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화
다음 날 오전.
드디어 이날이 왔구나!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용 공작이 있는 곳으로 출발하는 날이었다.
마치 소풍을 앞둔 아이처럼 주책맞게도 심장이 뛰어서 잠도 오지 않더라.
‘후후, 내 원대한 계획을 이룰 날이 마침내 성큼 다가온 것이야. 그것도 예상보다 정말 빠르게!’
게다가 어제는 나를 학대했던 하녀 뤼뮈의 처벌이 결정되었다.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었다.
‘후, 이제 미련은 없단 말이지.’
단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지만.
‘그 돌고래 그놈은 만나고 가고 싶었는데.’
어디까지나 내 마음의 짐이었을 뿐…… 미안하게도 마음의 빚은 용의 축제보다 앞설 수 없었다.
듣고 있니, 수하야. 미안하다.
마음속으로나마 일이 잘되길 비마!
오늘 정오에 출발할 일정이라서 사실 오전 시간 동안 교육 기관에 갈 필요는 없었지만, 나는 굳이 등교했다.
‘그래도 정이 든 애들한테는 인사해야지.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아이들과 하나하나 인사해 준 뒤, 반에서 제일 마지막으로 만난 건 루가루바 쌍둥이였다.
“공뇨님 징쨔 축제 가여?”
“용의 축제 가여?”
“진짜라니까.”
쌍둥이는 내가 그곳에 가는 게 믿기지 않는 듯 몇 번이나 물었다.
나는 귀찮아하지 않고 하나하나 대답해 주었다.
쌍둥이 중 루가는 내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공뇨님 오늘은 왜 똑같운 고 물어본다고 그만해! 안 해여?”
“그럴 이유가 있단다.”
마지막까지 매정하면 되겠니.
난 오늘 매우 관대하단다.
루가루바 쌍둥이는 한동안 나를 못 보는 것에 아쉬워했다.
나는 시간이 되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루가루바가 마지막이었으니, 더 인사할 아이들은 없었다.
나 또한 유독 정이 들고 친해졌던 이 아이들이 마지막이어서 좋았다.
‘지금 기분이라면 카론 그놈에게도 하하하 웃으며 자비롭게 인사할 수 있다고나 할까.’
그렇게 문을 나서는데 루가루바 쌍둥이가 졸졸 쫓아왔다.
“너네 점심 안 먹냐?”
“공뇨님운여?”
“은여?”
“난 이제 가 봐야 한다고 했잖아.”
내가 손을 들자 쌍둥이가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나는 까치발을 들고 열심히 쓰다듬어 주었다.
어쩌면 이 보드라운 머리털도 마지막이겠어. 그건 좀 아쉽네.
“공뇨님?”
루가가 고개를 갸웃한 순간 루바가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공뇨님! 마따, 엄마가 꼭꼭 놀러 오라고 해써여. 갔다 와서 놀러 오면 안 대여?”
“잘 지내. 아프지 말고.”
“공뇨님.”
“글쎄다, 돌아오면 생각해 볼게.”
나는 손을 뗀 뒤에 그대로 돌아섰다.
오늘은 두 아이의 가마가 필요 없다고 말한 지 오래였다.
걸음을 떼려 하는데, 조금 커다란 손이 덥석 나를 잡았다.
돌아보니 루가였다.
“공뇨님, 안 와여?”
여전히 뺨에 붙어 있는 반창고가 마음에 걸렸지만.
애들은 회복력이 좋으니까 금방 낫겠지?
‘똑똑한 애들은 눈치도 빨라.’
나는 대답하는 대신 웃었다.
그러고는 돌아섰다.
뒤에서는 ‘우애애애앵!’ 하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교사 나오는 소리가 들렸지만 이번엔 돌아보지 않았다.
안녕 루가. 루바. 재밌었어!
* * *
용의 도시, 에키나.
제국에 처음 나타난 용이자, 제국의 수호신이 된 용의 이름을 딴 도시였다.
수호신인 푸른 용이 제국의 초대 황제와 혼인을 올린 사실은 아주 유명했다.
그들 사이에 태어난 두 명의 아이 중 아버지를 닮아 사자 수인인 아이는 황제가 되었고, 용을 닮은 아이는 용 공작이 되었다.
후대의 용 공작은 황실 핏줄이라는 뜻이었다.
제국민들은 용 공작이 응당 화려한 생활과 그에 걸맞은 호화로운 음식을 먹으며 지내리라 생각하지만…….
‘으으, 음산해.’
용 공작의 성에서 일하는 하녀 마리는 생각이 달랐다.
그녀는 이 제국의 육지 동물 수인 중에서도 가장 흔한 생쥐 수인으로 도망칠 곳을 발견하는 데 특화되고 발이 잽싸다는 특기가 있었지만.
‘이런 특기 때문에 여기서 일하게 될 줄은 몰랐지!’
불행하게도 가진 특기로 인해 이 음산하고 음침한 성에서 일하게 된 하녀이기도 했다.
애초에 자신은 소개를 받을 때 그리 크지 않지만 번듯한 수인 귀족가에서 일하게 될 거라고 들었건만.
안내받은 일터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게다가 한번 들어오면 허락이 떨어질 때까지 나가지도 못한다니, 그게 뭐야.’
하지만 별수 없었다.
“이곳에서 보고 들은 것은 어디에도 발설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물어뜯겨 죽고 싶지 않다면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