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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81화 (8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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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준의 의향을 묻기 위해 시카고를 방문했던 부국장들이 하나 같이 정호준의 말을 부정하며 약한 척을 했지만 한국 언론사들에게는 대중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다.

군부 독재 정권 때는 중국 공산당이 그랬던 것처럼 언론 통제로 군부 정권에게 불리한 의견을 뺀 한정적인 정보만을 풀며 독재정권의 입을 자처하기도 했지만 이후 언론의 자유가 점점 개선됨에 따라 대중들에게 전하는 정보의 종류는 늘어갔다.

정보 통제가 풀린 것은 나름 민주주의의 발전이었지만 본인이나 집단의 생각 없이 그냥 정보만 전달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도 그럴 게 억압에서 해방되어 자유가 생겨나자 언론사들은 정의를 따르기보다는 회사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였으니까. 정보에 어렴풋이 본인들의 생각, 의지를 내보내거나 대중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생각하도록 만들면서 말이다.

'똑같은 내용도 어떤 뉘앙스로 이야기했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생각도 달라지지.'

사람들이 말하고는 하지 않은가 똑같은 말이라도 말이란 건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이라고.

'아예 정보를 누락하거나 가짜 정보를 양산하기도 했고 말이지.'

사람들이 똑똑해지고 어느 정도 걸러 들을 수 있는 지경에 이르러서는 아예 가짜 정보들을 양산해내며 무엇이 올바른 정보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제대로 판독이 어려울 정도로 만들어 버렸다.

그런 언론이 대중의 생각을 바꿀 힘이 없다니, 이는 정호준을 생각 없는 어린 애로 취급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무마해보려 했던 협상 초기의 태도와 달리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뒤부터는 일사천리였다.

'역시 협박하길 잘했다.'라고 생각할 만큼.

*****

셀리반 캐피탈과 관련된 정보를 뺀 JHJ와 SSL에 대한 정보를 모두 공개해준 정호준 덕분에 언론이 움직이기는 쉬워졌다. 어렴풋이 얼마 정도 있다 선에서 추측만 됐던 상황에 정호준이 준 정보로 제대로 된 펙트가 실리게 된 거니까.

[구글주식 5,296,508주. 애플주식 13,199,172주를 보유한 금융회사의 오너 정호준과 만나다.]

질문 형식을 띤 기사 또한 존재했다.

Q: 빚을 내서까지 두 주식을 산 이유를 말해주실 수 있나요? 정말 그 두 회사가 성공할 거라고 생각한 겁니까?

A: 예, 저는 두 천재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었습니다. 부친 세대의 천재 중 한 명인 스티븐 잡스. 그리고 우리 세대의 천재라 불릴 구글 창업자들에 대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반드시 성공할 거라는.

Q: 곤란한 질문일 수 있는데, 애플이 주식분할을 시행할 거라는 건 알고 계셨습니까?

A: 아뇨. 주식분할이라는 이벤트는 사실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말하자면 얻어걸린 셈이죠. 하지만 그런 말 있잖아요.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고. 준비된 자에게 행운이 따른다는 말처럼 운도 실력이라 생각합니다.

몇 가지 질의응답이 더 있긴 했지만 이와 같은 내용으로 초창기 자본은 행운이 있었을지언정 이후의 행보는 실력으로 치장되었다.

전자회사와 조선 분야에서 일본을 조금씩 밀어내며 세계에 이름을 높이고 있고 영국 프리미어리그에도 축구 선수를 배출하고, 생명공학 아니 과학계에서 제대로 된 취급을 받지 못하던 때 황우식이란 걸출한(?) 인재가 나타나 한국의 위상을 높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정호준의 출현은 또 한 번 자존심을 세워주는 일이었다.

정부의 주도 하에 대중들의 피와 살을 먹고 큰 제조기업(대기업)들이 성공을 거두고 있어도 금융계 쪽에서는 정말 불모지나 다름없었으니까.

정호준은 2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재산을 3조 가까이 불린 한국에서 나타난 천재 투자자로 치장되었다.

⌎ 혹시 법인 계좌 확인 가능한가? 믿기지가 않는다. 만약 사실이라면 한국에서 제대로 된 투자자가 나온 셈이네.

⌎ 1천억을 기부금으로 내놨을 때부터 돈 많이 벌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진짜 이건 상상 이상이네. 얘는 진짜 돈복이 타고났나 보다.

⌎ 사업은 내 돈 갖고 하는 게 아니라는 말, 얘 때문에 한 번 더 체감하고 가네.

⌎ 구글 주식이 지금 주당 356.12불이고 오늘자 환율이 1,120원이니까 짜투리 빼고 구글 주식은 2조 1,125억원이네. 애플 주식 현재 가치도 59.64불하니까 그것도 계산하면 8,816억원이고. 복권에 당첨됐다지만 21살에 3조를 버네.

⌎ re: 빚진 거 있다고 했잖아요. 빚은 빼야죠. 물론 그거 빼도 2조쯤은 번 거긴 한데. 2조랑 3조는 또 의미가 다르니까.

⌎ re: 다르긴 뭘 달라. 가진 재산이 1조를 넘어간 순간부터는 솔직히 의미 없는 거 아님?

'대단하다'란 의견과 '정말 사실일까?'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을 무렵 언론사들은 정호준에게 인증 자료를 업로드했다. 그러면서 정호준의 동의 하에 증권사, 투자은행 등에 이미 확인을 마쳤다는 사실 또한 기사에 실었다.

그에 한국 대중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

다이아몬드 광산을 팔기로 결심한 정호준은 인수자를 물색했다. 두 광산 중 매장량이 적은 누르빈스카야 광산부터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금광과 다이아몬드 광산의 가치는 유전 만큼은 아니더라도 엇비슷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인수자를 찾는 게 쉽지는 않았다.

아무리 적게 매장되어 있어도 금광이나 다이아몬드 광산은 한 번 터지면 십조의 가치는 아득히 상회한다.

누르빈스카야 광산은 6,780만 캐럿의 다이아몬드가 매장되어 있는 대형 광산으로 정호준이 소유한 또 다른 광산인 부투오빈스카야만큼은 아니더라도 다이아몬드 광산중에서는 큰 편에 속했다.

- 회장님 빅토리아 라이온 마인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 내 앞에서 그 이름 부르지 말라했을 텐데?!

30조가 넘는 광산을 겨우 1억 5,000만 달러에 가져간 빅토리아 라이온 마인을 폴류스의 회장 솔레이먼 케리프가 달갑게 여길 리 만무했다. 자다가 벌떡 일어나 경기를 부리는 걸 넘어 증오심을 품은 그에게 빅토리아 라이온 마인은 역린이 되었다.

- 하지만 저쪽에서 좋은 제안을 가져왔습니다.

- 좋은 조건은 무슨 좋은 조건!!

솔레이먼 케리프가 양주를 따라 마시는 컵을 던지려 하자 남자는 재빨리 외쳤다.

- 다이아몬드 광산을 발견했는데, 우리에게 매각하겠답니다!!

컵을 던지기 일보직전이었던 케리프 회장은 컵을 책상에 내려놓고는 계속해보라는 시선을 보냈다.

- 수호이 로그 금광이랑 다이아몬드 광산 합치면 앞으로 족히 20년은 먹고 살거 아냐?! 지들이 먹지 왜 우리에게 판매해? 그게 말이 돼?

- 다이아몬드 광산을 개발해본 경험이 없어서가 아닐까요? 다이아몬드 광산은 기술을 요구하지 않습니까? 뭐 인수하면 그만이긴 하지만 그래도 금광 개발만으로도 바쁘잖습니까?

수호이 로그 금광 건 때문에 꼴도 보기 싫은데 마냥 무시하기에는 미끼가 너무 달콤했다.

- 하아~. 자료 줘봐.

보고서를 건네받은 케리프 회장은 6,780만 캐럿이 매장된 걸로 추정된다는 내용을 읽고는 신음성을 터트렸다.

- 끄응.

눈을 감고 갈등을 이어간 케리프 회장은 이내 결심을 내렸다.

- 일단 빅토리아 라이온 마인사에 연락해봐.

솔레이먼 케리프 회장은 자신의 감정을 죽이고 만남을 요청했다.

정말 다이아몬드 광산을 발견했는지, 그리고 발견했다면 왜 자신들에게 매각하겠다고 했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또한 사업가. 이익 앞에서 사적인 감정쯤은 내려놓을 수 있는 인간이었다.

연락을 남긴 빅토리아 라이온 마인 부사장 페레즈에게 전화를 걸었다.

페레즈는 자신이 그들에게 매각 문의를 남겼다고 말했지만 솔레이먼 케리프 회장은 냉소하며 말했다.

- 내가 바지하고 말할 정도로 급이 낮지는 않다. 연락처 남길 테니 네 주인보고 직접 연락해라 전해라.

올리가르히라는 새로운 명칭으로 불리기 전부터 러시아 재계에서 굴러먹던 솔레이먼 케리프 회장은 정계에도 재계에도 그리고 정보당국에도 상당한 인맥을 조성 중이었다. 푸틴에게 올라갔던 FSB 보고서를 늦게나마 받아 볼 수 있을 정도로.

세르게이 이사의 무죄는 밝혀졌지만 자신을 물 먹인 이의 실체를 파악하고자 FSB에 힘을 써서 정호준에 대한 정보를 받아봤다.

*****

서브프라임 사태에 거금을 벌기 위해 준비를 착착 해나가는 중이었던 정호준은 페레즈 부사장의 이야기를 전달받고 인상을 찡그렸다.

- 경호 팀장에게 연락해서 오늘부터 경호 인력을 두 배로 늘리도록 하세요. 최고로만 선별하고요.

연락처를 건네받으며 전화를 마친 정호준이 가장 먼저 취한 행동은 경호 인력의 재배치였다. 안위에 위협을 느꼈기에 경호를 서고 있던 이에게 인력을 추가로 배치하라 말했다.

지시를 전달받은 경호팀장은 '왜 그러십니까?'라고 이유를 묻기보다는 정호준의 지시를 따라 지원을 요청했고 그날부로 정호준을 경호하는 인력이 배로 늘었다.

정호준의 조치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 CIA, NSA, DHS, FBI. 어디라도 좋습니다. 정보기관들과 인맥을 구축해야할 것 같습니다. 혹시 주선 가능하십니까?

- 예, 몇 사람 알고 있는 이가 있습니다.

-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트리오플의 공동 CEO인 맷 메이슨'과 '톰 캐터스'에게 연락해서 정보기관 담당자와의 만남을 요청했다. 되도록 직급이 높은 이로 말이다.

최소한의 조치를 마친 정호준은 그제야 한숨을 돌리고는 페레즈가 전해준 솔레이먼 케리프 회장의 연락처로 연락했다.

- ...

통화 연결음이 끊기고 전화를 받았다는 신호가 가는데도 불구하고 케리프 회장은 아무런 말도 뱉지 않았다. 전화를 받아 놓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걸로 기 싸움을 벌이는 케리프 회장의 행동에 똑같이 맞서기보다는 먼저 자신을 소개했다.

- 빅토리아 라이온 마인의 오너 호준 정입니다. 저를 찾으셨다 들었습니다.

- 폴류스를 경영하는 솔레이먼 케리프일세. 전화가 꽤 빨랐군.

먼저 자신을 소개하는 행동 하나만으로도 정호준이 자존심을 세우기보다는 실리는 챙기는 유형임을 파악하며 케리프 회장 또한 자신을 소개했다.

- 저와 통화를 나누고 싶다고 전해 받았습니다.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 이유는 내가 먼저 묻고 싶군. 굳이 우리 회사에 다이아몬드 광산을 팔겠다는 이유가 뭐지? 자네가 직접 개발해서 운영해도 되잖나?

따로 탐사단을 고용해서 보내도 상관없다고까지 제의가 왔기에 없는 광산을 가지고 사기를 치는 게 아닌 것쯤은 충분히 인지했다. 하지만 자신의 상식으로는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 있었기에 물었다.

- 수호이 로그 금광을 개발하는 것만으로도 현지의 인부들도 추가로 고용해야 할 판인데 다이아몬드 광산까지 언제 개발하고 있겠습니까? 저는 사세를 크게 키울 생각은 없습니다.

- 왜지?

고용을 늘린다는 건 인건비를 늘린다는 말도 되지만 그만큼 사회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게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정부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려면 어느 정도 규모가 있어야만 했다.

- 빅토리아 라이온 마인의 전임들을 보면 잘나간다고 사세를 급격하게 키웠는데 뒷심이 발휘가 안 돼서 망하기 일보 직전까지 왔잖습니까? 왜 힘들었는지를 확인했으면 최소한 배우는 건 있어야죠.

- 우리를 콕 집어 먼저 제안한 이유는? 알아보니 다른 회사들에는 연락을 하지도 않았더군.

- 최소한의 도리랄까요?

- 그게 무슨.

- 수호이 로그 폐광을 매입했고 거기서 금광이 터진 거지만 폐광을 가지고 있던 입장인 귀사와 회장님께서는 기분이 언짢으실 겁니다. 광산은 어차피 매각할 생각인데, 다이아몬드 광산을 인수할 수 있을 정도의 재력을 지닌 이들은 흔치 않잖습니까? 인수가 가능한 후보지를 추리는 중에 폴류스도 포함되어 있어서 먼저 연락했을 뿐입니다.

관계 개선을 위해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밝히는 정호준의 발언에 솔레이먼 케리프는 아무 말도 없이 침묵을 유지했다.

- 가격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다른 쪽을 알아보긴 할 거지만요.

관계 개선을 위한 호의이지만 마냥 베풀기만 하지는 않을 거라고 명시하는 정호준의 발언에 진심을 느낀 솔레이먼 케리프 회장은 가격 협상을 위한 팀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본인이 털털한 러시아 남자라고 믿고 그렇게 살아가는 만큼 받기만 할 수 없어 손을 내민 정호준에게 대가를 주었다.

- 크렘린에서 자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 같더군.

그 말을 끝으로 전화는 끊겼고 정호준의 인상은 더할 나위 없이 찌푸려졌다. 예측이 최악의 방향으로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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