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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배무사와 지존 손녀-63화 (63/238)

63화 전부 패도문으로 모여 (2)

누군가가 모용성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양괴가 나타났으니 반드시 주변에 음괴도 함께 있을 것입니다. 양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고수이니, 경계하십시오.”

모용성은 천천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소. 내가 이곳까지 온 이유가 바로 이놈들 때문이니까.”

혜성처럼 나타나 섬서에서 활동을 시작한 음양쌍괴. 그들이 호현에 나타날 가능성에 대비해 무림맹이 준비한 한 수가 바로 모용성이었다.

정확히는 음괴 때문이었다. 양괴와는 비교할 수 없는 무공의 소유자. 섬서의 사파인들 중 가장 위험한 존재로 급부상한 인물이었다.

그들이 머뭇거리고 있을 찰나, 유진산이 총관 곽휘에게 소리쳤다.

“애들 데리고, 패도문으로 먼저 돌아가!”

“어르신…….”

곽휘와 그의 부하들은 쉽게 발을 떼지 못했다. 유진산을 홀로 남겨두고 퇴각하는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리라.

그들이 머뭇거리자 유진산이 미간을 좁히며 호통을 쳤다.

“어서!!”

그들이라고 어찌 모르겠는가. 이곳에 남아 있어 봐야 개죽음이었다.

어서 문파로 돌아가 백규에게 힘을 보태는 것이 최선이었다.

‘……먼저 가서 기다리겠습니다. 꼭 살아오십시오.’

더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부하들에게 신호를 보낸 곽휘는 전각의 지붕 위에서 몸을 날렸다.

문파로 복귀하는 그들의 뒷모습에 무림맹의 무사들이 움찔거렸다.

“쫓지 않아도 되는지요?”

모두가 모용성의 결단을 기다렸다. 그가 이곳에서 가장 배분이 높기 때문이리라.

“상관없으니 보내주시오. 죽을 장소만 바뀔 뿐, 오늘 저들의 운명은 바뀌지 않을 것이니.”

“예. 어쨌거나 저 교활한 양괴 때문에 발이 묶였으니 낭패로군요.”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유진산은 멀어져가는 대머리 무사들의 뒷모습만 지그시 응시했다.

그리고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쯤 다시 한번 외쳤다.

“누구든 한 발짝만 움직여 보거라! 이놈의 목줄을 바로 끊어줄 테니.”

모용성의 눈이 지그시 가라앉았다.

“시간을 벌고 있는 것이로군. 기다려주겠으니 그리하거라.”

대단한 자신감이었다. 누구도 그의 말에 불만을 품는 이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를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속내가 들킨 유진산이었지만 아무래도 관계는 없었다. 목적만 달성하면 그뿐이었으니.

일다경의 시간이면 충분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무르익자 모용성이 다시 물었다.

“음괴는 어디에 있지?”

유진산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자신의 목숨이 달린 순간이었으니 긴장할 수밖에.

모두가 그의 입으로 시선을 모았다.

이윽고 유진산은 모용성의 뒤쪽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바로…… 네 뒤에 있다!!!”

“……?”

이 순간만큼은 모용성조차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누군가가 기척을 숨기고 자신의 근처까지 접근했다니? 믿기 힘든 일이었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위태로운 순간이었다.

보법까지 펼치며 뒤쪽을 살펴보는 모용성. 이윽고 그의 얼굴이 급격히 구겨졌다. 자신이 속았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네 이놈!”

어느새 유진산은 등을 돌려 미친 듯이 도주하고 있었다.

군중 앞에서 우스운 꼴을 보인 모용성의 두 눈이 활화산처럼 타올랐다.

그것을 눈치챈 그의 측근들이 다급히 소리쳤다.

“유인책이 분명합니다!”

“쫓지 마십시오!”

모용성 또한 강호에서 닳고 닳은 고수. 감정에 못 이겨 섣부른 행동을 개시할 인물이 아니었다.

음괴의 위치가 확인되지 않은 이상, 혼자 좇아가서 위험을 감수할 이유는 없었다.

무엇보다 잠시 후면 그를 다시 만날 수 있을 터.

“오늘 한 놈도 마을 밖으로 살아서 나가지 못할 것이다.”

정파의 대열은 패도문이 있는 방향을 향해 다시 나아가기 시작했다.

* * *

패도문의 장원.

담장 너머로 펼쳐진 대 연무장에 사파의 무인들이 집결하고 있었다.

이백여 명에 이르는 호현의 무사들이 중앙을 차지했고, 지원군은 그들을 중심으로 날개처럼 포진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대열의 선두에 있는 외팔이 검객, 사혈문의 문주 천수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패도문의 입구만을 지그시 응시했다.

그러길 잠시 후. 누군가가 다급히 소식을 알렸다.

“총사님이 도착하셨습니다!”

패도문의 정문. 상의를 탈의한 채 두 자루의 쌍도를 움켜쥔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남쪽 진입로에서 홀로 남아 문도들이 퇴각할 시간을 벌었던 백규였다.

상체에 드러난 수많은 검상. 게다가 찢어진 이마에서는 연신 핏물이 흘러나와 얼굴을 적셔댔다.

처참한 몰골이었지만, 성큼성큼 다가오는 그의 걸음걸이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금강불괴(金剛不壞). 그를 바라보는 모두의 마음속에 떠오른 공통된 단어였다.

“다 모였는가!?”

사혈문의 문주인 천수가 앞으로 나서서 그를 맞았다.

“고생 많았소.”

고개를 한 번 끄덕인 백규는 양손에 움켜쥔 쌍도를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자, 그럼 마지막까지 신나게 한번 놀아들 보자고!”

그의 외침에 사파의 무사들이 동시에 무기를 치켜들었다.

“와아아아!!”

“와아아아아!!”

백규의 등장에 추락했던 사파의 사기가 하늘로 솟구쳤다.

모두가 전열을 가다듬고 있을 무렵, 언월도를 움켜쥔 맹련화가 다가왔다.

“살아있었네?”

아내의 시큰둥한 말에 서운할 법도 했건만, 그녀의 속마음을 모를 백규가 아니었다.

그는 씩 웃어 보이며 맞받아쳤다.

“죽을 때 죽더라도 우리 마누라 얼굴은 보고 죽어야지. 한데 형님은 어디 갔어?”

대답은 옆에서 들려왔다. 총관 곽휘였다.

“우리가 집결할 시간을 벌어보시겠다고 서쪽 진입로에 남으셨습니다.”

“혼자서 모용성을 막는다고?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면목이 없습니다. 그곳에 같이 남아서 도왔어야 했는데.”

백규의 표정이 어두워졌지만, 그것은 오래 가지 않았다. 기다렸다는 듯이 장원의 담장 너머에서 작은 인영 하나가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날다람쥐처럼 날렵한 움직임. 패도문의 모두가 의지하는 유진산이었다.

그의 모습을 확인한 모두가 동시에 환호했다.

“어르신!”

“하하! 무사하셨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유진산은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뒤쪽을 힐끔거렸다.

“놈들이 곧 들이닥칠 테니 어서들 준비해.”

모두가 자신의 무기를 움켜쥔 채 대열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호현에서 가장 강한 자들이 선두로 나서서 어깨를 맞대었다.

세 명의 초절정고수.

패도문의 문주인 백규와 사혈문의 천수, 그리고 유진산이었다.

이들 중 무공이 가장 강한 백규가 중앙에 섰다.

“우리 셋이 함께 모용성을 잡아야 하오.”

“그 방법밖에는 없겠지.”

그들의 뒤로 장로급 인사들이 일렬로 늘어서며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모든 준비를 마쳤을 때, 누군가의 외침이 정적을 깨트렸다.

“왔, 왔다!”

장원의 정문. 선두에 서서 터벅터벅 걸어오는 이는 분명 모용성이었다.

그의 뒤를 정파의 무사들이 끊임없이 뒤따르며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종남파의 도사들이 합류했기 때문일까? 숫자가 더욱 불어난 그들의 머릿수는 자신들과 비슷한 규모로 보였다.

그들 중 유진산의 시야로 낯익은 자가 보였다.

모용성과 선두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 종남파의 현호 장로.

“양괴 이놈…….”

유진산의 모습을 확인한 그는 이를 뿌드득 갈았다.

자신의 사제 두 명을 살해하고,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겨준 인물.

그러나 그의 분노 속에는 두려움도 함께 있었다.

현호는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중얼거렸다.

“음괴의 모습이 보이지 않소.”

모용성이 옆에서 신경 쓸 필요 없다는 듯 무심히 답했다.

“장로께서는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오늘 나에게 전부 죽을 것이니.”

현호는 그래도 안심이 되질 않는다는 듯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죽을 때까지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을 충격적인 그날. 자신을 종남이라 부르던 음괴에게 죽기 전까지 두들겨 맞았던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그일 이후로 한 번도 편히 잠든 적이 없었던 현호였다.

“대협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강호에 다시 없을 무시무시한 괴물이니 절대 방심하지 마십시오.”

“음괴에게 하늘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겠소. 어디 숨었는지 모르겠지만, 잔챙이들부터 처리하다 보면 나오겠지요.”

패도문의 장원에서 사파와 정파의 무리가 서로 머리를 맞대었다.

마치 관군의 전쟁이라도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둘 중 하나가 죽어야 끝나는 싸움이었다.

숨 막히는 긴장감이 절정에 달할 무렵. 사파 측의 진영이 먼저 움직임을 개시했다.

선두는 단연 쌍도를 치켜든 백규였다.

“이 쥐새끼들, 오늘 모조리 도륙을 내주마!”

정파에서도 입담이 좋은 누군가가 내공을 실어 맞장구를 쳤다.

“어디서 모기가 앵앵거려!”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서로를 향해 달려든 양측의 무림인들은 상대를 향해 무자비한 칼부림을 시작했다.

캉-! 카카캉-! 카카캉-!

양측의 인원은 각각 삼백여 명. 머릿수는 비슷한 규모였지만, 시작부터 정파가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다.

단 한 명의 독보적인 존재 때문이었다.

철혈검객 모용성. 사파인들의 중심부로 파고든 그는 미쳐 날뛰고 있었다.

푸욱-! 촤아악-! 써컥-!

그가 지나가는 자리로 문도들의 시체가 추풍낙엽처럼 쓰러져갔다.

일대일로는 그를 상대할 수 있는 인물이 없었다.

모용성의 검이 또 한 명의 수급을 자를 찰나였다.

쐐에에엑-!

바람을 가르며 두 자루의 도(刀)가 기습적으로 그의 허리를 노리고 들어왔다.

그러나 모용성은 만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여유롭게 보법을 밟으며 백규의 쌍도를 비껴냈다.

카캉-!

그 순간 어디선가 한 줄기 빗살이 나타나며 그의 목젖을 향해 파고들었다. 그 속도는 마치 부싯돌에서 번쩍이는 불빛처럼 빨랐다.

쾌검술로 유명한 사혈문의 문주 천수였다.

그의 기습은 완벽했지만, 모용성은 목을 슬며시 움직이는 것만으로 여유롭게 피해냈다.

파앙-!

하지만 연격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유진산이 내지른 창날이 그의 심장 부근을 파고들었다.

찰나의 순간 모용성의 검이 수십여 개로 늘어난 듯 보였다.

쩌엉-!

그는 어느새 창을 빗겨내며 반격까지 가해오고 있었다.

차원이 다른 움직임. 그에게 합격을 가하는 셋은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미리 연습이라도 함께 해봤다면 모를까, 서로가 손발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카앙-! 카카캉-!! 카카카캉-!!

강기들이 맞물리며 불똥을 쉴 새 없이 튕겨냈다.

다른 자들은 그들의 근처에도 갈 수가 없었다.

싸움은 몹시 치열해 보였지만, 오히려 승패는 점차 또렷해지고 있었다.

어느 순간 모용성의 주위로 밝은 빛이 물결치듯 파동쳤다.

“크윽!”

“큭!”

“커헉!”

동시에 떨어져 나간 세 사람은 깊은숨을 몰아쉬었다.

초절정고수 셋이 합공을 펼치고 있음에도, 모용성을 제압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종남파와 일전을 치르고 온 백규가 지쳐있다는 것이 결정적이었다.

강기를 뿌려대며 그들을 몰아치는 모용성의 검에는 인정사정이 없었다.

쩌엉-! 쩌저정-!

벼락이 치듯 쉴 새 없이 세 사람을 압박하는 모용성. 그는 집요하게 한 사람만을 몰아가고 있었다. 사혈문의 문주인 천수였다. 아마도 그의 쾌검이 가장 성가셨기 때문이리라.

조금씩 손발이 꼬여가는 천수. 기어코 그의 앞가슴을 모용성의 검이 훑고 지나갔다.

촤아아악-!

“크윽!”

천수가 쓰러지자 백규와 유진산은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카앙-! 카카캉-!

둘의 마음은 점차 다급해졌지만 별다른 수가 없었다.

차원이 다른 존재감. 모용성의 무공은 상상했던 것보다 대단했다.

이대로 간다면 쓰러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터. 눈빛을 교환한 백규와 유진산은 마지못해 필살의 초식을 준비했다.

그들의 수작을 눈치챈 모용성도 절초를 전개했다.

곧이어 세 개의 눈부신 빛무리가 한 지점으로 충돌하며 거센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앙-!!!

천지를 뒤흔드는 폭음과 함께 두 개의 인영이 떨어져 나갔다.

“크윽!”

“컥!”

백규와 유진산은 처참해진 몰골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들의 중심에 선 모용성은 무표정한 얼굴로 검날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끄으윽…….”

피범벅이 된 백규는 몸을 일으키려 발버둥 쳐보았지만,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조차 쉽지 않았다.

유진산 또한 쓰러진 채로 입에서 피를 게워내고 있었다.

“…….”

그들의 손에는 이제 무기도 들려 있지 않았으며,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백규와 유진산은 쓰러진 채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만감이 교차하는 눈빛은 서로의 마음을 읽고 있었다.

‘……미안하오, 형님. 여기까지인가 보오.’

‘아닐세. 우린 최선을 다하지 않았는가.’

호현의 지도자들이 쓰러진 이후 사파의 무림인들은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일방적인 학살극. 더는 싸움이라고 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촤아악-! 푸욱-!

“크윽!”

“크아악!”

곳곳에서 사파인들의 처절한 비명이 멈추질 않았다.

지옥도의 중심에 선 모용성은 마침 자신의 앞에 있는 유진산의 등을 짓밟았다.

꾸욱-!

“끄윽…….”

유진산은 고통스럽다는 듯 신음을 토해냈다.

마치 자신을 벌레처럼 밟아 죽이려는 듯했다.

저항할 힘조차 없었다.

그렇게 최후를 생각하고 있을 무렵. 돌연 어디선가 사자의 울부짖음이 토해져 나왔다.

“안 돼!!!”

무지막지한 내공이 실린 고함에 장원에 있던 모두가 순간적으로 비틀거렸다.

내공이 약한 자들은 귀를 틀어막고 고통스러워했다.

숨 막히는 기의 파동. 그리고 동시에 들려온 누군가의 외침이 모두의 고막을 때렸다.

“음괴가 나타났다!!”

단 한 명의 존재로 일순간 싸움이 정지해버렸다.

모두의 시선이 장원의 정문을 향했다.

그곳에선 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두 자루의 죽봉을 움켜쥐고 서 있었다.

유설의 시선은 곧이어 모용성의 발아래 깔린 할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 순간 참을 수 없다는 듯 입술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씨이…….”

쏴아아악-!!!

숨 막히는 살기가 뿜어져 나오며 모두를 움츠러들도록 만들었다.

난생처음으로 발출한 유설의 살기(殺氣)는 가공스러울 정도였다.

모용성의 얼굴에도 처음으로 긴장의 빛이 떠올랐다.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종남파의 현호 장로가 다그쳤다.

“음괴부터 막아!”

정파의 무사들이 유설의 앞쪽으로 집중적으로 몰려들며 수비 태세를 갖추었다.

푸욱-!

아이가 움켜쥔 두 자루의 죽봉이 땅속으로 파고든 소리였다.

곧이어 유설은 품속에서 붉은 손수건을 꺼내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두 눈을 가려서 묶는 것이 아닌가.

유진산이 바동거리며 무어라 말하려 했지만, 입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아가…….’

무림 제일의 근골로 쳐주는 선음지체(仙音之體). 태생적으로 신선의 오감을 타고난 유설이었다. 일반인들과는 감각기관의 구조 자체가 달랐다.

자신의 두 눈을 가린 유설은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죽봉을 뽑아 들었다.

푸욱-!

“할배, 나 오늘 말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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