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화
“대화, 나눌 건가?”
“응?”
“저기.”
고개를 돌리면 서성이는 방계들과 몇몇 가신들이 보였다.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됐어.”
“왜지? 도움이 될 텐데.”
그럴 리가 있나.
“오늘 바로 그것도 회의 끝나자마자 잽싸게 달려오는 놈들 중에 ‘진짜’는 없어. 쭉정이잖아.”
“…….”
“진짜는 오늘 인사 정도만 하고 사라지겠지.”
가주를 노릴 생각은 없지만 노렸더라도.
이 회의가 끝나자마자 마치 먹이를 노리듯 끙끙대며 다가온 자들은 보지 않았을 것이다.
‘실속이 없어.’
습관적으로 방계들을 훑으며 저들의 이력을 떠올리다가, 나도 모르게 멈칫했다.
와, 버릇 어디 안 가네.
“가끔 너와 대화하다 보면 네 키가 여기까진 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군.”
아빠가 제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나는 피식 웃었다.
“내가 성장하더라도 거기까진 크지 않을걸.”
“잘 아는 것처럼 말하는군. 커 보기라도 했나?”
“응. 아마도.”
아빠는 실없는 농이라 생각한 것인지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에 잠시 홀을 훑는 듯했다.
“그렇다면 그 진짜라는 이들의 인사는 받을 생각인가.”
“왜?”
“성가신 피라미들은 쫓아 줄 용의가 있다.”
……왜 친절한 건데?
이렇게 순순하게 나오니까 오히려 경계심이 먼저 들었다.
‘이래 놓고 돌아가면 날 속인 죄는 내가 직접 조지려 지금까지 참았다!’
이러는 거 아니야?
“아니, 안 봐도 상관없어.”
그렇게 아게노르까지 포함해 회의장을 막 나섰을 무렵.
자연스럽게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아게노르 니임!”
“어, 음. 여동생님. 나 잠깐 급한 일이 생겼어. 나중에 또 봐.”
아게노르가 황급하게 작별 인사를 했다.
“스, 스승님, 제가 거처로 찾아갈게요!”
쟤 말실수했네. 나는 멀어지는 아게노르의 등을 보았다.
곧이어 아게노르를 쫓기 시작한 웬 덩치 큰 남자의 모습 또한 함께.
“저건 누구지.”
“셋째를 따르는 방계다.”
“아하.”
낯이 가물가물하다 싶었는데, 아빠가 말하는 이름에 곧 깨달았다.
“난 그냥 따돌림이나 당하고 싶은데, 그 지긋지긋한 놈들은 나를 그냥 두질 않았어. 죽여 버릴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