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류최강 남사친-354화 (355/374)

354. 한 손이 열 손을(?)(1)

권왕이 초인들을 박살 내며 최강임을 과시하자, 입시 철도 지난 아카데미에 때아닌 열풍이 불었다.

-투명청룡오관 도전권 획득 방법.

-투명청룡오관 현명하게 통과하는 비법.

-일주일 훈련으로 투명청룡오관 정복하기.

-슬기로운 투명청룡오관 적응법.

시기가 길지도 않았다. 불과 보름도 안 돼서 고액 과외나 학원처럼 아카데미의 정규 교육보다 신뢰했다.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앞다투어 하니 나도 해야겠다는, 떠밀리는 식도 적지 않았다.

투명청룡오관에 도전만 해도 성취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어떻게든 도전권을 따내려는 생도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는 한국만이 아닌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번져 갔다.

한류가 항상 의도치 않은 곳에서 터지곤 했지만, 수련 관문이 세계로 번지게 될 줄 누가 알았으랴. 열풍은 초인이 권왕에게 연달아 패배하면서 더더욱 거세졌다.

권왕의 위세만큼이나, 투명청룡오관의 도전자들이 하루가 다르게 폭증했다. 그럴수록 도전권을 얻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게 되었다. IMF 이후의 공무원 시험보다 경쟁이 심했다.

예약제로 진행이 되면서 아이디를 파는 일도 빈번해져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했다. 이에 더해 한국의 투명청룡오관 독과점이 세계적인 화두로 떠올랐다. 각국에서 자국에도 설치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었다.

-투명청룡오관의 수출.

-투명청룡오관 수출 가격 얼마?

-투명청룡오관의 세계화 전략.

여론의 화두가 되었다.

세계의 시선이 매의 눈이 되어 권왕가를 지켜보았다. 어떻게든 정보를 얻어 내려는 각국의 노력도 이어졌다.

끄응!

이 방의 주인이 누구인가? 교장실은 교장의 품위, 안락, 집무, 케어를 위한 방이다. 교장은 바닥이 꺼지도록 한숨을 쉬었다. 하루가 멀다고 시달린 얼굴에는 피곤이 역력했다. 다 떠나서 학부모들의 항의는 논리적인 해답을 내놓기 어려웠다.

웬만하면 부르지 않으려고 했으나, 전 세계의 학부모들이 나서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새로 개통한 휴대폰도 10분을 조용하지 않았다.

이대로는 항의만 받다가 스트레스로 쓰러질 지경이다. 단련된 무인이기에 망정이지, 일반 교장이었으면 진작 사퇴했다.

“또 무슨 꿍꿍이냐?”

“왜 볼 때마다 음모론을 제기하세요?”

“네가 한 짓을 돌이켜 봐봐. 한두 번이면 말을 안 해!”

“그렇다고 단정하시면 안 되죠. 선량한 제자를 믿으셔야지요.”

“내 발등을 난도질해 놓고, 양심이 있는 게냐?”

신뢰는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무진을 믿지 않으면 도태되는 세계가 되었다. 작금의 파급력만 봐도 적나라하지 않은가.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세계가 이 녀석의 손안에서 놀아나고 있었다. 암중의 흑막도 무진과 비교하면 식상해질 지경이었다.

권왕가의 천하제일가 선포와 투명청룡오관도 단순하게만 볼 수 없다. 권왕이나 무진이나 명성을 얻자고, 이 지랄을 떨면서 귀찮음을 감수할 위인들이 절대 아니다.

숨겨진 내막이 있을 텐데, 도무지 짐작되지 않았다.

교장은 자신의 헐벗은 머리 꼭대기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이 요물덩어리를 섣불리 예단할 수 없었다.

그러다 남은 숱도 지키지 못하는 수가 있었다. 각성의 시대가 되어도 이놈의 탈모는 왜 고칠 수가 없는 것인가?

교장은 이번 일이 다크니스와 관련되었음을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관여하기엔 스케일이 너무 크다. 휘말렸다가는 감당하기는커녕, 쥐도 새도 모르게 지구상에서 지워질 수 있었다.

이는 아카데미 내 변절자를 색출하면서 뼈저리게 체감했다. 광범위하게 연결된 다크니스의 조직도는 일개 교장이 어찌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무진이 미리 말하지 않은 연유였다. 너무 깊이 개입해 봤자 주변만 더 위험해질 수 있었다. 모르고 살면 편하지만, 알면 알수록 위험도가 급격히 올라갔다.

다크니스는 권왕과 무진이 알아서 할 일이고, 교장은 아카데미에 충실해야 했다. 멀리 내다보기에는 나이가 들었는지 귀찮았다. 백년대계는 무진에게 맡기고 현안에만 몰두하기로 마음먹었다.

“학부모들의 불만과 항의가 얼마나 심한지 알기는 아느냐?”

“부모는 자식 일에 물불을 안 가리는 편이긴 하죠.”

“그걸 아는 녀석이 이래?”

“조만간 아카데미에도 투명청룡오관을 짓는다고 하세요. 교장 선생님이 협약을 맺었다고 하면 더더욱 좋고요.”

“엥?”

이렇게 쉽게?

너무 간단해서 여태 왜 고민했나?

허탈할 지경이다.

아니다.

이놈의 말에 쉽게 넘어가면 안 된다.

함정이 숨어 있을 거다.

“또 뭐 있냐?”

“감당하실 수는 있고요?”

“있구나!!”

“아니면 말고요.”

이놈이 무적권을 쓰네!

자식 사랑이 지나친 학부모의 불만이 폭증하면 교장으로선 남은 숱도 지키기 힘들어진다. 하루가 뭐야, 시간이 날 때마다 전화가 북새통이었다.

더욱이 줬다가 뺏다니!!

세계에서 가장 치사한 짓이었다.

처음부터 희망이 없으면 어떻게든 자구책을 내놓겠지만, 쉬운 방도가 버젓이 있었다. 이런데 어떻게 다른 자구책을 내놓냐고? 이러다가, 준다는데 교장이 거절했다고 소문이라도 나면 뒷감당이 안 된다.

본인들만 알고 끝나면 되지 않느냐고?

무진에겐 녹음기, 마법 저장구가 항시 켜져 있었다. 게다가 자신도 모르는 다방면으로 뛰어난 재주를 지녔다. 안심하고 있다가 뒤통수 맞기 싫으면 항시 말조심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가?’

무진이 만든 탑은 투명청룡오관과는 파급력 자체가 비교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숨겨진 내막이라도 밝혀지면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

그것까지 고민할 필욘 없고, 교장은 현실적인 문제를 거론했다. 공적인 일엔 항상 돈이 들기 마련이다. 아무리 좋은 일을 해도 막대한 재정이 들어간다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요즘 들어 아카데미 회계를 들여다보는 일도 빈번했다. 당장은 인기가 높아서 망설이지만, 언제든 정치적으로 써먹을 살쾡이들이 널렸다. 이렇게 잘나갈 때일수록 조심해야 했다.

교장은 학부모 면담 시 표정을 지었다. 사무적인 미소지만, 공과 사는 철저했다.

“공짜겠지?”

“그럴 리가요.”

“기부라는 아주 좋은 미담이 있단다.”

“세상에 공짜는 없어요. 더욱이 투명청룡오관을 공짜로 풀면 성능에 의혹이 있다는 의심을 받을 겁니다.”

“불신의 세상이로다, 쯧쯧쯧!”

공짜는 좋아하지만, 조건도 없이 선의로 내어 준다? 불신이 생기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다. 아무런 의심도 없이 받아들이는 유토피아적 사고는 드물었다. 더욱이 생도는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인재다. 엘리트 양성에 목을 매는 국가로선 작은 의혹이라도 파헤칠 수밖에 없다.

“기간은?”

“오래 안 걸려요. 다만 누가 짓느냐가 중요하겠죠.”

“혹, 너밖에 짓지 못하는 것이냐?”

“설계도가 있으니 지을 수는 있겠죠. 성능과 내구성을 보장하긴 어렵겠지만요.”

무진의 수완에 교장은 재차 감탄했다. 국내는 무진이 직접 짓고, 수출은 설계도만 보낸다면 일거양득이었다. 권왕가의 입지는 강화될 테고, 독과점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

“조만간 설계도는 풀릴 거예요.”

“의도치 않은 일이겠지?”

“당연하죠.”

“다들 놀아나는구나.”

설계도라고 해서 다 같은 설계도도 아닐 터. 실제로 단계마다 다르게 설계도를 만들었다. 같은 품질의 투명청룡오관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했다.

‘버프가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기도 하고.’

투명청룡오관은 수신기와 같은 역할을 한다. 송신기가 거부하면 받고 싶어도 받지 못했다. 투명청룡오관의 단계별 설계도는 수신받을 용량을 의미한다. 쉽게 설명하면 핸드폰 요금제와 같았다. 다 받고 싶으면 무제한을 쓰면 된다.

“이러다 대통령도 되겠어요.”

“원, 농담도. 내가 무슨 대통령…… 진심이냐?”

“교장 선생님의 간곡한 설득이 통했다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요?”

“그런 말 마라. 내가 무슨 대통령을!!”

이거 진짜 할 수도 있겠는데.

학부모의 항의로 골머리를 썩이고는 있지만, 교장의 책임으로 몰아가진 않는다. 불만이 클수록 반대급부도 커지는 법. 해결책을 내놓는다면 불만은 곧 환호로 바뀌게 된다.

‘이래도 되나?’

대통령을 아무나 할 수는 없지만, 시켜 준다는데 마다하는 인간도 드물었다. 게다가 배후에 이 녀석이 있다면 역대 최고의 대통령이 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았다.

‘젠장, 욕심나네!!’

무진의 손바닥이면 지구쯤은 거뜬하다.

무려 대통령을 시켜 준다는데, 좀 놀아나도 괜찮잖아.

***

던전의 계절이 왔다.

가문과 길드에서 던전을 공략하는 시기. 정부는 던전 경보 시스템을 발동해 실시간으로 던전 오픈을 알렸다.

연례적인 행사긴 하나, 최근 들어 던전 오픈과 브레이크의 빈도수와 등급이 올랐다. 설상가상으로 칠대가문과 팔대길드는 다크니스로 인한 피해가 컸다.

칠대가문, 팔대길드, 정부로선 피해를 최소화하고, 던전 공략에 차질이 없음을 대외적으로 보여 주어야 했다. 국민의 안전 보장과 물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가문, 길드, 정부는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가문과 길드의 정예가 항시 대기조에 있으며 가주와 길드장이 주도했다. 가주와 길드장이 전부 동원되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이번만큼은 대외적인 선전 효과를 위해서라도 나설 필요가 있었다.

그중 권왕가는 특수한 상황이었다.

세계에서 몰려드는 도전자와 대결을 구경하려는 인파로 인해 권왕은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던전의 계절에서 배제할 순 없기에 권왕가주가 직접 삼대를 이끌었다.

가문, 길드, 정부가 총력을 기울이면서 던전 공략은 매우 순조로웠다. 약간의 물적 손해가 있기는 해도, 이전과 비교하면 차이가 극명하다.

-정부, 길드, 가문이 사활을 걸기는 했나 봐. 이렇게 조용한 던전의 계절은 처음이야.

-다크니스 때문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명백한 기우였어. 거봐, 하면 되잖아.

-비판을 해도 부족할 판에 칭찬하고 자빠졌네. 이렇게 잘할 수 있으면서 여태 안 했다는 건데. 피해를 키워서 자신들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데만 열을 올린 거라고!

-꼭 욕하지 못해서 안달인 부정론자들이 있다니까! 그렇게 잘 알면 네가 나서서 주도해 보시지. 꼭 아무것도 못 하면서 주댕이만 살아서 나불거려!

-가문이나 길드도 결국은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경제 단체나 마찬가지인데, 공짜로 일하라는 거냐? 그 아래에 딸린 식구들과 상하 조직은 손가락만 빨라고?

-누가 보면 여태 공짜로 운영한 줄 아네. 한 해에 가문과 길드가 벌어들이는 돈이 얼만 줄 알아? 일반인은 평생 구경도 못 할 액수라고. 그렇게 많은 돈을 받았으면 최선을 다하는 게 당연하지.

-돈 많이 번다고 쉬지도 못하고 일하라는 마인드는 대체 어디서 나온 거냐?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부정적인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그간 피해를 줄여 나가긴 했어도, 이번처럼 극미하다 못해 안 나온 예는 없었다.

이렇게 막을 수 있었으면서 막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는 던전 오픈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도 아닌 사람들이 피해 운운하는 것도 좋게 보이지는 않았다.

-이거 완전 제로 게임이 됐네.

-웬 제로 게임?

-정부에서 여론을 의식했는지, 인적 피해를 실시간으로 체크해서 공시하고 있더라고. 벌써 보름이 지났는데 가문, 길드에서 사람이 죽지를 않았어.

-피해가 없다고는 들었지만, 여태 제로일 줄이야!

-다들 자기 가문과 길드에서 먼저 나오지 않도록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중이야.

-내 친구는 퇴근도 없이 매일 대기하느라 피곤해 죽으려고 하던데.

-다들 누구라도 먼저 선점해 주기를 바란다는 거잖아.

-사람이 죽기를 바라면서, 안 나오게 하려고 발버둥을 친다니!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냐?

-이러면 우리도 못 참지, 먼저 나오는 가문이나 길드를 타깃하자고!

-동참!

-나도!

이례적인 흐름에 귀추가 주목되었다. 가장 먼저 인명 피해가 나오는 가문이나 길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세상은 언제는 모난 돌이 정을 맞기에 이럴 때일수록 거론되지 않는 편이 나았다. 사람들도 똑똑해져서 가문과 길드를 현명하게 압박할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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