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197화 (197/335)

197화 회귀자의 투자재벌회고록 (197)

2009년 2월 17일, 릭 오리하는 미국 회복 및 재투자법에 서명했지만 그 명단에 포함된 빅3는 가장 상태가 좋았던 그라함 모터스뿐이었다.

그나마 버틸 체력이 있는 그라함 모터스에는 구제금융이 시작되었지만 구제금융을 필요했던 정말 숨넘어가기 일보 직전이었던 나머지 빅3 ‘SM’과 ‘벨라스키스’는 지금은 다른 은행에 인수된 미국 10대 은행과 10대 저축은행이 그랬던 것처럼 파산 절차를 밟았다.

[민주당의 배신!]

러스트 벨트에서 출간물을 판매하는 회사들은 친노동자의 입장에서 기사를 적어 냈다.

“우리에게 일자리를 달라!!”

일자리가 사라진 디트로이트에서는 당연히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SM과 벨라스키스 공장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물론이고, 방구석에서 호의호식하며 잡뱅크를 통해 돈을 타 먹고 있던 전직 노동자들도 거리로 나왔다.

디트로이트에 본사를 둔 잡지, 신문, 언론사들은 이 시위를 주요 쟁점으로 다뤘지만 임기 초 70%를 넘긴 백안관의 주인이 가진 힘은 그러한 시위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릭 오리하는 기자들을 백악관으로 불러다 기자 회견을 가지며 자신이 지원하지 않는 이유를 분명히 밝혔다.

“디트로이트 언론에서는 백악관이 SM과 벨라스키스의 지원을 포기했다고 말하는데, 그 말이 사실입니까?”

“예. 사실입니다.”

쿨하게 인정하는 오리하의 답변에 곳곳에서 저마다 질문을 쏟아 냈다. 개중에 가장 인상 깊게 박힌 외침은 ‘이런 민주당의 행보는 이번 대선에서 대통령을 뽑아준 러스트 벨트에 대한 배신 아닙니까?’였다.

“저를 믿고 뽑아 주신 러스트 벨트 주민께 이 자리를 빌려 사죄드립니다. 하지만 미국을 위해서 아픈 선택을 해야만 했습니다. SM과 벨라스키스는 정부의 지원이 꾸준하게 지속되지 않는 이상 유지가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진 상황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도태되게 됩니다. 이를 정부가 나서서 지켜 줘 봐야 사회적 자원이 낭비될 뿐이고, 더 나아가 정부의 지원을 믿은 기업가들이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공식 석상에서 SM과 벨라스키스를 살릴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힘으로써 거대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GM과 벨라스키스가 자체적인 경쟁력을 회복한다는 보장이 없다면, 정부는 GM과 벨라스키스의 파산 보호 신청도 받아들일 생각이 없습니다.”

평소였으면 열흘 이상 계속 회자되었을 회견이었지만.

[엔플, 주식 분할 확정!]

[시카고 트리븐, 엔필 CEO 잡스의 건강 이상설 제기!]

뻥뻥 터지는 사건 때문에 대중들의 시선이 분산되었다. 덕분에 강성으로 악명 높은 자동차노조와의 협상은 줄곧 정부 쪽이 키를 잡게 되었다.

‘호준에게 빚을 지긴 했어.’

잡음이 없다고는 말 못 하지만 그래도 예상했던 것보다는 원만하게 협상이 이뤄지고 있었다.

가장 큰 악성종자, 잡뱅크 폐지를 놓고 노조와 밀고 당기고 있는데, 이 싸움이 삼파전으로 나뉘게 되었다.

일하지 않고 돈만 받아 가는 이들을 노동자들이라고 달갑게 볼 리 없다. 특히 저들 때문에 내 직장이 망하게 되면 더더욱.

원한을 향하는 대상을 자신에서 다른쪽으로 바꾸는 것쯤은 정치인들에게 그렇게 어려운 처세술이 아니었고, 덕분에 노조는 반으로 갈리게 되었다.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과 잡뱅크에서 돈만 타 먹는 부류로.

* * *

미국발 금융 위기가 유럽과 아시아로 번져 나간 것과 달리 국제적인 위기를 초래한 당사자 미국의 경기는 조금씩 조금씩 회복을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회복세가 두드러지게 드러난 곳은 바로 주식시장이었다.

부동산과 같은 비금융자산에 투자하는 비중이 70%를 웃도는데 금융자산에 투자 비중은 23%도 채 넘지 않는 한국과 달리, 2009년에도 미국인의 금융 투자는 가계 자산의 65%를 웃돌았다.

쉽게 말하면 본래도 주식시장이 미국에서 가장 많은 돈이 쏠리는 곳이란 말이었다.

돈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의 회복이 빠른 건 너무나 당연한 이치잖은가?

게다가 정호준의 지시를 받은 JHJ Capital의 트레이더들이 정호준의 구골, 엔플, 세미크로소프트, 아마조네, 칼컴, Net Flex, 킴벌리-클레아, 코카콜X, 펩X, 스타박스, 나이크, 미라클 등을 사들였다.

버펫에게 투자하고 엔플에 투자하고 현물자산 매입팀이 자산을 계속 구매하고 있음에도 JHJ Capital은 아직 2,200억 달러 이상의 현금을 보유 중이었다.

돈이 쉼 없이 주식시장으로 쏟아지고 있으니 주식시장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든 것도 이상할 건 없었다.

작년 12월부터 시작했던 주식 매입과 관련한 보고가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했다.

“평균 매수가 388달러에 구골 지분 15% 확보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일단 구골 주식 매입은 여기서 스톱하죠.”

구골 주식 4,891만 5천주를 평균 매수가 388달러에 매수했다. 들어간 비용은 189억 7,902만 달러. 당연히 적은 돈이 아니었다.

“아마조네, 평균 매수가 6.32달러에 목표 지분 20% 확보했습니다.”

총발행 주식의 20%, 1억(101,875,549)주를 6억 6,385만 달러에 사들였다.

“아마조네 주식은 좀 더 매입해 주시죠.”

“예!!”

구골 엔플과 달리 주가가 아직 최저점이나 마찬가지인 아마조네는 추가 매입을 지시했다.

“넷플렉스 목표 지분 20%, 확보 끝났습니다. 평균 매수가는 9.23달러입니다.”

넷플렉스 지분 1,270만 5,874주를 1억 1,727만 달러를 주고 매입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넷플렉스는 일단 여기까지 하죠.”

중간에 한 번 경영이 악화되고 성장세가 둔화되는 시점이 있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 터라 정호준은 지분 매입을 멈췄다.

‘위기 때 주식을 매각하지 않고 쥐고 있으면, 아니 그때를 기회 삼아 지분을 늘리면서 오히려 꾸준한 신뢰를 주면 잡스처럼 많은 지분을 가졌다고 공격하지는 않겠지?’

“코카콜X 지분 10% 확보했습니다.”

“평균 매수가는요?”

“42.91달러입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코카콜X 지분 10%는 무려 5억 6천만 주에 달했다. 주식을 사들이는 데 사용한 돈은 240억 2,960만 달러, 천문학적인 돈이었다. 코카콜X는 고배당 주식으로 유명했기에 큰돈을 쏟아부은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배당뿐이야? 주가도 40불이 400불이 되어 줄 테니 돈 쓴 걸 아쉬워하지 말자.’

“펩X 지분 매입 끝났습니다. 평균 매수가 45.29달러입니다.”

코카콜X에만 투자한 버펫과 달리 정호준은 코카콜X와 펩X 둘 모두에 양다리를 걸쳤다. 이게 연애도 아니고 코카콜X와 함께 미래에도 잘나간다는 걸 알고 있는데 굳이 하나만 사들일 이유는 없었다.

JHJ Capital이 사들인 펩X 주식은 2억 656만 주. 총발행 주식의 15%에 달하는 수였다. 주식을 사들이느라 사용한 금액은 약 93억 5,945만 달러에 달했다.

“평균 매수가 8.93달러에 스타박스 목표 지분 확보 완료했습니다.”

JHJ Capital이 목표한 스타박스 지분은 20%로 1억 1,474만 주에 달했다. JHJ Capital은 10억 2,462만 달러를 사용해 스타박스 지분 20%를 확보했다. 대한민국 사람들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커피이자 2020년대에도 그 아성을 유지하는 기업인 만큼 투자 가치는 충분했다.

“세미크로소프트 지분 10% 확보 마쳤습니다. 평균 매수가는 24.17달러입니다.”

IT 업계의 제왕답게 세미크로소프트도 큰돈을 들여야만 했다. JHJ Capital은 180억 2,572만 달러를 쏟아붓고 나서야 10%에 해당하는 지분 7억 4,578만 9,187주를 사들일 수 있었다.

“나이크 지분 20% 확보 완료했습니다. 평균 매입가는 36.68달러입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나이크는 여기서 멈추도록 하죠.”

JHJ Capital은 7,822만 9,547주를 28억 6,945만 달러를 들여 매수했다.

“킴벌리-클레아 목표 지분 확보했습니다. 평균 매수가는 40.47달러입니다.”

JHJ Capital은 약 27억 3,271만 달러를 소모해 킴벌리-클레아 주식 20%(6,752만 주)를 사들였다.

“칼컴 목표 주식 확보 마쳤습니다. 평균 매입가는 34.29달러입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칼컴도 이쯤에서 멈추죠.”

JHJ Capital은 배당금을 쏠쏠하게 지급하는 칼컴도 20%의 지분을 확보했다. 2억 2,460만 주를 사들이는 데 약 77억 153만 달러를 사용했다.

“미라클 주식 15% 확보했습니다. 평균 매수가는 24.78달러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주식 사느라 고생 많았으니 트레이더들에게 며칠 휴가를 드리겠습니다. 다들 잘 쉬다 오세요.”

미라클 주식 15%(4억 442만 4,947주)를 100억 달러를 들여 사들였다는 것을 끝으로 나흘 안에 한 번씩 보고되던 보고가 끝이 났다.

‘휴가를 준다고 하면 기뻐할 줄 알았는데, 의외네?’

휴가를 줬음에도 보고한 직원은 기뻐하는 기색보다는 염려가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저기 대표님. 이래도 괜찮은 겁니까?”

“괜찮냐뇨?”

“JHJ Capital의 미라클 매입은 투자자나 정부에게 일종의 보복행위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남의 시선이 무섭다고 잘 될 주식을 안 살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리고 여러분이 염려하시는 것과 달리 저랑 닉슨의 사이는 나쁘지 않습니다. 잡스가 물러나도록 설득한 게 닉슨이거든요.”

정호준으로부터 수면 밑에 숨겨진 사실을 처음 듣게 된 퍼거슨 트레이더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만약 우리 JHJ Capital이 미라클만 사들였다면 염려대로 대중이나 정부가 우리가 보복을 감행한다고 오판할 수 있지만, 우리는 주식시장에서 사들인 주식은 그게 전부가 아니잖습니까?”

“사실 그게 더 걱정스럽습니다. 너무 큰 돈을 한 번에 쏟아부은 게 아닐까요?”

이번 주식 매입에 JHJ Capital이 쏟아부은 돈은 955억 달러. 엔플 주식까지 포함하면 대략적으로 계산해도 무려 1,200억 달러가 넘었다. 퍼거슨이 숫자가 돈으로 보이지 않는 직종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래도 1,200억 달러는 도가 지나쳤다.

숫자만으로 공포감을 주기 충분한 돈이었다.

“경기가 조금씩 회복하는 듯한 지표가 있긴 하지만 휘청이기라도 하면 JHJ에 큰 손실로 다가올 겁니다.”

“오늘 사들인 주식들은 최소 10년은 쥐고 있을 주식들입니다. 주가가 잠깐 흔들리는 정도로 일희일비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미국 경제가 계속 성장할 거라고 저는 믿거든요.”

에릭 버펫이 훗날 미국 경제를 위해 철도청에 투자했다면 정호준은 본인의 이득과 더 빠른 회복을 위해 미국 주식시장에 돈을 투자한 셈이다.

구골처럼 배당을 안 하는 주식도 있지만 코카콜X나 펩X와 같이 배당률이 높은 주식도 다수 보유하고 있으니 배당금만 받아먹어도 쏠쏠할 거다.

“회사를 걱정해 주는 건 고맙지만 고생 많았으니 이제 다 내려놓고 좀 쉬다 오세요. 알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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