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1. 기다리지 않는다(2)
정의 구현이란 대의명분을 쥔 무진의 전폭적인 협력은 협박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 않으면 권력 유지에 혈안이 된 비겁한 위정자가 된다. 국가적인 사안에선 정의보단 국익이 중요하겠지만, 세계 공적인 다크니스를 외면한다면 국제적으로도 타격이 크다.
게다가 무진이 안전장치도 없이 움직일 리 없지 않은가. 인간적이지 않은 괴랄한 무위에도 악랄한 전략을 기반으로 삼았다.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상대가 있다면 바로 무진이었다. 도무지 어찌할 엄두가 나지 않는 무소불위였다.
고민하던 미츠키는 눈부신 광채에 고개를 들었다.
응?
동이 트는 새벽.
이제 막 태양이 지표면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한데, 하늘에 태양이 떠 있었다.
판타지 소설도 아니고, 현실에 태양이 2개일 리 없다.
태양보다 강렬한 순백의 결정체.
“……강환?”
“강환이잖아!”
눈대중으로 봐도 직경이 무려 100m에 육박했다. 태양처럼 강렬하고 아름답지만, 숨 막히는 무시무시한 위압감이었다.
강환은 압축된 강기의 총화였다. 1m 지름의 강환만 해도 능선을 날려 버릴 위력으로 괜히 강기의 꽃으로 불리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저건 대체 어느 정도의 파괴력일까?
미츠키와 장위는 물론, 얼떨결에 선발된 무인들과 검객들도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크다고 다는 아니지만, 규모의 강환에 압도되었다.
잠깐?
저걸로 대체 뭘 하려고?
힘을 과시하는 선에 끝냈다면 모를까, 규모의 강환이 떨어져 내린다.
“……모두 호신기와 실드를 펼쳐!”
“어서 내력으로 육신을 보호해라!”
터지고 나서 대비하면 늦는다.
규모의 강환이 눈앞에서 터진다고 상상을 해 봐라, 이 일대가 전부 날아가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미지의 여파에서 충격을 받지 않으려면 대비해야 했다.
쿠아아아앙!
휘오오오옹!
예상을 상회한 굉음, 허공으로 장대한 버섯구름이 솟구쳐 오른다. 사막이 강도 29.0 이상의 지진이 일어난 듯 흔들렸다. 히로시마에 터진 원자폭탄은 아무것도 아닌 파괴력이었다. 그나마 강환은 방사능이 없는 친환경적인 수법이긴 했다.
후아아아앙!
쐐애애앵!
강환이 터지면서 발출된 가공할 빛의 포화에 눈을 뜨지도 못했다. 휘몰아치는 기의 파문이 사방을 휘젓고 난 후, 드러난 광경에 말문을 잊었다.
터억!
중국, 일본 무인들의 턱관절이 맥없이 빠졌다. 천연의 절경을 자랑했던 계곡이 통째로 사라지고, 어디가 끝인지 모를 거대한 싱크홀만 남았다.
덜덜덜!
한국의 요청에 억지로 따랐던 무인들은 떨림을 주체하지 못했다. 역사적으로 속국이나 식민지로 여겼던 한국에게 끌려다니는 현실이 성에 차지 않았었다. 하지만 보고도 믿기 힘든 광경에 경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이 아니야!’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호신기 때문에 무사한 게 아니었어.’
‘우리를 전부 보호했구나!’
경지가 높은 무인일수록 두려움은 커졌다. 단순 위력만으로도 경이롭건만, 저 압도적인 파괴력을 전부 통제했다. 한 줌도 새어 나가지 않도록 목적한 공간만으로 파괴한 것이다.
여유가 있다는 의미가 된다.
부르르르!
공포가 우한 코로나처럼 빠르게 번졌다.
중국을 대표하는 검신.
일본을 대표하는 혈검후.
그들은 무진의 경지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강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조차도 빙산의 일각이었다. 감히 그 끝을 추측할 수도 없는 천외천의 전능자였다.
깊이를 잴 수 없는 싱크홀로 만든 괴물의 역량도 대단했지만, 그보다 앞선 감정은 대담함이었다. 전후를 재지 않고, 질러 버렸다. 치밀한 심계를 가졌지만, 열 받게 하면 일단 지르고 봤다.
그것이 뜻하는 바를 깨달은 일본과 중국은 소름이 돋았다.
‘개기면 좆된다!’
‘차라리 협박을 하라고!’
이성적으로 나올 때 잘해야 했다. 수틀리면 신분이고, 체면이고 대접해 주지 않는다. 게다가 가볍게 지른 게 규모의 강환이었다. 통제되어서 이 정도로 끝났지, 리미트를 푼다고 상상해 봐라.
‘우리를 데려온 이유가 협조가 필요해서가 아니었어!’
‘알아서 잘하라는 협박이구나!’
그건 그렇다 치고.
다크니스인지 물어는 봐야 하는 거 아닌가? 다짜고짜 강환으로 날려 버리면 어쩌잔 거냐고? 등장도 못 해 보고 퇴장하는. 허를 찌르다 못해 허무한 결말이었다.
‘살아 있기는 한가? 살아도 멀쩡할 리 없겠지.’
‘초면에 필살기를 쓸지 누가 알았겠어!’
다크니스의 본부로 은밀히 침입할 줄 알았던 기대는 규모의 강환과 함께 사라졌다. 처음부터 대화의 여지를 주지도 않았다.
당하는 처지로선 억장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외지의 사막에 이만한 규모의 비밀 기지를 건설했다면 비장의 무기 하나쯤은 있었을 텐데. 써 보지도 못하고 날려 먹은, 아끼다 똥이 됐다고 하기도 그런.
하아.
이 자리에서 가장 허무한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지수였다. 미래를 바꾸기 위해서 어렵게 회귀했다. 돌아오기 전에 세웠던 계획들은 무진을 만나면서 완전히 어그러졌지만, 원하는 대로 이루어졌다. 순탄하기만 했던 흐름이었고, 목적이 없어져 버린 꼴이다. 굳이 내가 나서지 않아도, 무진이 알아서 다 처리해 버렸다.
무진을 하루라도 빨리 아카데미로 이끌었다고 변명했지만, 허무하지 않을 순 없다. 역사를 바꾸어야 한다는 막중한 소명이 남가지몽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그렇지.
다크니스를 이렇게 처리해 버리면 어렵게 돌아온 나는 어떻게 되는 거야? 그 당시의 비참함과 억울함을 풀기는 했는데, 개운하지가 않았다.
‘내가 돌아오지 않았어도, 미래는 멀쩡했겠지.’
굳이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아카데미를 나오지 않았어도 무진은 강했을 것 같다. 다크니스가 무진을 이기는 그림은 나오지 않았다. 진정 터무니없는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지구를 위해서 남겨 놓은 최후의 보루일지도.
‘내가 주인공일 필욘 없지.’
그러기엔 다크니스가 만만치 않았다. 미래에서 알고 있던 정보보다 훨씬 더 강했다. 만일 무진이 나서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결과는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쟤들도 상대를 잘못 만난 거네.’
허무하긴 해도, 아쉽지는 않았다. 결말은 원래가 이래야 한다. 힘을 과시한답시고, 여유를 부리다가 역으로 당하지 말란 법도 없었다. 하지 않아도 될 긁어 부스럼은 만들지 말아야 했다. 그것이 올바른 해피엔딩이다.
“멍때리고 있지들 말고, 내려가서 잔당들이나 처리해요.”
안 끝났다고?
규모의 강환에도 살아남다니, 최후의 숙적다웠다. 풀렸던 긴장이 다시 조여 왔다. 지금까지의 다크니스를 상정한다면, 마지막까지 방심은 금물이었다.
우웅!
무진을 필두로 권왕, 지수가 좌우를 수호한다. 배후로 한국을 대표하는 자들이 허공을 밟으며 싱크홀로 내려섰다. 마제가 마법을 사용하긴 했어도, 혜진과 유정도 허공에서 자유로웠다.
허!
철양 진인과 혈검후는 한국에 무진만 있는 것이 아님을 직시했다. 개개인의 무위가 자신들과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았다. 숨겨진 속성과 잠재력까지 고려한다면 윗줄이라고 봐야 했다.
‘거스르지 말라는 거군.’
‘주군의 뜻대로.’
최소한 한 세기는 한국의 전성기였다. 양국의 암울한 미래에 철양 진인은 입맛이 썼고, 혈검후는 더욱 경외했다. 이러면 임진왜란 때처럼 중·일이 손을 잡아야 할지도.
“언제까지 멍 때릴 거야.”
“……가면 되지 않느냐!”
“가요.”
***
헉!
빛의 포화가 끝나고, 끊어졌던 의식을 회복한 솔로스 마스터 소이어는 기지의 처참한 광경에 망연자실했다. 불과 몇 초 전만 해도 햇살에 반사되어 광채를 발산했던 멋들어진 기지였거늘.
쑥대밭이란 표현조차 하기 힘들 만큼, 기지는 흔적도 남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 기지의 이터널울트라필드가 자동으로 펼쳐지면서 탑에서 생존할 수 있었다. 기지에 있던 최정예 요원들은 빛의 포화와 함께 녹아 버렸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이유라도 알았다면 이해라도 하지.
다짜고짜 광대역의 오러볼이 날아와 기지를 날려 버렸다. 이터널울트라필드는 마지막을 의미하는 마지노선이었다. 기본적인 대공필드도 핵미사일을 방어할 만큼 견고했다.
“내가 전혀 방비를 못 했었다고?”
광역 필드는 그렇다고 쳐도 자신은 다크니스의 마스터였다. 손도 못 써 보고, 일순간 의식을 잃었었다. 반응을 하려고 했던 것 같았는데, 이해가 되진 않았다. 기가 막힌 현실에 오싹한 소름이 돋았다.
도대체 누가?
이 일대는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민간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었다. 외부와의 연결은 공간이동과 지하 통로로만 이어졌다. 선별된 자들도 알지 못할 텐데, 어디서 정보가 샜는지 감도 오지 않는다.
느긋하게 사태 파악이나 할 때가 아니었다.
서둘러야 했다.
정체를 알 수 없다지만, 정확히 기지를 노렸다. 목적은 둘째 치고, 이 자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최소한 로드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했다.
쐐애액!
소이어는 즉시 탑의 아래로 고속 이동했다. 외부로 공간이동을 쓰기엔 광역 필드를 무너뜨린 기운이 남아 있었다. 되레 흔적을 읽히거나, 낭패를 당할 수 있었다.
“너희들은 침입자를 막도록.”
“예, 마스터.”
가는 도중 살아남은 요원은 방패로 썼다. 의식을 통제하는 [레드썬] 속성을 사용했다. 남아 있는 요원은 몇 되지 않았다. 침입자가 내부로 들어오고 있었다. 최대한 시간이라도 벌어야 했다.
지하 통로도 온전하지 않았다.
다행히 탑과 그 인근은 이터널울트라필드로 인해 완전히 망가지진 않았다. 지하의 긴 통로는 마나의 특성을 이용해서 함정이 펼쳐져 있었다.
통로의 축이 되는 구역마다 공간 결계를 쳐서 외부의 침입을 방비했다. 개미굴처럼 복잡한 지하 통로에 결계와 함정을 쳤으니, 솔루션 키를 가지고 있지 않고서는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다.
기지에서 5km 떨어진 지점.
지하 500m 아래 삼중 밀폐된 공터.
딸깍!
공허의 어둠을 밝힌다. 웅장하고 강인한 조형과 선이 곧은 문양이 새겨진 거대한 정문이 벽의 한 면을 차지했다.
후우우!
소이어는 그제야 안심했다.
공허에 도착한 이상, 침입자가 들어올 순 없다. 진입 직후, 솔루션 키를 빼서 공간 자체를 분리했다. 공허로 오는 모든 길은 자동으로 차단이 된다. 미리 주입한 마나와 일치하지 않으면, 키가 발동하지 않는다.
“어째서지? 혹시, 실패한 건가?”
기지를 노린 오러볼의 파괴력을 돌이켜 보면 실패했을 수도 있었다. 한편으로 그만한 능력자가 있었다면 다크니스의 정보망에 있어야 했다.
정체를 상정할 수 없는 오리무중이었다. 실패한 대상에 대한 조직의 정보와 매치가 되지 않았다. 이토록 막막한 경우는 없었기에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었다.
“누군지 모르지만, 오늘 일을 후회하게 해 주마!”
당장은 도피했지만, 다음을 기약했다. 마스터들이 실패했어도, 로드께서 온전히 돌아오신다면 얼마든지 만회할 수 있었다.
“차라리 잘된 건지도 모르겠네.”
마스터가 실패했다면, 남은 마스터는 자신뿐이다. 일인지하, 만인지상. 위태롭긴 했어도, 이번 위기만 잘 넘어가면 완벽한 전화위복이었다.
홀로 독차지할 기회란 생각이 들자, 소이어의 권태로운 얼굴에 미소가 생겼다. 기지를 날려 먹었지만, 상대가 그만큼 강했다면 로드께서도 실패를 탓하진 않으실 것이다.
올마스터키를 꺼냈다.
정문 앞에 놓인 수정구 아래에 올마스터키와 같은 모양의 구멍이 있었다. 키를 넣고, 입력된 마나를 집어넣으면 일방적이긴 해도 로드와 소통이 가능했다.
“로드시여, 정의로운 대업을 방해하는 대적자가 나타났나이다.”
“그런 식이구나.”
“직접 대답을 해 주시다니, 영광…… 응?”
“과찬이야.”
수정구를 통한 전언이 아닌 뒤에서 들렸다. 황급히 돌아서려던 소이어는 목이 고정되며, 몸이 빳빳하게 굳었다. 일순간 내부로 침투한 기경이 오러로드의 맥을 장악했다.
‘……누구?’
소이어는 답답함과 깜깜함이 교차했다. 이런 식으로 단숨에 제압될 거라고는.
낌새는 둘째 치고, 무력함 그 자체였다.
‘이럴 수가 있는 건가?’
고통은커녕 그냥 아무 느낌이 없다. 그래서 더 공포가 물밀듯이 밀려온다. 대체 여길 어떻게 들어왔으며, 어떻게 감각에도 걸리지 않았단 말인가? 그런 존재가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천외, 로드가 아니고서야?
로드?
대척자, 천적.
불경하나, 그럴 수밖에 없다.
그때였다.
의문을 꿰뚫듯.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지?”
고개를 움직일 수 있었으면 순순히 끄덕일 뻔한 소이어였다. 적을 향한 원망보다 인과를 알고 싶은 욕망이 컸다. 아무것도 못 해 보고 제압당했다. 마스터가 된 이후로 처음 겪는 절망적인 현실이었다.
“아까 강환을 터뜨리고 난 후, 기절해 있는 동안 조작을 좀 했지. 여러모로 도움이 됐으니, 그만 죽어 줘야겠다.”
토사구팽이라고 하기엔 적이었으니 불만은 없으리라.
소이어는 심적으로 발악할 뿐, 자신이 죽는 걸 막지는 못했다. 그야말로 일방적인 통보로, 입장 따윈 듣지도 않는다. 물어보기라도 해야 하지 않나? 다크니스의 마스터라면 아는 정보도 많았다.
‘……안 돼, 제발 죽이지 마!’
소이어는 다른 마스터와 달리 생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 살 수만 있으면 다음을 기약할 수 있었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이 사막의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있었다.
죽고 싶지 않지만, 상대는 단호했다. 살아날 방법이 없자, 소이어는 분노했다.
‘……제길…… 이 개새끼…… 죽어서도……’
한 맺힌 소이어의 원한은 이어지지 않았다.
무진은 목을 부러뜨린 후, 백염을 일으켜 완전 전소시켰다. 다시 살아날 가능성을 배제하듯 소멸력을 동원했다. 마스터쯤 되면 숨겨진 비기를 가지고 있을 수 있었다. 굳이 귀찮음을 감수하면서까지 대답을 들을 필욘 없었다.
푸스스스!
잿더미를 뒤로한 채 무진은 수정구를 살폈다.
올마스터키를 이용하여 차원을 통과한, 송수신이 가능한 장치였다. 지금까지 나오지 못했다면 완전하지 않다는 뜻이다. 또한, 지구에선 치료가 느리거나 어렵다고 봤을 터. 현세에서 치료하기보다는 성좌의 탑과 같은 환경을 만들어 냈다는 가정이 성립했다.
‘배덕자라고 했지.’
탑에서 파생된 변수, 성좌에겐 명백한 이단이다. 배덕자는 탑과 성좌에 대한 반감이 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탑은 성좌보다 상위의 개체가 영향력을 행사했다. 배덕자가 성좌의 최상위보다 우위에 있다고 해도, 복수를 논하기엔 힘이 부족할 수밖에.
‘지구를 성좌의 탑처럼 사용하여 성좌력을 흡수한다면 아예 가능성이 없는 일도 아니긴 해.’
무진탑을 세운 이후로, 무진은 가만히 있어도 능력치가 오르고 있었다. 탑에 오르는 등반자의 역량이 높아질수록 성좌력의 질도 올랐다. 이 원리를 안다면 배덕자는 지구만이 아니라 다른 차원에도 손을 댔을 수 있었다.
‘수정구를 통해서 저 문을 열고, 닫을 수도 있겠지.’
무진은 공허로 오는 길을 전부 개방했다. 자신만 알고 있으면 곤란하다. 모두가 알고 있어야 했다. 그 전에 마스터키를 뽑은 후, 문이 열리지 않도록 봉인해 놓았다.
‘시간은 벌었고.’
봉인을 했지만, 배덕자의 능력을 온전히 모른다. 이 세상에 자신의 씨앗을 심기 위해서 마스터를 내세웠다는 가설이 전부였다. 배덕자의 속내는 직접 대면하지 않은 이상 알 수 없다.
다만, 얼추 그럴 것 같기는 했다.
‘만나 보면 알겠지.’
복수를 하든, 구원을 하든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만 건드리지 않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