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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39화 (39/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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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계 특유 건강한 구리빛 피부보다 밝은 톤의 피부색, 윤기 어린 흑발의 미녀가 박기태가 떠나고 혼자 남은 호텔방에 방문했다.

- 좋은 아침이네요. 잠은 잘 잤나요?

계약서를 들고서.

- 잘 잤습니다. 자넷 변호사님도 편히 쉬셨나요?

- 저야 뭐, 어제도 바빴죠. 로펌은 고액 연봉을 주는 만큼 뽑아 먹거든요. 그나저나 자넷이라고 부르세요. 함께 일하게 됐는데 부를 때마다 뒤에 변호사를 붙이면 불편하잖아요?

알아서 호칭 정리를 해주는 자넷 변호사의 말에 정호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락했다.

- 고마워요. 그럼 그렇게 할게요. 자넷도 나를 편하게 불러요.

- 그럼, 저는 Mr. Jung이라 부를게요.

정호준의 대답을 들은 자넷 변호사는 가방 안에 챙겨온 계약서를 꺼내 정호준에게 넘기며 말했다. 미국은 이름보다 성(Family Name)으로 부른다.

아니 이런 경향은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김사장, 정박사, 박대통령 등 성에 직책을 붙여 부르지 않던가. 다른 게 있다면 한국은 성이 한 글자라는 것뿐이었다.

정호준은 자넷이 가져온 계약서를 쭉 다 훑었다. 전체적으로 계약서는 흠잡을 곳이 없었다. 자넷이 정호준의 전담 변호사가 되어 호준이 요구한 법적 서비스를 충실히 제공한다는 내용과 비밀 보장, 연봉이 전부였으니까.

- 계약서를 조금 더 수정하고 싶은데 괜찮나요?

- 수정요?

이제 와 연봉을 다시 낮출 수도 있단 생각에 자넷은 그녀의 고운 얼굴을 찌푸렸다.

- 원래 지급하기로 한 연봉에 10만 달러 더 드리겠습니다. 대신 제가 운영 중인 LLC의 CEO, 아니 정확히는 바지사장이 돼주세요.

대한민국의 법이 적법하지 않다고 선을 그어 놓은 행위를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벌였고 그 사실을 한국에 들어와 적발되면 한국 법으로 처벌 받는다.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했더라도 당사자가 한국인이란 사실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하나 들면 마리화나가 그랬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마리화나(대마초)를 합법화하는 나라와 지역이 늘어났고 외국으로 유학 나온 한국인이 대마초를 흡연하는 경우는 종종 생겼다. 파티 등을 다니면서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입에 대곤 했다.

문제는 한국은 마리화나 복용이 불법이라는 것에 있었다.

타액 검사는 마리화나 복용 후 24시간밖에 감지 못하지만 소변 검사는 사용 후 약 3-30일 그리고 모발 검사의 경우는 최대 90일까지 해당 성분을 감지 가능했다. 사건에 연류되어 검사를 받아 마리화나 복용 사실이 적발되면, 복용 장소가 한국이 아니어도 마리화나 복용으로 처벌 받는다.

'한국 국적 포기는 영향력 말고도 이점이 있지.'

한국에서 불법인 일이 미국 땅에선 합법인 경우가 다수 존재했다. 정호준이 한국 국적을 포기하겠다고 결심한 덕분에 행동 반경이 크게 넓어졌다.

한국에서 법으로 금지했던 것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나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는 제약이 있었으니.

제약의 정체는 바로 '나이'였다.

생일이 지나 미국 나이로 19세가 되었지만 19세의 나이론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이 존재했다.

'내가 못 하면 나를 대신할 사람이 하면 되지.'

자넷에게 CEO란 감투를 입히면 모든 게 해결된다. 정호준이 고민 끝에 나온 결론이었다.

바지사장이 되어 달라는 노골적인 정호준의 발언에 자넷은 조용히 정호준을 바라봤다. 정호준은 그런 그녀의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말했다.

- 자넷의 제공하는 법적 지식으로도 도저히 합법이 될 수 없는 일은 시키지 않겠습니다. 계약서에 명시해도 좋아요.

- 50만 달러를 추가해서 연봉으로 100만 달러 맞춰주면 바지사장 자리 받을게요. 아, 그리고 귀책 사유가 제 쪽에 있는 게 아닌 한, 5년 간 계약을 유지하겠다는 조건도 필요하겠네요.

정호준이 자신에게 변호사 역할 이상으로 필요로 하는 게 있다는 사실을 안 이상 조건을 상향시켰다. 그리고 사실 그녀가 정호준에게 제시한 100만 달러란 연봉도 사실 'Cooley'에서 버티며 파트너 변호사가 됐을 때 받게 될 연봉보다는 적었다.

'기회라 생각되면 놓치는 법이 없네.'란 생각을 속으로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제안을 받았다.

- 그러죠.

- 잠깐 프론트 좀 내려갔다 올게요.

그 말을 끝으로 노트북을 들고 방을 나선 자넷은 15분 정도 뒤에 지난 뒤 수정된 계약서를 들고 돌아왔다.

정호준은 자넷이 수정해서 들고 온 계약서 2본의 내용을 한번 검토한 뒤 지체하지 않고 사인했다. 자넷도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 그럼 잘 부탁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 계약서를 나눠 가졌다. 자넷과 계약을 무사히 마친 정호준은 곧바로 그녀에게 지시를 내렸다.

- 정말 할 생각이에요? 그럴 거면 차라리 기부를 해요. 기부는 좋은 일이기라도 하지, 이건 그냥 돈을 버리는 거라고요!

정호준의 지시를 들은 자넷이 목소리를 높혔다. 하지만 호준의 선택은 달라지지 않았다.

- 제 마음은 바뀌지 않아요. 잘못돼도 자넷을 탓하지 않을 테니까 해달라는 대로 해주세요. 부탁합니다.

'계약을 잘못한 것 같은데'

자신이 처리해야 할 일을 정호준으로부터 전달 받은 자넷의 머릿속에 잠깐이지만 그런 생각이 자리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수락했다.

마음속에서 후회란 감정이 자꾸만 생겨났지만 후회해도 이미 때는 늦었다.

계약서는 나눠 가졌고 전화로 사직 의사까지 밝힌 뒤였기 때문이다.

*****

정호준이 LLC(유한책임회사)의 연고를 네바다주로 옮긴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존재했다. 첫 번째 이유는 네바다주가 소득세와 법인세를 면제해주는 미국의 몇 안 되는 주라는 사실 때문이다.

미래를 알고 있는 정호준에게 수백억에 달하는 자본까지 쥐어졌다. 미래의 지식을 이용하면 정호준이 앞으로 벌어들일 재산은 천문학적인 규모가 될 거다. 벌어들일 돈이 많다는 건 그만큼 내야 할 세금도 많다 말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반절도 넘게 뺏기는 건 한 번이면 족하다.'

펙트인지는 모르겠지만 세금이 높기로 악명이 자자한 미국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아직 내지도 않은 세금이 아까워졌다. 네바다주로 이전하는 건 세금을 조금이라도 덜 내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사실 세금을 조금이라도 덜 내기 위함이라면 꼭 네바다주를 선택할 필요는 없었다. 2005년 이후로 뉴욕의 GDP를 추월한 텍사스나 옆 동네인 워싱턴주도 소득세를 면제되긴 마찬가지으니까. 그럼에도 정호준이 네바다주를 선택한 건 두 번째 이유 탓이 컸다.

'네바다주는 스포츠 베팅이 합법인 주지.'

미합중국은 어떻게 보면 50개의 나라가 하나로 묶여 있는 꼴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미국은 주마다 적용되는 법이 모두 다르지 않던가. 같은 행위를 가지고도 수십 개의 해석과 처벌이 존재하는데 이를 어떻게 한 나라라고 생각하겠는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오바마케어라고 불린 미국의 의료보험제도가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지.'

각 주마다 적용되는 법이 다르기에 각 주에 존재하는 보험사와 병원을 상대로 모두 설득해야 한다. 똑같은 일은 50번 반복하고 연방정부에서 국민을 위해 시행하는 제도인 만큼 차별이 있어선 곤란하니 쉽게 답이 나오겠는가.

주정부와 주법원에 주어진 권한이 이리도 강력함에도 미합중국이 갈라지지 않고 미합중국으로 남을 수 있는 건 미국이 세계 최강의 강대국이기 때문이라고 정호준은 생각했다.

본제로 다시 돌아와서 2004년은 모두의 예상을 깬 동화와 같은 결과가 발생하는 해였다. 스포츠에 크게 관심이 없는 정호준도 우승국을 기억할 정도로 말이다.

'유로 2004 우승을 약소국인 그리스가 쟁취해내지.'

배당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거액을 베팅한 몇몇 그리스인들의 애국 베팅 때문에 베팅회사들이 배당금 지급에 골치를 먹었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대한민국의 4강의 기적 만큼이나 대단한 기적이었다.

아니 더 대단하리라. 그리스는 그들의 나라가 개최국이 아님에도 우승까지 이룩해냈으니까.

한국 국적으로는 큰 돈을 베팅하는 게 어렵지만 미국인으로 살아가는 현재는 다르다.

문제가 되는 건 나이 때문에 베팅을 할 수 없다는 건데, 그래서 CEO인 자넷을 통해 LLC의 자금 200만 달러를 베팅하기로 결정한 거였다.

'얼마나 벌어들일 수 있을까?'

배당률이 얼마가 될지 궁금했다. 그리고.

'혹시 결과가 달라지진 않겠지?'

본인의 베팅 때문에 나비효과가 발생해 결과물이 달라지진 않을지 걱정도 되었다. 부정적인 생각이 고개를 드는 것을 꾹 누른 정호준은 자넷에게 베팅을 지시했다.

*****

CEO인 자넷의 독단으로 보여야했기에 메가밀리언 당첨금을 담보로 잡을 수는 없었던 터라 베팅 금액의 규모가 그리 크진 않았다.

자넷은 정호준의 지시대로 'The Facebook'의 지분을 담보로 은행에서 100만 불을 추가로 대출 받았다.

정호준이 200만 달러를 투자해 취득한 지분 25%지만 은행에선 지분의 가치를 200만 달러로 인정해주지 않았다. 자넷이 법적 용어와 아름다운 외모를 활용해 대출 심사를 진행하는 이를 붙잡고 오랜 시간 설득을 이어가지 않았다면 100만 달러나 대출 받지도 못했으리라.

라스베가스에 지점이나 본점이 위치한 'International Game Technology', 'Scientific Games Corporation'를 먼저 찾아가 375,000달러(37만 5천 달러)씩 투자했다. 그리고 곧바로 토론토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Stars Group'이란 베팅 회사가 토론토에 위치한 까닭에서였다. 그곳에서도 똑같이 375,000달러를 투자한 자넷은 이틀 쉬며 토론토를 구경하곤 영국 정확히는 아일랜드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아일랜드에서 'William Hill'이란 곳에서 375,000달러를 베팅하곤 영국으로 건너와 'Bet365', 'GVC Holdings'에 각각 375,000달러를 베팅했다.

프랑스로 건너와 'Kindred Gruoup'에 375,000달러를 베팅했고 이탈리아로 건너가 'playtech'에 375,000달러를 베팅했다.

그렇게 총 8개의 베팅회사에 300만 달러(33억)의 돈이 똑같이 나뉘어 베팅되었다.

'귀찮을 것 같았는데, 덕분에 여행했네?'

촉박하게 밀어붙일 필요 없다는 정호준의 말에 나라마다 이틀에서 사흘씩 관광을 즐겼던 터라 나름 재미있는 여행이 되었다. 본인이 전속으로 일하기로 계약을 맺은 고객의 돈을 휴지통(?)에 처박았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5년은 버틸 수 있겠지?'

빨리 다른 로펌 알아봐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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