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114화 (114/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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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J Capital이 금일 선물 시장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세간을 뒤흔드는 건 물론이고 금융계 역사에 기록될 정도로 커다란 수익이다. 만약 수백 개의 유령 회사를 설립해 자금을 나누지 않았다면 이번 건만으로도 전설적인 투자자 반열에 이름을 올렸으리라.

이번에 홍콩에 설립한 유령회사들은 전직 요원들의 협조하에 설립된 유령회사들이다. 조나단과 자넷 그리고 자넷의 법조계 지인들을 통해 유령법인을 만들었던 2005년 때보다 은밀할 수밖에 없었다.

세계적인 명성을 갖게 됐을 텐데 그게 아쉽지 않냐고?

'굳이 누가 알아줄 필요 있나?'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도 돈이 되는 세상이라지만 유명세가 불러오는 돈이 간절할 정도의 레벨은 이미 한참 전에 지났다. 정호준은 유명세가 불러올 돈보단 유명세 때문에 감수해야 할 수고와 귀찮음이 더 부담스러웠다.

돈을 떠나 그냥 남이 알아주는 것, 명성 자체를 즐기는 인간도 있지만 정호준이 이를 즐기지도 않았고 말이다.

"콜만, 지금 당장 우리 직원들이 모두 모일 만한 파티 하우스를 수배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출장 뷔페랑 파티 DJ도 수배 부탁합니다. 돈 아낄 필요 없으니까 최고로만 골라 줘요."

정호준이 본인의 성격대로 움직였다면 정말 친한 사람만 초대해 소수로 자축하고 성과금과 휴가를 지급하는 선에서 끝냈겠으나, 커다란 성공을 이룩해 놓고 축하 없이 넘어가기엔 정호준이 거느리고 있는 이들이 너무 많았다.

트리오플에서 최고 엘리트들만 뽑아 만든 경호팀을 시작으로 법무팀, 회계팀, 정보팀, 전산관리팀, 월가에서 스카우트한 트레이더들까지 모두 합치면 80명 정도 되리라.

무리의 장, 오너로서 직원들의 사기를 챙기는 건 반드시 챙겨야 할 것이었다. 그렇기에 성과를 올린 오늘 파티를 개최하고자 했다.

"대표님 지시하신 파티장과 출장 뷔페 섭외 마쳤습니다."

파티장 섭외를 마쳤다는 보고를 듣자마자 정호준은 직원들에게 밤부터 파티를 시작할 거란 공지를 사내 메일로 날렸다. 참석 여부는 '본인의 자유'라고 적어 두었고 말이다.

하지만 자유라고 적어 놨음에도 파티에 불참하는 직원은 없었다.

정호준이 계획한 대로 준비하거나 그에 맞춰 실행만 했을 뿐이지만 오늘 그들이 새로운 역사를 썼다는 사실은 틀림없었기에 다들 그 감정을 좀 더 느끼고 싶어 했다.

그런 이유로 정호준의 안위라는 결코 빼먹을 수 없는 업무를 이어 가야 하는 경호팀을 제외하고는 모두 파티에 참석했다.

다음 스텝을 준비하느라 시간을 쓴 탓에 정호준은 본래보다 조금 늦게 당도했다.

'알아서 잘들 놀고 있네.'

출장 뷔페에서 제공한 음식들이 하나같이 줄을 이어 놓여져 있었고 맨하튼의 유명 클럽 DJ가 파티의 분위기를 집도했다. DJ의 리드에 맞춰 춤을 추며 흥을 즐기는 이들,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이들, 밖에서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이들까지 노는 방법은 다양했다.

미약한 술기운에 한 번, 음악에 한 번, 분위기에 취해 또 한 번. 파티를 즐기느라 정신없는 직원들에게 오늘 일에 대한 치하와 당부를 위해 정호준은 파티 DJ에게 다가가 음악을 잠시 멈췄다.

잘 나오던 음악이 멈추자 직원들의 시선이 정호준을 향했다.

한편 정호준이 대동한 경호원들은 보안 유지를 위해 파티 DJ와 쉐프 등의 외부인들에게 음악을 재생 중인 MP3의 이어폰을 건넸다.

"다들 파티는 재미있게 즐기고 있나요? 호스트가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합니다. 그리고 파티장에 애인을 동참하지 못 하게 한 것도 미안합니다."

정호준의 사과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여기저기서 직원들은 환호성을 내뱉었다.

휘이익!!

"축하드립니다, 대표님!!"

"허락만 해 주신다면 JHJ에 뼈를 묻겠습니다."

"전설적인 투자자!!"

"금융가 역사를 다시 쓴 남자!!"

"보너스는 두둑하게!!"

간간이 환호성 사이에는 아부와 희망 사항들이 줄줄이 나왔다. 아부는 만국 공통인가보다. 직원들은 한국 사람이 뱉었다고 착각할 법한 아부를 입에 담는 걸 보면.

대놓고 보너스를 달라고 하고 상사인 그를 향해 인기인을 보듯 휘파람을 부르고 환호성을 내지르지만 않았어도 여기가 한국인 줄 착각했으리라.

"오늘 여러분 덕분에 일이 잘 마무리됐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는 감사고 이렇게 말로 때우면 서운하겠죠?"

청중을 향한 정호준의 질문에 직원들은 입을 맞춘 것처럼 하나 된 마음으로 외쳤다.

"보너스! 보너스!"

간절히 갈구하는 직원들의 외침에 정호준은 웃으며 그들이 가장 바라는 대답을 해주었다.

"JHJ Capital에 몸담은 전 직원에게 200만 달러의 보너스와 1주의 휴가를 지급하겠습니다. 다다음 주부터 1주일 동안 JHJ Capital은 휴무를 시행할 겁니다."

보너스를 지급하겠다는 정호준의 말에 직원들은 일제히 커다란 환호성을 내질렀다.

지급된 보너스 200만 달러는 시카고 중심가가 아닌 이상 대출 없이 집을 구입할 수 있는 큰돈이었다.

'물론 이 중에 내 집 마련을 못 한 사람은 없겠지만.'

너나 할 것 없이 모기지(주택담보대출)로 다들 집 한 채 이상씩은 구매한 상태이리라. 이 시기 미국은 모기지를 활용해 한 사람의 명의로 구매 가능한 만큼 구매를 해 둔 상태니.

키우는 개의 명의로도 대출을 해 주는 미친 세상이지 않던가?

'그러고 보니까 부동산 가진 게 있으면 팔라고 말해 줘야 하는데.'

직원들이 망하는 것을 바라지 않기에 정호준은 모기지와 부동산을 정리하는 걸 권고할 생각이다.

정호준이 역사에 기록될 수익을 올린 것을 알고 있음에도 충고를 듣지 않는 이는 분명 나올 거다. 욕심은 이성을 마비시키니까.

'그거야 뭐, 그 사람의 복이지.'

민주주의 사회에서 직원한테 사유재산 매각을 강요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잖나? 남을 위해 선까지 넘을 생각은 없었다.

미친 듯이 환호하는 직원들을 멈추기 위해 정호준은 손을 들었다. 정신 나간 사람도 돈 주는 사람 말은 잘 듣는 법, 정호준이 손을 들자마자 환호성은 침묵으로 변했다.

"휴가 재미있게들 다녀오십시오. 단 하나만 명심하십시오. 오늘 일은 가족이나 애인에게도 비밀로 하셔야 합니다. 여러분이 서명한 보안 유지 각서는 결코 장식이 아니고, 저는 비밀을 누설한 이를 용서할 생각이 없습니다!"

정호준은 마지막 말을 힘주어 말한 뒤에 잠깐 텀을 두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일이 세간에 퍼져 제가 소문을 퍼트린 원흉을 찾는 순간 그분은 후회하게 될 겁니다. 제가 가진 것을 총동원해 인생을 망가트릴 예정이거든요."

돈이 곧 힘인 자본주의 진영에서 수십 조원에 달하는 국가급 예산을 보유하게 된 자산가의 말을 가볍게 여기는 이는 없었다.

자본주의의 총본산인 미국에서 가장 돈이 많이 오가는 직종에서 일하는 이들이다. 권력자의 협박은 협박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추후 반드시 일어날 일이라는 것쯤은 꿰뚫고 있었다.

* * *

선물을 청산한 정호준의 자산은 748억 달러로 130억 달러의 원금을 제한 618억 달러가 정호준이 WTI 원유 선물로 번 수익이었다.

수익이 천문학적인 만큼 내야 할 세금 또한 천문학적이었다.

상장주식·채권·펀드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소득의 종류는 이자소득, 배당소득, 양도소득. 이렇게 총 세 가지가 존재했다.

주식 거래로 수익이 나는 경우 보통 양도소득세를 적용했다.

미국은 주식 거래로 발생한 수익에 대한 세율과 선물과 같은 파생상품으로 번 수익에 대한 양도소득세의 적용이 다른데, 주식 거래의 경우 차액(수익)의 22%, 선물과 같은 파생상품에서 발생한 수익은 10%의 양도소득세가 발생했다.

정호준이 미국 선물 시장에서 올린 수익은 원금을 제하고 110억 달러. JHJ Capital은 10%에 해당하는 11억 달러의 양도소득세를 지불해야 했다.

그리고 일본의 경우 미국과 달리 이자소득, 배당소득, 양소소득에 대한 세금을 15%로 공통 적용했다. 그리고 그에 더해 주민세 5%, 부흥특별소비세 명목으로 0.315%를 추가로 납부해야 했다. 정호준은 일본에 거주하는 주민이 아닌 관계로 다행히 주민세는 낼 필요 없었다.

JHJ Capital이 일본 시장에서 벌어들인 수익 125억 달러. 정호준이 일본에 납부해야 할 세금은 15.315%(19억 1,437만 달러)였다.

미국, 일본 시장과 다르게 홍콩, 태국, 싱가포르는 그저 0.1~0.2%에 달하는 증권거래세만 거둘 뿐 파생상품으로 발생한 수익에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JHJ가 내야 할 세금이 많이 감면되었다.

'레버리지로 댕길 수 있는 정도가 작아서 아쉬웠는데, 그래도 이건 좀 좋네.'

정호준이 홍콩과 싱가포르 선물시장에 벌어들인 선물 수익은 383억 달러. 두 시장 합쳐 내야 할 세금은 7억 6,600만 달러에 불과했다. 7억 6,600만 달러는 '불과했다'라는 표현을 사용할 만큼 적은 돈은 아니었으나.

세상은 언제나 상대적인 법.

뒷자리 단위가 하나 더 커지는 일본, 미국 시장과 비교하면 7억 6,600만 달러는 선녀로 보였다.

정호준이 내야 할 세금의 총합은 약 37억 8,037만 달러. 내야 할 세금을 모두 지불한 JHJ Capital의 버진 아일랜드 계좌에는 710억 달러라는 거금이 잠들어 있었다.

* * *

파티를 마친 다음 날 오후. 정호준은 트레이더팀과 법무팀, 회계팀, 정보팀의 팀장과 최고 책임자인 자넷, 조나단을 불러 모았다.

"어제는 잘 들어가셨습니까?"

"네, 저는 잘 들어갔습니다. 팀장님들도 잘 들어가셨죠?"

미국도 사람 사는 곳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정호준이 불러 모은 팀장들은 상급자인 정호준의 안부를 묻는 걸로 대화가 시작되었다.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인사치레를 나눈 뒤 정호준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본격적으로 지시를 내렸다.

"팀을 2개로 나눌 겁니다. 첫째로 우리의 흔적을 지울 팀."

"홍콩에 설립한 유령법인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조나단은 너무 아깝지 않냐는 뉘앙스를 담아 질문했다. 정호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다음부터는 이렇게 숨기면서 일을 진행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기엔 규모가 너무 커졌으니까요. 대신 이번 작전에 대한 흔적이 남아서는 안 됩니다."

정호준의 부연 설명에 팀장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둘째는 휴가 가기 전까지 엔플 주식을 매수할 팀입니다. 당연히 최대한 가격이 오르지 않게 기술적으로 매수해 주셔야 합니다."

유니버셜 히치에서 내놓을 아이템을 엔플에 밀어붙이기 위해서는 대주주의 요구만큼 편리한 게 없었기에 정호준은 엔플 주식 매입을 지시했다.

"대표님."

"말씀하세요."

"엔플 쪽에서 우리의 주식 매입을 모르도록 은밀하게 움직여야 합니까?"

지미 딕슨 팀장의 질문에 정호준은 잠깐 딕슨을 바라보며 고민에 빠졌다.

'이제는 스티븐 잡스를 어려워할 필요가 없다.'

생각을 정리한 정호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뇨, 일부러 수고를 들여가면서 숨길 필요는 없습니다. 기술적 매수에만 신경 쓰세요. 그리고 팀을 어떻게 나누는 게 좋을지는 조나단과 자넷, 팀장님들끼리 상의해서 결정하십시오."

이행해야 할 사안을 모두 일러둔 정호준은 경호팀과 함께 뉴욕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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