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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74화 (74/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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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영미권 동맹. 일명 파이브 아이즈라 불리는 국가 중 하나로 뉴질랜드와 함께 아시아와 가장 지근거리에 위치한 국가인 호주인이라서 그런지 아시아인이 큰 돈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를 꺼림칙하게 여기는 시선은 느껴지지 않았다.

예상했던 꺼림칙한 시선이 전혀 느껴지지 않자 정호준은 기억 속에 박아놨던 사실을 하나 떠올렸다.

'하긴 호주는 인구 부족으로 이민자를 받은 국가였지?'

호주는 러시아, 캐나다, 미국, 중국, 브라질 다음으로 세계에서 6번째로 거대한 영토를 보유한 나라다. 하지만 세계에서 2번째로 거대한 영토를 지닌 캐나다와 마찬가지로 국가가 가진 거대한 영토에 반비례하듯 인구수는 형편없기 그지없었다.

두 나라 모두 한국보다도 인구가 적은 나라들이다. 분단으로 인해 반으로 나눠진 작디작은 영토에서도 무려 5천만에 달하는 인구를 보유 중인 대한민국과 달리 대한민국 영토의 수십 배는 될 듯한 거대한 땅을 가졌음에도 두 나라는 4천만도 채 되지 않은 인구만을 보유하고 있었다.

'캐나다는 세계 각지에서 유학 온 이들과 불법체류자까지 합치면 어쩌면 4천만을 넘길 수도 있겠네.'

국토가 넓다는 건 매장되어 있는 자원이 많다는 말과 크게 다를 게 없어 호주든 캐나다든 4천만도 채 안 되는 인구를 가지고도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경제력을 지니게 되었다. 경제력도 행정력도 시스템도 충분한 호주와 캐나다가 자신들이 유일하게 가지지 못한 것을 채우기 위해 움직이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고 그런 이유로 두 나라는 종종 이민정책을 펴곤 했다.

80~00년대에는 주로 한국인이나 중국인들이 주로 건너갔고 00년대 중반부터는 필리핀인과 중국인들이 이민자의 주를 이뤘다. 이민을 시도하는 이 중에는 부유한 이들도 종종 섞여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꼭 돈 없는 가난한 이들만 기회를 찾아 이민을 시도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나라에서 먹고살 만한, 아니 그 이상의 형편이 되면서도 더 나은 환경 더 좋은 세상을 찾아 이민을 떠나는 이들이 종종 있었다.

그런 이유로 임원 및 작업 책임자들은 동양에서 흔히 말하는 재벌이 아님에도 돈이 많다는 사실은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그저 파이브 아이즈에 속한 국가로 밀접하게 연결된 상류층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JHJ Capital에 대한 소문을 들어봤기에 월가에서 조심스럽게 추측하는 JHJ의 자산을 놔둔 채 자신들의 회사를 인수했다는 것에 놀랄 뿐이었다.

- 셀리반 캐피탈의 뒤에 JHJ 캐피탈이 있다는 건 비밀로 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아서요.

- 어디가서 이야기하겠다는 말은 아니지만, 비밀을 지키고 싶으셨으면 아예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시는 편이 더 나았을 텐데요?

빅토리아 라이온 마인에서 부사장직을 맡고 있던 메이슨 페레즈의 합리적은 질문에 정호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앞으로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비전을 공유할 필요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인수합병을 완료했는데 운영진 및 책임자들과 얼굴을 한 번 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했고요.

납득이 어려운 이유가 아니었기에 자리에 위치한 대다수의 인원들이 작게나마 고개를 끄덕였다.

- 일단 작업 책임자분들에게 먼저 일러두고 싶은 게 있습니다.

- 말씀하십시오.

- 귀국한 뒤로 여러분을 포함 인부들이 러시아어를 배웠으면 합니다.

- 회장님께서는 호주가 아닌 러시아 광산 개발을 생각하시는 겁니까?

다시 한번 메이슨 페레즈가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대표해서 물었고, 정호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예, 맞습니다. 저는 시베리아에 잠자고 있을 광산들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여러분의 일터는 러시아일 테니 읽고 쓰는 건 못 해도 괜찮지만, 듣고 말하는 건 할 줄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계약서야 세계의 표준은 언제나 영어였기에 계약하는데는 러시아어를 못해도 크게 지장이 갈 건 없었다. 하지만 직접 러시아에 가서 생활하며 광산을 개발할 이들은 현지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

'통역사를 껴도 되긴 하지만. 말이 와전될 수도 있고 두 번 말해야 해서 여러모로 번거로울 거다.'

- 모래부터 3개월 동안 광산 운영도 중단합니다. 여러분은 3개월 동안 러시아어 공부를 해주십시오.

러시아어 공부를 하라 말하는 정호준의 폭탄선언에 작업장들을 얼빠진 얼굴로 정호준을 바라봤다.

개중에 누군가 손을 들고 질문을 하려 했지만 정호준은 잠깐 기다리라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 3개월 동안 월급은 똑같이 지급될 겁니다.

급여 문제가 맞았는지 발언권을 받지 못한 이의 표정이 바뀌었다.

- 공부하라고 준 3개월의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든 그건 직원들의 마음일 겁니다. 제가 드린 3개월이란 시간 동안 여러분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회화 테스트 자리를 마련할 겁니다.

- 하지만 대표님, 언어능력이라는 게 사람마다 천차만별이지 않습니까?

시험까지 보겠다는 말에 메이슨 페레즈 부사장이 반론을 제기했다.

- 예, 맞습니다. 그래서 저는 안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불이익을 드리지는 않을 겁니다.

흑인 중년 남성의 말처럼 공부 능력, 어학 능력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죽어라 해도 정말 안 될 수도 있었기에 정호준은 불이익을 줄 생각은 없었다.

'매로 다스리고 가혹하게 굴어봐야 동기 부여는 되지 않는다.'

공부는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의욕과 동기가 있을 때 성취율이 극에 달하는 법이다.

채찍보다는 당근을 주는 편이 낫다는 걸 정호준은 잘 알고 있었다.

- 강사들에게 현지에 가도 최소한의 의사 표현은 가능할 거라 평가를 받은 분들에게는 따로 보너스를 지급할 생각입니다.

그렇기에 정호준은 보너스를 언급했다.

남녀노소 그리고 직업을 불문하고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에게 돈 만큼 동기를 부여하고 의욕을 끌어올릴 수 있는 건 없었다.

- 보너스라면 얼마나?

- 10개월 치 월급을 보너스로 드리겠습니다. 5개월분은 계좌로 입금할 거고 5개월 치는 현금으로 지급하겠습니다. 현금으로 지급한 5개월 치 월급에 대한 정보는 여러분이 직접 가정에 이야기하지 않는 한 가족분들에게 알리지 않을 겁니다.

정호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작업 책임자로 보이는 이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역시 효과 죽이네.'

빅토리아 라이온 마인에 소속된 광부들은 대부분이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는 한 가정의 가장들이었다. 동서를 막론하고 유부남들에게 계좌에 찍히거나 지급했다는 말이 없는 자기만의 비상금이 될 수 있는 돈은 소중했다.

-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신 작업장님들은 제가 언급한 사실을 제대로 전파해주시기 바랍니다. 누구는 시험에 통과해서 보너스를 받았는데, 누구는 그냥 월급만 받으면 억울하겠죠? 3개월 공짜 월급 받으면서 탱자탱자 놀건, 공부해서 추가로 보너스를 타가건 그건 본인의 몫입니다.

*****

정호준은 의욕에 활활 불타는 작업장들에게 오늘 하루는 파티를 즐기라고 말하고는 회의실로 이동해 임원들을 따로 불러 모았다.

정호준에게 부름을 받은 13명의 임원들은 자신들에게는 뭐가 없냐는 듯한 시선으로 정호준을 바라봤다.

- 광부들에게만 성과금을 지급하는 것 같아 섭섭하셨다면 그 섭섭함 접어도 됩니다. 여러분 또한 지금 제가 시키는 일을 어떻게 처리하냐에 따라 성과금을 지급할 겁니다. 나누기 좋게 부사장님을 제외하고 딱 짝수로 들어맞네요.

정호준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과 시선을 한 번 맞춘 뒤 말했다.

- 4분씩 나눠서 TFT(Task Force Team) 3개를 구성하십시오. 본인의 밑에서 일하는 분들을 활용하는 건 자유입니다.

- TFT가 이뤄야 할 목표는 무엇입니까?

- 한 팀은 이르쿠츠크주로 날아가 폴류스와 협상해 수호이 로그 주변 폐금광의 소유권을 모조리 얻어내는 일입니다. 폐금광을 매입하는 건 당연히 해야할 일이고, 여러분의 목표는 러시아 정부에게 줘야 할 지분을 줄이는 일입니다.

광산을 찾더라도 채굴회사는 정부에 어느 정도 지분을 양도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정부에 지급해야 할 지분은 약 30%. 정호준은 러시아에게 줄 지분을 낮추길 원했다.

- 로비를 벌여도 좋습니다. 결과만 가져오십시오. 30%에서 1%를 줄일 때마다 2개월분의 성과금을 드리겠습니다.

- 그럼 다른 팀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 남은 2팀은 사하공화국으로 이동할 겁니다. Nyurbad로 이동 후 Nyurbinskaya(누르빈스카야)'와 'Botuobinskaya(부투오빈스카야)'지역의 채굴권을 매입해주세요. 두 팀이 힘을 합쳐서 상관없고 따로 움직여도 좋습니다. 마찬가지로 채굴권을 얻어내고 정부 지분을 30%에서 1%를 줄일 때마다 2개월분의 성과금을 드리겠습니다.

경쟁을 할 건지 함께 해서 책임을 나누고 성과도 나눌지 그건 사하공화국으로 갈 팀들이 결정할 몫이다.

- 파티가 끝나기 전까지 누구와 함께 움직일지 어느 곳을 선택할지 이야기를 끝내고 보고해주세요.

정호준이 이야기를 마치자 임원 중 하나가 정호준을 보며 물었다.

- 그런데, 정말 그곳에 광산이 있는 겁니까?

- 글쎄요, 그건 직접 땅을 파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이죠. 광산 개발이 운이 따라줘야 한다는 걸, 여러분은 뼈저리게 느끼시지 않았습니까? 있을지 없을지는 오직 신만 아시겠죠?

사람 일은 모르는 일이었기에 정호준은 그곳에 광맥이 존재한다는 사실, 확신을 내뱉지 않았다.

- 제가 광산업에 뛰어든 건 어디까지나 슬슬 확장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보안업체도 하나 인수했는데 성장동력을 마련하려면 광산업만큼 좋은 동력이 또 없는 것 같아서요.

나름 앞뒤가 맞는 말이기는 했기에 부사장이나 임원들은 따로 의문이나 불만을 표시하지는 않았다.

- 정말 광산을 발견하든 그냥 깡통이든 상관없습니다. 여러분의 성과금 기준은 어디까지나 러시아 정부의 지분율을 낮추는 일입니다.

광산을 찾지 못해도 성과금은 그대로 지급한다고 말함으로써 정호준은 자신이 확신을 갖고 사업에 뛰어드는 게 아님을 어필했다.

- 메이슨 페레즈 부사장님은 계약 갱신이 얼마 안 남았더군요. 새로 계약을 갱신하는 걸로 포상을 대신해도 되겠습니까?

여기서 가장 많은 월급을 받는 이가 바로 메이슨 페레즈다. 임기를 마치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그의 임기를 연장해주는 것만으로도 성과금으로서 충분하다 여겼다. 경영 성과가 좋지 못한 그와 동일한 연봉으로 재계약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기회이고 포상이었다.

- 네, 물론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메이슨 페레즈는 얼굴에 작게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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