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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공녀님 (94)화 (94/166)

Chapter 8. 축복인가 저주인가

사냥 대회가 끝났다.

하지만 사람들 대다수가 곧바로 티모시 영지를 떠나지 않았다.

대미를 장식하는 축제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사냥 대회 마무리 축제는 크게 2부로 나뉘었다.

1부는 낮부터 해 질 녘까지 열리는 거리 축제.

2부는 해 질 녘부터 밤까지 느긋하게 즐기는 보트 투어였다.

‘연인들 사이에선 그야말로 황금 비율 같은 데이트 코스지.’

낮에는 손잡고 실컷 축제를 구경하고, 밤에는 카약에 타는 걸 도와주며 손도 잡고 허리도 잡고…….

티모시 영지가 괜히 휴양지로 이름 높은 게 아니었다.

‘뭐, 나랑은 상관없겠지만 말이야.’

힐데가르트는 하품이 나오는 입을 왼손으로 감추면서도, 오른손으로는 쉴 새 없이 토끼를 쓰다듬었다.

“어라? 못 보던 흰 토끼네요?”

때마침 공관으로 돌아온 이오타가 그녀를 향해 고개를 기웃거렸다.

“공녀님이 키우시는 건가요?”

“응. 어제부터 키우기로 했어. 키스케가 선물로 잡아줬거든.”

가까이 다가온 이오타는 힐데가르트의 허락을 받은 뒤 토끼를 쓰다듬었다.

“우와, 털이 폭신폭신하네요! 정말 귀여운데요?”

“그렇지?”

“토끼 이름은요? 정하셨어요?”

“아방가르트 알렉산드로 아카락시아 2세야.”

“……토끼에게는 과분한 이름이네요.”

참고로 1세는 레온 오빠가 선물해 줬던 병아리였다.

무럭무럭 자라서 훌륭한 싸움닭이 되었고, 투계 대회에서는 챔피언 자리를 두 번이나 차지했다.

소파에 앉은 힐데가르트가 허벅지에 올려둔 아방 2세를 맹렬하게 쓰다듬는 동안, 이오타는 마석 광산 권리서를 훑어보았다.

진지한 눈으로 권리서를 읽어 내려가던 이오타의 입에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건 안도의 한숨이었다.

“……정말 놀랍네요. 공녀님이 말씀하신 두 가지가 전부 이루어졌어요.”

“이오타, 설마 날 못 믿었던 거야?”

“그건 아니지만…….”

이오타가 쓴웃음을 지으며 권리서를 돌돌 말았다.

“보통 이렇게까지 술술 풀릴 거라고는 생각 못 하니까요.”

“술술 풀리긴! 레디스가 고생한 걸 곁에서 봤으면서 그런 말이 나와?”

“그것도 그렇네요.”

힐데가르트는 이오타에게 두 가지를 약속했다.

첫 번째는 엘리사 일족의 마법사가 이동 게이트 사업에 협력한다면, 그들이 이주할 땅을 찾아주기로 한 것이다.

“공녀님, 이건 제가 미하일 소공작님께 보내는 감사 편지예요.”

“안 써도 괜찮다니깐.”

“그래도요. 꼭 전해주세요.”

“알겠어. 혹시 뭐 필요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바로 말해.”

그 약속은 깨질 이유가 없었다.

어제 막 미하일에게서 토지를 확보했으니 안심하라는 답장이 날아온 데다, 레디스가 우승한 덕분에 마석 광산이 아카락시아 공작가로 굴러들어왔다.

따라서 엘리사 일족은 쫓겨날 필요 없이 그들의 터전을 지킬 수 있었으나…….

‘엘리사 일족도 천천히 영역을 확장해야지. 이번 일은 좋은 기회가 될 거야. 언제까지나 갱도만 드나들 순 없잖아.’

그녀는 강하게 이주를 권했다.

이동 게이트 사업을 위해서라도, 엘리사 일족은 세상 밖으로 나올 필요가 있었다.

이오타도 오래 고민했으나, 그 말에 동의했다.

따라서 엘리사 일족 대다수가 이주하기로 했으며, 나머지는 마석 광산에 남아 채굴 및 관리를 계속하기로 했다.

그리고 두 번째 약속.

“자, 여기서 기쁜 소식이 하나 있어.”

“기쁜 소식이요?”

“테리오 리브 영식…… 아니, 수사관 총괄이 마석 아티팩트를 구매하겠대.”

“그게 정말이세요?!”

이오타는 그 자리에서 천장을 뚫고 나갈 기세로 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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