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화
“헉, 공녀님……!”
아, 쟤 말은 내게만 들린댔지. 혼잣말하는 것처럼 보이겠네.
미사의 말이 들려 왔지만 슬쩍 넘겨 버리고는 눈썹을 들어 올렸다.
“호수 너 혼자 차지했냐?”
-아니……! 그만 먹으려고 했어!
“그럼 내려오기나 해. 너 때문에 호수 하나를 망쳤다는 악몽을 만들고 싶진 않으니까.”
-으응…….
뱀이 슬금슬금 다가와서는 내 손에 툭 내려앉았다.
황금색 눈이 이리저리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이 몸이 실수한 거야? 잘못했어?
어린아이 같은 말투에 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다행히 잘못하기 직전까지 갔어. 물은 더 마시지 않아도 되는 거야?”
-응. 안 마셔도 돼. 이 몸은 이제 세 달쯤 물 없어도 괜찮아!
“그거참 다행이네.”
나는 팔찌처럼 내 팔을 둘둘 감은 뱀을 똑바로 보며 지금까지 묻고 싶었던 걸 물었다.
“아무리 봐도 넌…… 평범한 뱀이 아닌 것 같은데. 넌 대체 정체가 뭐야?”
천진난만한 말투와 다르게 범상치 않은 모습이었다.
나는 답변을 기다리며 긴장했다.
무려 세 번을 회귀하고 원작의 내용을 모두 안다고 자부하는 내가 모르는 존재.
이 세계에서 내가 잘 모르는 존재란 단 한 존재밖에 없었기에.
-내 이름은 투스! 이 몸은 위대한 용 공작님의 권속이야!
그래, 그 존재는 지금 보러 가기 위해 열심히 향하는 곳에 있는 사람.
용 공작뿐이었다.
* * *
용의 도시에 도착했다.
아니, 정확히는 30분 정도 뒤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나는 창문 밖을 바라보며 히죽히죽 웃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세상에, 이게 웬 떡이람.’
내 어깨 위에는 돌돌 꽈리를 튼 아기 뱀, 아니, ‘투스’가 있었다.
‘그냥 떡도 아니고 대형 떡이지. 암. 행운이 넝쿨째 굴러왔네.’
이 아기 뱀이 정체를 밝힌 건 오늘로부터 이틀 전이었다.
호수 물을 쭉쭉 빨아들였던 날로부터 2일이 흘렀단 소리기도 했다.
“그렇게 좋은가?”
“응?”
고개를 들면, 아빠가 조금 신기한 듯이 나를 보는 듯했다.
나는 히죽히죽 웃고 있는 입꼬리를 의식했다.
“응. 너무 기대되는걸.”
티를 내고 싶지 않았는데, 안 낼 수가 없는 걸 어떡해?
‘그도 그럴 게 용 공작의 권속이래잖아!’
안 그래도 용의 성에 도착하면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용 공작과 진하게 얽힐 수 있을까 고민했던 차였다.
도시가 가까워지도록 고민 해결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문제였었는데.
‘바로 이 조그만 뱀님이 나타났다, 이거지.’
나는 뿔 달린 푸른 아기 뱀, 투스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당시를 회상해 보았다.
호수에서 모닥불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을 때였다.
“권속이란 게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