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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 범고래 아기님 (55)화 (55/275)

제55화

“공뇨님! 파란떽이 나아여?”

“공뇨님! 아니져! 빨강색이져!”

두두두두 전투적으로 달려온 건 귀여운 얼굴에 반가운 표정이 가득한 루가루바 쌍둥이였다.

루가는 상처로 쭉 쉬다가 이틀 전부터 다시 출석을 시작했다.

‘그래도 정이 들었다고 어찌나 반갑던지.’

그건 그렇고.

나는 내게 내밀어진 공을 보았다.

“……똑같이 생겼는데? 대체 무슨 차인데?”

“색깔이!”

“달라여!!”

“어, 그런데. 공이잖아?”

“그냥 공 아니에여!”

루가루바는 오늘 교육 시간에 만든 색종이 공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설명하기 시작했지만.

나는 9할 이상을 끄덕이는 척 흘려버렸다.

“그래그래. 정말 초대 범고래 가주님도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멋진 색종이 공이야. 됐지?”

“공뇨님! 이거도 바 주세여!”

“이거도여!”

“……윽.”

야, 너네 자꾸 이러면…….

“아앗, 공뇨님 제 거도요!”

“제 거도 머쪄여!”

“내 게 더 머시써요!”

이거 봐. 애들 다 달려온다고!

우수수 내밀어지는 색종이로 만든 무언가에 남몰래 찌푸렸지만.

생각 같아서는 다 저리 꺼지라고 하고 싶지만.

‘그래, 참자. 애들인데.’

결국 한숨과 함께 하나씩 봐 주기 시작했다.

애들이 흡족한 얼굴로 물러날 무렵, 내 옆에는 루가루바 두 아이만 남았다.

“공뇨님, 공뇨님.”

루가가 내 옆에 찰싹 달라붙듯이 앉았다.

눈이 마주치자 헤헤, 하고 예쁘게 웃었다.

자연에서 벨루가들은 참 귀여운 동물이었지.

그 탓에 이 애들도 참으로 사랑스러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원래 모든 동물이 새끼일 때 예쁘듯, 수인들 또한 그러했다.

‘저건 아직도 붙어 있네.’

다만, 하나 거슬리는 점이 있다면 저것.

나는 아직 루가의 한쪽 뺨에 있는 반창고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공뇨님, 엄마가 공뇨님께 안부 전해 달라고 해써여.”

“마자마자, 아빠도 해써여.”

“그래?”

참고로 나는 의도적으로 벨루가 가문의 성인들을 피하고 있었으므로 슬쩍 넘겼다.

“엄마가 조만간 만나고 싶다고도 해달래써여.”

“그렇구나.”

“공뇨님이 이로케 넘길 거라고도 해써여.”

“윽.”

돌고래와 흰돌고래들은 눈치도 빠르고 너무 똑똑해.

“엄마가 이러케 말하래써여! 아야아야야야 아야!”

“왜 그래? 뺨 아파?”

“……이로케 하면서 공뇨님이 우리 집에 오면 나울 거라고 말하래써여.”

“……얕은수네.”

당할 뻔했다.

깜찍하기 짝이 없는 이 요망한 놈들이 밀어붙였으면 그대로 쫓아갈 뻔했다.

나는 떨떠름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헤헤, 하지만 저희눈 공뇨님 속이지 않아여.”

“마자여. 거짓말 안 대!”

“안 대!”

“그래그래. 착한 것들.”

나는 양손으로 쌍둥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도 슬쩍 눈매를 좁혔다.

자기 엄마의 꾀를 슬쩍 흘려주면서도 밉지 않게 넘겼다.

얘들도 제법이었다.

나보다 큰 손이 내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손은 크다지만 애는 애였다.

“공뇨님.”

내게 뿌리쳐질까 봐 겁먹은 눈이었다.

“제가 트라우니 걸릴까 바 걱정해쪄.”

나는 루가의 모습을 보다 피식 웃었다.

“트라우니가 아니라 트라우마겠지.”

“마자여. 그고!”

나보다 덩치도 큰 애들이 굳이 세 살에게 애교를 부리겠다고 비비적거리는 꼴이 싫진 않았다.

“공뇨님운 좋은 사람이니까 저룰 걱정하느라 여페 있어 줄 거예여.”

“나 좋은 사람 아닌데.”

좋은 사람이면 너네 가문이 나한테 사활을 걸었다는데.

어떡하면 그걸 아게노르에게 잘 토스할지 고민하고 있겠냐.

‘내가 후계자 안 하고 아게노르를 지지한다고 하면 자연히 내 세력도 지지하게 되는 셈 아닌가.’

애들의 머리카락은 참 부드럽다.

새하얀 털을 만지작거리며 고민하고 있는데 루가가 생글생글 웃었다.

“헤헤.”

“헤헤헤!”

“넌 따라 웃디 마.”

“아 왜!”

“얘들아, 정신 사납다. 저기 가서 싸워.”

그러자 루가와 루바는 정말로 자리를 옮겨서 싸웠다.

……말을 잘 들어서 좋긴 한데.

‘은근히 재밌네. 저 싸움.’

앞선 회차에서 심심하면 수하들 싸움을 붙이곤 했다.

아, 물론 수하들도 모두 동의한 바였다.

수장의 성격 탓인지, 내 아래 모인 놈들도 대체로 호전적이었던 것이다.

아, 우리 책사였던 돌고래는 빼고.

“이 야만인들, 작작 좀 싸우십시오!”

“아아, 그래그래. 책을 사랑하는 돌고래 씨는 저어기 책상 위에 올라가 있으라고. 낄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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