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120화 (12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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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준은 모르는 사실이었지만 2006년 3월 본래 60불 초반대를 오가던 엔플의 주가는 정호준의 개입으로 인해 본래 주가보다 2~3불 정도 더 높게 형성되어 있었고 계속된 JHJ Capital의 주식 매수로 5월 들어서는 2~3불을 넘어 15불이나 더 오르게 되었다.

2006년 5월 평균적으로 59불 언저리에서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했을 엔플의 주가는 70불 선을 돌파해 74~75불을 오갔다.

정호준에게 직접 지시를 하달받은 JHJ Capital 트레이더들이 기술적인 매수를 이어 갔으나 아무리 기술적 매입을 한다 해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라는 큰 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정호준은 주식 매입을 눈치챈 스티븐 존스에게 연락이 왔음에도 정호준은 만남 요청을 무시하고 조나단을 통해 주식 매수를 이어 가도록 지시했다.

"지금부터는 기술적 매입 생각하지 말고, 그냥 장에 나오는 엔플 주식 모두 쓸어 담으세요."

"언제까지 쭉 매수를 이어 갑니까?"

"우리 JHJ Capital이 엔플 주식을 10% 보유하거나, 제가 매입을 멈추랄 때까지입니다."

자신의 연락을 아무런 답장 없이 주식 매입을 이어 가는 JHJ Capital의 행보에 스티븐 존스는 몇 번이고 문자를 보내다 아예 직접 시카고로 날아오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미 때는 조금 늦었다.

스티븐 존스가 약속도 잡지 않고 무작정 정호준을 만나러 시카고로 날아왔을 때는 이미 JHJ Capital은 9.2%의 주식을 보유하게 된 뒤였기 때문이다. 정호준의 엔플 주식 보유량은 약 53,621,013주. 주식 매입을 시작하기 전보다 40,421,841주 늘어난 상태였다.

'평균 매수가 71.94불이라. 제법 큰돈 썼네.'

JHJ Capital이 엔플 주식을 매입하느라 사용한 돈을 약 29억 794만 달러. 한화로 3조 3,441억이 넘는 돈이었다.

그리고 스티븐 존스가 찾아와 미팅을 가진 날에도 JHJ Capital의 엔플 주식 매입은 계속되었다.

* * *

세상이 종교에서 이야기하는 천국이 아니라서일까? 이 세상은 공평하지 않았다. 민주주의 공산주의 구분할 것 없이 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나누어진 세상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차이가 생겨나는 불공평한 세상이지만 그런 세상에서 유일하게 똑같이 사용하는 게 있다. 바로 시간이었다.

재벌이건 강한 권력을 가진 정치인이건 평범한 소시민이건 나이가 많든 적든 매일 똑같은 시간을 소모한다. 하지만 똑같은 시간을 소비한다고 시간의 가치가 똑같지는 않았다.

누구나 똑같이 공평하게 시간을 소비하기에 더더욱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 시간은 소중했고 철저하게 시간 관리를 했다.

'조금 빨랐네.'

정호준이 연락에 답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긴 했으나 그럼에도 스티븐 존스처럼 이렇게 사전에 약속 없이 쳐들어오는 일은 상류층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행동방침을 묻는 경호원팀에게 정호준은 스티븐 존스를 자신의 사무실로 데려오라 말했다.

"제 방으로 모시세요."

정호준은 비서처럼 옆에 붙어 있는 경호팀장 브리안에게 스티븐 존스를 들여보낼 것을 지시했다.

"이게 무슨 짓이지?"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지만 정호준의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스티븐 존스는 분노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날카로운 어조로 정호준을 추궁했다. 그러나 이미 자신만의 영역을 확고히 한 정호준은 스티븐 존스가 분노했다는 것에 겁을 먹거나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화를 부채질이라도 하겠다는 듯 능청스럽게 되물었다.

"무슨 짓이라뇨?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저질렀나요?"

"내 연락을 무시한 채 엔플의 주식을 계속 사들였잖나!!"

샤우팅을 내뱉을 성격은 아닌지라 소리를 지르진 않았지만 처음 추궁할 때보다 목소리의 톤이 조금은 더 올라갔다는 걸 인지했다. 뭐 그런다고 대응이 달라지진 않았지만 말이다.

"저번에도 말했잖습니까. 돈이 있어서 엔플이 우량주라고 생각해서 주식을 매입했을 뿐이라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원칙에 입각한 체제를 유지 중인 미국에서 내 돈을 갖고 내 맘대로 주식을 사겠다는데, 그게 뭐 잘못됐습니까?"

무엇이 잘못됐냐는 듯 잘못한 게 없다 태연하게 되묻는 정호준의 발언에 스티븐 존스는 주먹을 쥔 채 부르르 떨었다. 그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음에도 정호준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 갔다.

"그리고 당신이 내 상사나 친구도 아닌데, 당신이 연락하면 내가 꼭 답을 줘야 합니까? 제가 이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다짜고짜 찾아오는 것도 예의가 아니지 않나요? 제가 어리고, 이민자 출신이라 너무 가볍게 저를 대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을 어려워하는 기색이 일절 보이지 않는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정호준의 대응에 스티븐 존스는 입을 다문 채 노려봤다.

'JHJ가 예전의 JHJ가 아니라는 쿡의 말이 맞았군.'

길어 봐야 1년 6개월밖에 안 지났는데 대체 얼마나 성장했기에 저렇게 당당한 건지 모르겠다. 화를 내봐야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다는 걸 인지한 존스는 냉정을 되찾은 뒤 입을 열었다.

"원하는 게 뭐지?"

스티븐 존스는 이성은 찾았으나 사과는 하지 않았다.

"원하는 거라뇨?"

"시치미 떼지 마라. 너는 내가 찾아오길 기다리고 있었잖아?!"

"왜 그렇게 생각하죠?"

"그렇지 않고서는 연락을 받지 않을 이유는 없으니까. 네 말대로 주식을 사는 건 네 자유다. 내 전화를 받은 뒤에도 너는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었어. 그런데도 메일에 답장을 보내지도 전화를 받거나 답신을 하지 않았지. 네가 이렇게 너를 찾아올 것을, 아니 찾아오기를 바란 거잖아!!"

정호준은 스티븐 존스가 자신의 머릿속에 나온 것처럼 완벽하게 생각을 읽자 속으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사교성이 안 좋고 성격이 나빠서 그렇지, 뛰어나기는 참 뛰어난 사람이야.'

한국에서는 실력은 물론이고 인성이 갖춰져야 성공한다고 말하는데, 사실 인성과 성공은 비례하지 않는다. 인성이 좋지 않아도 능력과 상황, 운을 타고나면 성공하는 게 이 세상이었다.

눈앞의 남자만 봐도 그렇잖은가. 인성이 좋다고 보기에는 이래저래 결함이 있지만 그럼에도 큰 성공을 거뒀다. 큰 성공 정도가 아니라 내년에는 아예 세상을 바꿔 버린다.

"뭐, 제 생각을 다 꿰고 계시니 인정해야겠네요. 예 맞습니다. 저는 당신이 불안해하는 게 무엇인지도 알고 있고, 당신과 엔플에게 바라는 게 있어서 주식을 매입했습니다."

"그러니까, 대체 뭘 원하는 거지?"

정호준의 쿨한 인정에 스티븐 존스는 다시 한번 질문했다.

"엔플에서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JHJ Capital이 지분투자를 한 유니버셜 히치가 한 발 걸쳤으면 합니다."

"뭐?!"

"제 말이 어려웠습니까? 엔플이 새롭게 개발한 핸드폰과 운영체계 AOS에 한 발 걸치고 싶다는 말입니다."

비밀리에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정호준이 뻔히 꿰고 있는 상황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스티븐 존스는 정호준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우리 회사에 스파이를 심어 둔 거냐?"

"아뇨."

"거짓말하지 마!! 스파이를 심어 놓은 게 아니고서야, 사내에서 극비리에 진행되는 프로젝트를 어떻게 알 수 있지?! 주식분할 직전에 주식을 매입했던 것부터 수상하다 생각했는데, 스파이를 심어 둔 거면 모든 게 설명이 돼."

"믿지 않으셔도 상관없지만, 저는 스파이를 심지 않았습니다."

분노와 불신이 가득한 스티븐 존스의 눈을 마주 보며 정호준은 제 할 말을 이어 갔다.

"성공이란 건 참 좋더군요. 저희를 도와주겠다는 사람들이 찾기도 전에 먼저 찾아와 주고, 명망 있는 로슬러라는 명문가와 관계를 맺을 기회도 생겼죠. 이래저래 여러 분야에 걸쳐 저를 도와줄 친구들이 많아졌습니다."

1회차의 삶을 통해 알게 된 정보였지만 정호준은 자신이 정보를 알게 된 것이 다른 이들의 협조 때문이라 말했다. 실제로 정보기관이 정호준을 도와주겠다고 먼저 다가왔으니 전부 거짓으로 일관한 건 아니었다. 진실과 거짓을 반씩 섞은 느낌이랄까?

"좋은 게 좋은 거지 않습니까? 대주주로서 상부상조하자는 제안쯤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부상조? JHJ만 좋은 거겠지. 네 제안으로 우리 엔플이 챙길 수 있는 이득은 하나도 없다."

"뭐, 우리가 일방적으로 이득을 본다는 말을 부정하기는 어렵겠네요."

일방적으로 정호준만 이득을 볼 뿐 엔플이 얻을 이득은 전무하다는 말에 정호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서 반대급부를 드릴까 합니다. 엔플이 JHJ에게 적의를 드러내거나 손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우리 JHJ가 확보한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양도하겠습니다. 이거면 엔플이라는 회사에는 이득이 없어도 스티븐 존스 당신이나 경영진들에게는 매력적인 제안일 거 같은데, 아닙니까?"

정호준은 유니버셜 히치에서 제작 중인 채팅 프로그렘을 애플폰이라는 스마트폰 기본 어플리케이션 중 하나가 되도록 해 주는 것에 대한 대가로 의결권 위임을 약속했다.

'성격은 아쉽지만 어차피 엔플은 스티븐 존스가 전부야.'

엔플을 흔들 생각도 전무했다. 스티븐 존스라는 인간이 혁신의 아이콘으로서 계속 자리를 지켜 주는 게 정호준에게도 여러모로 유리했으니까.

"JHJ Capital은 당신의 자리를 위협할 생각도, 경영에 참여할 생각도 없습니다."

"시간을 줬으면 좋겠군."

"얼마든지요. 내가 원하는 바를 알려 줬으니 "

정호준의 제안에 스티븐 존스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지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확인했다.

그렇게 갑작스러운 방문은 끝이 났다.

* * *

2006년 5월 7일을 끝으로 프리미어리그 05-06시즌은 막을 내렸다. 리버풀의 성적표는 2위인 맨유와 1점 차이 나는 리그 3위였다.

프리미어리그가 끝났지만 리버풀의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시즌이 끝났어도 리버풀이 치러야 할 경기가 남아 있는 상태라 5월 초에도 진지한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풋볼 리그컵. 칼링컵, 카라바오 컵이라고도 불리는 EFL컵 리그 3라운드에서 크리스탈 펠리스에게 패배하고 챔피언스 리그에선 포르투갈 리그에 속한 축구팀인 SL 벤피카에게 패해 16강에서 탈락했지만 리버풀에게는 5월 13일에 열리는 FA컵 결승전이 남아 있었다.

5월 13일에 개최된 FA컵 결승전은 3 대 3으로 승부차기까지 이어졌고, 승부차기에서 3-1로 승리하며 리버풀이 우승컵을 들게 되었다.

5월 13일 FA컵 우승으로 시즌을 마친 리버풀 보도진은 그제야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건넨 이들을 만나러 다니기 시작했다.

리버풀이 만나러 다니는 이들 중에는 정호준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5월 넷째 주인 25일. 리버풀 보도진이 시카고로 넘어왔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JHJ Capital의 정호준입니다."

아리아의 생일을 챙기기 전 넷째 주에 중요한 미팅이 두 개나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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