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화
이제는 칼립소 또한 상황을 파악했다.
자신이 가주일 때는 이 정도로 구는 머저리가 없어서 잠시 착각했다.
‘저놈들, 진짜 강한 수중 동물 수인을 아직 만나지 못한 놈들이구나.’
육지 동물 놈들은 자신의 1, 2회차 삶에서처럼 자기보다 약자가 수중 동물 수인이기까지 하다면 더없이 잔인해진다.
모든 육지 동물 수인이 홀로 범고래였던 자신에게 했던 행동처럼.
‘내가 이번 대 용의 신부였지.’
그렇다면 만약 지금처럼 우연한 기회로 피에르와 이곳에 오지 않고, 열 살인 자신만 신부로 왔을 때, 칼립소가 겪었을 일이란 소리기도 했다.
뭐, 물론 칼립소 자신도 이따위 대우를 그냥 두진 않겠지만.
확실히 성인이 되었을 때 쓸 수 있는 힘과는 달랐을 것이다.
칼립소는 저 공포에 젖어서 켈록거리는 집사의 모습에 연민도 동정도 느끼지 않았다.
자업자득이다.
“가장, 쿨럭, 제 선에서 드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으로, 얼른 모시겠습니다……!!”
“거기 용 공작님 방이랑 가까워?”
칼립소가 이때라는 듯 얼른 끼어들었다.
그러나 칼립소의 질문에 대답한 사람은 집사가 아니라 구경하던 벨루스였다.
“용 공작은 이 성에 머물지 않아. 따로 본인의 성을 쓰지.”
“아, 그래?”
어쩐지 들어서자마자 무슨 성이 두 채나 있나 했더니.
칼립소가 김샜다는 듯이 주머니를 감싸 안았다.
토닥여 준 덕분에 투스는 눈물을 그친 뒤였다.
“컥, 켈록, 켈록, 자비, 자비를, 죄송합니다……!”
집사는 사과를 했으니 이걸로 끝날 것이라 생각했겠지만 불행하게도 그의 수난은 끝이 아니었다.
목과 팔에 물줄기가 휘감긴 채로 그의 몸이 떠올랐다.
‘힉, 히익. 노, 높다!’
집사는 본능적으로 여기서 이 물줄기가 팔을 놓으면 죽을 거란 사실을 깨달았다.
“대가, 아직 안 치렀는데?”
“그만두십시오. 아콰시아델 님! 이 성의 집사에게 그만……!”
성을 지키던 전사들이 그제야 큰소리를 냈다.
그러나 금세 똑같은 처지가 되자, 더는 소리를 낼 수 없었다.
“용 공작 성은 손님 대우를 이따위로 하나.”
“끄읍, 죄송, 죄송합니다.”
“사과 말고, 대가.”
“무, 무엇을 원하십니까?”
칼립소 또한 피에르가 무얼 원하는지 궁금했다.
사실 집사가 무례하게 굴었던 건 얻어터진 걸로 대가를 치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말 아빠도 나만큼이나 육지놈들을 싫어했나 보네.’
다음에도 그러면 다음에 또 때려 주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피에르가 자신을 향해 말을 꺼낼 때가 되어서야 알았다.
“원하는 걸 말하면 된다는군.”
“으응?”
이 응징이 자신 때문에 확실하게 이루어진 것이란 사실을.
뭘 원하냐니.
피에르의 의도를 깨닫고 나니 또 한 번 온몸이 간지러웠다.
“용 공작님이랑 만나고 싶어. 아니, 인사하고 싶어.”
“그렇다는군.”
“큽, 그, 그건 안 돼, 아니, 죄송합니다. 저희도 여쭤봐야, 여쭤봐야 하는 사항인지라……! 살려만 주시면 물어보겠습니다!!”
“그렇대, 아빠.”
칼립소가 피에르의 소매를 잡아서 아래로 당겼다.
그러자 집사를 비롯한 전사들을 잡고 있던 물줄기가 그대로 사라졌다.
“정말로 물어봤다면 내일쯤 답을 알 수 있겠지?”
“……내일까지 답을 듣겠습니다.”
“그래, 목숨이 아깝다면.”
“…….”
바닥으로 쏟아진 물은 그대로 흡수되었고, 그 어디에도 물의 흔적은 남지 않았다.
“안내해.”
“네, 네……!”
칼립소는 자신의 뜻을 따라 주는 피에르의 행동으로 다시 한번 확실하게 피에르의 의사를 알게 되었다.
어쩐지 정말 가슴속 어딘가가 간지러워졌다.
모든 것을 지켜보던 벨루스는 가만히 생각했다.
“아가, 보내 주는 건 어렵지 않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