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192화 (192/335)

192화 회귀자의 투자재벌회고록 (192)

JHJ Capital은 오리하와 약속한 대로 4%에 달하는 엔플 주식 163,194,410주를 시장으로 내놨고, 오리하의 앞에서 말했던 대로 한편으로는 본인들이 시장에 내놓은 주식을 사들였다.

물량이 끊임없이 풀리더라도 주식을 사려고 기다리는 매수자들이 많다 보니 주가는 가파르게 올랐고, 덕분에 JHJ Capital은 163,194,410주를 평균 매도가 58.68달러에 매각했다.

JHJ Capital이 주식을 매각하고 벌어들인 수익은 약 95억 7,624만 달러. JHJ Capital은 대주주들로부터 엔플 주식 27.8%를 사들이는 데 256억 달러를 사용했고, 4%로 매각에 사용한 자금의 3분의 1 이상 뽑아낸 셈이다.

“대표님 성공입니다!!!!”

직원들은 또 한 번 JHJ Capital이 대박을 쳤다며 기뻐했다. 역사의 한 장면을 함께한 것을 즐거워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정호준은 별로 기쁘지 않았다.

미래의 엔플이 어디까지 올라가는지 기억하고 있는 정호준에게는 이번 거래가 성공이 아닌 막대한 손해를 본 거래였다.

“축하드립니다, 대표님. 또 한 번 월가의 역사를 새로 쓰시는군요.”

정호준의 속이 얼마나 뒤집어지고 있는지도 모른 채 직원들은 정호준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왔다. 정호준은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 작게나마 입가에 미소를 띠며 축하 인사를 받았다.

“축하는 모든 일을 다 끝낸 다음에 받도록 하죠. 매입팀, 엔플 주식 얼마나 확보했습니까?”

“평균 매입가 59.29달러에 20,400,301주 매입했습니다.”

“지분율로 따지면 얼마죠?”

“0.5% 정도 될 것 같습니다.”

12억 953만 달러를 소모해서 0.5%를 되찾은 셈이다. 엔플과 미라클을 시작으로 펀드사, 투자회사, 기관, Apes까지 엔플 주식을 사들이기 위해 달려들었음에도 JHJ Capital이 0.5%나 되는 물량을 다시 사들일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대주주들이 조금씩 주식을 매각해 이익을 실현했기 때문이다.

‘JHJ Capital이 주식을 쓸어 담고 정호준이 신문사를 통해 엔플을 띄웠기 때문이다.’

‘주식을 다 빼진 않더라도 적당히 이익을 실현할 때가 온 것 같은데?’

‘광기가 진정되고 나면 주가는 내려가기 마련, 반절 정도 매각해서 이익 실현을 하고 값이 떨어지면 나중에 다시 매입하자.’

온 나라가 엔플 주식에 빠져 있는 지금의 상황이 비정상적이란 것쯤은 대주주들 모두 인지하고 있었다. 대주주들은 주가가 오르는 현상을 ‘플루크’로 보고 주식을 매각했다.

정호준 또한 주식 매입 중단을 지시했다.

“고생 많았습니다. 이제 당분간 엔플 주식 매입은 멈추도록 하죠.”

주가가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는데, 굳이 지금 주식을 살 필요는 없었다.

‘잡스와 내가 진흙탕에서 구르는 동안 엔플 주가는 하락할 테니까.’

주식을 매입하는 건 잡스와 그가 진흙탕을 굴러 가격이 빠진 뒤여도 충분했다.

* * *

그의 사후에도 잡스의 정신을 기리고 그의 인생을 그린 영화가 나올 정도로, 스티븐 잡스는 전설적인 인물이라 칭해도 모자람이 없는 그런 인물이었다. 손 안의 컴퓨터라는 개념을 완성해 시대를 바꿨고, 스마트폰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기 전에도 애플팟 등을 출시해 망해 가던 엔플의 경영 상태를 정상화시켰다.

스티븐 잡스는 인간 자체의 매력이 부족할지언정 창업자로서도, 경영자로서도, 프로그래머로서도, 개발자로서도, 발명가로서도 뛰어난 역량을 지닌 남자였다.

망할 뻔한 회사에 잡스가 CEO로 복귀한 뒤로 엔플의 재무 상태는 점점 정상화되었고, 이윽고 승승장구를 거두었다. 당연히 사람들은 잡스와 엔플을 연관지을 수밖에 없었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잡스가 엔플이고 엔플이 잡스라 봐도 무방할 정도랄까?

‘물론 그게 아닌 건 나는 이미 알지만.’

잡스 사망 후 10년을 더 살다 회귀한 만큼, 잡스의 사망 후에도 엔플이 승승장구를 이어 간다는 걸 정호준은 잘 알고 있었지만 2008년을 살아가고 있는 기관 및 투자사들은 잡스와 엔플을 항상 동일선상에 놓았다.

그래서 잡스의 건강 이상설이 언론에 제기될 때마다 엔플의 주가는 폭락했다. 급락한 건 몇 개만 추려서 이야기하자면 2011년 8월 24일. 스티븐 잡스가 CEO 자리를 짐 쿡에게 물려줬을 때 엔플의 주가는 무려 5.3%나 폭락했고 2011년 1월 건강 이상설이 제기됐을 때도 6.5%나 되는 주가가 빠졌었다.

미래가 아닌 현재만 놓고 봐도 지금으로부터 6개월 전인 2008년 6월, 수척해진 모습을 세간에 보인 탓에 제기된 건강 이상설이 돌며 주가가 폭락했었다.

스티븐 잡스가 사임 계획이 없다며 빠르게 대응을 펼쳤음에도 엔플 주가의 폭락세는 이어졌다.

시간이 흐른 뒤 폭락했던 주가가 다시금 회복되기는 했지만, 어쨌든 엔플의 주가는 잡스의 건강 문제가 나올 때마다 급변했다.

‘오죽하면 잡스 건강 리스크란 말까지 따로 나왔을까?’

잡스의 건강을 문제 삼는 건 38.78%의 지분을 가진 엔플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는 것과 같았지만 정호준은 망설이지 않았다.

‘어차피 엔플이 망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는데, 주가가 떨어지면 나야 좋지.’

당장에야 본인이 대주주이면서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친다며 대중과 월가의 트레이더들에게 손가락질받을 테고, 어쩌면 대주주들에게 적대감까지 사게 되겠지만.

보복을 하기로 결정한 이상 그런 사소한 것에 신경을 집중할 이유가 없었다. 자신의 복수 때문에 엔플의 성장동력을 앗아가는 건 아닌가 걱정됐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고 내가 배당을 요구해서 성장 동력을 막는 건 또 아니잖아?’

* * *

몇 번 이야기했다시피 JHJ Capital이 보유한 애플 지분 42%는 1회차 당시 상위 대주주들의 주식을 합한 것보다도 많았고, 분할 후 4%의 지분을 시장에 태운 지금도 상위 20위 대주주들이 보유한 지분의 합보다 많거나 엇비슷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경영권을 가져오는 것 말고도 사실 정호준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게 꽤 많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경영권을 가져오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사안인 배당금과 관련된 문제였다.

배당금은 기업이 분기 혹은 연 단위 기업 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주주가 가져가는 것을 말한다. 대기업이 가진 힘과 권한이 강력한 나라에서는 종종 배당금을 기업이 주주에게 베푸는 걸로 오해하곤 하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배당금은 주주로서 당연히 갖게 되는 권리였다.

물론 기업이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하기 위해서 명목상이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것들은 존재했다. 배당금은 반드시 재무상태표상 이익잉여금의 범위 안에서만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즉, 적자가 난 기업의 주식을 소유한 주주들은 배당금을 받는 게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리고 영업 이익을 보더라도 사내보유금을 쌓아 둬야 시설 증산이나 기술 개발 같은 필요한 곳에 투자하는 선순환이 이어져며 기업이 성장하는 법이다. 사내보유금을 쌓아 두기만 하는 것도 문제지만, 주주의 권한이 강한 미국에서는 대주주들이 움직여 배당을 받아 내기까지 한다.

동서고금, 그리고 분야를 막론하고 균형은 어디서든 중요했다.

CEO로서도 개발자로서도 뛰어난 역량을 지닌 스티븐 잡스지만 배당과 관련해서는 평이 좋지 않았다. 스티븐 잡스는 배당이 짜기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악명 높았다.

잡스가 악명이 높든 말든 38.78%의 지분을 보유 중인 지금도 중도파들을 모으면 얼마든지 배당금을 받아 낼 수 있다.

중도파들을 끌어들이는 데 큰 힘을 들일 필요도 없었다.

돈 벌게 해 주겠다는데 그 누가 그 제안을 거절하겠는가?

할 수 있음에도 배당을 요구하지 않는 건, 어디까지나 미래를 위해서였다.

‘혹시나 내가 지금 배당을 받는 게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니까.’

정호준은 이 마지막 선은 끝까지 지킬 예정이었다.

* * *

엔플의 주가와 잡스의 건강은 정확하게 비례한다. 잡스의 건강이 나쁘면 엔플의 주가도 떨어졌다. 주가 외에도 경영에 안 좋은 영향을 끼쳤다.

그런 이유로 스티븐 잡스를 포함한 엔플의 경영진들은 트리븐 컴퍼니 산하 신문사 및 잡지사들이 제기한 건강 이상설에 강력한 대응을 실시했다. 정호준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도 했고 말이다.

[스티븐 잡스. 건강 이상설 사실 아니야.]

[엔플, 캘리포니아 타임즈와 시카고 트리븐을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하겠다고 발표!]

[잡스, 나는 건강하다?!]

엔플과 잡스는 워싱턴 타임즈나 뉴욕 포스트를 통해 기사를 내보냈다.

문제는 그다음에 벌어졌다.

[2004년, 7월 췌장암 휘플 수술 진행!]

2003년 암을 진단받고 2004년 변형 휘플 수술을 통해 췌장 일부분이 제거돼 더 많은 단백질을 섭취해 줘야 함에도 채식주의자(Vegetarian)이라 육류를 섭취하지 않아 상태가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밝혔다.

[잡스 간이식 수술 예정? 췌장 외에도 문제가 있다?]

[초췌해진 잡스의 몰골, 급격한 체중저하는 건강 이상의 대표적인 증상!]

[존 홉킨스 대학병원 전문의 XX, 호르몬 이상이 의심스럽다?]

시카고 트리븐 산하 회사들은 하나같이 증거자료나 합리적인 의심이 들게끔 자료를 첨부하며 설득하는 듯한 기사를 내보냈다.

“열심히 잡스와 엔플을 공격해 주시는 건 좋은데, 반드시 펙트를 가져다 조지십시오. 사생활 침해, 의료법 위반, 변호사나 회계사의 비밀유지서약과 같은 윤리 장전을 어긴 것에 대한 피해보상은 회사에서 감당해 드릴 거지만, 허위사실을 기사로 쓰다가 적발되면 회사에서는 명예 훼손 죄목까지 추가로 엮어 드릴 겁니다.”

정호준에게 기자들을 불러다 모아 놓고 그들의 안전을 보장해 줬고 그 때문에 기자들은 정말 미친 듯이 스티븐 잡스를 물어뜯었다.

[시카고 트리븐, 엔플의 허위사실 유포 소송에 반발!]

[JHJ Capital 법무팀 무고죄 고소 절차 진행!]

기자들과 별개로 JHJ Capital과 시카고 트리븐 컴퍼니, 유니버셜 뱅크 법무팀들은 힘을 모아 법 쪽으로 물고 늘어졌다.

JHJ Capital은 언론과 법정 모두에서 엔플과 잡스를 물어뜯었다.

그야말로 정호준이 공언한 대로 개싸움이 시작된 셈.

잡스에게는 건강 이상이라는 약점이 존재했지만 정호준에게는 딱히 드러난 약점이 없다는 것도 잡스와 엔플에게는 뼈아픈 상황이었다.

정호준이 아시아계 이민자라는 사실은 사적으로는 분명한 약점이지만, 이렇게 대중 전체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싸움에서는 약점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게다가 잡스나 엔플 이사진들이 거짓을 이야기한 것도 뼈아프게 작용했다.

[존 홉킨스 XX간호사, 잡스 병원 방문 증언!]

미국은 돈이면 안 되는 게 없는 나라였고, 일하지 않고 놀고먹고 싶어 하는 사람은 어디든 있었다. 정호준이 제공하는 큰돈을 노리고 잡스의 의료 기록을 팔았고 이 기록들은 매일같이 신문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졌다.

처음부터 아픈 것을 인정했다면 동정표라도 얻으며 잡스의 능력을 인정하는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얻게 됐을 거다. 하지만 잡스와 엔플은 우호 세력이나 중도층 주주들을 생각해 아프지 않다고 잡아떼며 거짓말을 했고, 시간이 지나며 거짓말은 하나둘 탄로 나 엔플과 잡스를 점점 불리한 지경으로 몰고 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