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막 범고래 아기님 (69)화 (69/275)

제69화

“언제가 됐든 제 질문에 세 번만 답해 주시면 됩니다. 단, 진실만을 답해 주시겠다고 바다의 이름에 걸고 약조해 주십시오. 그러면 증거도 함께 드리겠습니다.”

벨루스가 다른 손을 펼치자, 손바닥 위에는 아주 조그마한 배지가 있었다.

파도가 그려진 배지는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물건이었다.

“암살자로 참여한 주제에 제 가문 인장을 챙긴 멍청한 놈이 있더군요. 이건 후계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물건이니 도움이 되실 겁니다. 설사 죽여 없애더라도 그 방계의 수장은 아무런 항의도 하지 못할 겁니다.”

“…….”

배지 근처에서 물방울이 퐁 솟아올라 합쳐지더니, 이내 배지가 두둥실 떠올랐다.

벨루스는 그 모습을 말없이 보았다.

“거래는 성립되었다.”

배지는 피에르의 손에 넘어가 그의 손바닥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피에르는 배지를 주먹 안에 가둔 채로 벨루스에게 물었다.

“질문은 언제 할 거지?”

벨루스는 잠시 고민 어린 표정을 짓더니 이내 정갈하게 입을 열었다.

“첫 번째 질문은 지금 하겠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칼립소의 웃음소리가 들려 왔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피에르는 잠깐, 귀찮지만 이 여정을 떠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어쨌거나 첫 단추부터 잘못 시작된 관계였지만, 하나씩 보완해 나가면 언젠가는.

“들어줄 테니 너도 잊지 말도록.”

“네 분이 풀리고 내가 네게 인정받는 그때에. 그 호칭은 집어치워야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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