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막 범고래 아기님 (22)화 (22/275)

제22화

“꺅, 공뇨님 화났어여?”

“화났나 바!”

“그런가 바!”

꺅꺅!

쌍둥이들은 기어이 1층까지 나를 옮긴 뒤 내려두고는 꺄르르 웃으며 달려가 버렸다.

덕분에 당황할 새도 없이 뒷모습을 보게 됐지만.

‘칭찬해 주려 했더니.’

기특한 녀석들.

칭찬은 내일 해 주기로 할까?

그렇게 1층에 남게 된 나는 언제나처럼 마차가 있는 곳으로 가는 대신 다른 방향으로 걸었다.

‘그러고 보니 이쪽으로 가면 중급 기관이었던가?’

오늘 점심시간에 하녀들에게 들었던 이야기.

덕분에 뭘 좀 확인할 생각으로 살짝 멀리 나가 볼 예정이었다.

‘어차피 시종이야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릴 테니까 뭐.’

여긴 초급 기관 영역이고, 지금으로선 위험할 일이 거의 없다.

예전처럼 쭉정이 취급이나 당하던 때라면 모를까, 지금처럼 유명한 상태라면 더욱더 위험할 일은 없을 것이다.

‘오늘 괜히 오빠놈들 생각이 떠오른 게 아니야.’

그놈들이 이 시기쯤에 어떻게 사는지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파악해 둘 필요가 있어.’

곧 가문 회의도 있다고 하니까.

‘일단 세 놈 다 중급 기관에 있을 텐데…….’

초급 기관과 중급 기관은 어느 정도 인접하게 위치해 있다.

그래서 같은 정원을 끼고 있는데, 내가 알기로 이 방향으로 쭉 가면 그쪽 기관이 나올 터였다.

곧 나는 아장아장 걷다 말고 한곳에 멈춰 서야 했다.

‘소리?’

어디선가 말소리가 들려 왔다.

나는 발꿈치를 들고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향했다.

피에르가 요즘 열심히 굴려 준 덕분에 늘어난 민첩함으로 기척을 죽이긴 어렵지 않았다.

풀숲에 숨어서 살포시 고개를 내밀자, 멀지 않은 곳에 우르르 몰려 있는 소년들이 보였다.

‘흐음? 중급 기관에 있는 애들인가.’

아콰시아델의 저택의 넓이는 마치 한 마을에 견줄 만큼 넓었다.

모든 교육 기관은 약육강식. 강자가 모든 것을 독식한다.

그렇기에 기회는 도리어 모두에게 주어졌다.

이론적으로 방계라도 힘만 강하다면 교육 기관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직계와 나란히 후계 후보 자리에 오를 수도 있었다.

여기에 영향을 주는 것이 ‘물의 힘’인데, 방계는 직계와 대결하기 위해선 반드시 이 힘을 각성해야 했다.

중급 기관에서 교육을 받는 애들은 최소 8~9살부터 최대 17살까지.

이후로는 성년으로 지위를 보장받는다.

‘여긴 기억상으로 애들이 모이는 곳이 아니었는데. 어떻게 된 거람.’

소년들은 덩치를 보아선 중급 기관 애들이 맞는 듯했다.

어째 분위기는 험악했지만 말이다.

“야, 안 들려? 이놈 귀가 안 들리는 모양인데?”

“뭐야. 등신이야? 우리 말 무시하는 거 아니고?”

앞서 말했지만 직계는 방계에 비해 우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공식적으로 나를 제외한 모든 직계는 물의 힘을 각성했다.

그리고 내 위의 오빠들은 전부가 중급 기관에 있을 나이였다.

‘그러니까…….’

나는 찡그렸다.

‘짱을 먹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란 말이지.’

저놈은 왜 저기서 왕따를 당하고 있는 거야?

소년들이 우르르 몰려 싸고 있는 사이로 쪼그려 앉아 있는 소년이 보인다.

어째서인지 머리카락이 회색빛 색이었지만.

상아같이 뽀얀 피부.

보석 같은 푸르른 눈.

……모를 수가 없었다.

저기 저 쭈굴쭈굴한 자세를 한 미소년은 내 셋째 오빠.

아게노르였다.

‘어디 보자, 쟤랑 내가 다섯 살? 여섯 살 차이였지?’

그럼 이제 막 초급 기관에서 나간 지 얼마 안 됐을 거란 소리다.

나는 라일라의 말을 떠올렸다.

“공녀님의 셋째 오라버니 이후 저를 이렇게 당황하게 만드신 건 공녀님이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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