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막 범고래 아기님 (53)화 (53/275)

제53화

……사실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지만.

아빠의 대답이 몹시도 궁금했고, 어떤 반응이 나올지 몰라 긴장하고 있었다.

어쩌면 별일 없을지도 몰라.

기대하고 마는 내 자신이 싫었다.

‘하지만 회의에서의 모습이 그러했잖아.’

징계위에 나와서 내 편을 들어 줬잖아.

회의 중에도 나를 보호해 줬잖아.

왜 그랬는데?

무려 세 번의 인생, 총 60여 년의 시간을 살며 기대는 새하얗게 기화한 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스물스물 피어오르는 기대감이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명확한 건, 언제든 발을 뺄 준비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이었다.

만약 내게 해가 된다면 지체 없이 몸을 피하든 맞서 싸울, 날이 선 내 모습을 알고 있다.

“한 가지만 묻지.”

“……뭔데?”

“네가 의도적으로 퍼트린 소문.”

나는 속으로 숨을 삼켰다.

“이외에도 너는 내게도 줄곧 네 아빠는 이러하니, 저러하니 말하기도 했었지.”

“…….”

“결국 네가 말한 ‘아빠’는 네가 바라는 이상향이었나?”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다.

입 안의 침이 말랐다.

그저 내가 바라는 이상향을 상상해서 말한 거냐고?

나는 여기서 선택해야 했다.

그리고 그 선택까지는 길지 않았다.

“아니.”

아니, 그건 내 이상향이 아니야.

“내 아빠는 그런 사람이야.”

이렇게 말한다고 한들 눈앞의 피에르는 절대 이해하지 못할 소리일 것이다.

뜻 모를 소리가 될 걸 알면서도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딸,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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