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류최강 남사친-352화 (353/374)

352. 투명청룡오관(2)

“미안해, 그런 줄도 모르고.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게.”

“내가 했단 말 하지 말고, 다시는 귀찮게 하지 마. 내 인내심도 여기까지거든.”

“함구할게!!”

무진이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젓자, 알맹이를 얻은 생도들은 급히 해산했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긴 어렵지만, 성장할 기회라면 반드시 잡아야 한다.

후후.

무진은 돌아선 생도들을 보며 웃었다.

저러다 통과하면 어쩌려고?

도전자가 되면 자동으로 사부와 비무를 벌여야 했다. 다행히 이조차도 계획의 일환으로, 처맞을 순 있어도 죽진 않는다.

스륵!

무진의 등 뒤로 지수, 유정, 혜진, 예슬이 자리했다. 치정 결투를 벌일 때는 죽자 살자 달려들었지만, 평소에는 사이가 좋다 못해 친자매들처럼 놀았다.

“사기꾼이 따로 없다니까.”

“사기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야.”

“사기꾼이 제 입으로 사기라고 말하는 걸 본 적이 없거든.”

“피해자의 말로와는 다르잖아, 쟤들은 오히려 고마워할걸.”

“내가 큰 실수를 했구나! 내가 죄인이지!”

애초에 무진에게 빌미를 제공해선 안 되었다. 이젠 돌이킬 수가 없게 되었다. 사실을 밝힌다 한들, 관종에 지나지 않았다. 게다가 이보다 더 효과적인 방도는 없었다.

‘이걸 이런 식으로 엮을 수가 있는 거야?’

급조한 티가 나기는커녕,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이용당했어도, 피해를 보는 것도 아니고. 아예 효과가 없었다면 아카데미에서 이 지랄을 떨지도 않았다. 개별로 따지면 두서가 없지만, 연계되는 순간 빠져나가기 힘든 함정이 된다.

“며칠 사이에 대결의 박진감이 떨어지고 있어.”

어떤 일을 하든 식상해지면 곤란하다.

무진은 혜진, 유정, 예슬을 보며 분발을 촉구했다. 이대로 지수에게 여자 친구 자격을 내어 줄 거냐고 따졌다.

헐!

상식을 벗어나는 뻔뻔함에 혜진, 유정, 예슬은 기가 막혔다. 한순간에 자기 여자 친구가 되지 못해 안달 난 여자로 만들어 버렸다.

“우리도 그렇게까지 원하진 않아!”

“마나 부여.”

“그딴 거에 흔들리는 속물이 아니거든!”

“속성 부여.”

“망할!! 그런다고 우리가 지수를 이길 리 없잖아!”

“어제보다 나은 우리.”

“넌 분명 지옥 갈 거야!”

“싫으면 말고.”

“……누가 또 싫대!”

설령 애정이 없다고 해도, 무진에겐 동기를 부여할 패가 차고 넘쳤다. 거절하는 순간 모든 혜택은 지수의 몫으로 돌아간다. 그리되면 갈수록 격차는 벌어질 테지. 조금이라도 강해지고 싶으면 치정을 멈추지 말아야 했다.

이는 모두를 위한 대의였다.

‘이제 우린 남자에 환장한 년이 되는 거잖아!’

‘싫다고 하면 낙오되는데.’

‘나는 최강의 여검객이 되고 말겠어!’

시집가긴 글렀다.

지금보다 강해져서 모두를 입 닥치게 하든가, 홀로 독수공방하든가. 양자택일임에도 생로 없는 사면초가였다.

***

-이건 또 무슨 경우야? 왜 생도들이 설치는 거야?

-부모까지 찾아와서 권왕가의 정문에 엿을 붙이는 이유가 뭐냐고?

-권왕가에 입문하려는 거면 또 몰라. 그런다고 받아 줄 것도 아닌데.

-투명청룡오관에 뭔가 있나?

-갑자기 접수가 폭주하는 바람에 권왕가 서버가 다운됐잖아!

-중국, 일본, 세계의 접수 못 한 도전자들은 새 됐네. 우리가 좀 빠르냐!

-접수가 밀려서 오늘내일 도전하기도 힘들게 생겼잖아. 세상 참 요지경이야. 도무지 예측할 수가 없어.

갑작스러운 생도들의 폭주에 투명청룡오관의 도전 대기 기간이 늘어났다. 더욱이 한 번 도전했다고 해서, 다시 도전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도전 횟수를 제한하지 않아 도전권을 미리 선점하지 않으면 언제 도전할지 모르게 되었다.

이렇게 되니 여론과 시청자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투명청룡오관은 권왕과 자웅을 겨룰 최소한의 역량을 테스트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개나 소나 나대는 시간 낭비를 차단하려는 목적이었다.

대체 왜?

현역도 통과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설령 운이 좋아 통과하면 권왕과 비무해야 했다. 순식간에 끝나서 그렇지, 다들 좋은 꼴은 못 본다. 연무장 벽면에 피 칠갑 후, 떨어져 내리는 광경이 전부였다.

안전한 아카데미에서 훈련하는 편이 훨씬 나았다. 그런데도 투명청룡오관에 생도는 물론, 도전자가 몰리자 여론은 숨겨진 내막에 주목했다. 그리고 밝혀진 진실에 여론과 시청자들은 혀를 내둘렀다.

-왜 다들 쉬쉬하나 했다. 자기들만 알려고 여태 말을 하지 않은 거네.

-투명청룡오관이 단순히 시험만 하는 게 아니라, 도전자의 숨겨진 잠재력을 끌어올려 주는 거였어?

-이렇게 좋은 관문이면, 권왕가는 어째서 여태 말을 하지 않은 거야?

-권왕가가 폭군도 아니고, 공치사를 바랄 리 없잖아. 게다가 말한다고 해서 믿겠어?

-이러면 도전자가 차고 넘치는 거 아닌가? 언제 시험을 다 치냐고?

-꼭 그렇지는 않아. 권왕한테 도전해야 하는 데다, 투명청룡오관이 그리 만만하지가 않아요.

사실이 밝혀지자 투명청룡오관에 도전하려는 이들로 권왕가는 북새통을 이루어야 했다. 인원이 폭증하는 바람에 인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예약제로 진행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도전자가 시간이 갈수록 느는 연유는 투명청룡오관의 모든 관문을 통과하지 않아도, 본인에 맞추어서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정체나 한계에 봉착할수록 투명청룡오관이야말로 한 줄기 희망이나 다름이 없었다.

-대체 언제 차례가 오는 거냐고? 권왕가는 이런 확실한 비법이 있었으면 우리나라를 위해서라도 진작 공개했어야지!

-아니 권왕가가 왜 그런 짓을 해야 해? 지금처럼 도전할 자격만 줘도 감지덕지지. 그럴 거면 지식재산권이나 특허권은 왜 만들어? 다 공개하고 말지.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구나. 대체 얼마나 더 잘해 줘야 해. 권왕가가 호구냐?

-어렵게 만들어 놓은 관문을 개방하고도 이렇게 욕을 먹을 거면, 나 같으면 문 닫았다.

-누가 권왕가를 욕했어! 나는 권왕가야말로 세계 제일이라고 생각해!

-천하제일가가 맞지. 지금도 봐, 권왕에게 일격이라도 먹인 녀석이 있기나 해. 세계 12대 초인도 이젠 상대가 안 될걸.

-12대 초인은 구시대의 퇴물이지. 라이징 선은 권왕뿐이야.

-권왕도 전대 초인이나 마찬가지야.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너무 띄워 준다.

투명청룡오관의 비법을 공개하라는 요구는 권왕가가 빈정 상해서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오자 쏙 들어갔다.

가문, 길드, 정부, 재계까지 권왕가와 연을 맺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었다. 여론전이나 법을 들먹여 봤자 씨알도 안 먹혔다.

그렇게 되자 사람들도 권왕가가 천하제일가임을 인정하는 추세였다. 처음에는 무리수가 아닐까 했지만, 천하제일가로서의 힘과 도량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권왕가는 가솔을 위해 마련한 투명청룡오관을 2개 더 개방했다. 마치 이때를 위해 준비했다는 듯 절묘한 타이밍에도, 도전자와 여론은 환호하지 않을 수 없었다.

투명청룡오관에 도전할수록 숨겨진 잠재력을 개방하고, 2회 차, 3회 차가 될수록 성장했다. 이런 기회를 마다할 각성자는 흔치 않았다.

“어땠지?”

“성좌의 탑과 유사해.”

“탑의 흐름을 복사해서 현실에 구현했다는 건가?”

“숨겨진 잠재력을 개방하고 전반적인 스텟을 올려 주었어.”

성좌의 탑이 성좌와 인간을 잇는 매개체임을 알고 있다는 의미였다. 다크니스조차 탑의 비밀을 풀어서 현실화하지 못했거늘, 소국의 일개 가문이 해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반드시 제거해야만 했다.

마스터들은 권왕가가 갑자기 성장한 연유를 이제야 알았다. 성좌의 탑이 주는 버프의 비밀을 알아냈으니, 단기간의 성장은 당연했다.

그리고 탑의 버프를 만천하에 공개해 버렸다. 이제는 굳이 숨기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였다. 천하제일가 공표는 이를 위한 포석이었다.

“은연중에 세계의 인정을 받으려는 것이군.”

“설마 이런 의도가 숨어 있으리라고는.”

“권왕가에 뛰어난 책략가가 있는 게 분명하다.”

하나부터 열까지 예상하지 못한 계책의 연속이었다. 그 모든 걸 하나로 이어 놓자, 완벽해지고 있었다. 방해받지 않고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권왕가는 세계가 인정하는 최강의 가문이 될 것이다.

“권왕가의 주도하에 관문이 만들어진다면 그 영향력은 막강할 수밖에 없겠지.”

“전부를 공개하지도 않았을 거다.”

“이토록 치밀한 대계를 준비할 정도면 숨겨 놓은 비기가 따로 있다고 봐야겠지.”

권왕가를 가볍게 여기지 않겠다고는 했지만, 지금은 또 달라졌다. 섣불리 상대했다가는 진짜로 당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놔둘 수는 없는 일이다. 탑의 버프를 안 이상, 시간을 더 준다면 얼마나 더 강해질지 알 수 없다.

“권왕의 역량을 시험한 후, 바로 작전에 들어간다.”

“차라리 잘됐어. 이번이 아니면 다음 기회는 오지 않을 수도 있었어.”

“우릴 이렇게까지 궁지에 몰다니, 실로 대단한 가문이군.”

암중으로 세계를 좌지우지했던 그들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권왕가의 실체를 알아 갈수록 방심하다간 당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사람이 몰리면서 도전권을 따기가 어려워졌어.”

“권왕가의 수작이군.”

“세간의 관심과 이목을 끄는 걸로도 부족해서 우리가 개입할 여지도 차단하려는 거겠지.”

“매크로를 썼으니, 뜻대로 되진 않을 거다.”

암중으로 세계를 좌지우지했던 다크니스였다. 조작, 날조에 관해서는 따라올 자가 없었다. 또한, 권왕가의 관문을 역으로 이용해 다크니스의 수준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다. 적의 작전을 역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권왕가여, 너희들의 도구를 우리가 잘 써 주마!’

여태 권왕가에 당했으니, 역으로 되돌려 주고 싶은 건 당연지사였다.

권왕가는 역지사지를 알아야 했다.

***

퀵 패스트, 콜트 앤더슨.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캐나다를 대표하는 초인.

90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과거와 다르지 않은 외형으로 시간을 왜곡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본인 피셜, 시간이 한계를 벗어나면 노화를 이겨 낸다나.

호리호리해 보이는 외형과 달리 실제로 마주하면 2m에 육박하고, 내실은 오밀조밀한 근육으로 들어차 있었다.

앤더슨을 보고 누가 90세라고 할 수 있을까?

젊을 때 모습을 갖추고 있는 데다 여전히 카사노바의 삶을 즐기고 있었다. 90세에도 과도한 정력을 과시하며 자식만 해도 100명이 넘는다. 속된 말로 그와 관계를 한 번이라도 한 여자는 죽을 때까지 못 잊는다고 했다.

이러면 부정적인 구설이 나올 만하지만, 자식들 대부분 좋은 유전자를 타고나서 어지간한 망나니가 아닌 한 성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특히 앤더슨의 셋째가 캐나다 정·재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메이풀 길드를 운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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