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84화 (84/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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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준이라는 인간이 미국에 유익할지, 위협이 될지 판단하기 위해 만남을 요청했던 국장들은 정호준을 만나 보고 나서 미국에 이익이 될 자임을 확인했다.

사고방식의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불합격점을 준 이가 있을 법도 하건만 세 명 모두 정호준에게 합격점을 주었다.

- 미스터 정은 미국의 국익에 보탬이 될 자야. 제대로 신변 보호를 할 필요가 있겠어.

만남을 마치고 밖으로 나온 고든 국장의 중얼거림에 그 말을 들은 두 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 한국에 대한 애착과 이기적인 면모가 있는 것 같긴 한데, 그 정도야 뭐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거니까.

- 난 오히려 그 이기심이 기껍던데. 그 이기심 덕분에 미국 국적이 주는 메리트는 잘 파악하고 있잖아. 딱 적당한 욕심이지.

딱 한 차례 만남을 가졌을 뿐인데 국장들은 모두 정호준에게 호감을 품었다. 이는 정호준이 미국에 큰 이익을 가져다줄 인물임을 확인했기 때문이지.

결코 30억에 달하는 무기명 국채를 뇌물로 줘서가 아니다.

정말이다.

- 그나저나 어떡할까? 정호준 대표가 DIA(국방정보국)과 NSA(국가안보국) 국장과도 만남을 주선해줬으면 한다고 했잖아. 다리를 놔줄까? 아니면 그냥 있을까?

DNI 국장 존 M. 폰트의 말에 세 사람은 헤어지기 전 정호준의 요청을 떠올렸다.

- 혹시 DIA와 NSA의 국장님들과 만남을 주선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 왜 그들을 만나고 싶어하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 누구는 선물을 주고 누구는 선물을 안 주면, 선물을 받지 못한 이는 기분이 나쁠 거 같다고 생각해서요. 국장님들을 폄하하거나 깎아내리려고 하는 말은 아닌데, 사람이란 게 그렇게 생겨 먹었잖습니까? 하나보다 둘이 낫고 둘보다 셋이 낫다고. 기왕 신변 보호를 받게 되었는데, 미국 5대 정보기관의 보호를 받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하지만 정호준이 직접 찾아갈 생각은 없었다. 그건 너무 굽히고 들어가는 거였으니까.

정호준이 직접 찾아가 만남을 가지-면 오늘 정호준과 만남을 가진 CIA, FBI, DNI와 차별을 두는 게 된다.

'차이를 굳이 내가 먼저 만들 필요는 없지.'

나이 먹었건, 경력이 오래되었건 경쟁 관계에 있는 이들끼리는 친해지기 어렵다.

'기관도 인간이 모여 만든 거니까.'

미국을 위해 움직인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경쟁 관계이기도 했기에 처신을 잘못했다가는 다른 기관들에게 밉보일 수도 있었다. 더군다나 본인이 돈을 주는 입장인데 찾아가서까지 주고 싶지도 않았다.

CIA, FBI, DNI의 국장들처럼 최소한 자신을 찾아오는 성의는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그 정도의 성의도 보여주지 못하는데 먼저 나서서 잘 봐달라고 굽신거리고 싶지는 않았다.

적을 만들고 싶지 않은 성향을 가졌다지만 그 말이 자존심이 없다는 말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미 세 정보기관의 책임자에게 호의를 사기도 했으니 말이다.

- 무리한 요구도 아닌데 들어주는 게 맞다 생각한다. 어떻게 생각해?

- 동감이야. 단 정호준이 우리한테 기름칠 했다는 것도 흘리면서 찾아가게 만들자. 미국을 위한 일인데 정호준의 말마따나 협조해줄 사람이 많으면 좋지 뭐.

정호준이 예측했던 것처럼 유치한 자존심 싸움은 존재했다.

잠깐 시간 내서 얼굴을 보는 걸로 3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는 일이다. 무기명 미국 국채로 주는 거라 추적을 받을 일도 없다. 게다가 기관 자금으로 쓰든 본인의 비자금으로 쓰든 본인의 자유다. 정호준은 어디다 사용해달라는 말을 붙인 적이 없으니까.

직접 연락해서 찾아가라고 할 만큼 사이가 좋지는 않았기에 국장들은 그 사실을 누군가의 입을 통하고 또 통해 듣게 만들었다.

DIA, NSA 국장은 사전에 시간을 맞춰서 정호준에게 고지한 뒤 방문했다. 앞선 세 사람과 달리 티타임을 가진 뒤 받을 걸 받아 갔다.

일주일도 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뇌물로 1,500만 달러를 사용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값지게 사용했으면 그걸로 됐다.'

*****

누르빈스카야 다이아몬드 광산 하나를 폴류스사에 매각하고 미국 정보기관의 국장들과 만남을 가진 동안 정호준에게 협박받은 한국 언론사들은 열일을 이어갔다.

조금씩 조금씩 정호준을 천재로 포장하는 작업을 이어가며 마지막 결정타를 준비했다. 댓글에서 종종 언급되었던 사안, 투자금 유치와 관련된 질문 형식의 기사였다.

Q: 저희가 기사로 정호준 대표님을 다룰 때마다 저희 기사를 보시는 독자님들께서 궁금해하셨던 사항이 하나 있습니다.

A: 질문이요?

Q: 투자금 유치와 관련된 질문입니다.

A: 예, 질문하시죠.

Q: 투자회사를 운영하시는 사장님들은 보통 정호준 대표님만큼 성과를 내면, 성과를 포트폴리오 삼아 투자금을 모으죠. 정호준 대표님께서는 투자금을 받으실 계획이 있는지, 그리고 투자 제안을 받아보신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일단 제 성공 소식을 듣고 돈을 투자하겠다는 제안은 받아왔습니다. 제게 투자하시겠다는 의사를 밝힌 분들을 딱 꼽아 말해드릴 수는 없지만, 한국에서 기업을 운영하시는 분들부터 정계, 법조계에 계시는 분들의 제안은 꽤 많이 받았습니다.

Q: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왜 받지 않으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회사가 커지면 대표님께도 좋은 거잖습니까?

A: 투자금을 받는다는 건 이익 또한 공유한다는 말이 되죠. 그런데 제가 좀 욕심이 많습니다. 자본을 투자했다는 이유로 제가 키워낸 큰 과실을 함께 가져가는 걸 달갑게 받아드리지 못하겠더라고요. 저는 사육사가 되고 싶지 곰이 되기를 바라지 않거든요.

Q: 대표님께서 바라시는 조건이 있으십니까?

A: 돈을 빌려주면 3년 후 투자한 금액의 배를 주겠다고 했지만 받아들이시지 않더군요. 그래서 펀드를 한 번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투자를 제안받은 것은 분명 진실이었지만 후자인 수익 비율 조정은 거짓이었다. 정호준은 사전에 불만을 상의하지 않았다. 아직 투자받을 생각이 없다는 이유를 대며 그들의 제안을 거절했을 뿐.

언론사들이 기사화한 질의응답형 기사는 세간에 화제가 되었다.

⌎ 대체 언제 가서 돈을 투자하겠다고 제안한 거야? 우리는 이제야 알게 됐는데. 재벌이나 정치인들이 정호준한테 투자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시기가 알고 싶어지네.

⌎ 권력을 잡고 있을수록, 돈이 많을수록 돈을 더 많이 버는 이유가 여기 있었네. 정보를 훨씬 빨리 받으니 당연히 돈을 벌지. 괜히 권력을 잡으려는 기를 쓰는 게 아니었네.

⌎ 이자를 연에 33%나 챙겨준다고? 같으면 당장 돈 맡겼겠다.

⌎ re: 그러게 말이다. 참 욕심도 많아. 연이율 3년 후 2배로 갚는 거면 연이율 33.33%인데, 지금 은행 이자가 얼마인지 알고 거절한 건가?

⌎ re: 조금이라도 더 벌겠다고 정호준이랑 밀당하려다가 단칼에 거절당했을 게 눈에 훤하다 훤해.

그들의 투자 제안에 정호준은 거절을 표했을 뿐 다른 그 어떤 조건도 붙이지 않았지만 정호준의 질의응답 기사가 나가자 정치인과 재벌들은 넷상에서 가루가 되도록 까임을 받았다.

욕심이 많아도 너무 많다는 식으로 말이다.

자신이 벌인 일을 가지고 욕을 먹어도 기분이 나쁠 판국에 행하지 않은 일로도 욕을 먹으며 이미지가 나빠지자 상류층들은 억울함이 가득했다.

'나 억울하다고. 저 새끼한테 그런 조건 듣지 못했다고.'라고 당장이라도 외치고 싶지만 차마 항변하지 못했다.

그들이 항변하는 순간 정호준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고 정호준에게 투자하겠다고 제안한 게 사실임을 들키게 됐으니까.

그래서 당장이라도 입 밖에 내뱉고 싶을 정도로 억울해도, 억울함을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

한편 정호준은 미국의 유명 항공사 보인과 미팅을 가졌다. 이유는 간단했다. 타고 다닐 항공기를 구매하기 위해서였다.

'이제는 항공기 끌고 다닐 레벨이 됐으니까.'

돈이 있으면 써주는 게 사회의 이치였다.

- 요즘 월가에서 핫한 JHJ Capital의 오너를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전용기 구매는 아무리 값싼 전용기를 구매해도 한화로 최소 500억은 드는 큰 건이다. 그래서인지 정호준을 담당하는 직원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을 정말 달달했다.

말만 달콤한 게 아니다 정호준을 접대하기 위해 마련된 커피의 원두부터 술 종류까지 고급지지 않은 게 없었다. 그리고 정호준을 담당하는 직원은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로 크게 떠지는 미인이였고 말이다.

- 슬슬 전용기가 한 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알아보러 왔습니다.

항공기 회사 중 명성 높은 보인과 제트버스. 두 회사 중 한 곳을 선택해야 했고 정호준의 선택은 보인이었다.

'미국 국적을 갖고 있는데, 미국 비행기를 써줘야지.'

- 잘 오셨습니다.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글쎄, 벌써부터 후회 중인데?'

뉴스에서 보인사 항공기 추락사고를 종종 봐왔지만 어쩌겠는가?

미국에 유명 항공사가 존재하는데 항공기 같은 고가의 물품을 유럽 국적의 '제트버스'사에 주문하면 알게 모르게 섭섭함을 품을 거다.

- 어떤 기종을 생각하고 오셨습니까?

- 보인 777-300ER로 구매했으면 좋겠군요.

그래서 되도록 사고 기록이 적은 보인 777기종을 선택했다.

정비사와 파일럿을 초일류로만 뽑으면 목숨까지 위험하지는 않을 거라 위로하면서 말이다.

- 최근 월가에서 핫한 투자회사답게 안목이 참 탁월하십니다. 멋지세요. 777은 저희 보인사에서 가장 추천드리는 기종이죠. ER은 그 중에서도 최고의 스펙을 자랑합니다.

돈 앞에서는 동서양이 없는 건지 한국 영업사원들 그중에서도 정말 고가의 차들을 파는 이들에게서나 나올 법한 극존대 극존중 영업 태도를 경험 중이었다.

'닳겠다 닳겠어.'라고 느낄 정도로 말이다.

- 지금 주문하면 언제쯤 받아볼 수 있을까요?

- 주문이 밀려있어서 1년 6개월 정도는 기다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 급하시다면 추가금을 지불하시면 지불하신 추가금을 사용해서 앞 순번의 고객님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 아뇨, 그렇게까지 신경 써 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가격 이야기로 넘어가 보죠. 얼마죠?

정호준의 질문에 지금껏 달콤한 말을 내뱉으며 비위를 맞춰왔던 직원이 처음으로 정호준의 눈치를 봤다.

- 777-300ER은 3억 달러에 출고됩니다. 가격이 조금 부담스러우시면 200시리즈도 좋은 성능을 자랑합니다.

- 첫 전용기인데 좋은 거 놔두고 안 좋은 걸 탈 필요는 없죠. 777-300ER로 주문하겠습니다.

- 정말 최고의 선택이십니다.

다시 한번 정호준을 치켜세워주는 여성의 태도에 정호준은 손을 들고 그녀를 제지하며 물었다.

- 혹시 괜찮으면 보인사에게 파일럿과 정비사를 소개받고 싶군요. 모두 최고로 구했으면 합니다. 리스트업 가능하겠습니까?

- 고객님의 요청 본사에 바로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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