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피, 피에르 님?”
옳지. 피에르는 몸은 약할지언정 힘만큼은 모두에게 인정받다 못해 동경 받는 대상이다.
여기서 아빠 이름을 팔아먹는 게 조금 그렇긴 하지만 뭐 어때.
일단 살아야지!
“야, 야. 헛소리야. 피에르 님은 아드님인 공자님들도 안 보는데 이런 모자란 애가 뭐 아쉽다고 만나 줘?!”
“마, 맞아. 가주님의 호출도 거절하는 분인데!”
나는 씩 웃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동요한 거 티 난다 이놈들아.
“내가 왜 사는 건물에 얌전히 안 있고 여기 있었다고 생각해? 내가 온 방향. 아빠가 사는 방향일 텐데?”
“……피에르 님, 서쪽에서 지낸댔지?”
“어. 어……. 저쪽으로 가면 그, 건물밖에는…….”
“그래. 나는 오빠들과 다르게 무려 아빠랑 대화도 나누는 딸이야. 우리 아빠가 의외로 딸바보거든?”
“우, 웃기지 마. 그, 그런 소린 바이얀 님께 들은 적 없어!”
“우리 아빠가 바이얀에게 왜 말하겠냐? 이 멍청한 생선아!”
“고래는 생선이 아니야!”
“그럼 니 대가리만 생선인가 보네! 너네 계속 한번 때려 봐. 우리 아빠가 너희 가만두나.”
“……야, 얘 진짜 3살 맞냐? 무슨 말을 나보다 더 잘해…….”
“넌 또 뭘 쫄고 있어? 거짓말일 게 분명하잖아!”
“하, 하지만.”
“너네도 이상하지? 내가 지나치게 말을 잘해서? 내가 누구에게 배웠겠어? 누굴 닮아 타고난 머리일 것 같아?”
그러자 그제야 소년들이 주춤하기 시작했다.
얼굴에 ‘정말인가?’ 하는 표정이 떠오른 것이다.
‘진짜겠냐. 멍청이들아.’
나는 속으로 비웃으면서도 당당하게 굴었다.
“너네 당장 꺼져. 죽인다 어쩐다 한 얘기도 우리 아빠한테 이르기 전에.”
“……야, 야. 그만 가자. 쟤 말처럼 뭔가 이상해. 이상할 정도로 말을 잘하잖아. 그, 피에르 님과 정말 관계 있는 거 아니야?”
“윽…….”
왜 말 잘하긴. 3번 죽고 연습한 내가 바로 지옥의 주둥아리다. 이 생선 놈들아.
“그래! 우리 아빠는 날 사랑해. 너네 아빠가 왜 서쪽에서 지낸다고 생각해? 조용히 지내려면 동쪽 끝도 있고 북쪽 끝도 있는데? 나랑 이야기도 하려고 서쪽에서 지내는 거야!”
소년 하나가 드디어 물러났다.
그러나 내게 손가락을 깨문 소년은 분이 풀리지 않는지 씩씩거리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야, 야. 그냥 가자니까.”
“있어 봐. 마지막으로 한 대만 더 때리고 가야겠으니까.”
소년이 이를 바드득 갈며 주먹을 휘둘렀을 때였다.
속절없이 이것만은 맞을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아, 진짜 물의 힘만 쓸 수 있었더라도!!’
눈을 감지 않은 건 전생의 습관이었다.
전투 중에 눈을 감는 건 죽음과 직결되니까.
하지만 아기의 몸이라 어쩔 수 없이 반사적으로 감았다가 얼른 떴다.
그리고 나는 보고야 말았다.
나가떨어진 소년의 모습을.
막 허공에서 떠올랐다 사라진 건…….
‘물, 물 회오리?’
분명 물의 힘이었다.
“뭐,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분명 물의 힘을 사용하지 못한다며?”
“아니…… 바, 바이얀 님이 분명 못 쓰는 애라고 말씀하셨는데?”
“야. 얼른 가자! 지, 진짜 피에르 님의 힘을 이어받은 딸인가 봐.”
“젠장!!”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소년들이 형편없는 모습으로 허둥지둥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손가락으로 심한 욕설을 날렸다.
‘가만두지 않을 테다! 기억했다 이 범고래 놈들아!’
나는 통쾌하게 웃다가 말고 멍하니 내 손을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방금 대체 뭐였지?’
……설마 나, 물의 힘을 쓸 수 있게 된 건가?
나는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놀라 근처에 있던 기척을 놓치고 말았다.
아니, 기민하게 살펴보았더라도 지금의 내가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의 기척은 아니었겠지만 말이다.
* * *
“…….”
피에르는 멀리 서 있는 칼립소를 빤히 보았다.
조금 전 물의 힘을 사용한 것은 순전히 변덕이었다.
애정도 감정도 없는 그저 신기하게 생긴 개미를 발견했을 때의 호기심 정도로 그친 발로.
“너!! 내가 지금 우리 아빠 만나고 오는 길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