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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28화 (28/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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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캠퍼스 안에는 몇 개의 은행이 입점해 있다. 정호준이 볼일 보는데 필요한 한신 은행은 그 몇 개의 은행에 속했다.

마지막 시험을 치르기 위해 집에서 나설 때 한신 은행 통장과 신분증을 모두 챙겨 나왔기에 곧바로 볼일을 볼 수 있었지만 정호준은 학교 내부에 위치한 은행을 이용하지 않았다.

'소문날 건덕지를 뭐하러 줘.'

은행 직원과 오다가다 안면을 텄거나 원래부터 학생과 친분이 있는 이가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는데 굳이 위험을 무릅쓸 이유는 없었다. 은행이 여기만 있는 것도 아니잖은가.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매지 말고, 오이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라는 소지가 생길 상황 자체를 만들지 말란 속담에 백번 동의했다.

그렇기에 집 바로 앞에 있는 한신은행에 방문해 번호표를 뽑고 기다렸다.

띵동! 띵동! 띵동!

그보다 먼저 왔던 손님들이 하나둘 업무를 보고 떠났고 정호준의 차례가 왔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강하나란 명찰을 달고 있는 은행원은 친절한 미소와 함께 은행을 방문한 용건을 물었다.

"통장정리 좀 하러 왔거든요."

"예, 정리가 필요하신 통장을 위에 올려주시겠어요?"

정호준은 강하나가 요구한 대로 통장을 건넸고 통장을 받아든 강하나는 통장정리 작업을 실시했다.

"정리 다 끝났습니다. 혹시 더 필요한 게 있으실까요?"

20억 이상 통장에 입금 중이면 당연히 VIP으로 대우받는다. 만약 강하나가 통장 내부를 확인했더라면 죄송하다는 둥 VIP실로 안내하겠다는 둥 잡음이 생겼을 거다.

확인 없이 통장을 건넨 덕분에 정호준은 별다른 잡음 없이 통장을 받아들 수 있었다.

'뭐야 이 금액은?!'

다만 통장을 건네받고 내용을 확인하면서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표정도 당연히 심각해졌고.

"혹시 잘못된 게 있나요?"

순식간에 굳어버린 정호준의 표정에 강하나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강하나의 질문에 정신을 차린 정호준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뇨, 아뇨. 잘 마무리됐습니다. 감사합니다."

*****

인간은 미래지향적인 동물이다. 당장은 힘들더라도 내일은 미래는 더 나아질 거라 믿으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자신이 얼마의 수익을 거둘지 상상하는 것 또한 인간의 이런 성향에서 비롯된 행위라 할 수 있다.

근데 여기서 좀 우스운 것이 돈을 벌었어도 자신이 계산했던 것보다 수익이 낮으면 돈을 번 게 맞음에도 기뻐하기보단 부정적인 감정을 품는다. 주식만 그런 게 아니라 회사 직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일이었다.

회사에 다니는 셀러리맨들은 설, 추석과 같은 명절과 연말에 보너스(상여금)를 받는다. 그런데 사실 상여금과 관련한 말들은 월급과 함께 상여금이 나오는 달로부터 한 달이나 두 달 전부터 사내에서 오고간다.

'올해는 보너스로 몇 프로 지급한다카더라'와 같이.

200%, 300% 상여금이 나온다는 소문을 듣고 잔뜩 기대했는데 100% 혹은 50%의 상여금만 지급되는 선에서 그친다면 상여금이 들어온 것에 기뻐하기보단 200%를 못 받았다는 것에 실망한다.

회사에서 그렇게 주겠다고 발표한 게 없음에도 그렇게 되길 기대했던 사람들에겐 이미 그들 주머니에 있는 돈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기에 줬던 과자를 빼앗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반대로 자신이 혼자 계산했던 거나 듣던 거보다 더 많은 돈을 받게 되면 아무리 적은 돈을 더 벌었음에도 기뻐한다.

정호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만 그 액수가 정호준이 혼자 계산했던 금액과 많은 차이가 있었다.

- 4,947,662,400(내년에 2차 배당 있습니다.)

'일, 십, 백, 천, 만. 십만…십억.'

통장에 적혀있는 숫자가 믿기지 않아 몇 번이고 다시 세봤지만.

몇 번을 다시 세도 똑같은 결론만 나왔다.

그의 셈은 틀리지 않은 것.

통장에는 거의 50억에 육박하는 돈이 입금되었다.

"어..어떻게 이 금액이 입금된 거지? 내 계산이 어디서부터 틀렸던 거야?"

정호준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수익이 발생해 행복해하면서도.

돈 계산이 잘못됐다는 문자가 날아올까 괜히 두려워졌다.

컴퓨터를 켜고 이메일에 들어온 보고서를 확인한 뒤에야 두려운 마음이 가셨다.

투자금: 2,000,000,000

총제작비: 15,200,000,000

극장매출: 총매출 76,375,000,000.…… 1,570,662,400(13.5%).

부가수익: 총매출 17,000,000,000.…… 1,377,000,000(13.5%).

보고서 안에는 매출에서 무엇이 공제되었는지가 전부 적혀있었다. 그리고 부가 수익란에는 부산 영화전시회, 공중파 계약, 해외수출 등 이런저런 수익들이 모조리 적혀있었다.

'주식으로 치면 3개월 투자로 대충 250% 이득 본 건가?'

부가 수익에 관해서는 전혀 생각도 못 하고 있었던 터라 횡재했다 생각했다.

'기태 녀석이랑 미국으로 놀러 갔다 오는 바람에 OT를 못 갔었는데, MT도 못 가게 생겼네.'

회귀 전의 그는 OT도 MT도 전혀 참여하지 않고 학점을 챙기며 7급 공채에만 열중했었다. 그래서 이번 생에는 되도록 OT와 MT를 참여해야겠다 마음먹었었다.

그런 호준의 계획은 박기태와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바람에 OT에 참석할 기회를 날렸다.

'미국으로 가는 가장 빠른 비행기 편이 몇 시지?'

이제는 MT에 참석할 기회마저 투자를 위해 미국에 다시 건너가야 해 놓치게 생겼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거라고 결국 둘 다 못 가게 생겼다.

그렇다고 미국에 안 갈 순 없다.

지금 안 가면 다음번에는 더 큰 대가가 필요했으니까.

수십억이 수천억, 수조가 될 기회와 MT를 갈 기회.

세상 어느 누구도 전자를 포기하고 후자를 선택하진 않는다.

'이제 막 사고 좀 할 수 있는 7살 꼬마도 전자를 선택하지 않을까?'

*****

정호준은 중간고사가 끝난 날로부터 이틀 뒤인 4월 23일 금요일 9시 28분에 출발하는 비행기표를 구매했다.

인천공항 – 뉴욕 JFK공항,

뉴욕 JFK공항, - 인천공항.

물론 직항으로 구매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출발까지 며칠 안 남은 상태에서 직항으로 가는 비행기 편이었기에 돈이 꽤 나갔고 갈 때와 올 때의 항공사가 달랐지만.

정호준은 직항을 구매하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똑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할 순 없지.'

이미 몸으로 배웠잖은가.

가만 서서 막연하게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괴롭고 고통스러운지를.

만약 직항으로 가는 일반석 자리가 없었다면 정호준은 돈을 좀 더 써서 비즈니스석을 구매해서라도 직항표를 구했을 거다.

공항 캐리어와 꽉 찬 가방을 등에 메고 비행기를 탔던 2월과 달리 정호준의 짐은 실로 간소했다. 호준은 짐이 안에 들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헐렁해 보이는 가방 하나를 멘 게 전부였다.

그 가방 안에는 여권과 비자, 통장, 도장만 들어 있었고 정호준의 지갑엔 환전해둔 돈과 영문 운전면허증이 전부였다.

'길게 다녀올 것도 아니고 혹시 필요한 게 있으면 가서 사자.'

주머니가 두둑해진 덕인지 씀씀이에 망설임이 완전히 사라졌다.

*****

미국에서 가장 붐비는 20개 공항 뽑으면 언제나 그 안에 이름을 올리는 곳.

국제선 노선 수 및 이용객 수가 미국에서 가장 많은 공항.

암살 당해 사망한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대통령의 이름이 붙여진 곳.

JFK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정호준이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 시계는 9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서벅! 서벅! 서벅! 서벅!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경우 이전보다 더 나은 행보를 보이는 게 바로 사람이란 동물이다.

2월에 LAX공항 입국 심사대에서 상당 시간을 빼앗겼던 경험을 기억 중인 호준은 되도록 빨리 비행기 밖으로 빠져나왔고 게이트와 연결된 터미널을 지나 공항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정호준은 속보로 걸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입국심사를 끝내고 싶은 마음에 행한 노력은 빛을 봤다.

국제선이 가장 많이 오고 가는 공항임에도 LAX 공항 때보다 10분 일찍 입국심사장을 통과했다,

사실 뛰어왔으면 좀 더 빨리 입국심사대를 빠져나올 수 있었겠지만.

'뛰면 또 의심 받을 수도 있으니까.'

911‧테러가 일어난 날로부터 아직 3년도 안 지났다. 민감해 있을 시기에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건 의심 받기 충분한 이유다.

- 택시!!

공항을 빠져나오자마자 택시를 잡았다.

- 맨해튼. 센트럴 파크로 가주세요.

*****

맨해튼.

쌍둥이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과의 환율을 조정한 합의 플라자 합의가 진행된 호텔이 있는 곳.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을 월스트리트,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센트럴 파크, 그리고 911테러로 무너진 쌍둥이 빌딩이 자리해 있는 곳이다.

또 소송의 나라라 불리는 미국 법조계의 심장이기도 했다.

다시 말하면 맨해튼은 금융업계와 법조계의 심장이 모두 위치한 곳이라 할 수 있었다. 당연히 뉴욕의 부가 쏠려 있는 지역이기도 했다.

"높아도 너무 높네."

건물들이 하늘을 뚫을 것처럼 높다. 아파트, 빌딩이 밀집한 서울에서 거주하는 만큼 높은 빌딩은 어느 정도 익숙했지만 이곳은 높아도 너무 높았다.

택시에서 내린 정호준은 미리 알아본 대로 웨스트 52번가를 향해 도보로 이동했다.

정호준이 돈 생겼다고 뉴욕까지 날아온 이유는 간단하다.

'투자를 위해서.'

더 정확히는 투자를 위한 적법한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였다.

****

정호준은 CBS 빌딩 앞에 서서 말했다.

"여기가 왁텔이 쓰는 건물인가? 소송의 나라라더니, 돈 많이 버나 보네."

으리으리한 정문을 통과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니 빌딩 전체를 왁텔이 다 사용하는 건 아니었다.

27 ~ 33  Wachtell, Lipton, Rosen & Katz

사무실을 소개하는 간판에 27층에서부터 33층까지만 사용한다고 적혀있었다.

27층에 내려 그들이 만들어 놓은 정문을 열고 들어서서 두리번거리자 안내 업무를 담당하는 여직원이 정호준을 보며 물었다.

- 어서 오십시오. 상담 예약을 신청하신 변호사님의 성함을 알려주시겠습니까?

- 예약은 안 했고 상담을 받고 싶어서 왔습니다.

- 어떤 일 때문에 상담을 요청하시는 건가요?

- 법인 설립과 비자 관련해서 상담을 받고 싶습니다. 상담료는 얼마든 지불할 용의가 있으니 유능한 분과 상담을 잡아주십시오.

정호준은 얼마든지 돈을 지불할 요양이 있음을 밝혔다.

- 아, 실례했습니다. 파트너 변호사이신 하워드 변호사의 시간이 비었는데 그쪽으로 연결해드릴까요?

- 예 부탁드립니다.

정호준은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하워드란 변호사가 사용하는 사무실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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