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막 범고래 아기님 (30)화 (30/275)

제30화

피에르가 말해 주지 않아도 괜찮다.

어차피 알아낼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이대로 라일라에게 달려가서 묻는 방법도 있다.

안 되는 일은 깔끔하게 포기하자는 주의라 포기한 채로 실시간으로 식어 가는 요리를 지적하려 했다.

식기 전에 먹으라고.

그러나 내 말은 언어가 되지 못했다.

“아끼고 사랑한다면서?”

피에르가 먼저 말을 꺼냈기 때문이었다.

내 눈이 데구륵 굴러갔다.

“네 입으로 말하지 않았나. 네 아비는 널 지극히 아끼고 사랑한다고.”

“……맞아.”

피에르는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아주 약간 까맣게 탄 연어를 아무렇지 않게 썰었다.

곧 조그마한 조각이 포크에 꾹 눌렸다.

“그럼 그게 답이겠지.”

조각을 입으로 가져가는 피에르를 보며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 * *

피에르의 셋째 아들 아게노르.

소년은 어린 시절부터 능력 하나만은 톡톡 타고난 범고래였다.

칼립소의 언어를 빌리자면 피에르의 세 아들은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재능충’이었다.

개중에서 아게노르는 특히나 물의 힘을 가지고 노는 응용 능력에 타고난 편이었다.

그러나 아게노르는 알고 있었다.

응용 능력이라는 건 결국 순수한 힘과 부딪치면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를 손수 보여 줄 만한 이는 적어도 자신과 같은 나이 대에서는 없었기에 아게노르는 자만했다.

“역시 피에르 님의 아들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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