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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111화 (11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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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공산당이 독재하는 나라임은 분명했지만 더 자세히 살펴보면 마냥 독재라고 하기엔 조건에 안 맞는 부분이 꽤 많은 나라였다.

밖에서 볼 때는 공산당이라는 하나의 당이 독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공청단, 태자당, 상하이방이란 파벌이 항상 권력을 쥐기 위해 다퉜다.

같은 당에 소속된 다른 계파라고 취급하기에는 중국이란 나라 자체가 워낙 덩치가 큰 나라라 무리가 있었다. 계파로 취급하기보단 한 나라의 여당과 야당이 정권을 놓고 싸우는 것과 비교하는 게 옳으리라. 공산당의 당권을 놓고 벌이는 암투가 다른 나라에서 여당과 야당이 정권을 놓고 싸우는 것과 비교해 더 치열하면 치열했지 못하지는 않았으니까.

거기에 은퇴를 선언해 뒷방으로 밀려났지만 원로라는 명목하에 공산당 1세대, 2세대 인물들도 정치에 끼어들곤 했다. 마오쩌둥의 사례에서 배운 게 있어 국가 주석 자리와 총서기 등 권력이 제법 사리에 맞게 분할되어 있었고, 국가 주석 자리도 3연임이 불가능하도록 법으로 막았었다.

'그랬었지. 2013년에 사황제라 불리는 곰돌이 푸 사진윈 주석이 등판하시기 전까지는 말이지.'

다들 알고 있지 않나?

중국이란 나라는 언제나 상식 이상의 것을 보여 주는 나라란 걸.

'과거를 통해 배우고 발전하는 게 사람인데, 쟤들은 항상 똑같아.'

조금 살 만해지고 나면 항상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족속이란 걸 증명하듯 누가 힘을 줘서 뒤로 민 것도 아닌데 중국의 정치는 제 발로 한 걸음 한 걸음 뒷걸음쳤다.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국가 주석이 총서기 등의 직책을 겸임하게 되었고 암투를 벌이기는 하나 종국에는 파벌 간의 합의를 통해 정해졌던 국가 주석 자리가 뽑는 방법이 어느 순간 달라지게 되었다.

그렇게 후퇴에 후퇴를 반복하다 종국에는 3연임을 금지한다는 헌법을 수정하고 종신집권, 다른 말로는 독재라 불리는 행위의 발판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로슬러 가문이 중국인민은행에 리만 브라더스를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2006년은 아직 국가 주석의 3연임이 가능한 시기는 아니었지만, 국가 주석이 중앙위원회 중앙서기처 총서기 자리와 중앙군사위원회의 자리를 겸임해 국가 주석이 절대권력을 행사하는 시기였다.

2006년은 권한을 하나둘 다음 주석에게 넘겨줄 준비를 할 필요 없는 후민티오 1기 정권이다.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의 대통령조차 정권 초기에 특히 막강한 힘을 소유하는데, 독재국가 중국에서 주석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지녔을지는 감히 추측하기조차 어려웠다.

총회에 참석한 공산당 총회에서 공청단, 태자당, 상하이방 파벌들이 각자의 의견을 이야기해도 결국 결정하는 건 후민티오의 몫이었다.

갑작스럽게 전달된 리만 브라더스 매각 제안에 총회는 며칠째 이어졌다.

"찰스 로슬러가 리만 브라더스 매각을 우리에게 제안한 일로 찰튼 로슬러 주니어와 로슬러 재단 이사회로부터 공격당하고 있다는 보고, 장효동 의원은 못 받아 보셨소? 노욕(老慾) 때문에 큰 실수를 범한 거요."

미국 4대 투자은행으로 꼽히는 은행을 정당한 이유 없이 매각하는 찰스 로슬러의 행보는 비난이 일기 충분한 일이었다. 찰튼 로슬러 주니어를 포함 로슬러 가문 일원들은 찰스 로슬러의 실수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안전부(MSS)'를 통해 상황이 실시간으로 보고되었다. 보고 때문에 반대 의사를 표하던 의원 중 다수가 반대를 철회했다.

"적의 실수를 이대로 그냥 지켜만 보고 있을 수는 없는 거잖습니까? 지금이 기회란 말입니다. 연못에 잠들어 있던 우리 중화가 다시 깨어났음을 세계에 알릴 기회!"

세계 금융가의 중심지는 누가 뭐라 해도 월가다. 그 월가가 위치한 맨하튼에 중국 또한 은행들을 진출시켜 놓은 상태지만 진출한 은행들의 영향력은 미약했다. 인수에 찬성하는 이들은 미약한 명성과 영향력, 그리고 세상과 인민들의 관심을 단숨에 끌어올 찬스라 생각해 찬성 의사를 밝혔다.

총회의 분위기는 점점 인수하는 게 좋겠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하나만 묻지."

총회가 이어지는 중간중간 참석해 의견이 어떻게 모이고 있는지를 확인하던 후민티오 주석은 처음으로 입을 뗐다.

"예, 주석 각하."

지금 올림픽을 준비하는 당원들과 중국인민은행의 이사진들을 불러다 놓은 후민티오는 그들을 보며 한 가지 물음을 던졌다.

"리만 브라더스 인수를 진행하면 베이징 올림픽 진행에 차질이 생길까?"

후민티오 주석과 중국 공산당에게 2008년에 개최되는 베이징 올림픽은 정말 큰 의미였다. 베이징 올림픽은 공산당의 뛰어난 영도력으로 중국이 세계의 중심에 설 자격을 얻었음을. 세계인들과 중국 인민들에게 알리는 행사였다. 수십 년 어쩌면 100년이 넘는 한이 섞인 출사표였다.

"당의 영도 덕분에 우리가 그래도 입에 풀칠이라도 하며 사는 거다."

중국 공산당은 중국이 세상에서 제일 잘사는 나라라고 다른 나라는 더 힘들게 산다고 인민들을 속였다. 중국보다 형편이 더 나쁜 인도,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몽골, 북한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아예 거짓을 말한 건 아니었지만 생각이라는 걸 할 줄 아는 이들은 비교 대상이 겨우 저들이란 것에 한탄하곤 했다.

중국 공산당에게 베이징 올림픽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속아 주고 합리화하던 중국 인민들과 본인들의 자존심을 위무해 줄 축제였다.

"아닙니다. 후민티오 주석님의 영도 아래 다시금 10% 경제성장률을 회복했잖습니까. 주석께서 성장시킨 중화의 잠재력이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권력에 아첨하는 건지 아니면 진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지 중국인민은행 이사진 중 불가능을 입에 담는 이는 없었다. 불가능은 무슨 입에 꿀을 발라 놓은 것처럼 아부하듯 대답했다.

"흐으음."

후민티오는 작은 침음성을 내며 테이블을 두드렸으나 고민은 짧았다. 지금껏 업무를 처리하면서도 계속 머릿속 한구석에서 고민을 이어 갔기 때문이다.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라. 그럼 찰스 로슬러의 제안, 받도록 하지. 리만 브라더스 우리가 중화가 인수합시다."

독재자가 집권 명분을 위해 치적(업적)거리를 챙긴다고 말하곤 했지만 사실 업적은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추구하는 것이다. 후민티오는 그의 후임 사진윈처럼 종신집권을 추구하지 않았지만 그 또한 업적을 남기길 바라는 정치인이었다.

중화의 금융시스템으로 미국 금융계의 일각을 점령했다는 업적 앞에 냉정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찰스 로슬러 쪽에 인수 의사를 타진하겠습니다."

후민티오 주석의 입에서 리만 브라더스를 인수하겠다고 말이 나온 이상 큰 이변이 없는 이상 인수가 취소될 일은 없었다.

* * *

리만 브라더스 매각을 위해 찰스 로슬러와 찰스 로슬러 주니어가 움직이고 있을 무렵 정호준은 새로운 투자를 위해 움직였다.

130억 달러라는 거금을 실탄으로 확보한 정호준은 다시금 중국 선물 시장에 눈을 돌렸다.

'등락이 있을 수는 있으나 2008년까지 유가는 계속 오른다.'

등락의 폭까지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지는 않지만 정호준은 한 가지만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리만 브라더스 파산으로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가 치명타를 맞기 전까지 세계는 경제 호황을 누렸고 유가 또한 경제 호황에 비례해 상승을 거듭 이어 가 종국에는 140불을 돌파했다는 걸.

'2008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끝을 모르고 올라가는 유가에 유가가 미쳐도 너무 미쳤다고, 오일쇼크보다 지금이 더 하다는 말들이 경제 뉴스 채널들을 통해 터져 나왔었지.'

1회차 때 틈만 나면 유가가 너무 올라 힘들다는 소리를 TV를 통해 들었던 만큼 원유 선물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정호준은 신용부도스와프(CDS)를 체결해 2007년 크게 한탕 할 큰 그림을 그렸으나 언제나 그렇듯 동원할 자본금은 언제나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2개월 정도만 발을 담궈 보자.'

최악의 진입 타이밍에 선물을 매입하지 않는 한 유가 선물은 투자금을 불려 줄 가장 좋은 수단이 되어 주리라.

그리고 지금 CDS(신용부도스와프)를 체결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당장은 그 어떤 상품보다도 재미가 좋은 상품으로 보일 서브 프라임 관련 상품에 의심을 추가할 필요는 없다.'

리만 브라더스 인수가 한창일 텐데 벌써부터 CDS를 체결할 필요는 없었다. CDS를 사는 타이밍은 리만이 중국으로 인수된 뒤로 미뤄도 충분했다.

"WTI 원유 선물 매입 시작합시다."

선물 매입 시작을 선언한 순간부터 정호준의 지시로 만들어 놓은 유령 회사들의 자금이 선물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훗날 중국 6대 증권사라 불릴 CIITIC(중국 국제 신용 증권), HaiLong(해룡증권), GT(평탄증권). Guoan(국안증권), HuaHua(화화증권), ZhongHa(중화증권)을 통해 가장 많은 선물을 매수하긴 했지만, 이 6개 증권사 말고도 홍콩 바닥에 존재하는 모든 증권사에서 석유 선물을 매입했다.

3월부터 7일 정호준의 WTI 원유 선물 지시에 따라 조나단을 포함 정호준의 밑에서 일하는 이들은 모두 선물 매수를 이어 갔다.

61.34, 60.02, 59.87, 60.49. 61.33 62.18.

JHJ Capital은 떨어지기도 하고 오르기도 하는 유가에 맞춰 선물을 계속 구입했다.

선물계약을 체결할 때마다 그와 엇비슷한 증거금이 계좌에서 빠져나갔으나 정호준은 개의치 않아 했다.

'레버리지 일으킬 거니까.'

막대한 증거금을 담보로 레버리지를 일으키면 증거금으로 잡히는 돈을 아까워할 필요가 없었다. 손해를 보게 된다면 레버리지를 일으킨 배수로 손해를 보는 거지만, 지금의 투자는 확신이 충분한 상태에서 하는 투자였다.

* * *

정호준이 원유 선물을 매입하느라 정신없이 지내고 있다면 찰스 로슬러들은 리만 브라더스 매각 협상을 치열하게 이어 가고 있었다.

"자산 가치를 생각해 주셔야죠."

로슬러들은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애를 썼다. 폭탄을 넘기는 거였지만 폭탄을 폭탄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한 가치는 지속되는 법이었다.

반대로 중국 쪽이야 당연히 값을 내리기 위해 애썼다.

"급한 건 우리가 아니라 당신들입니다. 욕심을 버리시죠. 자금 사정이 안 좋으면서 제값을 다 받아 내려는 건 욕심입니다. 우리는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도 그만입니다. 우리 중국이 아니고서 리만 브라더스라는 대형 매물을 일시불 혹인 2년 분할로 사 줄 곳이 있을 것 같습니까?"

로슬러 가문의 재단 이사장 자리를 놓고 막판 뒤집기를 위해 애쓴다는 정보를 토대로 작전을 짠 중국인민은행은 아쉬울 것 없다는 태도를 지속했다.

후민티오가 리만 브라더스를 매입하겠다고 결정한 이상 그들 또한 반드시 리만을 매입해야 했으나 로슬러는 그 사실을 모른다고 믿었다. 실제로도 알지 못했고 말이다.

재단 이사장과 찰튼 로슬러 주니어가 찰스 로슬러를 압박하는 시간을 줌으로써 찰스 로슬러가 좀 더 다급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중국인민은행 협상 담당자들은 아쉬울 것 없다는 태도를 이어 가며 시간을 끌었고.

결국 가격은 중국 쪽에서 바라는 금액 쪽에 가깝게 결정되었다.

2006년 3월 28일. 1,200억 달러짜리 메가 빅딜이 성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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