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화
이 뱀은 분명 호수를 말했다.
이거 비유법이지? 호수만큼이나 많은 물이 필요하다는 거지.
설마 진짜 호수에 들어찬 물만큼이겠…….
뱀의 눈이 가물가물 감기는 것을 보고 다급해졌다.
“스승님! 혹시 호수를 만들 수 있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빠라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내가 가주일 땐 분명…… 바다를 가른 적 있어.’
호수만큼의 물은 만들어 본 적 없지만 물의 힘이 어떤 잠재력이 있는 힘인지 너무나 잘 알았다.
“호수라, 어디에 얼마만 한 크기냐에 따라 다를 것 같은데.”
“……정말 된다고? 아니, 이게 아니라. 최소한이라도 좋아. 시간은 얼마나 걸릴 것 같아?”
나는 아빠에게서 대답을 기다리는 그 짧은 순간도 어쩐지 초조해져서 아득해짐을 느꼈다.
“여긴 바다 근처가 아니지. 그러니 시간이 좀 걸릴 거다. 물로 흙을 적셔 구덩이부터 만들어야 할 테니.”
“그럼 폭포처럼 쏟아내는 건?”
“그것도 물을 생성시키는 데는 시간이 걸릴 듯한데, 저 뱀이 견디겠나?”
그것도 그래. 나 또한 호수만큼은 아니어도 가뭄에 비를 내린다거나 대량의 물을 만들어 본 적 있지만. 그건 시간이 꽤나 걸리는 일이었다.
‘아빠가 안 되는 일인데 벨루스 그놈이 가능할 리 없고.’
그럼 어떡해야 하지?
그러던 중에 우연히 마차에 시선이 닿았다.
“……스승님, 이 근처엔 숲이 있잖아. 그럼 호수 같은 게 있을 수도 있겠지?”
“있겠지만, 날아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빠르게 찾긴 어려울 거다.”
“아니, 빠르게 찾을 방법이 있어.”
곧이어 마차에서 하녀들과 미사가 불려왔다.
잠자리를 준비 중이었던 것인지 에이야와 미사의 손에는 내 잠옷과 담요가 들려 있었다.
나는 미사에게 성큼 다가갔다.
“미사, 너 수원지 찾을 수 있어? 아니, 찾을 수 있지? 지금 급해.”
“네? 공녀님 갑작스럽게 무슨 말씀이신지…….”
“부탁이야. 한 번 부탁할게.”
미사가 처음 내가 사는 곳에 나타났던 날 떠올랐던 기억.
수하는 분명 이렇게 말했다.
“아. 대장, 저희 부대에 유달리 수원지를 잘 찾는 애가 있어요. ‘미사’라는 앤데, 불완전한 수인이지만 기가 막히게 찾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