기회조차 없었다. 정부가 리만을 아예 파산시켜버려 투자한 돈이 모두 휴짓조각으로 변했다.

리만을 인수한 중국 중앙은행과 인수를 지시했던 중국 공산당은 1회차 때 미국 정부와 연준이 그랬던 것처럼 리만 브라더스를 안고 가기보단 쓸모 있는 것들을 분리해 팔아 재끼고 파산시키기로 결정했다.

은행의 파산을 책임지는 주체는 달라졌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덕분에 2007년 말. 금융업계가 흔들리기 시작할 무렵 중국 중앙은행이란 뒷배를 믿고 리만 주식에 투자했던 론스O는 큰 손실을 보게 되었다.

손해를 메꾸기 위해서 진정세에 접어든 이 기회의 막차에 추가로 투자를 진행하기 위해 론스O는 자금이 필요했고, 외환은행의 매각 추진은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이었다.

[유니버셜 뱅크, 외환은행 인수 추진!]

JHJ Capital 한국법인 명의로 주식을 사들였던 지금까지와 달리 외환은행은 정호준이 소유한 유니버셜 뱅크의 명의로 인수 절차가 진행되었다. 금산분리법을 피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인수 후 합병까지 염두에 둔 실시한 방안이었다.

론스O와의 협상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고 금융당국의 승인을 바란다는 기사가 나갔다. 그리고.

[한국 금융당국 유니버셜 뱅크와 론스O의 3조 6천억 원 빅딜 허가!]

[유니버셜 뱅크, 수출입은행이 보유 중인 외환은행 지분 6.25% 인수!]

[외환은행의 소유권 노란 머리 외국인에게서 검은 머리 외국인에게로 이전!]

정호준의 지시를 받은 유니버셜 뱅크는 론스O가 보유 중인 51.02%의 지분을 3조 6천억 원에 인수했고,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6.25%를 4,500억 원을 주고 매입했다.

⌎결국 론스O는 IMF를 기회 삼아 이득만 챙겨 가네. 동국건설부터 대체 론스O가 해먹은 게 몇 건이냐?

⌎다시는 IMF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우리가 잘 감시해야 한다. 안 그러면 저런 미꾸라지들이 또 한국에서 수익을 낼 거야.

⌎동교동 그 자식도, 김명호도 노민현도 꼴 보기 싫다. 국가가 일개 사모펀드한테 계속 당하기만 하냐?!

⌎편들려고 하는 말은 아닌데, 일개 사모펀드라고 하기엔 론스O의 규모가 크지 않음?

⌎노민현이랑 동교동은 왜 포함시킴? IMF 사태를 만든 건 재벌의 방만한 경영과 방만한 기업 경영을 방조한 게 니네 보수 출신 정부인데. IMF 외환위기만 아니었어도 저런 사달은 안 났음. 똥이란 똥은 다 싸지른 놈들을 욕해!

⌎객관적으로 둘 다 잘못했다고 하는 사람한테 무슨 소리를 하나? 보수 쪽은 당연히 잘못했고, 좀 더 깨끗하게 처리할 수 있던 걸 실수투성이로 마친 동교동이나 노민현도 문제지.

과거 한빛은행이 론스O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했을 때 한빛은행과 정부를 향해 국부 노출을 도왔다고 정치권과 노조, 국민들의 비난이 쇄도했었는데, 이번 회차에서는 외환은행 인수를 외국계 기업인 유니버셜 뱅크가 인수해서 그런지 정부만 깎아내렸다.

국민들로부터 비난이 쇄도했지만 김명호는 개의치 않았다. 아니, 오히려 떳떳하게 언론에 대고 자신의 성과를 자랑했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한국을 떠나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하나둘 돌아오고 있습니다. 지난 3월부터 이번 달 5월까지 한국으로 유입된 외국인 자산만 30조가 넘습니다.”

김명호 대통령은 외국인들이 돌아온 이유, 정호준이 한국에 투자한 이유가 본인에게 있다는 것과 유럽 국가들은 아직도 모기지론 디폴트 사태의 파장으로 골골거리고 있는데, 한국은 확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고 이게 모두 자신의 덕임을 어필했다.

본래 자신의 얼굴에 금칠하는 것을 가장 잘하는 게 정치인이다. 본래도 본인의 성과를 어필하는 데 능숙했던 이가 정치를 하며 더 진화한 터라 김명호는 정말 노골적으로 자신을 치켜세웠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주도 중인 4대강 보수 공사, 일명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빠른 진행을 언급했다.

“외국인들의 귀환으로 주식시장의 경기는 어느 정도 회복세로 접어들었지만, 마냥 낙관하기엔 아직 우리 기업들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통해 회복세로 접어든 경제를 다시 성장세로 이끌 거라고 믿습니다.”

지표와 김명호의 말만 들어보면 정말 그럴싸했던 터라 정호준의 투자가 김명호가 4대강을 밀어붙이는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 * *

회복세를 보이는 경기 탓에 김명호의 지지율은 올라갔고 그 지지율을 바탕으로 김명호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이들의 목을 하나둘 날리기 시작했다. 지지율이 낮을 때도 본인에게 반대하면 밀어내기로 유명했던 게 김명호다.

지지율까지 등에 업은 지금은 정말 거의 폭군에 가까웠다. 그 과정을 뉴스로 지켜보고 있는 정호준은 조금 조급함을 느꼈다.

‘방송을 마지막 일정으로 잡지 말 걸 그랬나.’

생방송으로 진행하기로 한 토크 방송의 날짜는 5월 17일 일요일이었다.

한국행의 주목적 중 하나가 4대강 사업의 축소임에도 정호준은 4대강 사업 축소를 위한 행보를 가장 뒤로 미뤘다.

여기엔 다 이유가 있었다.

‘김명호가 자신을 방해한다고 여기고 태클을 걸기 시작하면 인수를 진행하기 어려워진다.’

사적인 감정을 공적인 일에 집어넣을까 싶겠지만 김명호는 속 좁기로 유명했던 사람이다. 감정에 휘둘리지는 않아도 본인의 감정에 충실할 수는 있는 이였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정호준은 4대강과 관련한 일을 일정 맨 뒤로 미뤘다.

‘쌀이 익어 밥이 되고 나면, 그땐 달리 방도가 없잖아?’

도중에는 방해할 수 있지만 이미 돈을 입금하고 계약이 체결된 뒤에는 김명호가 방해할 방법이 없었다. 기껏해야 세무조사 정도인데, 만약 세무조사로 잘못이 발견된다 해도 잘못을 행한 주체는 정호준과 유니버셜 뱅크가 아닌 론스O였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방송을 볼 수 있도록 손을 써 놨으니 그거면 충분할 거야.’

4대강 사업의 축소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정호준은 지상파 삼사 동시 반영이라는 조건을 이끌어냈다. 3사의 입장에서 동시 방영이란 정호준의 조건은 시청률을 나눠 먹는 거라 사실 달갑지 않았지만, 한국인 출신으로 세계 최고 부자에 등극한 자수성가의 끝판왕 정호준이 방송에 나와주겠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조건을 수락했다.

토크에 최대한 관심이 쏠리길 바라는 정호준이 3사 전부에 광고도 때려 박았던 터라 편성을 내주며 동시 반영을 진행해도 방송사 입장에서 손해는 아니었다.

* * *

5월 15일. 방송 빼고 모든 볼일을 마친 정호준은 박기태를 초대해 아리아와 함께 식사 자리를 가졌는데, 당일 기대하지 않았던 손님이 박기태와 함께 찾아왔다.

정호준이 목숨을 살려 줬던, 그 때문에 정호준에게 호감을 품었던 여배우, 김은주가 박기태의 팔짱을 끼고 자리에 참석했다.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상황이어서인지 아니면 아리아와 함께 머무는 자신의 공간이어서 그런지 정호준의 포커페이스가 깨졌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정호준을 보며 김은주는 싱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이지?”

“네, 정말 오랜만이네요. 표정이 좋아진 걸 보면 잘 지낸 것 같아 다행이에요. 일단 들어오시죠.”

표정은 참 좋아 보였기에 정호준은 속으로 안도하며 두 사람을 집으로 들였다.

‘이런 재미있는 내용이 있으면 공유 좀 하지.’

김은주를 밀어냈을 때 박기태로부터 김은주를 좋아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박기태와 이뤄질 거라고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었다. 누군가를 좋아했을 때 그 상대방이 본인을 좋아해 주는 경우는 드물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연애를 인간이 일으키기 가장 쉬운 기적이라 불렀다.

더군다나 정호준이 알기로 박기태는 김은주를 잡기 위한 노력을 기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내가 은주 누나 밀어내고 얼마 안 있다 군대로 빠진 놈이, 대체 어떻게 은주 누나를 꼬신 거지?’

당장이라도 박기태에게 들러붙어 옆구리를 찌르며 무용담을 듣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이야기의 본제는 그게 아니더라도 김은주가 정호준에게 감정이 있었다는 것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었기에.

캥기는 과거는 아니지만 아리아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굳이 김은주가 자신을 좋아했던 것을 다룰 필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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