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류최강 남사친-362화 (363/374)

362. 공개(1)

무진은 다크니스가 권왕가에 벌인 공작을 공개했다. 당연히 불필요하거나, 약점이 될 만한 영상은 편집으로 잘라 냈다. 전적으로 무진의 주관으로 다크니스를 바라보았다.

공개 후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파문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여론은 난리가 났고, 세계 각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말았다.

-다크니스가 권왕가를 대놓고 노렸을 줄이야. 게다가 던전을 인위적으로 일으킬 수 있는 거였어?

-그걸 역으로 이용해서 전부 소탕한 권왕가가 대단하긴 하네. 대체 어떻게 알고 대처한 거지?

-알고 있었으면 미리 알렸어야지. 잘못돼서 던전이 폭주라도 했으면 어쩔 뻔했어!

-다크니스 마스터 1명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데, 그걸 말이라고 하냐? 말하면 해결할 수나 있고! 정부 차원에서 대응하기엔 상대가 너무 막강하잖아.

-권왕가를 중심으로 통합되지 않았으면 지금처럼 피해 없이 막지는 못했을 거야.

-그러고 보면 권왕가가 선견지명이 있었다는 거잖아.

권왕가가 가문, 길드, 정부를 통합하여 대응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조금이라도 대응이 늦었다면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다음 영상이 풀리면서 국내는 물론 세계가 경악하고 말았다. 다크니스의 계략을 번번이 파훼하고, 엿을 먹인 희대의 전략가가 다른 누구도 아닌 무진이었기 때문이다.

-씨발! 이게 말 되는 전개야? 권왕이 배후가 아니라 폭군이 진짜였다고?

-일개 생도가 세계를 장악하려는 흑막을 여태 막아 왔단 게 현실성이 있는 이야기야?

-그것도 무려 4년 전부터면 신입생 때부터 해 왔다는 건데, 열일곱 살이 그럴 수 있냐고? 갑자기 자괴감이 드네!

-그 나이 때는 친구들이랑 어울리며 힘자랑이나 조금 하지 않나? 어른도 하지 못하는 일을 생도가 해결한다는 게 말이 돼?

-다 떠나서 권왕은 사부잖아. 사부가 왜 제자의 말을 따르냐고? 주객이 전도되는 걸 넘어서 완전 개족보잖아!

-열일곱 살에 권왕을 이긴 건 상식적이기는 하고! 영상이 조작되지 않고서야.

영상이 풀리면서 조작 의혹에 휩싸였다. 하지만 조작이라고 하기엔 잘려 나간 부분이 있을 뿐, 뚜렷하게 왜곡했다고 할 만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의혹은 부풀어졌고, 폭군에 대한 검증이 이어졌다.

늘 그렇듯이 사람들의 인식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진실이기도 했고.

이제 겨우 스무 살이고, 열여섯 살 때부터 세계를 위협하는 다크니스와 싸웠다는 걸 순순히 받아들이기엔 때가 많이 탔다. 실상, 자신들은 그 나이 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자괴감도 한몫했다.

-대중화는 강무진 대형의 은혜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본국은 강무진 사마의 그 어떤 요청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습니다.

분명 아니어야 하는데.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기가 무섭게 일본과 중국에서 공식 성명으로 폭군을 싸고돌았다. 한국이 엮이면 무조건 이겨 먹지 못해서 안달인 중국과 일본이 저자세로 나오니 그간의 사태가 우연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가 오해한 거였어? 매일 깽판을 치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 줄 알았는데, 이 모든 과정이 다크니스를 속이기 위한 빌드업이었다고?

-모두가 욕하는데도 그 모든 치욕과 수모를 홀로 감내하고 받아들인 거면, 폭군은 망나니가 아니라 대인배란 소리잖아.

-이 정도면 4대 성인도 폭군보다 도량이 넓다고 할 순 없지 않나?

-씨발, 인정하고 싶지 않아! 어떻게 이런 인간이 다 있을 수 있지? 잠깐, 그간 우리가 받아들이고 싶은 대로만 본 걸 수도 있는 건가?

-하긴, 폭군은 항상 진실만을 말했어. 믿지 않은 우리가 잘못인 거지.

-그동안 쌓인 업보를 생각해 봐. 순순히 믿을 수가 있나? 폭군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그런 거라고. 우린 피해자일 뿐, 아무 잘못이 없어.

-여태 그 지랄을 떨고, 패륜적인 욕을 했으면서 자기들은 피해자란다! 개가 웃을 일 아니냐.

무진을 인정하긴 싫지만, 결과가 과정을 증명하고 있었다. 부정해 봤자 속이 좁다는 결론만 나온다. 게다가 전말을 알게 된 이상 무진은 인류 최강자였다. 권왕이 초인을 가볍게 제압하긴 했어도, 인류 최강으로 불리진 않는다.

무위를 검증하는 영상까지 올라왔다.

다크니스의 마스터를 처리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영상에 찍혔다.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그러면 마스터가 생각보다 약하다고 할 수도 있는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각성자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와, 소름 돋는다. 쩔었다, 진짜! 간지 작살이네!

-씨발, 너희들은 이미 다 죽었다고 복창해도 믿겠다.

-아예 상대가 안 되잖아. 상대가 약한 것 같기도 하고. 뭘 해 보기도 전에 끝을 내 버리면 어쩌란 거야.

-너무 강하면 상대적으로 약해 보이는 거지. 그래서 듣보잡들의 싸움이 재밌는 거라고.

-지금까지 생도들은 물론, 우리나라 각성자들 전부 우롱당한 거 아닌가?

-우롱은, 우롱차나 마시고 속 차려! 폭군이야말로 인류 최강이라고!

-솔직히 속 시원하다. 이제 우리도 중국이나 일본 가서 큰소리쳐도 되잖아.

-괜히 나라 망신시키지 말고, 국내 여행이나 해!

-국내가 더 비싸. 축제라도 하면 더 비싸고! 안 가고, 안 먹는 게 나아.

국내외의 긍정적인 여론과 달리 미국은 이번 일에 대해서 불만을 드러냈다. 사전에 통보도 없이 쳐들어와서 멋대로 사막 일부를 날려 버렸다.

이 지경이 됐는데도 몰랐다는 사실에 미국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말았다. 다크니스라는 세계 공적을 처리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기에 공식적인 성명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남의 영토를 말도 없이 공격한 건 잘못이긴 하지.

-그러다 놓치면 어쩌려고? 음지로 숨어서 테러를 벌이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해. 다크니스가 작정하고 죽이려고 하면 살아남을 수나 있고?

-이번 일은 불가피하긴 했어. 적이 알아채기 전에 공략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거잖아. 이는 병법의 가장 기본이야.

-국제 관계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줄 아나. 역사를 봐봐. 중국보다는 이성적인 편이긴 해도, 미국도 세계 경찰을 자처하면서 압박을 넣곤 했잖아.

-이번에도 전처럼 공식 성명을 통해 압박을 넣어도 됐어. 수출입 규제만 해도 우린 타격이 꽤 클 테고. 그런데 하지 않고 있지.

-사막 한 축을 강환으로 날려 버리는 장면을 보고 감히 뭐라고 할 수 있는 간 큰 국가는 없을걸. 솔직히 규모의 강환은 어디서나 가능하잖아.

-요리 보고, 눈치 보고. 호잉호잉! 미국 왜 이리 귀엽누!

-잘 둔 각성자 1명으로 패권국이 달라지네. 이거 레알, 괜찮은 거냐?

인과를 따지면 무진과 권왕가의 잘못이 명명백백하다. 미국의 주권을 무시하고 멋대로 행동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과거의 전례와 다르게 미국이 공식 성명을 하지 않는 건, 무진의 강함을 인정했다는 뜻이 된다.

각성자 전체를 따져 봐도 무진의 적수가 될 만한 인물이 없다. 다구리를 치면 되지 않느냐고? 그런 일 따윈 애초에 불가능했다. 될 턱도 없고. 압도적인 강함 앞에서 수적인 우위는 무의미했다.

더욱이 치밀한 심계를 보여 준 것과 달리 수틀리면 대범한 짓도 서슴없이 저지르는 과격한 성향이었다. 밉보이면 어떤 꼴을 당할지 아무도 모른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우방국이었던 미국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목요일 오후 7시 중대 발표를 하겠습니다.

권왕가에 방송 스튜디오가 마련되었다. 생방송을 위해서 최신의 장비로 꾸렸다. 동시 생방송인 데다가 세계 각국으로 전파를 탄다. 또한, 각국의 정상들은 물론 대표 각성자들과 연결이 되었다.

화제성에선 단연 독보적이었다.

서두른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각국에선 방송권을 따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었다. 갑자기 천문학적인 거액이 몰리는 바람에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있었다.

지수는 평소와 다름없는 무진을 보며 물었다.

“괜찮겠어?”

“세상에 공짜는 없어.”

“이제 겨우 영웅으로 인정받았는데, 삼일천하도 아니고. 욕이나 먹지 않으면 다행일걸.”

“모두가 합심해도 부족한 일이야.”

“맞는 말이지만, 현실이 어디 그래?”

“괜찮아. 선택은 내가 하는 게 아니니까.”

“선택지나 주고선 말을 해.”

주관적인 편집이 들어갔지만, 대체로 사실이었다. 굳이 바로잡기 위해서 노력할 필요는 없고.

“5분 전이다.”

권왕가주께서 시간을 알려 주었다.

실수를 차단하기 위해 재차 확인했다. 권왕가의 이름으로 영상이 송출되는 만큼 차질은 용납하지 않았다.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군.’

이미 다 까발려졌다고 안심하기엔 이르다. 이놈이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를지 감도 오지 않았다. 생방송이라도 어느 정도는 대본을 토대로 하기 마련인데, 손에 종이 1장 쥐고 있지 않았다.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런데도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더 할 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진은 인류 최강임을 증명했다. 다른 비밀이 남아 있어 봤자, 이전의 충격적인 전말을 덮기에는 불가능하다. 생도 주제에 인류 최강이란 입방아에 오르락내리락한다고 까부는 자들도 이젠 없다. 함부로 나대기엔 무진의 성격이 워낙 지랄맞은 것도 있었다.

‘이건 좋네.’

명성과 명예에 목을 맸다면 약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 녀석은 관심이 없었다. 주변에서 뭐라고 떠들든, 자기 주관이 확실했다. 그러니 지금처럼 거칠 것 없이 행동해도 뒤탈이 생기지 않는다.

-방송 시작 1분 전입니다.

무진은 데스크에 앉았다.

데스크 앞엔 가문, 길드의 주요 수뇌부가 모여 있었다. 폭탄 발언 시 대처를 위해서 사전에 양해를 구했다. 뭘 할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방비할 시간이라도 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하!

유정, 혜진, 태수, 예슬, 상원, 4인방은 무진의 태연함에 감탄했다. 개인 방송처럼 보이지만, 세계가 주목하고 있었다. 긴장은커녕, 남의 일처럼 무덤덤했다.

“강심장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세계가 압박한다고 쫄 녀석은 아니지. 되레 협박하지나 않으면 다행일걸.”

“일문일답 코너가 문제야.”

“괜한 질문은 하지 않는 편이 정신적으로 또 육체적으로도 이로울 텐데.”

“또라이 짓 하면 그 이상으로 또라이가 될 수도 있겠지?”

“당연하죠, 선배!”

호의가 짓밟히면 무진은 언제든 깡패가 될 수 있었다. 세계를 패고 다닐 그림이 그려지자, 소름이 돋는다. 이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갈피를 잡기 힘들었다.

“다크니스를 처리한 후, 생방송을 잡는 것부터 정상은 아니지 않나?”

“무진이의 구독자가 실시간으로 올라가고 있는 것만 봐도 잘한 것 같긴 해요.”

“돈도 많은 녀석이 구독자까지 많은 건 반칙이지!”

“우리도 덩달아 같이 오르는데도요?”

“나는 안 오른다고!!”

상원이는 그 점이 불만이었다. 같이 출연하면 오를 기미라도 있어야 하는데, 구독자 999명에서 오르질 않는다. 아까 1명 추가돼서 1,000명이 되는 줄 알았는데, 1명이 다시 빠진다.

마치 1,000명이 되면 세상이 망하는 것처럼 사람을 약 올렸다. 넘으려면 넘고, 넘지 않으려면 아예 넘지 말 것이지, 왜 넘을락 말락 하냐고!

-방송 카운트합니다.

생방송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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