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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112화 (11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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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J Capital은 홍콩 선물 시장뿐 아니라 싱가포르, 도쿄 선물 시장 쪽에도 기웃거렸다.

이유는 굳이 입 아프게 설명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간단했다.

'홍콩 선물 시장만으로는 자금이 많이 남네.'

1년 전 2005년 원유 선물에 투자했을 당시 JHJ Capital과 2006년 현재 JHJ Capital은 체급에 있어 현격한 차이가 존재했다. 다시 말해 시장 하나만으로는 정호준의 매수 물량을 다 받아 내기에 부족함이 있다는 말이었다,

월가가 아무리 세계 금융가의 중심이라 불린다지만 100억 달러가 넘는 자산을 소유한 투자회사 수는 많지 않았고, 수를 세는 게 어렵지 않은 회사 중에 JHJ Capital처럼 선물에 그것도 한 가지 종목에 100억 달러 이상을 냅다 꼬라박을 회사는 월가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 기준은 월가를 넘어 세계를 놓고 가정해 봐도 마찬가지였다.

홍콩 선물시장에서 원유 선물계약을 체결하기 전 정호준은 한 가지 질문을 받았었다.

"대표님!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는 비율이 줄었는데, 이대로 계속 홍콩 선물 시장에 투자합니까?"

'원래 4배도 높은 편은 아니었는데, 레버리지 비율이 4배에서 더 줄었네.'

공산당이 개입한 건지 중국인민은행이 개입을 했는지 정답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증거금과 신용을 담보로 4배까지 일으킬 수 있었던 레버리지가 3배로 감소한 상태였다.

'하긴 65억 9,850만 달러도 적게 볼 돈은 아니지.'

중국이란 시장이 워낙 커서 그렇지 시장 규모를 제하고 그냥 금액만 놓고 보면 원금 제하고 반올림한 수익 66억 달러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

본인들의 부패로 생기는 손해는 그냥 모른 척 넘어가도 타국에 의한 손해는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는 게 바로 중국을 지배하는 머리, 중국 공산당 아니던가?

중국 공산당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소 잃기 전에 먼저 외양간 고치는 건 못했지만, 한국처럼 소를 잃은 뒤에 외양간 고치는 건 정말 잘했다. 책임 소지를 분명히 하며 사람을 쳐 내는 건 오히려 중국이 더 잘할 수도 있다.

'고친 외양간을 박살 내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그렇지.'

저번 투자처럼 증거금과 신용을 담보로 레버리지를 일으킨다고 계획하고 진행하는 선물 매입이었기에 본래 계획한 것보다 낮은 레버리지에 몇몇 직원들이 불안한 표정을 보였다.

'뒤통수가 따갑네.'

재수 없는 이는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첫 스텝부터 계획한 바가 엉클어진 것에 대한 불안과 더불어 돈을 더 벌 수 있음에도 굳이 중국 선물시장을 노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런 기색을 읽었음에도 정호준은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예, 계약 체결 이어 가십시오."

그저 지시를 내릴 뿐.

그런 정호준의 행보에 JHJ Capital이 큰 수익을 내며 명성이 높아짐에 따라 곳곳에서 스카우트한 직원 중 한 명인 지미 딕슨이 정호준을 보며 물었다.

"대표님. 대표님께 확신이 있으시다면 홍콩 선물 시장보단 도쿄나 싱가포르, 런던, 선물시장에 투자하는 게 수익률 면에서 훨씬 나을 것 같은데, 왜 하필 홍콩 선물 시장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지미 딕슨의 질문에 사무실에서 함께 작업 중이던 다른 직원들의 시선이 쏟아졌다. 지미 딕슨이 총대를 메서 그렇지 다른 직원들도 지미 딕슨과 같은 의문을 품고 있었다. 투자금도 투자 계획도 모두 정호준에게서 나왔지만 어쨌건 수익이 클수록 자연스레 그들에게 떨어지는 떡고물도 커진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만 해 두죠. 그리고 레버리지를 300%만 일으켜도 충분

히 큰돈이잖아요? 너무 욕심 부리지 맙시다. 벌받습니다."

명확하게 드러낸 적의가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대놓고 중국의 성장을 방해하기 위해서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미국이 내가 이렇게 미국의 국익을 생각해 주고 있다는 걸 알까? 알아줘야 할 텐데 말이지.'

주식 시장처럼 선물 시장 또한 값이 수시로 변동하기에 진입한 유가가 달랐지만 대충이나마 평균은 낼 수 있었다.

62.87불.

JHJ Capital이 체결한 선물계약 유가의 평균치였다.

* * *

수면 밑의 진실까지 알려지지는 않았음에도 리만 브라더스가 중국인민은행에 매각됐다는 소식은 협상이 끝나자마자 세계로 퍼져 나갔다.

[15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리만 브라더스, 1,200억 달러에 중국인민은행에 매각되다.]

[리만 브라더스 매각이 유럽 증시에 미칠 영향은?]

[리만 브라더스, 중국에 한화 140조 원에 인수되다.]

[연못에 잠들어 있던 용 드디어 세상을 향해 기지개 켜다. 중국인민은행 리만 브라더스를 인수로 월가에 오성홍기를 꽂다!]

1,200억 달러, 한화 140조에 달하는 역사에 기록되기 충분한 인수금도 인수금지만 이렇게 빨리 퍼져 나간 데는 다른 이유가 존재했고 그 이유는 후민티오 주석이나 중국 공산당이 리만 브라더스를 인수하려는 이유와 같았다.

이번에 중국이 인수한 리만 브라더스는 미국 월가에서 150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은행이다. 해마다 망하는 곳이 수두룩한 세상에서 그 끔찍한 대공황까지 견뎌 내며 지금까지 버텨 온 곳이 바로 리만 브라더스라는 투자은행이다.

축적된 세월이 세월이니만큼 리만 브라더스가 가진 명성과 영향력은 실로 거대했고, 그런 은행을 중국이 인수했다.

아무리 중국이란 나라가 바퀴벌레처럼 많은 인구로 거대한 내수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거대한 영토에서 비롯되는 다양하고도 풍부한 자원이 존재한다지만, 개혁개방을 실행한 지 얼마나 됐다고 미국 4대 은행 중 하나를 인수할 정도로 커졌단 말인가?

중국이 리만 브라더스의 인수는 한창 중국 특수를 누리고 있는 한국과 일본 같은 동아시아 부국들에게 거대한 쇼크로 다가왔다.

그들이 느끼는 감정은 동일했다.

'중국이 언제 이렇게나 컸단 말인가?'

경제지표 등을 통해 성장한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경제지표와 같은 종이쪼가리와 이렇게 직접 사건으로 확인하는 건 각국의 정상들이 느끼는 체감 정도가 달랐다.

리만 브라더스 매각은 사회적으로 거대한 파장을 가져다주었다. 이런 파장에서 로슬러 가문이라고 자유로울 수 없었다.

로슬러 재단 이사회와 찰튼 로슬러 주니어는 지금 이 사태의 원흉인 찰스 로슬러를 소환했다.

"숙부님. 이번 건은 선을 많이 넘으셨습니다. 지금껏 재단의 피해를 끼치지 않고 선의의 경쟁을 하시던 숙부님은 대체 어디로 가신 겁니까? 연방정부로부터 질책성 추궁이 지금도 계속 들려오는 걸 아십니까?"

리만 브라더스 매각이라는 현실에 세계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당황한 건 다름 아닌 미국이었다. 연방정부는 물론이고 미국에서 미국 국적을 갖고 살아가는 미국인들 모두가 지금 이 상황에 자존심이 크게 상했다.

딱히 경영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도 없었기에 더 그랬다.

이사회와 찰튼 로슬러 주니어의 추궁에 찰스 로슬러는 자신은 잘못한 게 없다는 듯 당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바깥사람들이 보기에는 내가 노욕을 부려 말년에 로슬러 재단 이사장 자리를 유지하고자 발버둥 치는 것처럼 보일 거요."

"그럼 아니란 말입니까?"

찰스 로슬러가 호흡을 가다듬는 사이에 찰튼 로슬러 주니어가 다시 한번 태클을 걸었지만 찰스 로슬러는 그 태클을 무시한 채 자기 할 말을 이어 갔다.

"리만 브라더스를 매각한 건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다. 노욕으로 포장한 건 어디까지나 매각이 수월하게 진행되도록 포장한 것에 불과해."

찰스 로슬러는 찰튼 로슬러 주니어에게 존중보단 친근함이 말투로 대답한 뒤 이사진들을 쭉 한 번 둘러본 뒤 다시 입을 열었다.

"찰튼과 이 자리에 참석한 이사들에게 묻겠소. 리만 브라더스를 매각하면 이렇게 큰 파장이 생길 거란 걸 모르고 매각했다고 생각하시오?"

찰스 로슬러의 역질문에 자리에 참석한 이중 그 누구도 그렇다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로슬러 재단 이사회는 1972년 6월부터 줄곧 찰튼 로슬러 주니어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사회의 지지를 등에 업었음에도 찰튼 로슬러 주니어와 찰스 로슬러의 쟁투가 지금까지 이어진 건 그만큼 찰스 로슬러가 뛰어난 인물임을 증명하는 살아있는 증거였다.

"내가 내 욕심에 휘둘려서 재단에 피해를 입힐 인물이라고 생각합니까? 그런 생각을 가지셨다면 실망을 금치 못하겠군요. 내가 재단과 가문에 상처를 입히는 걸 개의치 않아 했다면, 훨씬 더 예전에 내가 유리할 때 승부수를 던졌을 겁니다"

사람은 그 사람이 어떤 인생, 어떤 행보를 걸어왔는지로 평가받는다.

구구절절 이치에 맞고 합리적인 말만 내뱉는 찰스 로슬러의 발언과 과거에 이사회와 찰튼 로슬러 주니어는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로슬러 재단 5600호실 회의실에 무거운 침묵이 내리 앉았다.

'이대로면 분위기가 숙부님께 넘어간다.'

이대로 주도권이 찰스 로슬러에게 넘어가는 것을 바라지 않았던 찰튼 로슬러 주니어는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 뒤 발언했다.

"지금까지 숙부님이 로슬러 재단과 가문에 흠집을 내지 않았다고 이번에도 그렇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습니다. 인간은 욕망의 동물이고, 실수는 언제든 할 수 있는 거니까요. 욕심보다 먼저 재단을 생각하신 숙부님의 행보를 존경하지만, 지금껏 그러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믿어 달라고 말하는 건 조금 너무한 것 같습니다."

호흡을 한번 가다듬고 그사이에 이사들과 아이컨텍을 한 찰튼 로슬러 주니어는 말을 이어 갔다.

"그리고 두루뭉술하게 이유조차 설명해주지 않고 매각했다는 말은 성의가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최소한 왜 매각했는지 정도는 설명을 해 주셔야 맞지 않겠습니까?"

찰튼 로슬러 주니어 또한 만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합리적인 논리가 섞인 발언을 내뱉었고 다시금 상황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지금 이 자리에서 그 사실을 밝히는 건 차후 있을 제 행보에 큰 지장을 주기에 밝히기 어렵습니다."

찰스 로슬러는 정호준이 말해 준 대로 상황이 흘러갈 경우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수를 계획해 두었다. 치명적인 공격이 될 수 있는 상황을 방비하게 해 줄 이유가 그에겐 없었다.

"최소한의 이유는 설명해……."

찰튼 로슬러 주니어는 찰스 로슬러의 거절에 다시금 노욕으로 몰아가려 했으나 찰스 로슬러가 그의 발언을 끊었다.

"단!! 이것 하나만은 약속하겠습니다. 만약 2년 후, 베이징에서 개최될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리만 브라더스 매각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과반을 차지하신다면, 그때는 이사장 자리에 더는 미련을 갖지 않고 포기하겠습니다."

재단 이사장, 가문의 당주 자리를 놓고 30년 넘게 이어져 온 다툼을 그만두고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찰스 로슬러의 발언에 자리에 있던 이사진들(로슬러가의 사람들)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약속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대신 리만 매각이 현명했다고 판단된다면 재단 이사장 자리에 대한 결론을 다시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80 넘은 노인의 마지막 승부수는 그렇게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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