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9화
“히익, 아니, 아니…….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 아틀란……!”
일각고래 가문의 천재?
흥미로운 건 레빈은 화들짝 놀라면서도 아틀란의 말은 정정하지 않았다.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니까, 좀 제대로 설명하지 그래?”
“아. 일각고래는 나한테 충성했어. 그러니까 내가 들어가면 네 수하 두 배.”
“……그래, 멋진 계산이네.”
“그치?”
응. 우리 둘째, 네 머리는 여전히 전투를 제외하면 꽃밭이란 걸 알겠다!
‘그나저나 천재라니.’
아틀란의 설명인즉 이러했다.
일각고래의 가문은 본래 무조건 첫째가 계승하는 가문이란다.
장자든 장녀든 첫째가 계승하는 이 가문에, 다른 놈들 씹어먹는 재능을 가진 천재가 탄생했고.
가문 사람들은 만장일치로 다음 후계자로 레빈을 점찍었는데.
다만, 계승하기 위한 조건이…….
중급 기관을 나이보다 1년 일찍 졸업하는 거란다.
‘진급에 목숨을 거는 이유가 있었네.’
보아하니 본인도 욕심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지난번에 만났을 때 가문 사람들의 인정 어쩌고 했던 거였나. 난 또, 가문 내에서 따돌림이라도 당하나 싶었네.’
범고래 사회에선 워낙 비일비재한 일이니 자연스럽게 폭력에 물든 쪽으로 생각했다.
“쟤가 이미 뭐더라, 어릴 때 발명한 게 최고라고 인정받았대. 이 정도면 쓸만한 머리지?”
“그래그래. 갑작스럽게 나타나 할 말은 아닌 것 같지만, 그래서 뭘 발명했는데?”
“개량된 발리스타.”
“음, 전쟁 도구네. 평화로운 이 시국에…….”
“야, 그거 이름이 뭐랬냐? 움바?”
“투, 투움바야!”
생뚱맞은 이름에 나는 깜짝 놀랐다.
잠깐만, 뭐?
지구에서 좋아하던 파스타와 이름이 같아 웃음 짓곤 하던 그 무기는.
지난 회차 우리가 육지 동물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데 지대한 공을 세웠던 바로 그 무기였다.
단순한 발리스타가 아니었으니까.
“난 가물가물한데, 넌 아니지?”
내가 이렇게 반응할 줄 알았다는 듯, 아틀란이 송곳니를 보이며 웃었다.
확실히 아틀란이 자신만만할 정도로…… 놀랐다.
“진짜 그걸 쟤가 만들었다고?”
“내가 거짓말할 이유가 있어? 해도 들킬 거.”
내가 그 무기를 접한 건 전쟁을 막 선언했을 때였다.
생각해 보니, 무기를 들고 온 수하, 레다스가 이렇게 말한 적 있었다.
“이건…… 저희 가문에서 오래전에 누군가 만들었던 무기입니다. 그땐 설마하니 전쟁을 할 일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말이죠.”
“눈부신 공을 세웠지.”
“예, 그래서 조금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이걸 만들었던 천재가 조금만, 더…… 오래 살았더라면. 제 손으로 만들 수 없는 무기도 더 많이 나왔을 테니까.”
“……그래? 어쩌다 죽었는데?”
“살해당했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범고래 방계 가문의 어느 후계자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