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화
“허? 작은 돌? 자존심도 없나?”
“네. 없습니다.”
“…….”
일주일의 훈련 끝에 아게노르는 인정했다.
지금의 자신은 피에르의 훈련을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 나이가 여덟 살은 훌쩍 넘었기에 가능할 뿐이었다.
자신에겐 칼립소만 한 재능도 깡도 정신력도, 특히나 인내력이 없었다.
사실 이 셋째 범고래의 가장 큰 장점은 인정과 수용 능력이었다.
“저는 제 한계 내에서 강해지겠습니다, 스승님.”
아버지를 스승님으로 부르는 거? 할 수 있지.
하면 되지. 훈련시켜 준다는데 뭐가 문제람.
“주제 파악이 되는군.”
“이 눈치로 잘 살아남았습니다.”
게다가 피에르는 이런 아게노르의 비굴한 수용력을 나쁘게 보지 않은 눈치였다.
하기야 되지도 않는데 억지로 해 보겠다며 열등감만 품어 봐야 자신이 귀찮아질 뿐이었다.
“헥, 헥. 끝난, 끝난 거죠……?”
“그래. 교체한다.”
칼립소가 다가오는 걸 느낀 아게노르는 잽싸게 분수대로 돌진했다.
분수대 위에는 깨끗하게 접힌 수건이 있었고 분수대 안쪽에는 얼음물이 동동 떠 있었다.
아게노르는 우아하게 수건을 잡았다.
동시에 소년이 일으킨 물줄기가 분수대 안쪽에서 얼음물을 허공에 띄웠다.
아게노르가 발을 놀려 도달한 곳은 흐느적거리며 온 칼립소의 앞이었다.
“여동생님, 고생 많았어!”
목소리부터 달라진 모습에 칼립소는 피곤한 와중에도 얼빠지게 눈을 떴다.
‘얘, 왜 이래, 미쳤나?’
그제까지만 해도 넋이 빠져 있던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피에르가 빡세게 굴려서 그런가 보지 하고 칼립소도 넘겼더랬다. 그런데 웬걸? 지금은 그때 보이지 않던 별빛 같은 빛이 저 푸른 눈동자에 어려 있었다.
‘……뭐지? 광기?’
심지어 광기마저, 아니 집착마저 느껴지는 푸르른 눈이었다.
칼립소는 땀을 뻘뻘 흘리는 것에 더해서 식은땀마저 솟는 걸 느꼈다.
자신은 이 눈을 본 적 있었다.
“이겼군, 나를 밟고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