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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198화 (198/335)

198화 회귀자의 투자재벌회고록 (198)

걱정하는 직원에게 괜찮다며 휴가 잘 다녀오라고 안심시켰지만, 정호준이 장담했던 말과 달리 미라클의 로랜스 닉슨으로부터 이른 시일 내에 만날 수 있겠냐는 연락이 왔다.

‘퍼거슨이 걱정했던 것처럼 이쪽도 예민하게 받아들이네!’

엔플 때만큼 많은 지분을 사들인 게 아니라 괜찮다 여겼지만 당사자는 그렇게 느끼지 않았나 보다. 정호준의 생각처럼 때린 놈(JHJ)이야 아무 생각 없이 발 뻗고 잘지 몰라도 맞은 놈(로랜스 닉슨)은 그렇지 못했다.

로랜스 닉슨은 퍼거슨이 이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잡스의 편에 섰었기에 더 불안해했다.

그래서 그런지 잠깐 로랜스 닉슨이 스티븐 잡스처럼 신경질적이고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기를 바란 후 하루하루를 불편함 없이 보내는 정호준과 달리 로랜스 닉슨은 잡스가 품었던 조급함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잡스가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가 있구나.’

아무리 로랜스 닉슨이 CEO 자리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다지만 JHJ Capital이 지분을 15%나 소유했다는 사실과 JHJ가 그럴 의도가 있다면 얼마든지 지분을 더 사들이는 게 가능하다는 사실을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JHJ Capital의 지분 매입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이라곤 주식 매수밖에 없는데, 쏟아부을 자산의 크기도 JHJ Capital이 더 많았다.

로랜스 닉슨이 어떤 걱정을 속으로 하든 간에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닉슨은 혹시 JHJ Capital이 주식을 추가로 매입하진 않을지 염려해 시장에 온갖 시선을 집중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지만, 닉슨의 노력이 무색하게 JHJ Capital가 추가로 주식을 매입하는 듯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일주일 뒤인 미팅하기로 약속한 날이 찾아왔고,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아쉬운 게 있는 닉슨이 시카고 JHJ Capital 사무실을 방문했다.

“어서 오세요, 닉슨 씨. 근래 자주 뵙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자꾸만 대표님과 만나야 할 용건이 생기네요. 이러다 정들겠습니다. 하하.”

너무 자주 보는 거 아니냐는 돌려 말하기 화법에 닉슨은 능청스럽게 대꾸했다.

“월가와 실리콘밸리에서 의리파로 유명하시잖아요? 그런 닉슨 씨와 우정을 나누는 건 제법 구미가 당기는 일이긴 하죠. 의리 넘치는 부자 삼촌의 존재는 아이들에게도 좋은 유산이 되겠죠?”

닉슨의 능청에 정호준 또한 능청스럽게 대꾸했다. 하지만 함정을 파 놓고 기다렸다는 것처럼 쏘아붙였다.

“저와 우정을 나눌 생각이 있으면서 미라클 주식을 15%나 매입하셨습니까?”

“저평가되어 있다고 판단해 엔플에 투자했던 것처럼, 미라클도 저평가되어 있다고 판단했을 뿐입니다.”

추궁하듯 쏘아붙이는 닉슨의 물음에도 정호준은 평온함을 유지하며 대답했다. 물론 정호준의 답변을 들은 닉슨의 표정에 의심이 사라지는 일은 없었다.

“제 밑에서 일하는 직원도 제가 보복을 가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염려하더군요. 지금 이 자리에서 밝히자면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우리의 관계를 조금이라도 아는 이라면, 누가 봐도 보복하기 위해 사들인 걸로 생각할 겁니다.”

“제가 닉슨 이사님께 복수해야 할 이유가 뭐가 있습니까? 저는 없다고 보는데요. 그도 그럴 게 마지막에 가서는 저를 도와주시지 않았습니까? 저는 나를 도운 사람에게 복수할 정도로 속 좁고 어리석은 인간은 아닙니다.”

마지막에 스티븐 잡스가 CEO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설득한 건 그 누구도 아닌 로랜스 닉슨이다. 잡스란 인간에게 존경과 우정의 감정을 모두 품고 있는 닉슨은 엔플의 경영권보다 잡스의 생명이 더 소중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윌리엄 게이츠에게 그랬던 것처럼 훗날 잡스가 건강을 회복하고 사과만 하면 다시 CEO 자리에 임명할 수 있다는 정호준의 조건을 잡스에게 알리며 설득했다.

“세간의 시선이 문제지, 사실 저는 잡스에게도 당신에게도 유감스러운 게 없습니다. 그래서 잡스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마칠 때까지 CEO의 임기를 유예해 줬고, 잡스가 선택한 후임자도 받아 주었죠. 잡스에게 감정이 남았는데, 잡스가 지명한 CEO를 선임한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전임자가 선임한 후임자를 그대로 받아 준다는 건 경영권을 갖고 다툰 상황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정호준의 설득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닉슨의 표정이 점점 풀려 갔다.

“게다가 엔플 때와 다르게 제가 시장에 돈을 풀어 사들인 주식은 미라클만이 아닙니다.”

주식을 사들이는 것 자체만으로도 압박이 될 수 있음을 잡스를 통해 배웠기에 보유한 지분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사들인 주식 종목을 닉슨과 공유했다.

“하아~ 이걸 다 사들였단 말입니까?”

“조사해 보시면 다 아실 내용이지만, 미라클만큼 큰돈을 쏟아부은 종목도 꽤 있습니다.”

‘물론 그래도 쓴 돈보다는 남아 있는 돈이 더 많지만.’

튀어나오려는 자랑을 꾹 삼킨 채 정호준은 얼굴을 굳히며 경고성 발언을 입에 담았다.

“시카고 트리븐과 캘리포니아 타임즈에서 특집으로 기사를 계획 중이니 보안을 유지해 주십시오. 기사로 다루기 전에 사실이 알려지면, 그때는 닉슨 씨에게 유감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 * *

로랜스 닉슨에게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정호준은 스티븐 잡스가 후임으로 지정한 짐 쿡을 CEO로 올리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 대가로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이번에 우리 JHJ Capital에서 시카고 트리븐, 캘리포니아 타임즈, 볼티모어 트리븐 썬의 신문 기사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개발 중에 있습니다. 유니버셜 톡처럼 기본 어플리케이션으로 지정해 주시죠.”

정호준도 잡스의 다음을 짐 쿡으로 정해 놓고 있었지만, 굳이 그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내거나 순응하기보단 이를 기회로 자신의 이득을 챙겼다.

‘대주주로서 요구할 수도 있지만, 괜히 아쉬운 소리를 하기보단 이렇게 거래로 가는 게 깔끔하지.’

건강 이상설이 사실임이 확인된 터라 중간에서 눈치만 보던 중도 주주들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 패드 개발 및 발표를 무사히 마칠 때까지 CEO직을 유지하려면 대주주인 정호준의 도움이 필수 불가결했다.

그리고 스티븐 잡스가 자신의 편이라 생각하고 능력을 인정한 짐 쿡을 CEO로 올리는 데도 정호준의 동의가 필요했다.

“그 조건 받아들이도록 하지.”

이해관계가 서로 잘 맞아떨어졌기에 거래는 깔끔하고 시원하게 진행되었다.

* * *

JHJ Capital 주식 매수팀이 힘을 내줬던 것처럼 부동산 경매팀 또한 본인들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경매에 나온 매물 중 캘리포니아에 연고를 둔 건물들은 주로 LA와 샌프란시스코 쪽 건물을 집중적으로 사들였고, 매사추세츠주는 보스턴, 플로리다주는 주로 마이애미, 뉴욕은 주로 맨해튼, 일리노이주는 시카고에 위치한 빌딩들을 사들였다.

물론 경매팀은 정호준이 집어준 지역에 위치한 물건이 나왔다고 무작정 들어가지는 않았다. 경매 감정가를 정확히 확인한 후 이득이 될 것이 분명한 물건들만 사들였다.

문제가 있다면 현재 미국의 상황이 워낙 특수해 그런 물건들이 워낙 많았다는 점이다.

보통 경매에 나오는 물건들은 당시 부동산의 가치를 그대로 적용하지 않는다. 부동산 가치를 반영은 하되 감정사를 통해 ‘감정가’라는 새로운 단가를 만들어 낸다.

감정사들이 만들어 낸 ‘감정가’는 공실률은 얼마나 되는지, 경기가 호황인지 불황인지, 세입자들과 계약을 이어 갈 수 있을지 없을지, 세입자를 새로 구해야 한다면 얼마쯤 걸릴지 등을 전부 고려해 정해졌다.

그 때문에 감정가는 최소로 잡아도 보통 당시 부동산 가격의 15~20%는 깎인 금액으로 매겨졌고, 많이 깎이면 25~50% 이상 깎인 값으로 정해지기도 했다.

현재 미국은 모기지론 디폴트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 낀 거품이 사라진 걸 넘어 폭락한 상황인데, 몇 년간 경기 불황까지 예고되는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낮게 평가된 부동산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이 감정가로 매겨졌다.

이 말인즉슨, 지금의 상황은 정호준에게 건물 매입을 지시받는 경매팀에게 있어 물 반 고기 반인 상황과 다름없다는 말이었다.

다만 누가 봐도 좋은 물건 같은 경우 경쟁자가 따라붙긴 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마따나 대중부터 금융사까지 모두가 힘든 상황이지만 위기를 틈타 이득을 보려는 이들은 있었다.

“팬더미넘 펀드가 또 따라붙었습니다.”

“왓 더 X!! 이번이 세 번째 아니야? 이 새끼들 끝까지 해 보자는 건가? 자꾸 방해하네.”

“들어갈까요?”

“우리가 정해 둔 가이드라인은 아직 안 넘었어?”

“예!”

“그럼 딜해!!”

그 때문에 경매팀이 정해 둔 가이드라인을 오버해 물건을 빼앗기는 상황도 종종 발생했다.

그럼에도 건물 하나하나가 최소로 잡아도 수억 달러, 비싼 물건은 십수억 달러를 호가하다 보니 부동산 경매를 담당했던 팀은 정호준이 처음 쓰라고 예산으로 잡아 둔 300억 달러를 모두 사용했다.

그러한 현재 상황을 서면을 통해 보고받은 정호준은 보고서를 모두 읽은 뒤 부동산 경매팀 팀장 메이슨 힉스를 집무실로 불렀다.

“300억 달러를 다 썼고, 추가 자금을 투입해 주길 원한다고요?”

“예, 대표님. 200억 달러쯤 추가로 투입하면, 경매에 나온 S급과 A급 물건은 다 사들일 수 있습니다.”

“200억 달러라.”

한화로 따지면 28조나 되는 금액을 추가로 투입하자는 말에 정호준은 말꼬리를 흐렸다. 망설이는 듯한 모습에 메이슨 힉스는 입을 열어 정호준을 설득했다.

“모기지론 디폴트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좋은 조건에 사들이지 못했을 겁니다.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올지 모릅니다. 경기가 회복되면 부동산도 당연히 회복됩니다. 현금으로 쥐고 있는 것보다 이렇게 투자해 두는 게 종국에는 이득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정호준이 진행하는 부동산 투자는 한국이나 미국의 건물주들이 하는 투자와는 다르다. 빚은 일절 없는 현금 박치기로 부동산을 사들이니 이자를 낼 필요도 없다. 건물을 팔 때까지 줄곧 받게 될 월세와 팔 때까지 오른 부동산 가치가 전부 이익으로 치환된다.

“무조건 이득이라는데. 제 자리도 걸 수 있습니다.”

“좋습니다, 경매팀에 200억 달러 추가로 배정하도록 하죠.”

본인의 직까지 걸 수 있다는데 거기다 대고 뭐라고 더 말을 덧붙이겠는가?

“밴쿠버 부동산을 담당하는 팀에게도 150억 달러 추가 배정하겠습니다.”

10년대 후반기쯤에는 토론토와 함께 캐나다 최고 도시를 다툴 밴쿠버다. 수익률은 이쪽이 더 클 것 같다고 판단했기에 정호준은 밴쿠버의 부동산을 사들이던 팀에게도 20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했다.

그렇게 정호준이 부동산 투자팀들에게 추가 예산을 배정했을 무렵 시카고 트리븐을 포함해 신문을 발간하는 신문사 세 곳에서 정호준의 주식 투자 사실을 다루는 기사를 특집으로 냈다.

[주식시장으로 쏟아진 자금의 정체는?]

[JHJ Capital 1,200억 달러 투입!]

[JHJ Capital이 투자한 종목은?!]

미국 주식시장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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