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막 범고래 아기님 (9)화 (9/275)

제9화

‘으으, 피곤하다…….’

마차를 타고 한참을 달렸을까.

눈을 떴을 즈음엔 나는 새로운 건물에 서 있었다.

눈앞에는 깐깐한 인상의 회색 머리 여자가 서 있었다.

‘아무런 무늬 없는 회색 머리……. 범고래 방계 사람이군.’

시종이 여자에게 나를 넘겼다.

“공녀님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저희 반에서 잘 교육 드리겠습니다.”

시종이 고개를 숙이고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헤어지기 직전 교육이 마치는 시간에 맞춰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여자는 조금 걷는가 싶더니, 곧 복도에서 나를 내려놓았다.

‘내가 여기에 들어오네.’

내가 앞선 3회차의 삶 동안 이곳에 온 건 단 한 번뿐이다.

1, 2회차는 처음부터 할머니의 눈에 교육조차 필요 없는.

버림받을 패로 낙인찍혀 유폐되다시피 살다가 팔려 갔고.

3회차에서는 어떻게 교육 기관의 문턱은 밟았지만…….

‘무시와 조롱만 받다가 금방 퇴소당했지.’

범고래, 그것도 직계손이 퇴소당했다는 건 대단한 불명예였다.

그들은 이 땅의 주인이었으니까.

그러나 나는 별 유감없이 주변을 돌아보았다.

3회차에서와 그리 다르지 않은 모습이네.

“공녀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나는 말을 건넨 여자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역시나 깐깐한 인상.

나는 지난 회차에서도 이 여자를 만난 적 있다.

“저는 이 초급 교육 기관 전체 관리를 맡은 총관리자 라일라라고 합니다.”

이 여자는 소개한 듯이 초급 교육 기관의 관리자.

일종의 교장 혹은 이사장 같은 존재다.

‘칼 같은 인간이었지…….’

이 여자에게는 딱히 유감이 없었다.

왜냐면 바로 이전 회차에서 벌어진 일 때문이다.

내가 방계놈들 중에서도 악질적인 놈들의 장난에 휘말렸던 때가 있다.

그건 정신 차려 보니 내가 남의 물건을 훔친 도둑으로 몰린, 직계로서는 정말 치욕적인 일이었다.

“저 공녀가 내 소중한 보석을 훔쳤다고요! 가문의 보물인데!”

“맞아요, 가방에서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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