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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공녀님 (66)화 (66/166)

65화

이동 게이트 사업을 제안하는 내용은 막힘 없었다.

모르는 영역인 만큼 처음에는 심리적인 거부감이 있었지만, 힐데가르트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꾸준히 그를 설득했다.

요점은 확실했고 맺음말은 단호했다.

라이그너는 그녀와 대화할수록 놀랐다. 나이를 뛰어넘는 지식과 발상, 설득력 때문이었다.

마법에 문외한인 그에게는 힐데가르트가 제안하는 사업이 하늘이 둘로 쪼개지듯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당장은 믿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하지만?”

“해볼 가치는 충분하군요.”

충분할 뿐일까.

그가 아는 한, 이동 게이트 사업만큼 단기간에 아카락시아 영지의 가치를 급부상시킬 방법은 없었다.

‘남다른 분인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안토니오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할 만했다. 라이그너 상단주는 조용히 전율했다.

“저는 커다란 시야로 흐름을 읽는 재주가 부족합니다만…….”

상단주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그래도 공녀님의 제안에 가슴이 뛰었습니다.”

그간 상단의 사정은 갈수록 어려워질 뿐이었다. 장밋빛 미래를 꿈꾼 게 얼마나 오래전이었던가.

라이그너의 얼굴 위로 희망의 빛이 번졌다.

“조금 더 자세히 여쭙겠습니다. 어느 지역부터 이동 게이트를 열어서 사업을 시작하실 생각입니까?”

라이그너 상단주가 관심을 가지고 질문한다는 건 좋은 신호다.

힐데가르트는 허리를 곧게 세웠다.

“내년 가을에 오브론과 아카락시아 공작령을 연결하는 게이트를 열 생각이에요.”

“호오…… 왜 하필 오브론입니까?”

“이동 게이트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예요. 오브론 대공 각하께서 그 게이트를 이용해서 미하일 오빠의 작위 계승식에 참여하신다면 그만한 홍보가 또 없으니까요.”

“아……!”

라이그너 상단주가 이해했다는 듯 끄덕이자, 그녀가 이어 설명했다.

“오브론에는 좋은 석재가 많잖아요? 무게 때문에 멀리 나르기 힘들지만, 이동 게이트가 있으면 이야기가 다르죠. 그 점 때문에 더더욱 대공 각하께선 협력하실 겁니다.”

“자신이 있으시군요?”

“오브론의 지리적 약점을 생각한다면, 대공 각하께서 거절할 리 없으시거든요.”

손익 계산이 확실한 오브론 대공은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이였다.

또 수도에서 보여준 대공의 호의에 비추어 볼 때 대공이 협력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만일 거절한다면 그때는 막스한테 부탁해서 아카락시아 공작가와 수도에 게이트를 열지 뭐.’

믿는 구석이 있는 배짱은 당당하게 보이는 법이다.

라이그너 상단주는 반짝이는 눈으로 힐데가르트를 바라보았다.

“상단이 무엇을 준비하길 바라십니까?”

“곧바로 부탁드릴 건 없어요. 당장은 진행하는 활석 사업에 집중해 주세요.”

“자금 확보를 원하십니까?”

“네. 더불어 인력 확보도요. 제일 중요한 건 자금과 인력. 이 두 가지예요. 나중엔 활석이 아니라 마석을 캐야 할 수도 있으니까.”

아카락시아의 발전을 위해 운영되는 지주 상단의 사람을 한 명이라도 허투루 잃어서는 안 된다.

힐데가르트의 말을 이해했는지 라이그너가 고개를 끄덕였다.

“올해 겨울 안으로 이동 게이트를 세우는 데 필요한 마석 양을 계산해 전달해 드릴 거예요.”

“얼마나 예상하고 계십니까?”

“제법 많아요. 마석 금액에 따라서 다르겠죠. 시세에 따라서, 또 장기적인 관점으론 아예 마석 광산을 사들이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어요.”

“…….”

라이그너가 놀라운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밑바탕이 되는 원자재의 시세까지 생각하며 사업안을 짰다는 건 청사진을 그릴 줄 아는 사업가의 시야를 가졌다는 뜻이다.

지주 상단을 둘러싼 문제 해결 능력만 보아도 평범한 소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뛰어난 손익 계산 능력과 안목까지 갖추고 있다니.

무엇을 물어보아도 막힘없이 대답이 돌아오자, 그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힐데가르트 공녀님, 정말 진지하게 각오하시고 제안하신 거군요?”

“물론이죠. 거기에 상단주님을 설득하기 위해 밤낮으로 궁리했죠.”

힐데가르트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실망하실 일은 없을 거예요.”

“…….”

라이그너 상단주는 저도 모르게 한 번 침을 삼켰다.

“알겠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공녀님이니, 믿을 수 있습니다.”

마주 잡은 손이 힘차게 악수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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