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류최강 남사친-358화 (359/374)

358. 전쟁의 정석(2)

우우우우웅!

공간이 왜곡을 일으키며 바닥에 던져진 유리잔처럼 부서진다. 세상의 종말을 고하는, 권왕의 파멸력이 구현되었다.

쐐액!

권왕은 이 일권에 진심을 담았지만, 멈추진 않았다. 연속으로 권경의 융단 포화를 이루었다. 내지르는 권공이 일대를 장악하며 도주를 허락하지 않는다. 승패가 나고도 남았을 텐데, 멈추지 않는 방심 없는 권격이었다.

슈슈슈슈슝!

퍼퍼퍼퍼퍼펑!

유경운도 가만있지 않았다. 내공을 잃고, 사지 근맥이 찢어져 강화도에 유배당했었다. 처음에는 원망했고, 절망에 몸부림도 쳤지만, 결국 반성하고 또 반성했다.

‘더는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배신은 한 번으로 족했다. 과거로 돌아갈 순 없지만,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은 남아 있었다.

‘네놈들 뜻대로 되진 않는다.’

다크니스가 손을 내밀 거라 예상했다. 그때를 위해서 아버지를 향한 복수심을 은밀히 드러냈었다. 이번 기회를 살려 그간의 죄를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기를 바랐다.

한편으로.

‘무서운 녀석.’

자신은 이때를 위한 반간계의 장기 말에 불과했다. 아직도 반성하지 않는 아들도 다크니스를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였다. 모든 수를 예측하고, 대비하고 있었다. 만약, 한 줌이라도 다른 뜻이 있었다면 어찌 되었을지 상상만으로 끔찍했다.

‘이런 식일 줄은 몰랐지만.’

아버지의 강함도 예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더욱이 저 줄어들지 않는 화력은 기가 찰 지경이다.

‘전력이 분명한데.’

내력이 샘솟는지 주저하지 않는다. 이러니 다크니스의 제안이 성에 찰 리 있나. 다만, 돌아가는 전말을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 다크니스도 정보를 다 내어 주지는 않은 것이다.

‘이쯤 했으면 되지 않았나?’

과한 공격 같으나, 아버지는 멈추지 않는 건전지처럼 권경을 발출했다.

푸아아앙, 푸스스스!

견디지 못한 대지가 부서져 내리며 파고들고 있었다. 그런데도 권왕은 일체의 방심도 하지 않았다.

두드드드드!

웨인, 헨리크, 브루클린은 [천공의 방패], [앱솔루트 배리어], [인피니티 실드]를 전부 개방했다. 속성, 스킬, 장비를 가리지 않았다. 전력을 방어에 쏟아붓고 있었다. 그만큼 권왕의 신위는 예상을 아득히 넘어섰다.

‘빌어먹을, 배신을 하다니!’

‘권왕이 여유를 부린 이유가 있었구나!’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

유경운의 배신에 마스터들은 치를 떨어야 했다. 끈 떨어진 신세에서 벗어나게 해 주고, 사지 근맥을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은혜를 원수로 갚아도 유분수지,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쳐! 배신의 대가를 뼛속 깊이 치러 줘야 했다.

쿨럭, 주르륵!

이 망할 놈의 권왕, 대체 언제까지 심권을 날릴 심산이야?

내력이 무한이라도 되나?

그들은 권왕의 기습으로 인해 타격이 심했었다. 보통은 그 한 방으로 저세상으로 직행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자신들 정도 되니까 버텨 낸 것이다.

첫 일권에 전력을 사용했다면, 인간인 이상 지칠 수밖에 없다. 약해지는 기미라도 보여야 할진대, 권왕은 처음과 다르지 않았다. 더욱이 내외력과 심력의 소모가 극대화된 심권을 연거푸 사용하기란 말처럼 간단하지 않았다.

이러니 어설픈 수로 도망치기도 어렵다. 공간을 장악하는 권왕의 권능이 회피를 용납하지 않았다. 결국, 이 파상 공세가 끝날 때를 기점으로 역공을 노리는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지치지 않는 거지?’

‘아직도 전력이 아니란 건가?’

‘전력이 분명한데!’

여유가 있다고 하기엔 권왕의 전력이 더는 증강하지 않았다. 이게 최선임을 의념으로 느끼고 있었다. 내외력의 고갈이 왔어도 벌써 왔어야 했다.

쩌저저적!

가지고 있는 스킬, 장비, 속성이 먼저 바닥나기 직전이었다. 기습에 당하지만 않았어도, 수비적으로 나가진 않았을 텐데. 시작부터 최악이라, 반격의 여지를 찾기가 힘들었다.

푸웩!

오러로드에 입은 타격에 내상이 도지고 있었다. 셋이 전력을 다하고 있음에도 최악의 사태였다. 이러다간 아무것도 못 해 보고 당할 수도 있었다.

‘……이럴 수가 있나?’

‘설마 에도성에서도!’

‘이런 식이었다면?’

마스터 셋이 에도성에서 당했을 때만 해도, 방심이 크게 작용한 줄 알았거늘. 권왕의 계략에 당했다면 가능하고도 남았다. 심권이 무적은 아니지만, 권능이 실린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데몬 나이트가 돌아온다면 기회가 있겠지만.’

여태 신호를 보냈음에도 데몬 나이트는 깜깜무소식이었다. 잘못되었단 가정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유경운이 배신한 이상, 권왕이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고 있었을 리 만무했다.

‘이쯤 됐으면 헐떡이기라…… 저 쳐 죽일 권왕 새끼가!’

찰나의 틈.

심권의 포화 속, 권왕이 보였다.

“좋구나, 좋아!”

마음껏 원하는 만큼 전력을 발출하는 권왕은 힘들어하기는커녕 즐기고 있었다. 한계를 경험하며 전력의 최대치를 허물려는 듯했다.

전력 자체는 증가하지 않지만, 섬세하게 컨트롤이 된다. 익숙하지 않았던 경로가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 말은.

‘……강해졌어?’

‘점점 더 완숙해진다고?’

‘여력이 아니라 성장이라니?’

차라리 여력을 숨기고 있었으면 이해라도 하지, 이 와중에 더 강해지고 있었다. 한계의 끝을 경험하게 되면 성장을 하더라도, 보통은 탈진하고 만다. 회복할 시간이 있어야 성장한 능력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기본적인 인과를 권왕은 무시했다.

“이놈들, 기회를 줄까 보냐?”

게다가 무식한 외형과 달리 권왕은 자신들의 의도를 꿰뚫고 있었다. 지치기를 기대하지만, 그럴 여지를 주지 않았다. 이대로 끝을 보자는 식으로 권공을 발출했다.

크하하하하!

권왕은 권을 날리는 맛을 음미했다. 제자의 탑을 오르고, 속성을 받은 이후로 전력을 쏟아 내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무진의 가호]

무진에게 속성을 받으면서 얻은 특혜였다. 모든 능력치를 처음으로 되돌려 주고, 성장 속도에 맞추어서 보충해 준다. 그러니 굳이 회복할 시간이 필요 없다. 실시간으로 자신의 한계치를 확인하고, 극복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렇다고 만능이냐고 물어본다면 약점은 있다. 본인의 전력보다 월등히 강하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그런데 이건 약점이라기보다는 실력 차에 가까웠다. 비등하거나 조금 우위에 있다면 [무진의 가호]는 절대무적이었다.

안타깝게도 마스터는 권왕과 엇비슷한 수준에 불과했다. 기습을 허용하지나 않았으면 모를까, 이대로 간다면 말라 죽을 확률이 높다.

더욱이 심권을 쓰고 있었다. 심권의 무서운 점은 의념에 따라서 얼마든지 궤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보기엔 마구잡이식으로 날리는 것 같지만, 권왕은 궁예처럼 다 보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를 보이면 관심법을 쓰듯 심권을 밀어붙였다.

‘경운이도 이젠 안심할 수 있겠어.’

패륜을 저지른 아들, 그 당시만 해도 패 죽이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리 못나도 내 아들이다. 지금까지 잘해 주었다곤 할 수 없지만, 마지막 기회를 잡아 주었다. 다행히 아들은 과거를 반성하고, 회개하여 도움이 되었다. 또한, 한동안 사용하지 못했던 무공과 속성인데도, 예전보다 훨씬 성장했다.

“곧 끝나겠구나.”

권왕의 트리거였다. 사실 그냥 해 본 말이다. 회복하든, 말든 심권은 멈추지 않는다.

의심과 의혹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것도 이젠 완전 해소가…….

응?

방어가 일순 풀렸다.

기운이 하나 사라지고, 폭발적으로 늘어난 기가 있었다. 위험을 감지한 권왕이 즉시 다발성 심권을 하나로 압축하여 파괴력을 높였다.

꽈아아아앙!

주춤!

귀를 찢어발기는 굉음이 터지고, 밀려난 권왕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일순간 2배가 아니라 족히 4배는 더 강해졌다. 그러니 권왕이 심권을 압축했어도 위력에 뒤처질 수밖에.

두둥!

재차 심권을 날리기보단 물러서며 아들을 보호했다. 놈들이 심권을 무력화하고, 아들을 노렸다.

권왕은 방심하지 않았다. 그저 힘에서 밀렸을 뿐. 드러난 광경은 예상을 벗어났다.

“혼자네?”

“권왕, 편히 죽이지 않겠다! 네놈은 물론, 연관된 잡것들 전부 도륙해 주마!”

분노한 자.

마스터들의 외형을 하나씩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 주축이 되는 태는 글러터니 마스터 헨리크였다.

빠드득!

헨리크의 속성 [포식]이었다. 비등한 능력의 웨인과 브루클린을 포식하여 흡수했다.

서로를 견제하기는 했어도 동료다. [포식]을 사용한다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다. 더욱이 지금처럼 과도한 [포식]은 위험했다. 하수라면 모를까, 웨인과 브루클린의 영혼과 융합이 될 수밖에 없다. 자신은 이제 헨리크일 수도 없다.

그러나 해야 했다.

살려면.

디펜스를 풀고 권왕의 심권을 막기 위해 브루클린이 희생했고, 웨인이 포식에 응했다. 자존심 강한 동료가 자기를 희생하면서까지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이제 권왕에게 피의 대가를 물어야 했다.

“배신자부터 죽여 주마.”

“동료라면서 잘도 처먹었구나.”

“닥쳐랏!”

“입맛에 맞디?”

권왕의 패기는 선을 자주 넘었다.

‘먹을 줄은 몰랐네.’

***

퍽, 푸앗!

타깃한 대가리가 폭죽처럼 터진다. 중세식 검은 슈트를 착용한 기사가 실 끊어지듯 널브러졌다.

무진은 주변을 돌아보았다.

정리는 거의 끝이 났다. 러시아워 시간이라 교통이 막혀서 그렇지, 정리 자체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려요. 머리를 노리라고, 머리를! 대체 어딜 노리는 겁니까?”

무진의 타박에 다들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자기가 쉽게 쓰러뜨렸다고, 남도 같을 순 없다. 천재가 은퇴하고, 애들을 가르칠 때와 비슷하다.

난 되는데, 넌 왜 안 돼?

재능과 가르침은 다른 영역이었다.

흑색의 기사 슈트를 착용한 침입자들, 무진이 딱밤으로 대가리를 터뜨려서 가볍게 죽일 수 있는 날파리쯤으로 봤다면 명백한 오판이었다.

하나하나가 어찌나 강하고, 질긴지 여간해선 잘 죽지를 않는다. 무진의 말대로 머리가 약점이긴 했다. 문제는 머리에 쓰고 있는 슈트 일체용 투구가 sss급 이상의 내구성을 지녔다는 것이다.

이놈들도 머리가 약점인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다 강화 속성과 스테로이드를 합성했는지 몇 배의 역량을 발휘하며, 재생력도 뛰어났다.

방금 잘린 팔이 금세 다시 자라나는 걸 보고 도마뱀인 줄 알았다. 완전히 분쇄하거나, 머리를 터뜨리는 방도 외엔 뚜렷한 약점을 찾기 힘들었다. 약을 썼다면 보통 시간제한에 걸릴 텐데, 이놈들은 그런 것도 없는 듯했다.

그래서 형세가 불리하냐?

또 그렇지는 않았다.

이 안에 모인 인물들은 전부 한국을 대표한다. 한국에서 가장 강한 사람을 꼽으면 매번 꼽힐 수 있었다.

더군다나 무진탑을 경험하면서 레벨업과 [무진의 가호]를 받았다. 무위와 역량에서 검은 기사들보다 우위에 있었다. 지구력에서도 [무진의 가호]로 인해서 뒤처지지 않았다. 그저 죽이기가 수월치 않을 뿐이었다.

산하.

지수, 유정, 혜진, 예슬, 태수, 상원, 4인방.

투신, 무신, 투귀, 소민성, 마제, 천제.

아버지를 위한 최적의 진형으로 한 무적의 군단을 구축했다. 더 데려올 수도 있었으나, 인력 낭비였다. 한가한 노인들 위주로 구성했다. 늙었다고 괄시하면 젊음도 한순간이었다.

여친과 친구들을 조합해 연령대를 살짝 낮추었다. 워낙 말도 안 되는 존재, 화석 소민성으로서 티는 나지 않았다.

신구의 조합은 얼추 균형이 맞았다.

1방에 대가리를 부수지 못한 지수가 투덜거렸다. 머리가 함몰될 뿐 죽진 않았다. 최소 3방은 쳐야 머리를 부술 수 있었다.

“대가리만 부수기가 어렵다고. 이럴 거면 분쇄하는 편이 낫겠어.”

“집중력 부족이야.”

“아버님, 무진이가 저 타박해요!”

“……자중하거라.”

지수의 협조 요청에 산하는 공무원처럼 난감했다. 누구 편도 들지 않으면서 피해만 오지 않기를 바란다.

‘내 말을 듣는 녀석이 아니란다.’

주변에서 보기에는 그 어떤 아들보다 자랑스러운 효자인데, 아비 입장에선 선호하는 아들상하고는 거리가 있었다. 아들이 모르는 걸 가르치며 부모로서 뿌듯함을 느끼지 못한다. 부족한 점이 있기는커녕, 아비의 단점을 찾아 극복시키는 데 혈안이었다.

‘아버님이라, 듣기는 좋은데.’

아들이 지수를 여자 친구로 인정한 건 대이변이었다. 이성엔 관심이 없는 줄 알았거늘, 아들도 남자라서 다행이었다. 병원에 가 보자고 할까, 아비로서 고민이 많았었다.

우리 가문이 뼈대…… 없구나.

고아였다.

어쨌든 자수성가의 근본 있는 집안이 될 거다. 우리 아들보다 자수성가한 자식 있으며 나와 보라고. 아비로선 힘들지만, 자랑스럽기는 했다.

무진은 지수한테 기선을 내어 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가진 자의 여유였다.

“아버지, 버릇 나빠지니까 편들어 주지 마세요. 그리고 지수야, 나는 굉장히 가부장적이니까 알아서 잘해라.”

“나도 밥 같은 거 안 해. 네가 알아서 차려 먹어! 아침에 깨우면 뒤질 줄 알아!”

“하긴 너한테 시키느니 내가 하는 게 낫긴 하겠지. 너무 못해. 하는 요리마다 전부 독 같아.”

“내가 안 해서 그렇지, 하면 또 잘해!”

“아냐, 못해.”

“그게 다 작전이거든.”

“나하고 전략 게임을 하자 이거지?”

“……그건 아냐!”

무진과 지수의 티격태격에 다들 혀를 찼다. 쟤들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는 문제로 다투고 있었다. 무진은 논외라 치더라도, 지수의 강함도 정상적이지 않았다. 나이를 뛰어넘는 강함을 지녔다. 대외적으로 드러난 실력만으로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있기는커녕 차고 넘친다.

요리 못하면 요리사 쓰고, 청소 못 하면 가정부 쓰고, 가계부 못 쓰면 회계사 쓰고. 굳이 본인들이 하지 않아도 된다. 애를 낳아도 보모를 쓰면 그만이었다.

돈이면 다 되냐는 핀잔도 맞지만, 돈 없으면 안 되는 일이 너무 많다. 살아 보면 안다.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몇십 조를 가진 놈이 그딴 사소한 일을 걱정하는 건 사람들을 우롱하는 처사였다.

여하튼.

이 와중에 할 소린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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