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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최강 남사친-364화 (365/374)

364. 공개(3)

일문일답이 끝나고, 실시간 창이 풀리면서 댓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닌가? 세계를 볼모로 협박을 하는 것도 그렇고.

-대체 어디가 이기적이라는 거야? 강하면 무조건 모두를 위해서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는 어디서 나온 건데?

-영웅도 사람이고, 누군가의 자식이야. 대의를 위해 희생한다고 누가 알아주기나 하나.

-누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건 영웅의 행위가 아니잖아.

-폭군이 언제 영웅이고 싶대?

-아까 대영웅이라고 했잖아!

-개인적인 입장은 이해가 가. 하지만 수십억 명이 피해를 본다잖아. 지구에서 절대 싸워선 안 된다고.

-말은 누가 못 해. 지구에서 싸워도 승패를 알 수 없는데, 다크로드의 안마당으로 가서 싸우라고? 그냥 죽으라는 소리 아닌가. 그러다 패배라도 하면? 그땐 누가 책임을 질 건데?

-다크로드의 목적이 지구의 종말이 아니라면, 해 볼 만하지 않을까?

-다크로드의 노예가 되자는 거야?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죽는 것보다는 낫겠지.

무진은 희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의가 아닌 개인의 선택을 중요시했다. 반응은 반반으로 극명하게 나뉘었다. 세계를 위해서 희생해야 한다는 부류와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부류로.

그럼에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 누구도 무진에게 강요하진 않았다. 다크니스의 음모를 분쇄한 무진의 행보는 영웅적이긴 하나.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를 지녔다. 대의만을 내세워 강요하다간 도리어 역풍을 맞을 수도 있었다.

역사적으로 봐도 영웅이 빌런 되는 건 한순간이었다.

이러다 무진이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로드와 협상을 벌인다면 세계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도 있었다. 충분히 그리하고도 남을 업보가 세계를 위협했다. 벼랑으로 몰다가 자신들이 벼랑에 서는 꼴을 볼 수도 있었다.

-하라고 하면 더 안 하는 청개구리 같은 녀석인데, 괜히 강요했다가 빡 돌면 그땐 어쩌려고 이러냐?

-우리나라 사람이면 절대 안 하지.

-하긴 쌍욕을 먹는데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던 걸 보면 주변에 시달리는 성격은 절대 아니야.

-차라리 원래 하던 대로 하게 놔두는 편이 나아. 여태 잘해 왔잖아.

-다들 잘 알아 둬. 폭군의 성질을 돋우지 마. 괜히 폭군으로 불리는 게 아니라고!

-근본적으로 폭군 빼고 로드를 상대할 수도 없잖아.

전말을 밝힌 이후로 세계에서 가장 주목하게 된 인사가 무진이었다. 당연히 무진의 과거는 세계의 관심사였다.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샅샅이 조사되었다.

밝혀진 진실에 세계는 떨떠름했다. 다크니스를 막은 영웅치곤, 비상식이 다반사였다. 특히 목적을 위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랄함은 상식 밖이었다.

폭주하던 게시판과 댓글창도 조용해졌다. 한계까지 밀어붙이다가 역풍을 맞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자, 이제부터 제가 마련한 대안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물론, 모두가 만족할 만한 답은 되지 않을 겁니다. 그렇더라도, 저는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박하겠다면, 하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선택은 여러분들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분위기가 잠잠해질 때쯤 무진은 방도를 제안했다.

그 전에 탑, 시스템, 성좌의 비밀을 알려 주었다. 어떤 방식으로 우리가 각성하여 시스템을 받고, 속성을 개방할 수 있었는지를.

감춰진 성좌의 비밀이 밝혀지자, 세계는 재차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전 탑의 이상 현상의 원인까지도 자연스럽게 밝혀졌다.

-우리가 성좌의 배터리였어?

-미래의 영화 같아서 좆같네!

-상태창이나 속성을 계속 사용해도 되는 건가?

-사도만 되지 않으면 강제력은 거의 없다고 봐야겠지.

-성향에 영향을 미친다며. 내가 원래의 성격을 잃어버린 걸 수도 있는 거잖아. 그러고 보면 내가 많이 착했었어.

-그렇다고 상태창과 속성을 포기할 거야? 이미 우린 버릴 수 없는 처지가 됐다고.

-시스템은 성좌보다 상위의 존재, 창조신이 내려 준 자율 의지잖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성좌의 꼬봉이 되지 않을 수도 있어.

-그래도 찝찝한 건 어쩔 수 없지.

성좌의 탑을 단순 버프기 정도로 알던 사람들은 입맛이 썼다. 탑을 계속 등반해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았다.

헐!

권왕가주는 무진의 빌드업에 혀를 내둘렀다. 저 주둥이에는 대악마가 살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리 바탕을 깔아 놓았으니, 다음에 이어질 말에 설득력이 생길 수밖에 없다. 따르지 않기에는, 벌어지는 차이를 극복하기 힘들 것이다.

‘효과는 확실하지.’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림의 전체적인 윤곽이 드러날수록 엉망으로 꼬인 실타래를 풀어 가는 무진의 솜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걸 이런 식으로 풀 줄 누가 알았으랴.

대본이라도 있었다면 그나마 나을 텐데, 전부 머릿속으로 구상한 대로 풀어 가고 있었다. 손해는커녕 이득을 챙기는데도, 책임을 묻기도 애매하다.

무진은 지금까지 거짓을 입에 담진 않았다. 사실만을 전하면서 본인이 원하는 대로 흐름을 만들어 낸 것이다.

“자, 로드의 의도를 알았으니 이젠 대응법을 설명하겠습니다. 저는 탑의 비밀과 흐름을 경험하고, 이를 현실로 구현할 방도를 찾아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노력의 총화가 바로 투명청룡오관입니다. 이쯤 되면 아실 만한 분들은 제 의도를 파악했을 것으로 압니다.”

투명청룡오관의 탄생 배경을 설명하자, 스텟과 속성이 오른 연유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탑의 시스템을 현세로 가지고 와서 재현했으니 효과가 있을 수밖에.

무진은 일문일답을 다시 열었다.

-탑을 복사했다면 성좌처럼 스텟을 올려 주는 대신 강무진 군의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닙니까?

“맞습니다.”

-투명청룡오관에 그런 부작용이 있었다면 사전에 언질을 줬어야 했습니다. 도전한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피해를 보았습니다. 그에 대한 보상은 어쩌실 요량입니까?

“다크니스의 목적을 알아내기 위해서 부득이하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원하지 않는 분들은 말씀해 주시면 피해 없이 깔끔하게 회수하겠습니다.”

-회수하겠다는 건, 스텟과 속성을 의미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애초에 복속 기능을 뺏으면 이런 번거로운 일을 하지 않아도 되지 않습니까?

“뺄 수 없습니다.”

-일부러 빼지 않은 건 아니고요?

“아닙니다. 정 그렇게 의심스러우면 도전하지 않으면 됩니다. 참고로 공개한 투명청룡오관은 견본품입니다.”

질문은 예리했다. 탑의 흐름을 복사할 수 있으면, 일부를 제외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관문을 공개할 생각은 없다. 강해지고 싶으면 관문에 도전하면 된다. 버프를 주는 대신, 복속은 각오해야 했다.

-복속이란, 꼭두각시나 마찬가지가 아닙니까? 이게 다크로드와 무엇이 다르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자율 의지는 있습니다. 복속이라고 해서 지시를 하진 않습니다. 평소대로 본인의 삶을 살아가면 됩니다.”

-그건 전적으로 강무진 군의 판단에 의해서가 아닙니까? 사람인 이상 다른 마음을 품지 않는다고 어떻게 장담합니까?

“맞습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마냥 믿어 달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그저 개인의 선택을 존중할 뿐입니다.”

무진은 선택지를 내어 주었다.

지금처럼 훈련해서 강해져도 되고, 대가를 치르면서 빠르게 강해져도 된다. 둘 중 어느 것이 더 낫다고 확답하진 않았다. 강요가 아닌 선택이고, 이는 영업 비밀에 해당했다.

전자는 느리고, 후자는 빠르다.

대신 족쇄가 있다.

굉장히 불합리하게 들릴 수도 있겠으나, 어찌 보면 당연한 처사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는가? 남의 것을 손쉽게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웹소설 편당 100원이 크진 않지만, 내 돈 내고 볼 땐 가차 없는 현실이었다.

-나쁘진 않은데, 제약은 어딜 가든 있기도 하고.

-스텟과 속성이 강화된 것뿐, 성향이 바뀌었다는 소린 못 들었어.

-지금이야 못 느낄 수도 있지만, 강제한다면 얘기가 다르지.

-그거야 선택 사항이고, 권왕가에 속한다고 생각하면 맘 편하지 않나.

-폭군이나 다크로드나 똑같은 녀석일지도 모르지.

-전혀 달라. 다크로드는 강제한다잖아. 폭군이 하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고. 자기들 좋자고 도전하고선 이제 와 왜 복속시켰냐고 따지는 것도 우습지.

-그래도 처음부터 숨기지 말았어야지.

-다크니스를 끌어들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잖아. 자기들은 폭군보고 대의를 위해 희생하라면서, 본인이 되니 한 줌도 희생하지 않겠단 건 심보가 고약한 거지.

마지막까지 불씨를 남겨 놓으면서 생방송은 마무리되었다.

여론은 찬반이 첨예하게 갈리며 혼란이 가라앉지 않았다. 국내는 대체로 무진을 옹호하는 반면, 세계는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이대로 무진의 의도대로 흘러간다면 한국의 독주를 피할 수 없었다. 다크로드라는 거대한 적이 있는 이상, 배척하기도 어려운 시기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처지였다.

-대중화는 강무진 대형의 뜻을 받듭니다.

-본국은 강무진 사마의 의사를 전적으로 존중합니다.

전부 반대편에 섰다면 그나마 다행일 텐데, 세계의 복잡한 심경과는 별개로 한·중·일은 그간의 다툼을 잊고 화합을 이루었다. 동아시아가 서로 반목할 때는 몰랐는데, 화합을 이루자 그 파급력을 간과할 수 없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한·중·일의 잠재력은 굉장히 높았다.

하물며 그 앞에 인류 최강이 떡하니 자리했다. 세계의 패권이 동아시아로 몰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자존심을 지키겠답시고 배척했다가는 시대의 흐름에 뒤처질 수 있었다.

“방금 생방송 끝났는데, 바로 올리라고?”

“썩은 싹은 안심할 때 제거해야 제맛이거든요.”

“미치겠구나. 자꾸 핵폭탄을 터뜨리는 이유가 뭐냐?”

“정신 못 차리게 할 필요가 있어요.”

권왕가는 무진의 협박 같은 요구에 한숨이 흘렀다.

다크니스의 본부를 털면서 가져온 자료가 남아 있었다. 이를 토대로 핵심 인물들을 추려 놓았다.

다 좋다 이거야.

핵을 투하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핵을 날려.

“너는 계획이 다 있겠지. 고생은 다른 사람이 하고.”

“어차피 해야 할 일이에요. 게다가 관심도가 높아졌을 때 공개해야 심증은 가도 손을 쓰기가 난해하죠.”

그건 맞는 말이다.

적당히 안고 가기에는 문제가 많았다. 하지만 낄 데가 아니라서 눈치 보고 있던 사도까지 엮는 건 매우 사악했다. 하지도 않은 일로 낙인이 찍힐 판이다. 성좌가 인간을 배터리로 여긴다고 공개했으니, 어떤 말을 해도 변명에 지나지 않았다.

“당분간은 이쪽에 신경 쓰기도 힘들긴 하겠어.”

“투귀 어르신이 좋은 본보기죠.”

발끈한 투귀가 인상을 구겼다. 자존심이 밥 먹여 주지 않는 전형적인 케이스로 낙인이 찍혔다. 그때 미련 떨지 말고 선택했으면 최약체가 되진 않았을 텐데.

“사람을 약 올리지 못해서 안달이더냐?”

“열심히 등반하시면 또 모르죠. 기회가 올지도요.”

“……넌 분명 지옥에 떨어질 거다!”

저주를 퍼붓지만, 타격감은 제로였다. 투귀도 알고 있었다. 무진탑을 반드시 등반해야 한다는 사실을. 개인 훈련만으로도 무진탑을 오르는 이들과 경쟁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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