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막 범고래 아기님 (64)화 (64/275)

제64화

본능적으로 헙, 하고 방어 자세를 취했는데, 웬걸? 커다란 손이 내 뺨에 오더니…….

아프지 않게 툭 꼬집었다.

“뭐 하느은 거야? 왜 꼬지버?”

뺨이 잡힌 탓에 발음이 샜다.

“이렇게 하면 너도 발음이 새는군.”

“아니, 뭔 엉뚱한 걸 실험하고 있어.”

아빠의 손을 쳐내자 오래 붙잡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는 듯 가볍게 떨어졌다.

“작은 아이를 학대하는 겁니까?”

그 순간이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들려 오지 않았던 목소리에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어느새 보고 있던 책을 내리고 이쪽을 응시하는 벨루스가 있었다.

‘저놈은 무슨 헛소리야?’

황당했다. 쟤가 뭐라는 거야?

“가주에 필적할 만큼 강하면서 어떤 것에도 관심 없다던 대단한 피에르 님이 무릎까지도 오지 않는 아이를 괴롭히는 취미가 있는 줄은 몰랐군요.”

깨달았다.

‘저 새끼 저, 시비 거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자연스러운 시비질이었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던데.

우리 오빠놈들은 거울도 없는데 어쩜 이런 훌륭한 인성질을 어디서 배운 걸까.

막 자라서 그런가.

“별소릴 다 듣는군.”

다행스럽게도 아빠는 어른이었다.

“뛰어서 쫓아오고 싶지 않다면 쓸데없이 말 걸지 마라.”

……어른스러운 어른이라고는 안 했다.

정말이지 찬바람이 쌩쌩 부는 부자 관계였다.

“난 아빠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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