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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22화 (2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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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미들네임도 많은 게 남미 사람들의 이름이었지만 그녀들은 패밀리네임과 이름만 말했다.

- 내 이름은 마리아 실바야

- 나는 브론시아 곤잘레스.

금발의 블론드 헤어스타일에 조금은 백색이 짙은 구릿빛 피부의 미녀가 자신을 마리아 실바라 소개했고, 갈색의 곱슬기 가득한 헤어스타일의 전형적인 라틴 미녀상의 여성이 곧이어 자신을 브론시아 곤잘레스라고 소개했다.

미녀의 미소는 언제나 남자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미소 띤 미녀의 얼굴을 직면하는 남성이 게이가 아닌 이상.

- 나.. 난 박기태야. 한국에서 왔어. 이 친구는 내 베프 정호준이고.

이목구비 뚜렷하고 섹시함이 가미 된 서구의 미인이 웃으면서 자신을 소개한 것만으로도 가슴이 떨리는지 박기태는 부족한 영어 실력을 총 발휘해가며 자신과 정호준을 소개하며 그녀들과 대화를 이어갔다.

'미녀를 향한 남자의 본능이란.'

수컷의 본능에서부터 시작된 박기태의 영어 솜씨는 정호준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물론 본인도 수컷이었기에 박기태의 소개를 구실 삼아 대화에 끼어들었다.

브라질 사람들이 그런 건지 남미 사람들이 그런 경향이 있는 건지, 아니면 눈앞의 두 여자가 친해지기 쉬운 성향이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마리아와 브론시아는 잘 웃었고, 박기태의 부족한 영어도 귀담아 주었으며 리액션도 좋았고 말하는 게 유쾌했다.

그런 사람이 종종 있지 않은가. 아첨하거나 농담을 잘하는 것도 아닌데도 그냥 유쾌하고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 한국? 남쪽에 있는 남한 말하는 거죠? 2002년 월드컵 개최했던 곳.

월드컵이 끝난 지 아직 2년밖에 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브라질이 우승해서인지 마리아와 브론시아는 한국에 대해 알고 있었다. 자세히는 몰랐지만 적어도 이름은 확실히 알았다.

- 우리랑 비슷하네요. 우리는 이번이 두 번째 여행이예요. 작년에는 벤쿠버와 시에틀에 들렀는데, 벤쿠버는 상파울루처럼 겨울에도 춥지 않아 여행하기 좋았는데, 시에틀은 좀 춥더라고요.

이야기를 나누며 짐 정리를 가볍게 마친 정호준과 박기태는 이윽고 둘이 자기 전에 마시려고 사 왔던 4캔의 맥주 중 2개를 건네주며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여자의 나이를 묻는 건 실례라는 말이 무색하게 나이를 물어봐도 딱히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만 19. 한국 나이로 21라. 아직 30이 되려면 멀어서인가?'

나이, 학벌, 살아온 환경 등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얘들도 인재네.'

브라질 대학 순위는 잘 모르겠지만 브라질의 'SKY'급에 해당하는 상파울루 대학교에 두 여자 모두 재학 중이었다. 마리아는 컴퓨터 공학과, 브론시아는 경제학과에.

'주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공립 대학교라 했으니,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대학교나 카이스트에서 재학 중이라 생각해도 되겠는데?'

주로 상황을 지켜보며 듣는 입장인 정호준과 달리 박기태는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쟤는 여자랑 못 사귀어본 것도 아니면서 뭘 저렇게까지 하나?'

얼굴 잘났고 키도 178cm로 그들 또래에서 결코 작은 편이 아니다. 게다가 성격 좋고 말도 잘해 함께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유쾌한 녀석이다. 학생인지라 성적이 중상위권이란 것이 약간의 흠이었지만 억지로 그렇게 흠을 잡지 않으면 흠잡을 게 없는 박기태에게 여자친구가 없었을 리 없다.

정호준이 기억하는 한 여자친구를 넘어 주위에 여자가 없었던 녀석의 인생에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도 저렇게 간이고 쓸개고 다 내어줄 것처럼 구니 정호준은 그의 친구가 조금 한심스러웠다.

'아니 어쩌면 저래서 여자가 많았던 걸 수도 있지.'

자신은 인생을 다시 사는데도 시도하지 못할 박기태의 저런 적극적인 태도가 살짝 부럽기도 했다.

*****

잠이 들 때까지 새로운 룸메이트는 당도하지 않았고, 그렇게 두 여자와 같은 공간에서 잠을 자게 되었다.

- 좋은 아침이에요 잘 잤나요?

여자들의 아침은 남자들보다 빠르단 말이 틀리진 않았는지 정호준이 일어나서 2층에서 자는 박기태를 깨우려고 할 때는 이미 마리아와 브론시아는 세면(?)을 마치고 돌아온 상태였다.

- 네, 시차 적응 때문에 깊은 잠 잤네요. 마리아랑 브론시아는 부지런하네요?

- 우리는 호준과 달리 시차 적응이 필요 없거든요. 어제 이야기했던 거 같은데, LA시간이랑 5시간 정도밖에 차이 안 난다고.

- 어제 이야기한 거 맞아. 혹시 귀담아 듣지 않은 건가요?

- 아니, 들었어요. 그래도 일찍 일어난 건 맞잖아요.

곤란해 하는 정호준의 얼굴에 정색했던 표정이 무색하게 얼굴에 웃음기를 보였다.

"나 먼저 씻고 올 테니까 일어나 있어."

박기태를 깨우고 정호준은 먼저 씻으러 이동했다. 정호준과 박기태가 샤워를 마친 뒤 아침 식사를 함께했다. 따로 사다 놓은 게 없기에 밖에서 먹었다.

뷔페식으로 자기가 먹을 만큼 떠서 중량을 재 가격을 측정하는 처음 보는 방식의 뷔페였다. 정호준은 과일까지 해서 9불(10,350원), 박기태는 11불(12,650원) 정도의 음식 값을 지불했다.

'근데, 왜 이렇게 짜.'

정호준이 떠온 음식은 모두 달거나 짰다. 정작 달아야 할 과일, 파인애플, 오렌지, 수박, 멜론, 토마토를 큼직하게 썰어 컵에 담아 놓은 과일들은 단맛이 부족했고.

정호준은 박기태의 인상이 잠깐이지만 찡그린 것을 확인했다

'나만 짜다 느끼는 게 아닌가 보네.'

단짠이 심해 먹는 게 조금 고역스럽게 느껴진 그들과 달리 마리아와 브론시아는 무리 없이 잘 먹는 모습을 보였다.

이거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파악할 순 없지만 브라질은 음식을 좀 짜게 먹는 모양이다.

*****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정호준과 박기태는 사물함에 넣어두었던 짐과 캐리어 가방을 자동차 트렁크에 넣었다.

"야 이러면 우리가 좀 찌질해 보이지 않냐?"

여행에 익숙해서인지 마리아와 브론시아는 정호준, 박기태와 달리 로커에 짐을 넣어두고 받았던 키로 잠그는 선에서 짐에 대한 걱정을 덜었다. 대범한 그녀들의 반응을 생각하면 유난 떠는 것처럼 보였는지 박기태가 정호준을 보며 물음을 던졌다.

그에 정호준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우린 이런 여행 자체가 처음이잖냐. 안전하게 가자. 솔직히 난 저 라커도 믿음이 안 가."

"그렇긴 하지."

박기태의 크나큰 활약(?) 때문에 정호준은 두 명의 고객을 더 태우고 운전하게 되었다.

남자든 여자든 박기태처럼 적극적으로 들이대면 아무리 둔감해도 자신에게 관심이 있음을 알아채기 마련이다. 굳이 박기태가 아니어도 브라질에서 많이 경험해봤는지 두 여자는, 정확히는 박기태가 적극적으로 어프로치한 마리아가 박기태와 함께 뒷좌석에 탔다.

자연스럽게 브론시아가 호준의 옆좌석. 조수석에 탔다.

한국 드라마에서도 여러 번 나온 적 있는 언덕 위로 보이는 'HOLLY WOOD'란 간판이 보이자 브론시아가 말했다.

- 여기가 할리우드네요. 꼭 한번 와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오네요.

브라질 드라마에서도 할리우드 간판을 조명한 것이 많았는지 브론시아가 정호준이 속으로 생각했던 걸 그대로 이야기했다.

- 어디? 어디?

뒷좌석에 앉아 있던 마리아가 브론시아의 말을 듣자마자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어 그 광경을 확인했다.

- 위험하니까 앉아요!

- 위험해요!

생긴 건 냉정해 보이는 미녀인데 천방지축 어린아이처럼 위험하게 굴었다. 정호준과 박기태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쳤다.

그들이 소리치자 깜짝 놀란 마리아가 고개를 집어넣었고 그 모습을 지켜본 정호준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기태 녀석도 저 정도는 아닌데. 하아~'

챙겨야 할 짐이 하나 더 늘어났다는 것에 벌써부터 피곤이 몰려왔다.

할리우드라 적힌 언덕을 지나 소문난 부촌, 베벌리힐스로 진입해 건축양식 등을 구경했다. 깔끔하고 세련되게 지어진 플레이보이 맨션을 지나 UCL(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 부지를 걸었고.

가장 따듯한 시간일 14시경쯤 산타모니카 비치로 이동해 모래사장을 걸었다.

- 여기도 홈리스가 많네요.

- 상파울루에도 많은가 봐요?

- 네 뭐.

노숙자들이 중간중간 드러눕거나 돌아다닌 탓에 마리아와 브론시아는 정호준과 박기태 곁에 붙어 여자 둘이 온 게 아니라 함께 온 일행이 있음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여긴 통제 안 하나 보네.'

대부분 차에 있거나 관리하는 공원을 걸어 눈치채지 못했지만 서울역과 같은 기차역에 터를 잡고 사람이 활동할 시간에는 보기 힘든 한국의 노숙자들과 달리 곳곳에 홈리스들이 누워있거나 해변을 걷고 있었다.

- 바닷가가 이쁘네요.

- 우리 'Colonia holidays'도 깨끗하고 놀기 좋아요.

- 근데 둘이서 놀러 가면 안 된다면서요.

자국민인 그녀들이 외국인인 그들 보고 놀러 오려면 반드시 다수가 함께 와야 한다고 말할 정도니 대체 브라질의 치안은 얼마나 나쁘다는 말인가?

자기가 말했었지만 정호준의 입에서 안 좋은 점이 나오자 기분이 나빠졌는지 브론시아는 입을 다물었다. 쉬지 않고 수다를 떨었던 게 무색하게 브론시아는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 놀리려고 그런 거 아니었어요. 그냥 나도 모르게 나와서, 미안해요.

결국 정호준이 먼저 사과하고 나서야 다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몸매 좋은 여성들이 비키니를 입고 놀 만큼 아직 날이 따듯하지 않아 번외의 소득(?)은 즐기지 못한 채 풍경만 즐겼다. 산타모니카 비치부터 베니스 비치까지 길게 늘어진 백사장을 걸으며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었다.

산타모니카 비치 인근으로 돌아온 그들은 늦은 점심을 'WaterGrill'이란 음식집에서 먹었다.

피시 앤 칩스와 대구요리, 점보 사이즈 새우가 포함된 게살 셀러드, 스테이크까지. 요리를 네 개 시켰다. 함께 나눠 먹고 돈도 n분의 1로 나눠 내기로 미리 이야기가 되어있었기에 가격은 비쌌지만 눈 딱 감고 시켰다.

식전 빵이 꽤 큰 사이즈로 나왔고, 빵 옆에는 버터를 통으로 잘라 앞접시에 담아 나왔다. 그리고 정호준은 그게 조금 인상적이게 느껴졌다.

'빵에 치즈가 들어갔네?'

버터를 바르지 않고 먼저 한 입을 베어 물었는데, 짭잘한 치즈맛이 났다. 굳이 버터를 발라 먹을 이유를 못 느낄 정도의 간이었다.

익힌 새우가 포함된 게살 샐러드가 가장 먼저 나왔고, 다른 요리들은 동시에 나왔다.

정호준은 피쉬앤칩스와 스테이크, 대구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랐다.

피쉬앤칩스의 생선도 튀김옷을 입힌 것 치고 기름지거나 느끼하지 않고 바삭 담백했다. 한국 된장 맛은 아니지만 된장을 이용해 양념한 대구요리는 식감이 뻑뻑하지 않았다. 담백하면서도 맛이 맛있었다.

고기야 뭐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 호준도 한 모금만 하지 그래요?

운전해야 하는 정호준을 제외한 박기태는 맥주를 마리아, 브론시아는 화이트 샴페인을 한 잔씩 주문해 음식에 곁들여 마셨지만, 운전을 해야 하는 정호준은 따로 음료를 주문하지 않았다.

콜라를 좋아했으면 콜라라도 주문했겠지만 정호준은 콜라를 즐겨 마시지 않았다.

- 운전해야죠. 난 물이면 되요.

브론시아나 마리아가 한 모금은 괜찮지 않냐며 정호준에게 권했지만 정호준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 사고 나면 우리 넷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다칠 수 있어요. 좋은 기억만 있는 여행이었으면 좋겠네요.

음주운전으로 누군가를 잃어본 경험이 있는 정호준이 음주운전을 한다는 건 세상 어느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다른 사람에게 슬픔을 줄 수 있는 행위를 직접 겪어 놓고 그대로 행하면 그건 사람이 아니다.

- 180불(207,000원)입니다

정호준이 먼저 계산했고 미리 밖에 나와 있던 마리아와 브론시아가 정호준에게 45불씩 건네주며 계산을 확실히 했다. 식사를 마무리한 그들은 LA를 연고로 하는 농구팀. LA 레이커스의 홈구장 스테이플스 센터(Staples Center)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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