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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최강 남사친-369화 (370/374)

369. 나는 인류를 믿는다(?)(1)

세계 순방 이후로 3년.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무진은 졸업하게 되었다. 생도로서 주 1회 수업을 겸허히 준수하여 개근을 이루었다. 겸손, 겸양, 모범을 두루 갖춘 생도였다.

오늘은 졸업식이다.

아카데미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인파가 몰렸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아카데미지만, 인원을 제한했는데도 가득 들어찼다. 생도의 가족이 참여했던 졸업식과 달리 국내외의 원수급 인사와 초인급의 각성자가 몰렸다.

다른 연도와 비교해 생도들의 수준이 매우 높기도 하지만, 무진의 졸업식을 보기 위해서 참석한 것이다. 졸업 생도의 스카우트는 졸업식 전에 대부분 끝이 났었다.

인류 최강.

인류의 희망.

구원의 선지자.

위대한 폭군.

무진을 수식하는 대표적인 단어일 뿐, 무수히 많은 별호가 있었다. 세계 순방을 할 때까지만 해도 악명이 자자했으나, 투명청룡오관과 무진탑의 효과가 나타나자 쏙 들어갔다. 범세계적으로 각성자의 성장세가 이전과는 최소 배 이상 벌어졌다.

하는 짓이 맘에 안 드는 것과는 별개로 무진의 위명은 나날이 높아졌다. 괜히 인류의 희망으로 불리는 게 아니다. 물론, 복속을 통한 세뇌를 의심하는 부류도 일부 있었다.

무진은 졸업 생도들의 앞에 섰다.

당연하게도 무진은 졸업생 대표가 되었다. 생도의 기본 소양을 따지기엔 무진이 이룬 업적이 지나쳤다. 무진이 만들어 가는 길이 바로 역사가 되고 있었다. 누가 있어 홀로 독보무적의 무위를 과시할 수 있겠는가.

하물며 이제 막 졸업할 생도였다.

지금도 최강인데, 나중은 어떻게 되겠는가. 정체기가 온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졸업식 전까지는 우열을 가리지 못하는 스릴을 느끼고 싶었는데, 아쉽다.”

“차라리 그냥 같잖다고 욕을 해.”

“경쟁하고 싶다는데, 갑자기 무슨 소리야?”

“너랑 누가 경쟁하냐고?”

“내 여자 친구면 분발해야지.”

“나 지금도 너 다음으로 존나 세거든.”

“어째 나이를 먹을수록 언어 선택이 경박해지는 것 같다.”

“누구 때문인데?”

“처음엔 사귀기만 하면 뭐든지 다 해 줄 것처럼 굴더니, 요즘 들어서 날 너무 막 대하는 거 아니냐.”

“아니거든, 나 하나도 안 변했어.”

지수와는 3년 전 관계가 급진전 되었다. 이제는 권태기에 접어들었는지, 여느 연인들처럼 정과 의리로 살고 있었다. 이런데 결혼하고 수백 년을 같이할 걸 상상하니, 무진도 앞날이 깜깜했다.

여러 유부남의 조언이 마냥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충언이었다.

사람이란 어쩔 수 없다. 겪어 보지 않으면 일종의 판타지가 있었다. 함께한다는 건, 그 판타지가 깨지고 나서도 잘 살아가는 거다.

‘궁합은 잘 맞았지.’

매일 헤어지니 마니 티격태격해도 무진과 지수는 궁합이 아주 좋았다. 이렇게 말하면 지나치게 속물 같지만, 육체로 맺은 정은 가볍지 않았다. 마음이 식다가도 몸이 뜨겁게 타오르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에 대해서 식상함이 있지만, 그보다 강력한 의리로 똘똘 뭉쳤다. 가끔, 나도 여자라며 강환을 다발로 날릴 때가 있지만. 그깟 강환, 툭! 치면 그만이다. 연인 간의 다툼은 심검(心劍)으로 물 베기라지 않나.

“하긴 요리 솜씨는 하나도 안 변했지. 괜히 노력한다고 더 이상해졌어.”

“좋은 재료와 양념인데, 우리와 달리 하나가 되면 왜 이상해지지.”

“이제는 부끄럼도 없구나.”

“너나 화장실 문이나 닫고 써!”

무진과 지수의 언쟁에 듣는 친구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 인간들은 세월이 가도 철이 들지를 않는다.

혜진, 유정, 상원, 4인방이 주변에 있었다. 졸업식은 서열대로 서기 때문에 무진의 주변에 설 수밖에 없다.

무진의 근처에 있을수록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다. 너무 가깝다 못해 껌딱지처럼 떨어지지 않는 지수는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하아.

겨드랑이가 외로운 유정이 한숨을 쉬었다. 둘이 매일 염장을 질러 대니, 허벅지가 남아나지 않는다.

내가 과부야?

“너희들, 헤어질 때 되지 않았냐? 지겹잖아. 3년이면 볼 장 다 봐서 재미도 없고.”

“모태솔로 주제에 아무 말이나 지껄이네. 어유, 가여워라.”

“누가 모태솔로야! 내가 맘만 먹으면 줄 서는 애들이 지구 1바퀴를 돌아!”

“이론만 빠삭한 빛 좋은 개살구.”

승자인 지수는 유정과 혜진을 가소롭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너희들이 암만 자랑해 봤자, 결국은 모태솔로였다. 사랑을 나누지 않고선, 성장하지 못하는 법이다.

지수의 우쭐한 눈빛이 유정과 혜진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반드시 이긴다.”

“최후의 승자는 아직 몰라.”

이 말 같지도 않은 경쟁에 상원은 입이 댓발은 튀어나왔다. 주변에 건실한 마도사가 떡하니 있었다. 오기만 하면 뭐든지 해 줄 텐데, 나처럼 좋은 사람이 어디 있다고.

저딴 애들 한 트럭을 준다고 해도…… 예, 감사합니다.

“저기, 그냥 나한…… 컥!”

“이 미친놈이, 어딜 넘봐!”

“내가 어디가 어때서?”

“일편단심은 개뿔!”

그렇게 말하면 상원은 할 말이 없다.

3년 동안 5명의 여자 친구를 사귀었다. 너무 외로워서 그랬다고? 남자로서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 게다가 걔들이 먼저 들이댔거든.

‘술을 마시지 말아야지.’

항상 주민등록증을 챙기는 상원이었다. 얼굴이 박살 나지 않은 이상, 꽐라 돼서 덤벼들면 사내로서 막기 수월하지 않았다.

막말로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사귀는 동안도 아니고 안 사귀어 주니까 다른 애 만났다가 헤어지고 깨끗하게 돌아왔으면 됐잖아.

지금 세상에 양다리만 아니면 되지.

‘순정이 밥 먹여 주나!’

얘들이 이상한 거다.

저 얼굴.

저 스펙.

저 배경.

가지고 왜 아무도 안 만나고 무진바라기냐고.

무진이 솔로면 말도 안 해. 성격도 더럽고, 막강한 지수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이기면 바꿔 주겠다는 약정은 미친 짓이었다. 이쯤 되면 진짜 좋아서가 아니라 오기가 발동한 거다.

‘나도 그렇고.’

사랑은 원래 돌아오는 거잖아.

나 돌아왔다고.

스무 살이 갓 넘을 때와 3년이 지난 지금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고작 3년이지만, 이제야 비로소 성인이 되었다.

무진의 배후로 의외의 인물이 서 있었다.

전(前) 반성운맹 맹주, 배준상.

암암리에 무진에게 반기를 든 생도를 색출한 공적을 인정받아 옆에 섰다. 희대의 간신이자 세작이란 소문이 나돌았다. 배신에 치를 떨던 반성운맹도들의 울분이 선명했다.

‘내 인생에도 드디어 빛이 보이는구나.’

세작으로 활동하면서 맘 졸였던 시절은 떠올리기도 싫다. 매일 들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살아야 했었다. 특히, 무진에게 망하다시피 한 다크니스의 잔당들이 접촉했을 땐 정말 살 떨렸었다. 죽을 수도 있단 공포에 전부 포기하고 시골 가서 살까, 고민했었다.

‘인생은 원래 한 방이야!’

목숨을 건 담보로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 은밀하게 숨어 지내던 다크니스의 잔당들을 소탕하는 데 공적을 세웠다. 여전히 세계는 다크니스로 인해 홍역을 앓고 있었다. 그만큼 방대한 세력을 구축했던 다크니스였기에 더더욱 인정받았다.

‘아버지가 그토록 좋아할 줄은.’

아버지가 처음으로 자신을 인정해 준 날이었다. 어떻게든 무진의 옆에 붙어 있으라는, 떨어지면 뒤진다는 덕담을 더해서.

내빈의 자리는 익히 아는 인물들이 차지했다.

화석, 권왕, 무신, 투신, 창황, 마제, 수왕, 천제, 투귀, 권왕가주, 진 회장, 제인, 백의산을 위시해 칠대가문과 대형 길드의 수뇌부가 있었다. 태수, 구용, 예슬을 비롯한 졸업 생도도 대거 포함되었다.

중국 부주석 장위, 일본 천황 미츠키가 무진의 졸업식을 축하하기 위해서 아카데미를 찾았다. 기어이 부주석과 천황이 된 둘은 무진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세력 기반이 되었다.

여기에 더해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자리했다. 국내에서 알량한 명성을 자랑해 봤자 내빈 자리에 낄 레벨이 안 되었다.

-졸업식이 아니라 세계 정상회담인데!

-이 정도면 유엔도 한 수 접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폭군을 보러 왔을 텐데, 만나기도 힘들겠다.

-복속이니 세뇌니 하는 말도 결국 개소리야. 다들 무진탑에 오르지 못해서 난리잖아.

-성장 속도는 정말 미쳤지.

-자존심을 고수하기엔 오른 날과 안 오른 날의 차이가 너무 커.

-비싸긴 해도 돈값을 하니까, 여기저기서 더 지어 달라고 성화잖아.

무진이 곧 국가 경쟁력이었다. 당연히 국내외의 귀빈들이 찾아와 얼굴을 비칠 수밖에 없다.

졸업식을 진행하는 교장도 여느 때와 달리 부담이 되었다. 실수라도 하면 세계적인 망신이었다.

‘시원섭섭하다고 해야 하나?’

졸업한다고 인연이 끊기진 않겠지만, 교장실을 이제야 맘 놓고 편히 이용할 수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올 때마다 얼마나 속을 썩였는지.

‘3년은 조용한 편이었지.’

무진의 비위를 건드릴 인물이나 세력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여전히 다크니스의 잔당이 활개 치긴 해도, 굳이 무진이 나설 만큼은 아니었다.

‘결정할 필요가 있나 싶긴 해.’

교장도 임기가 1년 남짓이었다. 재임해도 되지만, 마라창에게 내어 줄 때가 되었다. 술자리에선 호형호제하면서 연연하지 않는다고 해도, 넌지시 눈치를 준다. 적당히 해 먹고 물러나라고.

그러나 은퇴하기엔 아직은 아쉬웠다. 그런 자신을 위해서 무진은 신당을 창당했다.

-무진당.

너무나 직설적인 이름이었다. 사적 이름을 써도 되냐는 말이 나와야 하는데, 누구도 함부로 입을 놀리지 못했다. 괜히 말했다가 찍히면 인생에 커다란 스크래치가 날 수 있었다.

‘폭군당이라고 안 한 게 천만다행이구나.’

무진당은 얼굴 팔리면 그만인데, 폭군당은 나팔수나 선봉대처럼 들린다. 기실 원래는 기존의 여야로 가려고 했지만, 여당인 국무총리의 행태에 신물이 났었다. 정치라는 더러운 생물에 회의감이 드는 차에 이 눈치 빠른 녀석이 창당을 선언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개인의 인기가 기존의 당파를 이길 수 없다는 지론이 여태까지는 잘 먹혔었다. 그러나 무진당은 다르다. 만들기가 무섭게 당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여론 지지율이 70%가 넘었다. 거의 공산당급 파괴력을 보였다. 아직 총선도 치르지 않았는데도 여야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지 어떻게든 해 보려고 하지만.

‘잡지 못하지.’

원래 정치란 내 능력을 보이기보다 남의 약점을 흠집 내는 게 유리하다. 이 방법은 역대로 통하지 않은 적이 없다. 무진당도 약점을 잡으려면 잡을 게 꽤 많았다. 솔직히 당 이름부터 구설이 나올 수밖에 없지만, 여야의 누구도 총대를 메지 않았다.

무진과 척을 진다?

지구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자살극이었다.

공권력을 믿기에는 무진의 신위가 발목을 잡는다. 그러다 무진이 작정하고 무진탑을 무용지물로 만들거나, 해외로 이민이라도 간다면 후폭풍을 감당하지 못한다.

‘지금도 어떻게든 귀화시키려는 나라가 한 트럭이 넘지.’

거의 다라고 보면 된다.

약소국은 당연지사고, 강대국은 귀화가 정 안 되면 긴밀한 관계라도 유지하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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