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류최강 남사친-359화 (360/374)

359. 전쟁의 정석(3)

가문이 습격받았다.

사람이 죽을 수……는 없겠지.

무진이 하는 일에 실패란 존재하지 않았다. 실패할 것 같으면 힘으로 다 해결해 버릴 녀석이었다. 그러니 궁지로 몰면 큰일 난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들은 알고 있었다.

궁지에 몰린 무진은 절대로 보고 싶지 않았다.

특히 산하는 반드시 사수해야 했다.

잘못되는 날은 지구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차원 전체가 위협을 받는다.

이쯤 되면 산하는 개인의 몸이 아니다. 세계를 넘어 차원을 위해서라도 보존해야 했다.

지구기념물 1호, 강산하.

“잡담은 그만하고 사부님한테 가시죠. 혹,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네 사부는 도와준다고 해도 타박할 녀석이다.”

“아무렴, 괜히 자기 몫을 노린다고 덤비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지나온 과거가 설득력을 만든다. 다수의 의견을 무진은 수긍했다. 그래도 내 일을 남에게 미루지 않는, 사부님의 철학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음.

화석답게 걱정이 많은 소민성은 돌아가는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이는 어린 새끼들에겐 없는 최고 어르신으로서의 날카로운 직감이었다.

“그런데 이놈들이 이리 나올 줄 대체 어떻게 안 게냐?”

모두의 시선이 무진에게 쏠렸다.

다크니스가 노리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토록 정확하게 시간까지 맞춰서 대비하기란 불가능했다. 공격보다 수비가 어렵고, 기습은 더더욱 막기 힘들었다. 다크니스가 어중이떠중이라면 모를까, 세계를 지배하려는 거대한 흑막이었다.

“제 탑을 오르면 어디 있는지 모를 수가 없어요.”

“성좌 시스템이구나. 그렇다면 투명청룡오관에도?”

“알아서 자발적으로 도전하던데요.”

“이 사실을 다크니스가 알면 억장이 무너지겠구나!”

단순 수련관인 줄 알고 도전했을 것이다. 그런 심리를 이용해서 무진은 투명청룡오관에 이스터에그를 숨겨 놓았다. 투명청룡오관에 도전하면 잠재력이 개방되고, 스텟이 오르는 대신에 강제적으로 복속된다. 무진탑처럼 완전한 복속이 아니라, 기억에 관해서다.

다크니스도 투명청룡오관을 조사하기 위해서 도전했었고, 그 수가 적지 않았다. 관문에 남긴 기억의 잔상을 모아서 전체적인 그림을 완성했다.

“도전할 때마다 복속력이 강해질 테고.”

“그렇죠.”

“다들 네 따까리가 되는 거잖아.”

“그것도 맞죠.”

차라리 아니라고 하든가. 부정하기는커녕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의도가 어찌 되었든, 인간의 자율 의지를 제한했다. 이를 온전히 옳다고 하기에는 문제가 많았다.

“다시 풀까요?”

“당연하지.”

“자율 의지가 중요하죠, 그깟 스텟과 잠재력이 대수겠어요. 알았어요, 여러분들의 뜻이 정히 그렇다면.”

“……잠깐! 스텟과 잠재력도 낮아진다고?”

“성좌도 그러는데, 저라고 아무에게나 힘을 줄 필요는 없잖아요.”

자율을 주는 대신에 지금까지 얻은 성과가 사라진다. 이걸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차라리 몰랐다면 이해하겠으나, 알고 난 이후엔 버릴 수가 없다. 개중에 유독 자율을 중시하는 인간도 있겠지만, 특수한 경우였다.

“그 책임은 누가 지는데?”

“권왕가가 책임질 순 없잖아요.”

가주, 길드장, 전대 가주는 입을 닫았다. 후폭풍을 감히 감당할 자신이 없다. 더욱이 자식에게 인생을 건 학부모의 항의는 상상만으로도 아찔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도저히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

헐!

다들 혀만 찼다.

정의를 위해서라면 밝혀야 하나, 독박 쓸 가능성이 9할 이상이었다. 지금이야 옳다고 하겠지만, 점점 스텟과 잠재력에 대한 아쉬움이 커질 테고. 격차는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복속된다고 해도 무진이 그걸 이용하지도 않았다.

‘투명청룡오관을 드러내서 시선을 끌고.’

‘다크니스의 작전을 역으로 이용해서 수를 파악했지.’

‘그런 녀석이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았을 리가 없잖아.’

‘재수 없으면 공적 된다.’

모두는 입을 닫았다.

옳은 일을 하겠답시고, 독박을 쓰고 싶진 않았다. 인생은 쉽게 가야 한다. 어렵게 가다 보면 노화만 빨리 온다. 더욱이 무진의 암계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굽히지 않으면 부러지고, 휘말리면 노답 인생이 되는 수가 있었다.

다른 걸 다 떠나, 무진에게 밉보인다고 상상해 봐라. 한국이 아니라, 지구에서 살 수가 있을까? 본인은 편견 없이 대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엄청난 차별을 겪게 될 거다. 막대한 혜택을 나 빼고, 다른 사람만 받는다고 생각하면 참을 수 있을까?

“밝힐까요?”

“안 돼, 절대 하지 마라!”

“현명하시네요.”

“자화자찬이 갈수록 느는구나.”

따지고 보면 잘난 체를 대놓고 하고 있었다. 그런데 부정하기에는 증거가 버젓이 남았다.

권왕가는 아무런 피해가 없다. 자기들이 설치한 결계로 던전화가 일어난 줄 알고 있지만, 무진의 양념이 들어간 상태였다. 고생은 다크니스가 하고, 과실은 무진이 따먹는 중이다.

던전과 결계야말로 무진이 잘 다루는 재능 중 하나였다. 크게 손을 볼 필요도 없이 환영, 의식 괴리, 부조화를 넣어 원하는 방향으로 틀었다.

“사실이 밝혀져도 욕은 다크니스가 먹을 테니, 일석삼조 아니겠어요.”

“다크니스가 불쌍하구나.”

무진과 척을 져서 최악의 사태를 불러오게 됐다. 차라리 한국을 빼고, 타국에서만 설쳤으면 탄탄대로였을 텐데.

안타깝게도 세계를 지배하려는 다크니스와 무진의 결전은 시간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부딪힐 운명이기도 했다. 서로 안 보고 살기에는 지구가 너무 비좁다.

***

후우우.

권왕은 한계를 초월해서 정신없이 싸웠다. 그런데도 상대가 되기는커녕 밀렸다. 아들을 보호하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힘겨웠다. 놈이 작정하고 노렸으면 진작 끝이 났을 수도 있었다.

슈웅, 꽈아앙!

헨리크의 검지에서 뻗어 나온 한 줄기 붉은 섬광.

권왕은 심권으로 막아섰다.

굉음을 동반하며 심권이 박살 났다. 붉은 섬광은 권왕의 육신을 강타하며 바닥을 구르게 했다. 호신강기인 절삭금강륜을 사중첩 하였음에도 막을 수가 없다.

권왕의 발악에 헨리크의 눈빛이 차게 가라앉았다. 시험해 볼 의도가 있었으나, 이 정도까지 버틸 줄은 몰랐다.

“권왕, 사도였나?”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그렇군, 네놈의 말도 안 되는 회복력과 재생력은 사도화로 얻은 권능이었어.”

“멋대로 판단할 거면서 물어보기는.”

“그만 끝내지.”

헨리크는 권왕의 비정상적인 회복력과 재생력의 근원을 알기 위해서 죽음을 잠시 미뤘을 뿐이다. 이제는 끝장을 봐야 했다. 권왕을 완전히 제압한 후, 그 앞에서 아들의 사지를 찢어 줄 것이다. 그리고 [포식]을 사용해 권왕을 산 채로 흡수하기로 했다. 사도화로 얻은 권능이 기대되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아닌 놈이 으스대기는.”

“도움을 기다렸다면 헛수고다. 가문과 길드는 네놈을 도와줄 수 없으니까.”

헨리크는 자신했다.

전략이 어긋나기는 했어도, 최상의 요원을 파견했다. 모두가 권왕 같지는 않을 터, 단시간에 권왕에 비견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요원들이 가문과 길드의 정예를 처리했을 테고, 데몬 나이트가 합류한다면 모조리 정리할 수 있었다.

“절망에 몸부림치며 울부짖게 해 주마.”

“마치 다 끝난 것처럼 말하는구나.”

“권왕, 네놈이 강한 건 인정하마. 그래도 결과는 바뀌지 않아!”

“누가 그러더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헨리크는 코웃음을 치며 권왕을 향해 쇄도했다. 가지고 노는 것도 이젠 흥미가 식었다. 사도가 되었다면, 성좌의 노리개에 불과할 터.

찌릿!

[싸이렌]이 발동했다. 헨리크는 그 즉시 [인피니티 실드]를 개방했다.

꽈아아앙, 쩌어어엉!

기습적인 공격이긴 해도, [인피니티 실드]라면 충분해야 했다. 방어를 뚫고 들어오는 충격에 헨리크는 미간을 찌푸렸다. 사각에 나타난 습격자는 예상에 없던 인물이었다.

“권후?”

“할아버지를 패다니, 용서 못 해! 할아버지는 나만 팰 수 있어!”

……?

갑작스러운 기습도, 패륜적인 언행도 헨리크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권후가 아무런 징조도 없이 나타났다는 점이 중요했다. 인공 던전은 소유한 컨트롤 박스에 의해서 통제되고 있었다. 권후가 안에 들어왔다면 컨트롤 박스가 신호를 보냈어야 했다.

“어떻게 들어온 거지?”

“말할 것 같냐!”

“권왕이나 손녀나, 하나같이 짜증 나게 하는구나!”

“나도 있다, 이놈아!”

권후가 기습을 시도할 때, 권왕은 액션 영화처럼 가만있지 않았다. 방어 후, 생겨난 빈틈을 전력으로 후려쳤다.

권왕, 권후의 합격은 완벽했다. 서로 치고받고 싸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최적의 합격을 찾아냈다.

파파파팟, 퍼퍼퍼펑!

신화천권이 완벽히 녹아들어 무상패도의 공수를 완성했다. 일방적인 공격처럼 보이는데도, 수비에 빈틈이 없다.

다만, 역량의 차이가 크다면 빈틈은 중요하지 않았다. 완벽한 권공의 정수도, 헨리크의 월등한 속도와 파워 앞에선 풍전등화였다. 이를 공수 합격으로 버티는 것이 대단한 일이다.

허어!

겨우 숨만 붙어 있었던 유경운은 조카의 무위에 고통도 잊고 망연히 쳐다보고 있었다. 자신이 낄 판이 아님을 직시했다.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도 언제든 죽일 수 있어서였다.

‘지호는 깜도 안 되는군.’

일전에도 대단했지만, 다시 본 조카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압도는커녕 밀리다니, 다크니스의 저력에 소름이 돋는다.

‘어렵겠는데.’

유경운은 죽음이 두렵진 않았다. 아버지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면 족했다. 한 줌의 바람이 있다면 어리석은 아들이 무사히, 더는 엇나가지 않았으면 한다.

꽈아앙, 투우우우우!

공수의 파문이 어찌나 강력한지 공간에 왜곡이 일어난다. 사계절이 폭풍처럼 변화했다.

“저항해 봤자 소용없다!”

“우리만 있다면 그렇겠지.”

“흥, 허세 부려……?”

정신없이 싸우는 와중, 헨리크는 포위되었다. 전후좌우를 투신, 무신, 투귀, 소민성, 마제, 천제가 막아섰다.

‘언제?’

권후를 놓친 건 우연이라 쳐도, 이리 많은 자들이 지척을 포위할 때까지 감각에서 놓치고 있었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컨트롤 박스가 고장 났거나, 인공 던전에 이상이 있지 않고서야.

“어딜 한눈을 파는 것이냐?”

“어른이 왔으면 냅다 인사부터 박을 것이지!”

과거의 꼰대들 투신과 무신이 제공권을 파고들었다.

그 놀라운 움직임에 헨리크는 인상을 구겼다. 다른 이들이야 익히 알려진 자들이나, 저들은 예상에 없던 자들이었다. 그런데 다른 이들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그걸 증명하듯 까다로운 수를 발휘했다.

‘게다가 저들이 나타났다는 건 작전이 실패했다는 건데, 이럴 수가 있나?’

헨리크는 이해하지 못했다. 다크니스의 상당한 전력을 투입한 작전이었다. 실패는 염두에 두지 않았고, 얼마나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지가 중요했었다.

돌이켜 볼수록 권왕가의 계략을 역으로 이용하기는커녕, 도리어 철저하게 당했다. 권왕의 뜻 모를 여유와 자신감이 허세가 아님을 깨달았다.

대체 누가?

권왕이 이토록 치밀한 수를 세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저런 화급한 성정으로 작전이라니, 설득력이 떨어진다.

‘가만, 결계를 만든 놈이라면.’

투명청룡오관을 설계한 놈이 걸렸다. 처음부터 이해가 되지 않기는 했다. 굳이 투명청룡오관을 외부에 공개할 이유가 없었다. 자신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계책이라면? 작금의 실패는 전부 그놈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 것이 된다.

‘이놈 대체 뭐지?’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의 소름이 돋았다. 권왕가가 아니라, 그놈이 문제였다.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천적은 권왕이 아닌, 그놈이었다.

최소한 놈에 대해서라도 알려야 했다. 자칫 다크니스가 놈의 계략에 잡아먹히는 수가 있었다.

그 이전에 헨리크는 분노가 치밀었다.

자신이 누구인가, 다크니스의 한 축을 담당한 마스터다. 이렇게까지 철저한 농락이라니, 참기 힘들었다.

[죄악의 저주], [상태 이상], [전력 약화], [중독 현상], [공간 장악]

헨리크는 흡수한 이들의 속성을 사용할 수 있었다. 모든 속성을 개방하여 불리한 형국을 단숨에 역전시킬 심산이었다. 수적으로 열세지만, 속성을 이용한 상성은 무시하기 힘들다.

윽!

다들, 수적인 우세를 믿고 방심했다.

그 미세한 틈을 헨리크는 놓치지 않았다. 절박함이 때론 기회를 창출한다.

다만.

-저주 무력화

-상태 이상 해제

-전력 증폭

-해독

-공간 무력화

-중력 강화

허공에서 메아리처럼 들려온 알림이었다. 헨리크의 속성을 꿰뚫어 보고, 맞춤 대응을 했다. 그뿐인가, 갑자기 중력이 100배로 증가했다. 육체가 받는 과부하가 증폭하면서 움직임에 급격한 제한을 받았다.

그놈이다.

어디선가 공간을 통제하고 있었다. 컨트롤 박스가 작동하지 않은 것도, 전부 그놈의 수작이었다. 이대로는 놈의 손바닥 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비겁한 놈, 숨지 말고 나와랏!”

결계사, 그놈의 수작이 분명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농락하고 있는 걸 상기하자 이성을 잃었다.

“나왔는데.”

허공에서 불쑥 손이 튀어나왔고, 헨리크의 목이 잡혔다.

꽈악!

무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묻고 있었다.

나왔는데 어쩔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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