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인데 황녀가 되었다 1화
프롤로그
이건 꿈이야.
화사한 햇살이 스며드는 익숙한 방.
평소와 다름없이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눈을 뜬 나는 은은하게 느껴지는 위화감에 미간을 좁혔다.
어제까지만 해도 딱 맞던 옷이 헐렁하기 그지없었다.
그 순간 불안한 생각이 들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갑자기 내 시야에 들어오는 거울, 정확히 말하자면 거울 속의 내 모습에 얼어붙고 말았다.
“이건 또 모야…… 어?”
지나치게 당황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속마음을 육성으로 읊조리고 말았다.
그런데 말을 내뱉는 순간, 나는 평소보다 몇 톤 높은 목소리와 미묘하게 어눌한 어투에 입을 딱 벌렸다.
설마.
나는 멍하니 거울 속에 있는 내 모습을 한 번, 그리고 커다란 잠옷 안에 감춰진 내 몸을 한 번 보았다.
몽실몽실한 뺨과 동글동글한 눈매, 마치 아기의 것처럼 보드라운 피부.
게다가 아무리 길게 뻗어 보려고 해도 짤막한 다리와 작디작은 손.
나는 충격에 사로잡혀 그것을 멍하니 보았다.
평소라면 핏줄이 도드라져 있어야 할 손가락은 그저 하얗고 통통하기만 했다.
그나마 유일하게 익숙한 것이란 그저 핑크빛이 도는 금발과 보라색 눈동자뿐.
나는 침착하게 이것들을 몇 번씩 훑다가 침을 꿀꺽 삼켰다.
진정하자, 에스트리아.
이건 꿈이야.
나는 일단 다시 베개를 찾아 누웠다.
분명 일어나는 방법이 잘못된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아직 꿈에서 깨지 못한 것이고.
다시 잠들었다 눈을 뜨면 꿈에서 깰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다시 눈을 천천히 뜬 나는 여전히 거울 속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나, 정확히 말하자면 ‘어린’ 나를 보고 숨을 크게 들이켰다.
이건 꿈이 아니었다.
나는 하룻밤 사이에 아이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