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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 범고래 아기님 (97)화 (97/275)

제97화

식탁 위로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잔뜩 올라왔다.

“와, 이거 다 데데가 한 거야? 갈수록 솜씨가 좋아지는걸.”

그러자 미사가 근처에 있던 에이야와 시선을 마주하며 주고받았다.

곧 미사는 어색하게 웃으며 슬쩍 말했다.

“음, 아마도 공녀님께서 더는 국자를 잡지 않으시게끔 하려는 음, 계획…… 아니, 아니. 배려 아닐까요?”

“다 들었어. 계획? 뭐야. 내 요리가 그렇게까지 이상해?”

“…….”

“어라?”

뭐야, 대답이 없어?

“아니요. 당연히 아니죠, 공녀님!”

뒤늦게 미사가 격렬히 부정해 주었지만.

“……이미 늦었어.”

내 요리가 어때서. 나 정도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잖아.

아빠도 얼마나 맛있게 잘 먹었다고. 내가 잘라 주는 대로 족족 입을 벌렸다고?

나는 잘 잘린 연어 스테이크를 입에 앙, 물며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그래서 어젯밤엔 몇 놈이나 죽었어?”

미사가 잠시 손가락을 세어 보더니 얌전히 대답했다.

“다섯이었어요, 공녀님.”

“3일 전보다 둘이 늘었네? 초조한가 보지.”

나는 우물우물 씹었다.

“하기야 아빠 손에 박살 난 방계 가문을 눈으로 보고도 움직이지 않는 게 신기한 거지.”

나 칼립소 아콰시아델, 방년 8세.

현재 중급 기관, 오늘부로 중간 학년인 5학년에 접어드는 재원이다.

중급 기관은 초급 기관과는 다르게 1학년에서 9학년까지.

일종의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합쳐 놓은 기관이었다.

이곳에서 수료를 마치면 나이에 상관없이 성년으로 인정받지만.

평균적으로 대개가 성년의 나이로 보는 열일곱 살이나 열여덟 살에 졸업하곤 했다.

이건 다 이 기관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다음 학년으로 올라가는 게 힘든 데다 졸업하기는 살인적으로 어려운 덕택이었다.

‘이제 남은 가문은 몇이려나?’

나는 포크를 내려놓았다.

“에키온은 뭐 하고 있어? 별일 없대?”

“네, 따로 들려 온 소식은 없었어요. 알아볼까요?”

“아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으로 향했다.

눈부시도록 맑은 하늘이었다.

“아아, 학교 가기 싫다.”

5년 전. 아콰시아델의 영지에 도착했을 때, 아빠는 내게 선언했다.

‘이번 암살에 참여한 새끼들 하나하나 모조리 찾아내서 족쳐 버리겠다고 했나?’

아, 물론 똑같이 말하지 않았지만 살벌한 눈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뜻은 비슷하니까, 뭐.’

굳이 표현하자면 약간 3회차에서 눈 돌아간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수하들이 하나같이 나더러 미친놈 같았다고 말했던 거구나.’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더니 새삼 거울 효과를 느꼈다.

‘거울 치료지. 나는 너무 미친놈처럼 굴지 말아야지.’

그리고 돌아와 할머니에게 귀환 인사를 하고 딱 3일이 지났을 때.

범고래 방계 가문 하나의 저택이 폭발했다.

정말 말 그대로 폭발이었다. 동시에 그날 하루 동안 무수히 많은 자가 죽었다.

놀라운 건, 죽은 건 그 가문의 성인들.

정확하게는 나를 죽이는 데 동의한 자들 뿐이었다.

이로부터 다시 3일 뒤 또 하나의 가문이 영지에서 사라졌다.

이후로 저택 내엔 소문이 돌았다.

‘피에르 아콰시아델이 자기 딸에게 미쳤다!’라는 바람직하면서도 조금 쑥스러운 소문이었다.

‘내가 육아물 딸랑구가 된 기분을 느끼게 해 주다니, 아주 끝내줬어.’

하나, 기분 좋은 건 좋은 거고.

나는 그날 당장 아빠를 소환해서 앉힌 다음 혼냈다.

그래, 진짜로 혼냈다!

왜냐고?

“혹시, 아빠. 나를 제치고 가주가 되는 게 목표야?”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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