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류최강 남사친-341화 (342/374)

341. 생즉사 사즉생(3)

죽지 못해서 사는 망령의 귀환에 다크니스의 마스터들은 심기가 편치 않았다. 결과야 의미를 둘 필요가 없으나, 연이어 계획이 틀어지고 있었다.

“반로환동이라. 저항하는 연유가 있었군.”

“그래 봤자 헛된 희망이란 걸 깨닫게 되겠지.”

“후예를 남겨 둬서, 미련이 없을 수도.”

실드버스터는 단순 기선 제압용이 아닌 검가연합을 일거에 침몰시킬 전략 병기였다. 이를 막아 낸 결계는 예사롭지 않았다. 앞으로도 방해될 소지가 다분하기에 회유하거나 제거해야 했다.

그들은 전투가 벌어지는 곳과는 반대편에 있었다.

양대 전력이 환검가와 마주하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내성의 입구는 한적했다. 곳곳에 설치된 함정도 결계가 있을 때나 방해가 되지, 실드버스터의 영향으로 사라졌다.

마지막을 대비했으나, 미래가 저당을 잡힌다면 저항의 불씨는 사그라지기 마련이었다. 물론, 방심은 하지 않았다. 몇 차례나 낭패한 이상, 사소한 실수도 이제는 용납하지 못한다.

그들은 직속을 거느리고 내성으로 들어섰다. 전세(戰勢)에 따라서 개입할 여지는 있겠으나, 검가연합은 환검가의 저력에 혀를 내두르고 있을 것이다.

응?

이렇게나 멀었었나?

아까부터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내성에 들어선 지도 꽤 되었고, 천검가의 가택이 진작 나왔어야 했다. 결계나 진법이었다면 같은 장소를 뱅글뱅글 돌아야 할 텐데, 또 그렇지도 않았다. 환상에 빠진 듯, 새로운 공간을 걷고 있었다.

“전혀 느끼지도 못했거늘.”

“내성의 결계를 완성한 놈이 분명해.”

“보통이 아니구나.”

실드버스터를 견뎌 낸 것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했다.

감탄과는 별개로 짜증을 불러일으켰다. 자신들의 앞길을 막았다는 건, 예측하였다는 뜻이 된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손바닥 안에서 놀아나는 건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퓨리어스 부스트 캐논(Furious Boost Cannon).

레스 마스터 가이스터의 절기로 환영이든, 진법이든 가리지 않고 부수는 파괴의 속성을 지녔다.

꽈아아앙, 푸아아앙!

그 무엇이든 용납하지 않는 분노의 일격이었다. 거친 파문이 사방을 휘저어 놓으며 위력을 과시했다.

“됐나?”

언제 어디서든.

의문형은 사용하지 않는 편이 신상에 이롭다.

찌잉!

퍼퍼퍼퍼퍼펑!

일순간.

릴낚싯대의 멀티 훅에 끌려 나오는 생선처럼 낚인 요원들의 머리통이 찰나지간 폭발하며 사라졌다. 영혼을 잃은 요원들이 사후경직을 일으키지만, 무의미한 행동에 지나지 않았다.

화르르르르!

푸스스스스!

한 수로 끝나지 않는다.

혹여 있을 일말의 가능성도 배제했다. 가공할 화염이 시체를 휩쓸자, 고속 화장이 되어 버렸다. 가루조차 휘날리지 못하도록 통제했다.

헉!

결계를 부수기 위해서 퓨리어스 캐논을 사용한 직후에 벌어진 참상이었다. 가이스터, 조웬, 테르안마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소멸한 12명은 일개 요원이 아닌, 넘버를 부여받은 직속 수하였다. 개개인의 전투력이 십대검가의 가주들을 상회하는 실력을 갖추었다. 이번 전쟁에서 검가연합이 제법 분전하고 있지만, 결과를 기대하지 않은 것은 자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변수를 제거하고자, 직속 수하를 데리고 왔었던 마스터들로선 예상치도 못한 사태였다. 보고도 믿어지지 않는 현실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손을 쓸 타이밍이 나오지 않았어!’

결계를 부수려는 직후를 노렸다.

그렇더라도 요원들이 몰살할 때까지 찰나에 불과했다. 살수를 썼음에도 전조나 기미조차 없었다.

저벅.

정면으로 걸어오는 자가 있었다. 이때까지도 인기척은커녕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었다. 결계의 밖에서 안으로 들어왔다고 봐야 했다.

190cm의 거구.

눈에 익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한국과 일본에서 그 난리를 쳤으니 얼굴을 모른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니가 왜 여기서 나와?

생도치곤 강한 편이나, 전세를 뒤집는 변수를 만들 수는 없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틈에 직속 요원을 격살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했다.

그래야 마땅하거늘.

현실은 버젓이 자리하고 있었다.

거슬리기에 언제든 밟아 죽일 개미로 보았다. 검가연합을 무너뜨리는 김에 놈도 처리해 버릴 심산이었다. 당연하게도 의식조차 하지 않았다.

명백한 오판이다.

놈은 개미가 아니라, 개미지옥이었다.

만약 이 모든 그림을 놈이 그렸다면, 함정에 빠진 건 자신들이 된다. 인과를 돌이켜 볼수록 상리를 벗어나 있었다. 누구도 사태의 핵심으로 놈을 지목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수십 년을 쏟아부은 대업을 일개 생도가 방해했다는 걸 과연 믿을 수 있겠나. 누구라도 걸려들지 않을 수 없는 지독한 함정이었다.

무진은 시간을 내어 주며 친절히 물었다.

“정리는 다 끝났나?”

“우리가 이제껏 뻘짓을 했구나.”

“너희들도 나름 잘했어. 그저 내가 훨씬 잘했을 뿐이야. 알다시피 현실은 절대평가가 아니거든.”

“우릴 가지고 놀았다고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 것이더냐?”

“잘했다고 하니까, 진짜로 잘한 것 같아?”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 놈이구나!”

“왜 모르는 척하실까? 여태 그렇게 해 왔는데. 설마, 겸양이라도 떨어 주길 바란 건 아니지?”

마스터들은 분노에 휩싸였다.

배후에서 조종하는 줄 알았더니, 꼭두각시가 되어 무대에서 춤을 추는 광대가 되었다. 어릿광대는 놈이 아니라 자신들이었다.

버젓이 대놓고 지랄을 떨었는데도, 놈은 숨지도 도망치지도 않았다. 내가 범인이라고 떠벌리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자신들은 놈이 아니라고 했으니, 이 얼마나 웃기는 코미디인가. 돌아가는 사태에 놈이 비웃었을 걸 상기하니 분노를 다스리기가 힘들었다.

지금도 봐라.

베일 속에서 음모를 꾸미던 놈이 본색을 드러냈다. 이젠 굳이 숨길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언제든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얼마나 하찮고, 얕보였을까.

그들이 언제 이런 대접을 받아 보았던가.

언제나 판을 만들어 세상의 흐름을 지배해 왔었다. 그런데 아직 핏덩이도 가시지 않은 애송이가 자신들을 농락하고 있었다.

“우릴 이길 수 있다고 보느냐?”

“어차피 뒈질 거니까, 항복하든 말든 난 상관없어.”

“놈, 기억을 읽을 수 있구나.”

“개복치도 아니고, 금제가 귀찮기는 했어. 명색이 마스터라고 했으니, 금제를 가하진 않았겠지?”

‘너희들도 도구냐?’라는 의미가 함축되었다.

만약 그렇다면 잘난 체해 봤자, 소모품에 지나지 않다는 비아냥거림이었다. 속을 긁는 재주가 남다른 독사 같은 주둥이였다.

“넘버의 기억을 되짚어서 우릴 방해해 왔구나.”

“그러게, 좀 더 신경을 쓰지 그랬어. 이젠 의미가 없겠지만.”

“네놈을 인정하마. 하지만 곧바로 손을 쓰지 않은 건 실수다.”

그리드 마스터 조웬의 분노는 남달랐다.

한국에서의 실패가 공교로운 줄 알았더니, 전적으로 이놈 때문이었다. 권왕과 이놈은 한패였다. 사제 관계는 시선을 속이기 위한 연막에 불과했다.

“지금이라도 쓰지, 뭐.”

손맛을 보고 싶다면야.

잔상만 남았다.

스륵!

뻐어어억!

가이스터의 허리가 새우처럼 꺾였다. 부지불식간 복부를 강타당했다.

“이놈~~!”

정신을 차린 가이스터의 반격은 맥없이 허공을 갈랐다. 정면에서 사라진 무진이 이번엔 뒤에서 나타났다.

퍼어억!

쐐애애액, 쿠다다당!

등을 처맞고 역으로 꺾인 가이스터는 바닥을 볼품없이 굴렀다.

데굴데굴!

조웬과 테르안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눈앞에서 계속 종적을 놓쳤다.

공간이동 스킬이나 속성을 쓴 것처럼 따르지 못했다. 그러나 마력의 파동이나 반동이 감지되지 않았다. 속성, 스킬, 마법이 아니라면 대체 무슨 수로 가이스터를 농락한단 말인가?

이젠 남의 일처럼 관전할 때가 아니었다.

퍽퍽!

주르르르!

기습에 대비하던 조웬과 테르안의 고개가 뒤로 젖혔다. 주먹을 허용한 후, 코피가 줄줄 흘렀다. 울화가 치밀어 반사적으로 내지른 주먹은 허공을 갈랐다.

무진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 있었다.

씨익!

오싹!

암흑, 전이, 압축의 속성은 사용도 못 했다. 뭐라도 보였어야 했는데, 오감이 전의를 상실한다. 주인에게 받은 권능조차 속절없이 꿰뚫렸다.

완연한 무방비.

거리끼지 않는 자유로움이었다. 너희들이 발버둥을 친다 한들 관여하지 않겠다는 절대자의 여유였다.

“이놈, 그딴 눈으로 나를 보다니 용서…… 헉!”

“용서?”

가이스터의 살기마저도 방향성을 잃었다. 무진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황급히 돌아봤지만, 존재하지 않았다. 극한으로 감각을 개방한 무형살기는 물처럼 허무하게 흘러가 버린다.

볼케이노 익스플로전(Volcano Explosion).

블라인드 어택(blind Attack).

속도의 차이가 현격했다.

가이스터는 방향을 상정하지 않고 전 방위로 폭발을 일으켰다. 회피하는 방향을 책정해서 다음 수를 노리기로 한 것이다. 프라이빗 실드를 발동해 무진이 파고들 찰나를 염두에 두었다.

꽈아아아, 꽈과과광!

일대가 백염으로 뒤덮인다.

분노와 화염을 융합한 가이스터의 절대화염으로 만물을 녹이는 소멸력을 지녔다.

“지옥으로 떨어져 버려!”

“가 보고 싶긴 해도, 지금은 아냐.”

절대화염은 회피가 불가능했다. 주인의 의지를 받들어 목표를 추격하는 권능이 있었다. 드디어 끝났다 싶었거늘. 가이스터는 모골이 송연했다. 제공권을 무력화하며 무진이 지척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초월적인 불가지론을 경험한 듯.

망연자실했다.

“……어떻게?”

“별거 없던데.”

그것도 정면을 마주하고 있었다.

대경실색한 가이스터가 재빨리 백염을 발휘했지만, 무진의 주먹이 무한을 그렸다. 인간이든, 불이든 주먹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퍼퍼퍼퍼퍼퍼퍽!

일로만권.

공계점유.

일형의 권로가 무한의 권영을 형성했다. 가벼운 잽도 만 번 이상 맞으면 변형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가이스터는 무방비가 되어 허공에 붕 떠 버렸다. 절삭칼로 정교하게 자른 듯 각이 서렸던 얼굴은 뭉뚱그려져서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멈춰랏!”

“그럴까.”

무진은 손을 털고 물러섰다.

김장을 담그듯 손맛을 알려 달라고 해서 보여 주고, 멈추란다고 멈추고. 해 달란 대로 해 주었거늘.

친절한 무진 씨였다.

그럼에도 그들로서는 기가 찬 현실이었다.

“대체 어떻게?”

“잘.”

이해하기 힘들었다. 속도 대결에서 승산이 없음을 자각하자, 공간을 제어했었다. 곳곳에 지뢰를 심어 반응이 오기를 기다렸다.

하나도 걸리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 움직였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차라리 마법이나 스킬을 썼다면 이해라도 하지. 속도만으로 이런 차이가 날 수도 있는 건가? 현실을 받아들일수록 이 싸움은 어른과 아이의 차이보다 압도적이었다.

단순 속도는 아닐 것이다.

암흑, 안개, 중력을 가미해서 일정 거리마다 제약을 걸어 놓았다. 권능에 다가선 속성을 합심해서 영역을 완성했다. 그런데도 어린아이에게 사탕을 빼앗듯 간단히 뚫고 들어왔다.

우리의 제공권을 완전히 무력화했다는 의미가 되었다. 서로의 영역을 유기적으로 융합했었다. 파고드는 건 둘째 치고, 보통은 흐름을 파악하기도 힘들어야 하거늘.

‘찰나에 권능과 속성을 분쇄했다고?’

그런 일이 가능하긴 해?

마스터들조차 감히 상상도 해 보지 못한 이적을 마주하고 있었다. 소름이 돋는 걸 넘어 공포가 밀려왔다. 그제야 눈을 가렸던 편견이 사라지며 상대의 실체가 드러난다.

어쩌면 로드에 필적하는.

휙휙!

고개를 저었다.

불경.

로드께선 오롯한 세계의 지배자시다. 자신들도 그분의 뜻을 따르는 종에 불과했다. 하찮은 인간을 로드와 비교하다니 공포에 젖어 주제를 망각했다.

‘그렇다고 한들 우리보다 강하다.’

‘이런 놈이 존재했었다니!’

‘대업을 이루려면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조웬, 가이스터, 테르안은 무진의 실체를 확인하자 공포와 살의가 뒤섞였다. 승산이 없다고 해도, 대업을 위해선 희생이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선 전력을 합치고, 심기를 흔들어야 한다.

“결심은 섰나. 이제 죽어도 여한은 없겠지?”

“네놈과 공조한 공주의 안위는 걱정이 되지 않나 보군.”

“치사하게 인질 작전을 쓰겠다고?”

“우릴 보내 준다면 무사할 것이다.”

“지랄, 금방 끝내면 되지!”

“네놈으로 인해 공주는 처참한 최후를 맞을 거다.”

여유 만만했던 무진이 서둘렀다. 그들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제까지는 보이지 않던 빈틈이 공주를 거론하자 보였다.

‘괴물 같은 놈이지만, 아직은 애송이구나!’

생사를 포기한 이상, 숨겨 둔 비장의 수를 꺼냈다. 전력을 일순간 증폭하여 로드의 권능을 일부 사용할 수 있었다. 위력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만큼 반작용도 심하기에 뒤를 돌아볼 수 없는 절대 권능이었다. 설령 실패한다고 해도, 놈은 살아남지 못한다.

“개수작을 부리시겠다. 좋아, 내 진정한 힘을 보여 주마.”

무진의 눈빛이 바뀌며 내부에 봉인했던 미증유의 거력을 개방한다.

두드드드드!

힘의 여파를 견디지 못한 지대가 허공으로 치솟아 오르고,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며 나락이 떨어져 내린다. 천지 만물이 영향을 받아 변화무쌍함을 일으켰다.

쏴아아아아!

쏟아져 내리는 장대비가 일대를 가린다.

마스터들은 무진의 진의에 질린 기색이었다. 정면 대결로는 승산이 없음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강력한 힘을 숨기고 있었을 줄이야.

꽈득!

포기할 만도 한데, 마스터들은 결의로 무장했다. 놈의 강함을 인정하지만, 결과는 포기하지 않았다.

‘전투는 네놈이 이겼다.’

‘전쟁은 우리의 승리다.’

‘네 오만함을 지옥에서 후회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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