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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떠난 사람을 잡지 않는 벵거 감독의 성향과 구장 신축 때문에 돈이 필요했던 아스날의 구단 사정 덕분에 구단과의 합의는 원만하게 끝났다. 1,500만 파운드나 지불하겠다는 리버풀의 오퍼는 자금 사정이 나쁜 아스날에게 있어 가뭄의 단비였기 때문.
구단끼리의 합의를 원활하게 마친 에이든 무어 단장은 합의를 마치자마자 에이전트가 없는 틈을 노리고 비밀리에 애슐리 콜을 찾아갔다.
빅4라 불리는 구단의 단장을 문전박대 할 수는 없었기에 집으로 찾아온 무어를 집으로 들였지만. 애슐리 콜은 무례를 지적하는 것을 잊지는 않았다.
"이거 불법 접촉 아닙니까?
그러면서도 이 자리에 없는 자신의 대리인, 에이전트를 부르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콜 선수가 불법 접촉을 논하다니 웃기는군요. 아! 에이전트와 연락하는 건 이야기를 마친 다음에 하셨으면 합니다."
일련의 행동을 확인한 무어 단장은 핸드폰을 꺼내 든 콜을 막아섰다. 자신의 행동을 제지하는 무어의 말에 어처구니없다는 감정을 드러내며 화를 내려 했지만 이어지는 말에 입을 다물었다.
"애슐리 콜 선수가 첼시와 사전에 접촉한 것을 아스날이 알고 있습니다. 구단끼리의 합의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먼저 접촉하는 행위는 불법입니다. 애슐리 콜 선수도 알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있는 콜을 보며 무어 단장은 이야기를 이어 갔다.
"콜 선수의 주도하에 벌어진 일인지, 아니면 에이전트의 독단인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지만 아스날은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습니다. 콜 선수가 첼시로 이적하면 분명히 소송이 시작될 겁니다. 운이 나쁘다면 소송은 길게 이어지겠죠."
애슐리 콜은 정말 모를 확률은 아직 존재했기에 무어 단장은 상황을 딱 잘라 단정 짓지 않았다.
애슐리 콜이 모른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생각할 수 있지만. 선수를 위하는 게 아닌 돈만 좇는, 에이전트라고 부르는 것조차 아까운 쓰레기들은 이 시기에도 존재했다. 돈을 덜 주려고 애쓰는 구단으로부터 어떻게든 돈을 더 받아 내기 위해 날뛰는 그들이 운동만 하고 자란 선수를 속이는 게 어려울 리 없다.
아무리 영국 축구구단 소속 유스들이 한국과는 달리 학업을 병행시키는 식으로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회귀 전에야 첼시가 애슐리 콜이라는 선수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꿔 줄 것 같은 길라스라는 수비수에 현금까지 더해 스왑딜을 시행해 애슐리 콜은 벌금을 물고 콜의 에이전트는 기한 있는 활동 정지 징계를 먹는 선에서 어영부영하게 끝났지만.
리버풀이 끼어든 덕에 아스날이 적당한 선에서 빠질 이유가 사라졌다.
'이걸로 첼시가 주춤하면 좋으렸만.'
이 당시 선수들의 몸값을 올린 주범으로 뽑힌 첼시는 프리미어리그 생태계를 흐린다는 명목으로 그들을 제외한 전 구단으로부터 적의를 받고 있었다. 그런 사정을 고려하면 정호준이 보고 들었던 1회차 때보다 더 심한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존재했다.
축구협회, FA가 첼시에게 강력한 처벌을 내려 주길 기대하면서 아랫입술을 깨무는 애슐리 콜을 보며 입가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
"제안을 하나 할까 합니다. 애슐리 선수 우리 리버풀로 오시겠습니까? 아스날과는 이미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벵거 감독과 데인 부회장도 어차피 보내야 한다면 첼시보다는 우리 리버풀에 보내는 편이 더 좋다더군요."
'어떻게 해야 하지?'
애슐리 콜은 대답하지 않은 채 속으로 궁리했지만 에이든 무어는 애슐리 콜의 반응을 신경 쓰지 않고 자기 할 말을 계속 이어 갔다. 무엇이 진실인지는 모르겠으나 리버풀을 선택하면 에이전트에게 덮어씌우는 걸로 마무리하겠다고.
애슐리 콜이 선택한 방법은 바로 솔직해지는 것이었다.
꿀꺽! 꿀꺽!
맨정신으로는 못 있겠는지 애슐리 콜은 무어가 오기 전에 따라 놨던 위스키를 그대로 들이켰다. 두 잔을 연거푸 따라 마신 뒤에야 애슐리 콜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아스날에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씩 했습니다. 무패 우승 멤버들이 하나둘 흩어지는 게 눈에 보이는 데 반해 새롭게 영입되는 전력은 점점 시원찮아졌으니까요. 교수님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시는데, 교수님의 말과 보드진들이 보여 준 행동은 너무 상반됐습니다."
잠깐 말을 끊고 한숨을 내쉰 콜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주급을 다른 빅클럽만 못하게 주는 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구단의 사정이 어떤지 저도 알고 있으니까요."
애슐리 콜은 아스날 유스 출신으로 2000년도에 데뷔해 두 차례나 우승을 거머쥔 아스날의 성골 중의 성골이다. 캐슐리, 머슐리 등의 멸칭으로 불리며 온갖 조롱과 비난을 매년 받다 보니 특별했던 감정이 애증으로 변모했지만.
애증으로 변하기 전까지만 해도 무패우승이라는 역사에 기록될 만큼 기적적인 시즌의 당사자인 만큼 아스날이라는 구단에 애정을 품었었다.
"하지만 아무리 경기장을 신설 때문에 구단에 돈이 없어도 우승을 목표한다는 의지는 보여 줬어야죠. 저는 아스날에게 최소한 보드진에게 야망의 불씨가 남아 있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야망이 없어진 팀이 프리미어리그나 챔스에서 우승을 거머쥘 수 있을 리가 없죠. 그래서 한 번씩 술에 취하면 이적하고 싶다는 말을 에이전트에게 하곤 했습니다. 저도 앙리처럼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꿈꾸는 한 명의 축구선수일 뿐이니까요."
캐슐리 등의 멸칭으로 불렸던 애슐리 콜은 돈만을 추구하는 남자는 아니었다. 그가 돈을 추구했다면 첼시에서 남아 달라 하는데 75%의 연봉 삭감을 받아들인 채 AS 로마로 떠나지 않았을 거다.
돈도 돈이지만 그보다는 야망이 없는 구단에서 뛰고 싶지 않다는 말에 무어는 생각이 많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이적이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알고 난 뒤에는 이미 늦었고요."
"이해합니다. 애슐리 당신이 정말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원한다면 저는 더더욱 우리 구단으로 오라고 권하고 싶군요. 리버풀은 프리미어리그 클럽 중에서 가장 많은 챔스 우승을 경험하고 최근에도 우승한 팀입니다."
약점을 잡았어도 채찍만 휘두르면 결코 사람의 진심을 이끌어 낼 수 없는 법. 첫 만남이 최악에 가까웠다고 관계가 줄곧 나쁠 필요는 없다. 그래서 무어 단장은 리버풀이란 팀이 가진 메리트를 설명했다.
메리트에 대한 설명을 마친 뒤에는 토트넘에서 아스널로 이적했다가 지금까지도 욕을 먹고 있는 그의 동료를 예로 들며 애슐리 콜 또한 그런 처지가 될 수 있음을 입에 담았다.
"충고 고맙습니다만 리버풀로 가도 마찬가지지 않을까요?"
"말씀드렸잖습니까? 이 모든 죄는 첼시와 애슐리 콜 선수를 담당하는 에이전트 욕심으로 돌릴 거라고. 언론을 움직여서 애슐리 콜 선수도 피해자인 것처럼 꾸밀 생각입니다. 아스날도 협조해 줄 거고요."
여럿이 모이면 사람 하나 바보 만드는 건 쉽다. 그것도 그 여럿이란 카테고리 안에 묶인 이들이 강한 영향력을 지녔다면 더더욱.
"아무쪼록 좋은 방향으로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을 끝으로 애슐리 콜과 에이든 무어의 만남은 끝이 났다.
애슐리 콜의 집을 방문했던 바로 다음 날 무어 단장은 애슐리 콜의 에이전트를 불러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했다. 협상은 정호준이 정해 둔 1차 가이드라인을 넘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아스날과의 재계약 협상 당시 아스날이 콜에게 지급하겠다고 했던 6만 파운드에서 2만 5천 파운드를 더한 85,000파운드에 계약을 마쳤다.
[리버풀, 1,500만 파운드에 아스날의 애슐리 영을 영입!]
애슐리 콜이 아스날의 차기 주장을 맡길 선수 중 하나 아스날의 팬덤인 거너스들이 이성을 잃고 들고일어날 뻔했으나 커뮤니티에 풀린 첼시의 사전 접촉 정보가 그들의 발길을 막았다.
닭 쫓던 개가 지붕만 바라보는 것처럼 애슐리 콜을 하이재킹한 리버풀 때문에 첼시는 욕만 처먹고 실속을 챙기지 못했고 그렇다고 곤경에 빠트린 리버풀이나 아스날에 이를 갈 수도 없었다. FA가 징계 차원에서 이적 금지 조항을 달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 힘을 쓰느라 바빴기 때문.
무어 단장이 프랑스와 영국의 일을 처리하는 동안 일부 팀원은 스페인과 브라질 리그로 날아가 협상을 진행했다.
[리버풀, 920만 파운드에 S.C 코린치안스의 하비에로 마스체라노 영입!]
프리미어리그 빅4가 가진 명성이 헛되지는 않았는지 웨스트햄이 1,300만 파운드를 주고 사 왔을 수비형 미드필더를 920만 파운드만 주고 영입했다.
그리고 스페인에서도 승전보가 들려왔다.
[리버풀, 아틀레코 마드리드의 신성 페르도 토레스와 레온 가르시아(+1,000만 파운드)의 스왑딜을 성사시키다.]
리버풀 보드진은 빨강과 파랑으로 나뉘어 극명한 커리어 차이가 발생할 선수, 페르도 토레스를 1년 일찍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리버풀이 라리가에서 영입한 선수는 페르도 토레스 말고도 더 있었다.
[집 나간 탕아 마이크 오언, 1,600만 파운드에 친정으로 복귀!]
레알 마드리드에 소속되어 제대로 된 출장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영국 출신, 리버풀 소속으로 발롱도르를 든 남자가 리버풀로 돌아왔다.
1회차 때 리버풀로 돌아오길 바랐던 오언을 품지 않았던 보드진들은 오언을 영입하겠다는 정호준의 계획에 이번에도 반대를 표했었다.
"한국에는 미워도 우리 새끼라는 말이 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퍼거슨 경이 오언에게 관심이 많다더군요. 당장 맨유로 가지는 않더라도 그대로 뒀다가는 리버풀 출신의 발롱도르 수상자를 맨유에게 빼앗길 수도 있습니다."
정호준은 보드진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맨유에 대한 경쟁심을 부채질하는 걸로 그들을 설득했다.
"저도 오언이 리버풀을 떠날 때 어떤 실수를 저지르고 갔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대가는 치르게 해 줘야죠."
오언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하고자 시장이 그에게 매겼던 몸값보다 적은 금액으로 이적했다. 이적료를 제대로 남겨 주고 가지 않았는데 당시 지불했던 이적료의 배를 주고 다시 사 오는 게 탐탁지 않았으나 오언이 맨유에 입단하면 탐탁지 않음을 넘어 분노로 승화하리라.
리버풀은 마이크 오언에게 레알 마드리드에 있을 때보다 삭감된 주급을 지급하는 계약을 제시했고 마이크 오언은 그 제안을 받았다.
'이 정도면 충분히 알찬 영입이지. 1년만 늦었어도 데려오지 못할 인원도 많고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했을 거야.'
줄리오 세지르 골키퍼 영입에는 실패했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이 스쿼드를 살릴지 죽일지는 베네테즈 감독의 몫이지. 그나저나 만수르가 첫 시즌에만 8천만 파운드를 사용했던 거 같은데 맞나?'
정확히는 8,350만 파운드였지만 어쨌건 정호준은 그와 엇비슷한 돈을 이번 06-07 여름 이적시장에 사용했다.
JHJ Capital이 여름 이적시장에 사용한 이적 자금의 총합은 7,940만 파운드.
한화로 1,310억 원에 달하는 돈이었다.
"돈을 쓴 만큼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길 기대하며, 저는 이제 조용히 뒤에서 지켜보겠습니다."
영입하고자 했던 선수의 영입을 마친 정호준은 다음을 위해 경호원들을 대동한 채 한국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