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140화 (14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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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에서 열린 2라운드 경기에서도 정호준이 구단 인수 후 영입한 선수들은 모두 저마다의 자리에서 큰 활약상을 펼치며 팀을 대승으로 이끌었다.

홈에서 개최된 웨스트햄과의 경기는 리버풀의 일방적인 리드, 3:0으로 끝이 났다. 1회차였다면 선제골을 먹힌 뒤 전반전에 내리 두 골을 넣어 역전한 뒤 힘겹게 버티며 2:1로 승리했을 경기였다.

이제 막 2라운드를 치렀을 뿐이지만 두 경기 모두 세 골이나 터트리며 작년과는 완전히 달라진 리버풀의 경기력에 언론사들은 조명하기 바빴다.

[이전 시즌과 차원이 다른 경기력의 리버풀. 동양인 신임 구단주의 리버풀 인수는 성공적으로 끝날까?]

[발롱도르 위너 마이크 오언, 2경기 연속 득점.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다!]

[프랑크 리베리 역습 상황에서 침착한 마무리로 2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올리다. 리버풀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다.]

[연속 득점이나 공격 포인트를 올리는 데 실패했으나, 위협적인 광경을 여러 번 연출한 토레스. 이만하면 가르시아보다 훨씬 낫다?]

시즌 초반부터 맹렬한 기세를 뽐내는 리버풀의 경기력에 언론이 리버풀을 띄워 주기 바빴지만 실상은 언론보다 팬들이 더했다. 리버풀 커뮤니티 곳곳에서는 이제 겨우 2경기를 치렀음에도 우승을 언급하며 설레발을 쳐 댔다.

그리고 우승을 기대하는 의견에는 구단주인 정호준을 향한 찬양과 베네테즈를 믿는다는 의견들이 줄을 이었다

⌎ 1부리그 프리미어리그로 변경하기 전의 리버풀을 보는 것 같아.

⌎ 신임 구단주가 추천해서 데려온 애들이 하나 같이 다 터졌어.

⌎ 앞으로 구단주 욕하는 새끼 있으면 죽여 버린다.

정호준의 예상처럼 동양인 구단주에 대한 우려와 비난은 성적과 경기력이라는 명분 앞에 산산이 무너져 내렸다.

'베네테즈와 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때도 콥들이 내 편을 들어 줘야 할 텐데.'

올 시즌을 끝으로 베네테즈와의 계약이 만료된다. 계약을 갱신하지 않으면 이대로 위약금 없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거다.

'감독들이 한 번쯤 꿈꿀 법한 스쿼드를 안겨다 줬는데, 당연히 잘해야지.'

과장 조금 보태면 FM만 주구장창 한 감독을 방구석 감독을 데려다가 감독으로 앉혀도 성적을 낼 스쿼드다. 에이든 무어 단장에게 이야기했던 대로 베네테즈가 더블을 해내지 않는 한 정호준은 재계약을 할 의사가 없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안필드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를 깔끔하게 승리로 장식한 구단을 보며 겨울 이적시장이 열리기 전까지는 관심을 꺼도 괜찮겠다 여긴 정호준은 구단 운영 방침을 에이든 무어에게 알린 후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전세기에 올라탄 정호준의 짐 중에는 구단 선수들의 친필 사인을 받은 유니폼들이 한가득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좋아요?"

"네, 좋네요. 내가 영입한 선수들이 성적을 내니 뿌듯해요. 그리고 내가 영입한 선수는 아니지만 제라드라는 선수가 특히 맘에 들고요."

치트키를 사용한 거나 다름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실 FM 성공으로 느끼는 쾌감이 줄어든 건 아니다. 자신의 선택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던 이들이 하나둘 수긍하고 반성하며 응원하는 행태가 사뭇 즐거웠다.

그리고 다른 것보다도 리버풀의 영원한 캡틴이라 불리는 제라드에게 사인을 받은 것이 기뻤다. 대한민국 선수가 소속되어 뛴 것도 아니라서 딱히 리버풀이란 팀에 애정을 가지진 않았지만 대한민국의 영원한 캡틴인 정지성 선수를 통해 프리미어리그를 시청하게 된 뒤로 인간적이고 낭만적이었던 제라드라는 선수만큼은 애정할 수밖에 없었다.

낭만이 살아 있는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이 이제는 자신의 것이 된 팀의 영원한 캡틴이 되었으니 애정도가 올라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사실 정지성 선수도 영입하고 싶었는데.'

정지성을 영입해 무하메드 시소코와 함께 슈퍼 서브로 활용하고자 맨유에 영입 제안을 날렸지만 퍼거슨 감독이 'NFS(Not For Sale)'을 선언했다. 퍼거슨은 전술적인 역량이 뛰어나고 헌신적인 선수인데다 아시아 시장 개척에서 쓸모 있는 정지성을 내줄 생각이 없었다.

안타깝지만 어쩌겠는가. 거래 당사자가 아예 안 팔겠다는데. 씁쓸한 마음을 뒤로 한 채 시카고로 돌아가 할 일을 생각했다.

'집에 돌아가면, 프라모델과 유니폼을 함께 둘 방을 하나 따로 마련해야겠네.'

아리아가 나중에 화를 낼지도 모르지만 돈 벌어서 어디다 쓰겠나.

이런 취미 생활에 쓰는 거지.

[윤석훈, 지동훈, 권창현, 황형찬 리버풀 유스팀 입단!]

⌎ 2008년 만기 끝났을 때 정말 돈 두 배로 불려서 돌려주면 얘는 애국자다. 돈도 불려 줘, 선수도 키워 줘. 다해 주네.

⌎ 진짜 많이 안 바란다. 리버풀에서 주전으로 뛸 수준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까, 제발 교체자원으로 활용되는 정도는 커 줘라.

⌎ 애들한테 부담 주지 말고 묵묵히 기다립시다.

⌎ re: 묵묵히 지켜보고 싶으면, 너만 조용히 지켜봐. 왜 티를 내?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 웨스트햄과의 경기를 안필드에서 직관하며 관중들의 열기를 체감한 것도 잠시 그들의 유스 입단으로 한국은 다시 한번 시끄러워졌다.

사실 정호준은 장민재도 데려오려 했었다. 하지만 공격수에서 풀백으로 포지션을 변경했으면 한다는 정호준의 제안을 장민재의 부모가 받아들이지 않아 이번 여름에 데려오지 못했다.

공격수 대신 수비수를 시킬 거란 말도 억울한데, 따로 감독의 보증이 붙은 것도 아니다. 장민재의 부모가 정호준의 제안을 거절한 것도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게 축구에서는 공격수, 공격형 미드필드가 주인공이라는 느낌이 강하잖은가?

'겨울 이적시장 끝나고 다시 한번 시도해 보자.'

부모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대로 장민재를 놔둘 생각은 없었기에 정호준은 겨울 이적시장에 다시 한번 이야기를 나누기로 결심했다.

* * *

기술이 발전해 삶의 질이 개선될수록 사람들은 즐길 거리를 찾는다. 컴퓨터의 보급이 이뤄진 후로 게임은 사람들이 찾는 즐길 거리로 자리매김했다.

비디오 게임, 온라인 게임, CD게임 등 수많은 종류의 게임이 출시되었지만 대한민국 중장년층에게 와닿는 게임은 아마 스페이스워라는 게임이리라. 스페이스워는 IMF시기부터 힘겨운 직장 생활을 이어 간 직장인들이나 취준생, 학생들과 세월을 함께했다.

게임 대회도 1년에 몇 차례나 열릴 정도로 대한민국에서 히트를 쳤지만 사실 스페이스워라는 게임은 대한민국에서 흥했을 뿐 글로벌적으로 봤을 때는 큰 매출을 올리지는 못했다.

스페이스워라는 게임의 정품 CD 판매 수는 대략 1,100만 장. 십수 년 CD 판매를 이어 갔지만 정품 CD 매출은 2010년대쯤부터 히트를 친 온라인 게임들이 기록할 1년 매출과 엇비슷하거나 그보다 못한 수준에 불과했다.

'던전&워리어'와 '레전드 리그'.

두 게임 모두 한국에서 큰 유행을 끌었기에 정호준은 두 게임에 대한 정보를 빠삭하게 꿰고 있었다.

'꾸준하게 캐시 카우가 돼 줄 게임들이다.'

이 두 게임은 2010년대 중반부터 2022년까지 작게는 수천억, 많게는 조 단위에 이르는 매출을 기록한다. 그렇기에 처음 회귀해 계획을 짤 당시 돈을 모으게 되면 두 게임을 개발한 회사를 인수하자는 생각을 했었다.

'던전&워리어는 포기하자.'

계획은 항상 변한다는 말마따나 정호준은 '던전&워리어'를 개발한 게임회사 인수를 포기했다.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전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히트를 친 레전드 리그와 달리 '던전&워리어'가 매년 거대한 매출을 기록하는 이유는 스페이스워가 한국시장에서 대히트를 쳤던 것처럼 중국 시장에서 크게 히트를 쳤기 때문이다.

정호준이 '던전&워리어'를 개발한 회사를 인수하면 중국 공산당의 방해로 1회차 때처럼 큰 매출을 올릴 수 없게 될 확률이 높았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서브 프라임 사태 때 큰 손해를 입어 놓고 정호준이 자국에서 돈을 버는 걸 그냥 놔둘 나라가 아니었다.

'게임 시장에서 큰 매출을 내는 게임을 괜히 내가 욕심내서 망하게 만들 수는 없지.'

대국, 대인 등 스스로를 지칭하는 말을 풍채 좋고 베푸는 듯한 말로 수식하는 것과 달리 중국이라는 나라는 덩치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좁쌀만 한 심보를 가진 국가였다.

법무팀, 회계팀, 보안팀, 정보기관의 도움을 받아 자금을 굴리고 세탁해 마이클 스팬서에게 전달한 만큼 당장에는 누가 자국의 은행에서 돈을 털어 갔는지 알 수 없을 거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이다.

중국에도 정보기관이 존재하는 만큼 정호준이 수익을 가지고 별다른 행보 없이 조용히 지내도 결국에는 후보군을 추려 내리라.

가장 큰 문제는 정호준은 천문학적인 수익을 낸 후로 조용히 있을 생각이 없다는 데 있었다.

'앞으로 2년 동안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2007년부터 2년.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또 한 번 서 있는 곳이 변하게 될 거다. 중국의 보복이 무섭다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기회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생명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미국 5대 정보기관과 관계를 트고 트리오플을 키우고 로슬러 가문과 정략결혼을 하는 거잖은가?

"일단 오늘은 복잡한 생각 그만하고 좀 쉬자."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까지 보고 미국으로 복귀한 정호준은 시카고에 들러 짐을 정리하며 2주 정도 여유시간을 가졌다. 연속된 비행으로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한 휴식이었다.

* * *

휴식을 취한다고 했지만 정호준에게 길게 휴식을 즐길 여유는 없었다. 시카고에 남아 있던 비서로부터 그동안 미뤄 뒀던 사안들을 하나둘 보고받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미뤄 뒀던 사안을 듣고 지시를 내리는 와중에 인맥이라는 건 있어서 나쁠 게 없다는 건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일이 발생했다.

"다시 한번 말해 줄래요? 제가 잘못 들은 거 같아서요."

"보인사로부터 다다음 주에 기체를 찾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앞 순번의 고객이 대표님께 순서를 양보했답니다."

"대체 왜요?"

정호준은 이해할 수 없어 이유를 물었다.

"그건 저도 모르죠. 그래도 몇 가지 추리를 해 보자면 대표님께 잘 보이고 싶거나, 그도 아니면 혹은 로슬러 쪽에서 이야기가 전달된 게 아닐까요?"

정호준은 비서의 보고를 같이 듣고 있던 아리아에게 시선을 던졌다. 정호준의 시선을 받은 아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쥔 채 문을 열고 나갔고, 10분 정도 지난 뒤에야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할아버님께서 손을 쓰신 게 맞다네요. 호준에게 순서를 양보한 분들은 이미 전용기를 가지고 계시니까, 호준이 신경 쓸 필요 없다고 하셨어요."

전세기를 타고 다니는 손녀사위를 위해 힘을 썼다는데, 솔직히 말하면 좀 오지랖이었다. 정호준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으니까.

"그래도 어떻게 그래요. 따로 감사 인사를 전해야겠네요. 아리아, 누가 순번을 양보했는지도 좀 알아봐 줘요."

감사 인사와 함께 사과도 해야 할 수도 있다. 로슬러가 순번을 양보해 달라는데 싫다고 버틸 인간이 얼마나 되겠나. 최소한 정호준이 찾아가 감사 인사와 사죄를 청해야 속에 꿍쳐 두는 것 없이 풀리리라.

* * *

아이돌이라는 직업이 각광받기 시작한 뒤로 별처럼 많은 아이돌 지망생들이 아이돌이 되기 위해 연예계로 몰려들었다 사라지는 것처럼 미국에서는 매년 별처럼 많은 벤처기업들이 창업을 하고 또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이렇게 사라지는 벤처기업들은, 아니 뒷백이 있는 소수를 제외한 대다수의 벤처 회사들은 본인들이 모은 자금과 가족들의 투자, 그리고 엔젤 투자자라 불리는 지인들의 소액 투자를 자본금 삼아 회사를 창업한다.

정호준이 지분 인수를 위해 움직인 'Rio Games' 또한 마찬가지였다.

150만 달러로 벤처기업을 창업한 'Rio Games'는 창업 아이템을 가다듬으면서도 새로운 투자자 물색을 위해 움직였고, 정호준은 그 소식을 듣자마자 만남을 청했다.

"예,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9월 넷째 주 월요일. 투자 약속을 잡고 전화를 끊은 브레드 벡은 공동 창업자인 지크 메릴을 보며 말했다.

"JHJ에서 만나자고 이야기하다니. 나 좀 꼬집어 주라."

"나도 꿈 같으니까 서로 꼬집자."

JHJ Capital은 은행을 제외하면 월가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투자 회사 중 손에 꼽힐 정도로 성장한 상태였다. Rio Games의 공동 창업자 '브레드 벡'과 '지크 메릴'은 이를 알고 있었기에 JHJ Capital의 접견 요청이 꿈은 아닌지 서로를 꼬집어 고통을 느낌으로써 현실임을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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