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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125화 (125/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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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성과를 내면 보상을 받는다. 이는 어떤 분야에서 일하든 똑같이 적용되는 법칙이다.

운동선수라고 예외가 적용될 리 만무했다.

경기에서 활약하면 당연히 연봉이 올랐고 더 나아가 큰 무대로 넘어갈 발판이 마련되기도 했다.

대한민국 축구 선수들이 그랬다.

대한민국과 일본이 동시 개최한 2002년 월드컵에서 개최국인 한국은 4강 진출이라는 기적 같은 결과물을 일궈 냈다.

이 성과가 얼마나 놀라운 거냐면 정호준이 죽기 직전인 2022년까지 아시아 국가는 물론이고 피지컬을 이유로 월드컵에서 항상 복병으로 불리는 아프리카 국가들조차 월드컵 4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2002년 이전까지 월드컵 예선 진출 후 단 한 번도 승리해 보지 못한 나라가 4강까지 간 거다. 아무리 '개최국 어드벤티지'가 존재한다 해도 기적이었다. 이전에 북한이 월드컵 8강까지 간 기록이 있어 알게 모르게 자존심이 상하는 상황에서 만들어 낸 결과였다.

기적과도 같은 결과를 도출해 냈으면 당연히 그에 대한 과실도 뒤따라야 하는 법. 월드컵 멤버들은 병역을 면제받게 되었고 대표팀으로 활약했던 이 중 조건이 맞거나 더 큰 무대를 꿈꾸는 이들은 월드컵 성적을 포트폴리오 삼아 하나둘 해외로 나갔다.

'이 세상이 도전한다고 성공하는 그런 긍정적인 결과만 나오는 아름다운 세상은 아니지.'

월드컵 프리미엄을 포트폴리오 삼은 선수들이 해외로 나가 모두 성공한 건 아니었다. 언어, 음식 등의 문제로 현지적응 실패, 실력부족, 인종차별 등 다양한 이유로 해외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선수들 중 태반이 씁쓸한 실패를 경험한 채 한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정호준은 도전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도전했기에 다음 세대는 좀 더 수월하게 해외로 나갈 수 있게 된 거니까.

게다가 모두가 실패한 것도 아니었다.

도전한 선수들 중에는 적응에 완료하고 더 큰 무대로 나아간 이들도 존재했다.

훗날 '두 개의 심장', '산소 탱크'라는 별명으로 불릴 대한민국의 캡틴 정지성이 바로 해외로 진출해 성공한 사례 중 하나였다.

정호준이 리버풀을 인수한 2006년 6월은 대한민국의 캡틴으로 불릴 정지성은 당시 세계에서 최고의 팀 중 하나로 꼽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빅클럽으로 이적해 리그에서 34경기, 챔피언스 리그에서 6경기. 총 40경기 출장해 8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한 데뷔 시즌이 끝난 직후였다.

붙박이 주전은 못 되어도 유니폼 팔이로 데려온 것이 아님을 증명해 대한민국 국민들이 프리미어리그를 포함한 해외 축구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정호준의 리버풀 인수 사건이 빠르게 퍼져 나갔다. 공식 오피셜이 뜨자마자 득달같이 달려들어 오피셜을 번역해 기사를 작성했다.

[JHJ Capital 영국 프리미어리그 명문 구단 리버풀을 인수 확정!]

[최초의 한국계 구단주의 탄생. JHJ Capital 한화 4,085억에 리버불을 인수하다.]

[한국계 구단주의 탄생, 한국 선수들의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위한 사다리가 되나?]

1회차 때는 2022년이 되도록 존재하지 않았던 한국계 구단주의 탄생에 한국의 해축팬은 물론이고 평범한 대중들까지 관심을 갖게 되었다. 대중들이 관심을 갖게 된 건 언론이 유난을 떤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한국에서 펀드 자금 일부를 끌어모아 제트컴 사태에 큰 수익을 낸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 우리 정대표님께서 한국 선수들 좀 많이 데려가 주시면 안 되나? 정지성 말고도 EPL에서 뛰는 한국 선수를 보고 싶은데.

⌎ 와 선수도 아니고 구단주라니. 쟤는 현실에서 FM을 하네.

⌎re: 쟤라니, 우리 구단주님께 실례다!

⌎re: 그러게 말이다. 정대표님께서 심기가 불편해지시는 걸 네가 책임질 거야?!

해축팬들은 정호준이 리버풀 구단을 인수한 것보다는 그로 인해 이어질 파급효과에 한국 선수들이 자그맣게라도 혜택을 보는 경우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식의 대화를 이어 갔다면 대중들은 조금 다른 국면을 바라보며 논쟁 중이었다.

⌎ 리버풀 구단을 인수한 게 투자 목적일까? 아니면 개인적인 사욕일까?

⌎re: 둘 다일 수도 있지. 그런데 이유가 중요한가?

⌎re: 중요하지. 정호준 대표가 운용하는 자금 중에는 한국인들에서 투자받아 결성한 펀드 자금도 섞여 있잖아. 투자금을 제 사욕을 위해 사용했다면 그게 횡령이랑 다를 게 뭐야?

⌎ 좀 많이 억지스러운데, 제트컴 사태로 번 수익만 해도 약속한 사안을 지키기 충분할걸? 아직 계약기간도 많이 남아 있고.

⌎re: 왜? 나는 맞는 말한 거 같은데.

만약 정호준이 투자의 목적이 아닌 개인의 사욕으로 리버풀 구단을 매입한 거라면 횡령에 해당하지 않냐는 언급을 시작으로 제트컴 사태 이후 드러나지 않는 행적에 믿어도 되는 건지, 정호준의 신용을 의심하는 이까지 있었다.

* * *

한국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실시간으로 논쟁이 심화되고 있을 무렵 정호준은 리버풀 보드진들과 만남을 가지고 있었다.

"강압적으로 시위를 진압할 수는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정호준이 구단 인수 후 처음 실시한 보드진들과의 업무상의 미팅은 리버풀 보드진들은 단체로 머리를 박으며 사죄를 입에 담는 걸로 시작됐다.

"저는 괜찮으니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오히려 잘하셨습니다. 찍어 눌러 봐야 괜히 반발 심리만 강해집니다. 이런 건 성과를 보이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입니다."

반발을 예상 못 한 것도 아닌 만큼 정호준은 신경 쓰지 않고 쿨하게 넘겼다.

"시카고에서 뵙지 못했던 분들도 몇 분 계신 것 같으니, 일단 제 소개부터 할까요? 이제는 명예 회장으로 물러나신 무리스 구단주님으로부터 리버풀 구단을 인수한 JHJ Capital의 정호준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만나서 돼서, 다시 보게 돼서 반갑습니다."

정호준은 리버풀을 운영하는 수뇌진 한 사람 한 사람과 악수를 나누며 그들이 말해 주는 이름을 기억하고자 노력했고 그렇게 자리에 참석한 보드진 전원과 악수를 나눈 뒤에야 구단 운영과 관련된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일단 시카고에서 말했던 것처럼 리파엘 베네테즈 감독을 경질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베네테즈 감독이 리그우승을 포함한 더블을 달성하는 성과를 보이지 않는 한 베네테즈 감독과 재계약을 할 의사는 없습니다."

리파엘 베네테즈는 2000년대를 호령했다고 말해도 반론을 제기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감독임은 분명했으나 빠르게 변화하는 축구의 트렌드를 따라올 수 있는 인물이냐 물으면 아무래도 물음표가 찍힐 수밖에 없다.

적응력도 문제지만 그에 더해 중요한 경기에서 미끄러지거나 약팀과의 경기에서 종종 패배하는 단점이 존재한다는 것도 문제였다.

이길 수 있는 팀한테 확실하게 승리를 거두어 승점을 따내고 빅클럽이라 불리는 클럽들과의 승부에서도 지략에 승리해 승점을 따내야 비로소 가능해지는 게 리그 우승임을 고려하면 리파엘 베네테즈는 함께하기 어려운 감독이었다.

'지원을 안 해 줘서 그렇다고? 글쎄, 내가 봤을 때는 그 이전의 문제 같던데.'

리버풀에서야 공동 구단주들이 지원을 안 해 줬다고 핑계라도 댈 수 있지만 12-13시즌 강팀인 첼시의 지휘봉을 잡은 뒤에도 리파엘 베네테즈는 어이없게 약팀한테 동점을 얻어맞거나, 역전패당하는 상황을 자주 경험했다.

게다가 베네테즈는 첼시에서만 실패한 게 아니다. 레알 마드리드, 인터밀란 등 라리가와 세리에에서 강팀으로 분류되는 팀에서도 실패했다. 즉 전술적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문제인 거지 지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었다.

"선수 영입은 시카고에서 말했던 말씀드렸던 대로 프랑크 리베리와 애슐리 콜을 영입할 생각이니 신경 써 주십시오. 다만 거기에 추가로 라이트백과 골키퍼, 그리고 유스를 한 명씩 영입하려 합니다."

"말씀하시죠."

"라이트백은 AS모나코에서 활약 중인 마이튼을 데려오고 싶습니다."

정호준의 말에 자리에 앉아 있던 보드진들은 모두 속으로 '역시 구단주는 축구에 문외한이 아니네'라는 생각을 품었다.

정호준이 언급한 마이튼은 브라질 국적의 선수로 06-07시즌 인터밀란으로 이적하게 된다. 뛰어난 측면자원이 많던 인터밀란에서 이적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음에도 주전으로 자리매김할 정도로 마이튼은 뛰어난 라이트백이었다.

새롭게 부임한 구단주의 뛰어난 안목에 보드진 중 하나가 기대감을 갖고 물었다.

"골키퍼는 누구를 염두에 두고 계십니까?"

"인터밀란의 줄리오 세지르 골키퍼를 데려왔으면 좋겠습니다."

줄리오 세지르는 페드로 체흐, 미누엘 노이어, 잔루이지 부폰, 케이린 카시야스와 이름을 나란히 하는 뛰어난 역량을 지닌 2000년 최고의 골키퍼였다.

'어려운 건 잘 막으면서 쉬운 건 못 막는 참 특이한 골키퍼지. 주전 골키퍼로 함께 가긴 좀 부족해.'

리버풀의 수문장인 레이나 골키퍼는 '와 이걸 막아?'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뛰어난 선방력을 지닌 골키퍼였지만 줄리오 세지르만큼 뛰어나진 않았다. 관객으로 하여금 '어떻게 이걸 먹히지?'라는 생각을 가끔 한 번씩 갖게 할 조금 이상한 단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애슐리 콜, 마이튼, 줄리오 세지르. 이 3인이 후방에 커다란 안정감을 가져다줄 거라고 정호준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인테르로 이적한 지 1년밖에 안 되어 데려오는 게 쉽지 않을 걸 압니다. 하지만 선수를 설득하는 건 크게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브라질리언들은 원클럽맨이 아니니까요. "

남미 선수들이 축구를 잘하는 이유는 남미 대륙의 빈곤층들에게 가난한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목숨 걸었다 봐도 무방할 경쟁을 뚫고 유럽에 나온 이들이니 잘하는 건 당연한 거였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자가 되기 위해 축구를 하는 만큼 유럽으로 나온 남미 선수들은 대게 클럽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 2000년대는 아직 로망이란 게 살아 있을 시기였음에도 클럽에 대한 충성심과 돈 중 무엇을 선택할 건지 물으면 망설임 없이 후자를 선택할 정도로 말이다.

"줄리오 세지르 골키퍼는 꼭 올해 데려올 필요 없습니다. 고액 연봉을 제시해 간절히 원한다는 것만 알려 주시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남미 선수들은 이적을 위해 태업을 감행하는 걸 큰 문제로 여기지 않는 정신머리를 갖고 있다. 당장 데려오지 못하더라도 흔들어 주기만 하면 내년에는 데려올 수 있으리라.

남미 선수들의 성향까지 꿰뚫으며 그를 협상에서 활용하라고 알려 주는 새로운 구단주의 행보에 보드진들은 하나같이 두렵다는 감정을 품었다. 정호준이 성과를 보이지 못하면 자신들을 언제든 잘라 낼 수 있는 냉혈한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리버풀 단장 에이든 무어 또한 그런 감정을 느끼긴 마찬가지였지만 솟아나는 공포감을 억누른 채 물었다.

"유스는 누굴 데려올까요?"

"토트넘 핫스퍼 유스에서 키우고 있는 루이 케인이란 선수를 데려와 주세요.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3인의 영입이 현재를 위한 영업이라는 루이 케인은 미래를 위한 포석이었다. 루이 케인은 손형민과 함께 토트넘 공격력의 80%를 차지한다 봐도 무방할 선수다.

'루이 케인만 데려와도 토트넘은 빅클럽 경쟁에서 이탈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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