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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최강 남사친-348화 (349/374)

348. 지략 대결(1)

투명 창을 뚫고 들어온 햇살이 내부를 채워 전체적으로 환한 톤이다. 회의장 중심을 차지한 탁자는 원형으로, 특수 처리된 광이 나는 강화유리로 되어 있다.

원형 탁자에 둘러앉은 4인.

깔끔하고 세련된 정장 슈트를 단정하게 차려입었다. 눈에 띄게 화려하지 않은 액세서리는 조화롭게 매치하여 완성도가 높았다. 그 하나하나를 따져 보면 한정판의 희귀 아이템으로 구성되었다.

외형은 젊지만, 경륜이 느껴졌다.

“이런 식으로 다시 모이게 될 줄은 몰랐는걸.”

“실패는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야.”

“이렇게까지 무능력한 녀석들이었었나?”

“죽은 놈들을 비웃기 전에 문제를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회의장의 화사한 분위기와는 달리 풍기는 기운은 가볍지 않았다. 이번 사태를 가볍게 여기고 있지 않음을 보여 주었다. 서로에 대한 반목이 강하긴 해도, 실력까지 무시하진 않았다.

마스터의 죽음은, 자신들에게도 닥칠 수 있는 위협이었다.

이번 계획에서 실패는 거론의 여지도 두지 않았었다. 성공은 당연하고, 어느 정도의 지배력을 가져올지가 중요했다.

완전한 실패로 인해 지분 경쟁도 이제는 무의미해졌다.

“우리의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시키기는 했군.”

“달리 보면 잘된 일인지도 모르지.”

“로드께서 아시면 좋아할 일이겠나?”

“재수 없으면 우리의 존재 자체가 소멸할 수도 있겠지.”

다크니스, 조직이 규정한 이름은 아니다. 그럼에도 다크니스라고 부르는 데 주저하진 않았다. 어차피 조직의 이름은 정해지지 않았다. 로드께서 원하는 완벽히 통제된 세상을 위해서 만들어졌을 뿐이다.

제약이 사라졌으니 좋아할 만도 하나, 이 자리의 누구도 환호하지 않았다. 되레 로드의 분노를 사지나 않을까, 두려움이 더 컸다.

이제는 선택해야 했다.

로드께서 완전히 회복할 때까지 기다리느냐, 그 전에 방해가 되는 요소를 전부 치워 버리느냐.

갈림길에 서 있었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번 실패는 그들로서도 예상치 못한 이변이었다. 당연히 실패한 원인을 찾기 위해서 정보력을 총동원했다.

내막을 알아야 선택하든, 기다리든 할 수 있었다. 상대의 전력을 오판한다면 이전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는다고 장담하지 못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항상 권왕가가 있었어.”

“권왕이 초인의 반열에 들기는 했어도, 우릴 상대할 정도는 아니지 않나?”

“그동안 놀고만 있지 않았다는 뜻이거나. 그도 아니면 전력을 숨겼단 소린데.”

“그래도 이해가 안 돼. 혼자도 아니고 셋이 한꺼번에 당한다는 게 말이 되나?”

“그 말이 안 되는 일이 벌어졌으니 문제일세.”

조직은 정밀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하여 항시 맞춤 대응을 해 왔다. 순조롭게 진행되어 조만간 세계를 손안에 넣기 직전이었다. 한데, 반쪽짜리가 되어 버렸다. 수십 년의 공든 탑이 무너져 내리기 직전이었다.

그 모든 시발점이 바로 권왕가였다.

권왕이 나대기 시작하면서 하나둘 엇나가더니 동아시아에 대한 투자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언제든 되돌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독이 되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꼴이었다. 이래저래 손해가 쌓이더니 이제는 자신들의 목숨줄까지 위태롭게 했다.

“이대로 권왕가를 치자고?”

“이왕 이렇게 된 것, 숨길 필요도 없지 않나.”

권왕가를 치려면 어지간한 힘으론 이젠 불가능하다. 마스터 셋을 어떻게 죽였는지 모르는 이상, 전력을 최대한 집중해야 했다. 어설프게 나선다면 죽은 마스터들처럼 될 수 있었다.

“굳이 정면 대결을 고집할 필욘 없지.”

“때마침 아주 좋은 대상이 있네만.”

“한 손이 열 손을 당해 내진 못하는 법이고.”

“끌어내는 것도 한 방법이긴 해.”

여태까지 권왕가를 얕보다가 역공을 당했다. 이번에는 자신들이 역공을 펼칠 때였다.

“이왕 할 거면 조금 과격하게 해 보자고.”

“발뺌할 셈인가?”

“증명할 수 없으면 아닌 거지.”

“심증은 증거가 아니긴 해.”

다크니스가 암중으로 세계를 도모한다지만, 하나만 있다고 볼 순 없다. 확실하게 다크니스라고 밝혀지지도 않았고. 이번 일을 위해서 이 세계의 법칙과 적대하는 세력 중 하나가 되기로 했다.

이때를 위해서였다고 할 순 없지만, 조직의 이름을 정해 놓지 않아서 언제든 갈아탈 수 있었다.

“로드께 영광을!!”

“영광을!!”

***

권왕가.

세계에 내놓기는 부끄러워도 권왕이 대가주의 자리에 오른 이상 권왕가는 명실상부한 한국 제일가가 되었다.

이견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팔대길드가 위기감을 느껴 대길드장을 선출했음에도, 대가주의 권위에는 미치지 못했다. 대길드장이 된 천제가 권왕에게 연합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가문과 길드는 독립적인 영역을 구축했기에 연합 제안은 고개를 숙였다는 방증이었다.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국내 각성자 협회의 통합을 권왕이 이루어 냈다. 권왕가가 한국 제일임을 증명하는 명백한 결과물이었다.

게다가 블랙마켓을 통합한 쉐도우 길드가 권왕가에 편입되면서 그간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정보력에서도 다른 가문이나 길드보다 우위에 섰다.

권왕가와 연을 맺은 성운 그룹은 재계 서열 1위로 거듭나면서 한국 제일가로서 위상을 굳건히 했다. 세계에서 경쟁하려면 권왕가와 협상을 해야 한다는 말까지 돌았다. 너 나 할 것 없이 재계 서열 내 그룹이 권왕가와 계약을 맺으려고 줄을 섰다.

힘, 정보력, 재력.

중국과 일본의 수출입 협상에서 권왕가가 큰 역할을 하면서 정부에서도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는 판이었다. 독과점을 비판할 수도 있으나, 저 거대한 시장인 중국이 권왕가를 통해서만 협상하겠다고 하니 정부로서도 대응할 방도가 마땅히 없었다.

가문, 길드, 정계, 재계를 전부 통합한 권왕가는 시일이 흐를수록 확고부동한 금자탑을 구축했다. 이 정도만 해도 보통은 만족할 법도 한데, 권왕가는 한술 더 떴다.

-본가는 천하제일가임을 천명하는 바이다.

-도전은 언제나 환영한다.

-쫄리면 뒈지거라.

권왕의 저급한 폭탄선언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천하제일을 주장한다면 딱히 문제가 되진 않는다. 한·중·일 동시 생방송으로 주장했다. 세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동아시아 제일가문임을 선포한 것이다.

국민 여론으로선 국뽕이 차오르는 대찬 발언이기는 한데, 중국과 일본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게 분명했다. 이제야 겨우 한·중·일 관계가 우호적으로 바뀌는 흐름이기에 고춧가루를 뿌렸다는 질타가 나왔다.

당장 수출입 회사들이 중국과 일본의 대응에 주목했었다. 보복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장담하지 못하는 살얼음판이 되었다.

여하튼 국내 여론은 신이 났다.

국뽕의 화신, 권왕을 찬양했다. 분란을 일으켰는데도 찬동하자, 망조가 들었다는 분위기다.

-그렇지, 이게 바로 한국인의 기상이지!

-기상은 아침에나 하고, 재수 없으면 전쟁 날 수도 있다잖아!

-자기들이 세상의 중심인 줄 아는 중국과 일본이 가만있지는 않겠지만, 전쟁은 너무 나갔다.

-권왕이 이러는 거 처음도 아니고, 유난 떨 필요 있나. 시간 지나면 흐지부지될 거야.

-쫄리면 뒈지라는 말을 듣고도, 너 같으면 가만있겠냐?

-억울하면 공정하게 한판 뜨잔 건데, 여기서 물러나면 쫄국 인정이지.

-그만하면 됐지, 왜 욕심을 부려서 이 난리를 피우는 거냐고!

-권왕이 돈 때문에 이러겠냐? 우리 같은 일반인하고는 뇌 구조가 다른, 싸움에 미친 광인이잖아.

-원래 대책 없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후의 후폭풍을 어쩔 거냐고?

-권왕이 언제 뒷일을 걱정하면서 나댔나? 후폭풍을 염려하면 권왕이 아니지.

뽕이 차오르는 발언과는 별개로 우려 섞인 말들이 더 많았다. 다크니스란 대적이 남아 있었다. 힘을 합쳐도 어려운 마당에 분란을 자초했다는 비난이 일었다. 중국과 일본의 자존심을 구겼으니, 어떤 식으로든 대응해 오리라 보았다.

그런 흐름과 다르게 일본과 중국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다. 여론은 뜨겁게 달구어졌지만, 정부에선 공식적인 표명을 하지 않았다.

-하긴, 복수한답시고 맞짱 떴다가 처맞으면 쪽팔리긴 하겠다.

-쫄리냐? 이게 바로 우리나라의 K 주먹왕이시다!

-중국, 일본도 세계의 중심이라고 외치는데, 우리라고 못 할 것도 없지!

-쫄지 마, 우리에겐 권왕이 있잖아!

-국제 관계를 사사건건 주먹으로 해결하겠다는 거냐? 그러다가 정말 큰일 난다고.

-강대국이 언제부터 대화로 풀었다고 그러냐. 억울하면 너희도 주먹을 쓰라고!

-고대, 중세, 근대, 현대, 각성대까지 변하지 않은 건 결국 폭력이더라.

-그렇지, 말로 해서 들어 처먹을 것 같았으면 진작 통했지.

한·중·일 정부는 따로 대책을 내놓진 않았다. 천하제일가를 선포했다고 해서 죄가 되진 않았다.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 뿐. 이를 국제적으로 거론하기도 마땅치 않았다.

돌아가는 정황을 볼 땐 권왕가에서도 머리를 아주 잘 썼다.

중국, 일본 정부는 물론 문파와 검가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권왕가의 대세론이 떠올랐다.

중·일의 여론은 당연히 좋지 않았다. 속국이나 식민지로 봐 왔던 한국에게 한 수 접어준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본과 중국의 무인과 검객이 비공식적으로 권왕가를 찾았다. 나라가 하지 않는 일을 개인적으로 하겠다고 하니 옹호하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도전자는 애국심 외에도 권왕을 이겼을 때의 반사 효과를 기대했다. 국민적인 영웅이 될 절호의 기회였다.

상대가 권왕임을 알면서도 도전하는 걸 보면 인간의 명예욕과 과시욕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었다.

일본과 중국은 재야의 은둔 고수의 등장을 기다렸다.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안드로메다급 전설의 고수가 권왕을 꺾고, 국가의 자긍심을 일으켜 주길 바랐다.

일확천금.

금의환향.

벼락스타.

세 가지를 전부 이룰 수 있었다.

중국과 일본에선 개나 소나 도전하는 자들이 많아졌다. 또한 인천 공항으로 입국하는 사람들이 대폭 증가해 관광 수익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었다.

투명청룡오관(透明靑龍五關).

전투 능력의 기본이 되는 속도, 민첩, 힘을 테스트하는 관문이 권왕가에 설치되었다. 입신양명의 유명세를 위한 도전자가 예상보다 많았다. 사전에 쭉정이를 골라내기 위해 관문을 제작한 것이다.

투명청룡오관의 전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가 된다. 외부에서 내부를 볼 수 있도록 설치했다. 공정성에 의문을 품지 못하도록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초식, 속성, 스킬은 테스트 항목에 넣지 않았다. 고유 능력은 공개하지 않을 권리가 있었다.

막상 투명청룡오관이 공개되고 테스트가 시작되자, 기본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 주었다.

자기들 딴에는 제법 능력이 된다고 생각했다지만, 유명세에 목을 맨 출전자 대부분은 일관조차 넘지 못했다. 100명이 도전해서 1명도 통과하지 못하는 양상이었다.

이런데도 난이도의 형평성을 탓하거나, 불평하지 못했다.

관문에 장난을 쳤다고 하기엔 투명하게 진행이 되었고, 사전에 권왕가의 무인들이 테스트에 참여했다. 그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고선 도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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