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절대로 죽을 수 없다 (3)
쾅-! 콰쾅-!
유진산의 주먹이 거대한 소나무를 강타하고 있었다.
며칠을 반복하니 어느덧 요령이 생겼다. 움직임을 시작하는 순간 중후한 내기(內氣)로 관절을 보호하는 것이다.
“나는 절대 죽지 않는다.”
수만 번은 되뇌던 말이었다. 팔을 한 번씩 내뻗을 때마다 전신의 근육과 뼈마디가 움직임을 함께했다.
하체에서 시작된 회전은 골반을 타고 허리를 지나서 어깨로 향했다.
곳곳에서 더해진 힘은 그의 주먹을 통해 발출되었다.
콰앙-!!!
거대한 나무가 우지끈 소리를 내며 서서히 넘어가기 시작했다.
쿠웅-!
주변에는 쓰러진 나무들이 이미 수십 그루가 더 있었다.
그의 시선이 다시 옆의 나무로 향했다.
“후웁!”
심호흡을 내쉰 유진산은 짧게 도약하여 나뭇가지 위로 올라섰다.
이어서 다리를 걸친 채 상체를 거꾸로 늘어트렸다.
늘어진 그의 상체가 접히며 무릎과 닿기를 반복했다. 복근(腹筋)을 키우기 위한 운동이었다.
‘버텨야 한다, 허리야!’
척추는 내기로 보호하고 있었기에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매 순간 끊어질 듯한 근육통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한 식경이 지나도 그의 행동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백스물둘! 이백스물셋!”
평소에도 뱃살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렇기에 며칠 만에 복근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반 각이 더 지난 후 그의 입이 마지막 외침을 토해냈다.
“삼백!!!”
기어코 목표를 채우고 나서야 지면으로 내려섰다.
내공을 이용했기에 가능한 숫자였다. 온전히 근육만을 이용했으면 삼십 개도 못 했으리라.
어쨌거나 그의 표정은 한층 밝아져 있었다. 어제보다 열 개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후."
온몸이 땀으로 얼룩져 있었다.
계곡으로 내려가 몸을 씻다 보니 불현듯 자괴감이 밀려왔다.
‘황혼기에 들어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 내가 전생에 무슨 업보가 있었기에…….’
씻는 내내 한숨이 나왔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자라는 속도가 더디게 된다. 그렇기에 더욱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밤에는 내공을 수련하느라 한숨도 잘 수가 없었다.
그때 그의 귀가 쫑긋했다.
“응애.”
손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였다.
재빨리 달려가 보니 유설이 담요를 깔아놓은 둥지에서 빠져 나와 어딘가로 기어가고 있었다.
유진산은 평소처럼 아이를 조심스럽게 안아 들고는 달래보았다.
“우리 손녀 어디 가려고? 우쭈쭈! 할배랑 놀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손녀였다. 동시에 유일한 삶의 이유이기도 했다.
그때 그의 입에서 안타깝다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음……?”
아기가 자신의 젖을 물고 있었다. 배가 고픈 모양이었다.
모유가 나왔으면 했지만, 그것이 가능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매일 밤 금순이의 젖에서 몰래 짜온 우유만 먹이는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던 터였다.
‘본디 아기는 모유를 먹고 자라야 건강한 법이거늘.’
아직 세상으로 나가기엔 조금 이른 감이 있었다.
흉수를 알 수 없는 이상, 언제 어느 상황에서 위험이 닥쳐올지 모른다. 적어도 신체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놔야 했다.
그런데도 손녀에게 모유를 먹이고 싶은 욕심은 어쩔 수가 없었다.
“오늘 밤에는 어디 한번 내려 가보자꾸나.”
아무래도 시야가 짧은 저녁에 움직이는 것이 안전했다.
손녀를 겨우 다독인 그는 우유를 끓여 먹이고는 잠을 재웠다. 그러고는 다시 가부좌를 틀었다.
한순간도 내공 수련을 게을리할 수가 없었다.
두 시진이 지난 뒤.
옷을 갈아입고 하산 준비를 마친 그는 아기를 담요에 묶어 등에 업었다.
이윽고 그의 발걸음은 산속을 헤집고 계속해서 나아갔다. 행적을 숨기기 위해 평소와는 다른 마을로 가기 위함이었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고 보니 나도 밥을 먹은 지 오래되었군.’
운이 좋은 날은 계곡에서 물고기를 잡아먹었고, 그렇지 않은 날은 풀뿌리로 연명해야 했다. 배가 고프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잠시 후 이름 모를 마을에 진입한 유진산은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때 그의 후각이 멀지 않은 어딘가에서 맛있는 냄새를 감지했다.
‘닭죽이로구나!’
가까이 가보니 거지들이 모여 앉아 가마솥에 무엇인가를 끓이고 있었다.
허리춤의 매듭으로 보아 개방의 방도들이 확실했다.
이결제자 한 명과 일결제자 두 명.
무엇이든 정보나 단서를 얻기 위한 좋은 기회였다. 잠시 행적이 노출될 위험도 있었지만 문제될 것은 없었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이 마을은 또다시 방문할 계획이 없었으니까.
“닭죽 냄새가 참으로 좋구나.”
거지들의 시선이 동시에 유진산을 향했다.
신선 같은 외모와 손에 쥔 장창 한 자루. 그리고 등에는 아기를 업고 있었다.
“뉘, 뉘시오?”
“지나가던 노인일세. 괜찮으면 합석 좀 해도 되겠는가?”
개방도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들의 표정이 왠지 좀 어색해 보였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이결제자가 말했다.
“거지들의 밥을 얻어먹으려 하시다니 별일입니다. 하지만 배고픈 어르신을 그냥 보낼 만큼 개방의 인심이 그리 야박하지는 않지요.”
그는 바가지에 닭죽을 가득 채워 내밀었다.
자신들이 먹기에도 부족할 닭죽을 이렇게나 많이 퍼주다니. 유진산은 가슴이 따듯해짐을 느꼈다.
“아직 세상이 살 만하구만. 고맙네. 역시 개방은 의리가 있어.”
한 입을 떠먹어보니 맛이 기가 막혔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제대로 된 음식이라 그런지 더 맛있었다.
그런데 무엇인가가 좀 이상했다. 거지들이 같이 먹을 생각은 안 하고 구석으로 물러나다니.
등을 돌린 그들은 머리를 맞대고 무엇인가를 속닥거리고 있었다.
‘무슨 꿍꿍이지?’
강호의 노련한 경험이 무엇인가가 있음을 직감했다.
청각에 내력을 집중하여 대화를 엿들어보았다.
- 유가장의 가주가 분명합니다.
- 괜찮을까요? 명색이 가주인데 무공이 대단할지 몰라요.
- 걱정하지 마. 이미 뼈까지 굳었을 노인네라 무기를 휘두르는 것조차 힘겨울 거야.
- 복이 제 발로 굴러들어오다니, 횡재로군요. 제가 잡을까요?
- 아니야. 그래도 소싯적에는 대단했던 고수였다니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겠지. 내가 신호하면 동시에 공격한다.
유진산은 닭죽이 코로 튀어나올 뻔했다.
개방이 왜 자신을 노린단 말인가. 명색이 정파의 거대 방파로 분류되는 그들이 말이다.
불현듯 가문의 참사가 이들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르신. 닭죽 맛이 어떻습니까?”
다가오는 거지들은 은밀히 타구봉을 움켜쥐고 있었다.
타구봉(打狗棒). 개를 때려잡을 때 사용한다는 개방의 보편적인 무기였다.
유진산은 그것을 보고 있으면서도 태연히 답했다.
“맛이 괜찮아. 내 새끼들을 죽인 놈들을 이렇게 쉽게 찾았지 않은가. 그래서 그런지 더 맛있군.”
거지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쳤다.
상대방이 눈치챈 이상 머뭇거릴 이유는 없었다.
“쳐라!”
일결제자 한 명이 타구봉을 휘두르며 근접해 들어갔다.
노인의 정수리를 향해 다가가는 일격에는 인정사정이 없었다.
“뒤져!”
얼마 전 같았으면 분명 당황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유진산은 코웃음을 치며 숟가락을 머리 위로 올렸다. 최소한의 동작이었다.
콰앙-!
타구봉과 숟가락이 부딪쳤을 뿐이거늘, 마치 쇳덩이끼리 부딪친 것 같은 소리가 뿜어져 나왔다.
일결제자는 손아귀가 찢어지며 봉을 놓치고야 말았다.
“아악!”
동시에 숟가락이 날아들며 그의 이마를 정확히 가격했다.
콰앙-!
그자가 쓰러지기도 전에, 유진산의 좌측 옆구리로 또 하나의 타구봉이 다가왔다.
그는 앉은 채로 가보인 화룡신창을 움켜쥐었다.
창날은 정확히 다가오는 타구봉의 중심을 향해있었다.
쩌어어억-!
타구봉이 좌우로 쫙 갈라져 나갔다.
일결제자는 다급히 봉을 놓았다. 그렇지 않으면 손이 날아갈 테니. 하지만 그것 또한 유진산이 의도한 것이었다.
창을 비틀자 넓적한 날이 달빛을 머금었다. 그 순간 넓적한 창면이 개방도의 턱을 후려쳐 버렸다.
콰앙-!
일결제자 둘이 순식간에 쓰러지자, 이결제자가 긴장한 얼굴로 도약했다.
조금 전과는 수준이 다른 움직임.
허공에서 수직으로 내리꽂히는 타구봉은 바위도 부술 것처럼 위력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유진산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었다.
돌연 그의 왼손이 하늘 위로 벼락처럼 쏘아져 나갔다.
우둑-!
자신의 어깨 관절에서 들려온 소리였다.
고통이 전해왔지만, 며칠 전과 비교한다면 참을 수는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의 손아귀는 어느새 이결제자의 목을 틀어쥐고 있었다.
“쥐방울 같은 것들. 개방에서는 노인을 공경하지 말고, 공격하라고 가르치더냐?”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거지는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마음 같아선 이대로 목을 비틀어버리고 싶었지만, 우선 얘기를 들어보아야 했다.
그를 바닥에 내동댕이치고는 의자에 앉았다.
“켁. 오, 오해입니다.”
거지는 손사래를 치며 목숨을 구걸했다. 자신 따위가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님을 직감한 것이다.
일결제자들은 이미 정신을 잃고 기절해 있었다.
“노부가 말이야……. 얼마 전에 자식들을 모두 잃었거든. 그래서 개방이고 지랄이고 눈에 뵈는 게 없어. 그러니 바른대로 고하지 않으면 내가 널 어떻게 할지 모르겠구나.”
“저, 저희는 단지 맹의 수배령에 따라 움직였을 뿐입니다. 흉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무슨 맹? 수배령이라니……?”
거지는 품속에서 구겨진 종이를 꺼내어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 읽어보던 유진산은 헛웃음을 내뱉고야 말았다.
“……뭐?”
그의 일평생 가장 황당한 일이었다.
가문이 멸문지화를 당한 후 자신이 주화입마에 빠져 광인이 되어있다고 적혀 있었다. 무고한 주민들을 살해하고 다닌다는 내용도 함께 말이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림맹이 왜 이런 미친 짓거리를…….”
그때 납치된 아기를 구출하는 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설마 내 손녀를 노린단 말인가?’
유진산은 깍지를 끼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러고 보니 손녀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때였다.
선음지체의 근골을 타고난 아기였기에 소문이 퍼졌던 터였다. 고금제일고수인 검후(劍后)와 같은 체질이 아니던가.
강호에 경사가 났다며, 무림맹에서도 선물을 보내왔던 기억이 났다.
“이런 개…….”
입에서 튀어나오려는 욕지거리를 간신히 참아냈다.
정녕 협의를 내세운다는 무림맹이 벌인 짓일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황당했다.
그때 이결제자가 애처로운 눈빛으로 목숨을 구걸하기 시작했다.
“살려주십시오, 어르신.”
유진산의 눈동자는 살기(殺氣)에 가득 차 있었다.
지금의 상황이라면 어떠한 성인군자라도 진정할 수 없을 터였다.
“목격자를 어찌 살려 둘 수 있겠는가. 게다가 노인 공경을 모르는 싸가지 없는 놈들을 말이야.”
“잘, 잘못했습니다. 살려만 주신다면 다신 이런 일이 없도록…….”
유진산이 창을 움켜쥐고 일어서자 그의 얼굴이 공포에 질렸다.
그 순간 넓적한 창면이 그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콰앙-!
이결제자는 두 눈이 풀리며 그대로 기절했다.
애초부터 죽일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한다면 정말 그들의 바람대로 살인귀가 되는 것이었으니.
“목숨 대신 거둬가마.”
유진산은 개방도들의 품속을 뒤져 동냥해놓은 엽전을 회수했다. 빈털터리였기에 혹시 모를 비상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도합 엽전 열 냥.
국수 두 그릇은 사 먹을 수 있는 돈이었다.
그는 다시 어딘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심경이 착잡했다. 하루아침에 자신은 천하의 쓰레기가 되어있었다.
정황으로 짐작건대 흉수는 무림맹의 누군가일 확률이 높았다.
만약 그렇다면 맹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배분이 높은 인물일 것이리라.
‘무림맹이고 뭐고 어디 한번 두고 보자.’
설령 상대가 신이라 할지라도 그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유진산은 이미 분노의 화신이 되어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이다.’
그는 어둠에 몸을 맡긴 채 마을의 외곽을 탐색했다.
잠시 후 적당한 목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나무 의자에 앉아 휴식을 즐기고 있는 중년의 여인을 발견한 것이다.
유진산은 등에 업은 아기를 풀어내며 다가갔다.
“이보시게. 무슨 좋은 일이 있는지 기분이 좋아 보이는구만.”
흐뭇하게 미소 짓던 여인의 안색이 돌연 굳어졌다. 경계감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처음 보는 노인이 창을 움켜쥐고 다가오니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
“걱정할 것 없네. 힘없는 늙은이일 뿐이니. 단지 사정이 좀 있는 것뿐일세.”
유진산을 빤히 바라보는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 그 아기는 손녀입니까?”
“암. 금싸라기 같은 내 손녀일세. 혹시 모유가 나온다면 좀 부탁해도 되겠는가? 애미가 먼저 떠났기에 젖동냥을 하러 다닐 수밖에 없는 처지라서 말일세.”
때맞춰 아기가 그녀에게 양팔을 벌리고선 울어댔다.
“응애.”
그 모습을 보고 어찌 거절할 수 있겠는가. 아기를 건네받은 그녀는 모유를 물리고선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가여운 아가……. 이렇게 예쁜 아가가 어쩌다가…….”
유진산은 흐뭇한 미소로 묵묵히 지켜보았다.
모유를 먹이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개방에 수배령이 퍼졌을 정도면 당분간 마을을 활보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기를 일다경.
돌연 상상도 못 할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미친 노인네, 나가 죽어!”
유진산의 두 눈이 황당하다는 듯 동그랗게 떠졌다.
중년의 여인이 수유를 하다 말고 아기를 안고 도망쳤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전력 질주였다.
“이, 이보시게! 지금 뭐 하는 짓인가!”
순간 유진산은 여인의 중얼거림을 들었다.
“나는 이제 부자야…….”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일반인이었다.
두 눈을 끔뻑거리던 유진산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경공으로 쫓아갔다.
순식간에 다가가 검지로 그녀의 목 뒤를 눌렀다. 혈도를 짚어 기절시킨 것이다.
이후 아기를 낚아채고는 여인을 근처의 나무에 기대어놓았다.
“세상에 이런 정신 나간 여인이 다 있나.”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놀라기는 아직 일렀다.
잠시 후 그의 입이 찢어질 듯 벌어졌다. 전면의 나무에 붙어 있는 벽보 하나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수배전단이었다.
자신의 인상착의와 함께, 살해당했다는 주민들의 명단이 적혀 있었다.
“허……. 허허.”
어이가 없다 못해 헛웃음이 나왔다.
아무것도 한 것이 없거늘 이미 세상에 살인귀로 낙인찍혀 있었다.
유가장 근처의 일부 주민은 진실을 알고 있을 테지만, 힘없는 소수의 변론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아니, 그 누가 무림맹과 관으로부터 목숨 걸고 유가장의 편을 들어준다는 말인가.
유진산도 잘 알고 있었다. 힘이 곧 진실이고, 법인 세상임을.
한참을 넋 놓고 있던 그는 다시 음지로 스며들며 산으로 향했다.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